[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박형준 기자 = 올해 56년 차 기자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거침이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현 정치권의 문제점을 누구에게나 가감 없이 전달한다. 그런 그의 눈에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비칠까? 지지고 볶는 싸움판 한 가운데서 조 대표의 쓴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따끔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윤석열정부를 파멸시켰다. 보수를 분열시키고 국민의힘을 갈랐다. 악의 씨앗이다.” 최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무너지는 보수의 문제점은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설 특집 대담에서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극우와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중도층의 거부감이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중도를 말하기 전에 우선 보수의 정의를 정확히 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을 잡은 사람은 보수가 아닌 극우다. 극우는 보수의 반대말이다. 특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그 일파는 불법 계엄 옹호자다. 국민의힘은 극우 대표에게 끌려가고 있다. 헌법을 부정하는 보수가 어디 있나? 극우는 보수가 아니다. 극좌에 더 가깝다.
-왜 그런가?
▲극우와 극좌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두 집단 모두 법을 무시한다. 둘째는 사실을 무시한다. 셋째는 반일, 반중, 반미 등 인종적 선동을 한다. 말발굽의 처음과 끝이 제일 가까운 것처럼 극우는 극좌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진보, 보수, 중도가 아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법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국민이 약 70%다. 어중간한 ‘중도’가 아닌 결정적일 때 발언하고 투표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들을 ‘국가 중심 세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들의 특징은 굉장히 활력이 있다는 점이다.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아닌 ‘바이털 센터(Vital center)’다.
대한민국 사회를 끌어나가는 집단으로서 4050 세대·중산층·화이트칼라가 주를 이룬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들이 중심을 잡아 줬다. 이 중심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과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표현하셨다.
▲이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싸운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를 높게 평가하고, 또 대한민국의 보수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싸웠다는 게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다.
-한 전 대표도 계엄에 반대했다. 이 대표와 함께 두 사람의 상호 협력과 경쟁을 주문했는데, 두 지지층의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본 것이다. 경쟁과 협력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보면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은 야당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협력할 때는 극적으로 함께했다. 지지자들이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이 문제이다. 지도자는 그 지지자를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 전 대표는 세가 있는 사람이다. 개인적 실력이 뛰어나고 참모들도 아주 단단하다.
-전한길씨와 유튜버 고성국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를 만류하지 않았다. 손현보-전광훈 등 기존 극우 세력이 구속된 이후 무주공산이 된 극우 세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셈법일까?
▲국민의힘은 자당을 극우화시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는 게 목표 같다. 가장 좋은 예가 당무감사위원장으로 발탁된 이호선 교수다. 부정선거와 불법 계엄을 옹호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 건데, 그런 사람들로 당을 장악해 극우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극우파는 자기들끼리 더 뭉칠 수 있다. 당권파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다.
한동훈 빼고 전한길·고성국 투입
“지방선거 지려고 작정했나” 일침
-보수의 수도권 조직이 축소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이 진보 일색으로 변한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다. 세계에서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도시화가 되면 좌경화가 되고, 진보 표밭이 된다. 대통령선거는 이야기가 다르다. 1대 1로 붙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로 보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역설적으로 살기 좋은 수도권을 만든 건 보수 정권으로, 자기 성공의 희생자인 셈이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한동훈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어떻게 보셨나?
▲논평하고 싶지 않다. 도움이 안 되는 정보를 기사화한다거나, 그런 정보로 논쟁거리를 만들면 그 사람만 키워주는 꼴이 된다. ㅜ부정선거가 그 예시다. 부정선거 ‘선동’이라고 해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의혹’으로 부른다. 부정선거는 100% 거짓말이다. 이를 의혹으로 다루니 여기에 속는 사람이 1000만명 이상이다.
-장 대표가 단식을 진행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로 찾아와 직접 그를 만류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대통합 신호탄을 쏘아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극우를 몰아내고 나머지가 통합해야 보수 재건이 되는 것으로, 극우와 보수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정치 이념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상징성은 있겠으나 표로 환산되는 영향력은 없다고 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경우에도 보수 연합 구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맑은 물에 빨간 점이 하나 딱 들어가면 다 빨갛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법원이 “친위 쿠데타 성격의 내란”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지?
▲이번 사태는 기존 양형에 해당되지 않았다. 법원이 새로운 기준으로 친위 쿠데타는 더욱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덕수 피고인의 선고문을 보면 재판장이 “친위 쿠데타에 성공했으면 독재의 길, 장기 집권의 길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재건이 시급해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일까?
▲보수층은 건재하다. 위기에 빠진 것은 보수 세력이다. 지난 3년간 보수 언론, 보수 지식인, 보수 단체가 윤 전 대통령의 팬클럽이 됐다. 진영 논리에 빠져 ‘박수 부대’가 된 것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과 손잡고 같이 뛰어내렸다. 보수 세력이 궤멸적 타격을 받았고 그런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이 한 몸이 됐다.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여기서 한 전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재건 시나리오 중 한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도 있을까?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다음 극우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사람으로 당을 꾸리는 게 맞다. 장 대표의 노림수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당권을 잡는 것이다. 재건 과정서 저항이 있을 테고 극우 색채를 유지하려 할 텐데, 그때는 탈당이나 분당 이야기가 불가피하다.
“윤 손잡고 다 같이 나락행”
막막한 보수 재건 시나리오
-정부·여당 상황도 짚어보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 대통령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실리주의자다. 윤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련했다. 의료 대란, 탈원전 등의 실수를 하고도 체면 때문에 굽히지 않다가 결국 그 길로 망해버렸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고치려고 한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이 대통령의 실리주의가 돋보였다. 역사와 영토 문제는 논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으니 “이건 논쟁거리로 남겨둡시다. 그리고 시급한 외교 문제를 먼저 해결합시다”라고 했다. 분쟁의 소지를 제거했다. 국민은 한미 외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한일 외교가 우선이다. 한일 관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미·한중 관계가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사법개혁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그렇다고 보시나?
▲검찰개혁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80년 동안 검찰이 쌓은 수사 노하우가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이 문제점을 느낄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으로 수사 기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국민이, 다음에는 범죄 피해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법이 복잡할수록 범죄자들이 잔꾀를 부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때문이다. 검찰청을 없애는 것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정치 검사가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는 게 검찰청 폐지의 이유인데, 그런 수사는 전체 비중에서 5%도 안 된다. 감기 환자를 상대로 대수술하는 격이다. 후유증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나?
검찰청 폐지로 인한 문제는 천천히, 그러나 광범위하고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시기는 다음 대통령선거 때쯤이 될 수도 있겠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다. 합당이 두 당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까?
▲혁신당의 지지율이 3%고, 조국이라는 브랜드가 절대로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제시했는데 3% 정당과 합치는 게 어떤 도움이 되겠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연임을 위해 합당을 제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합당을 정 대표 개인의 야망과 연결하니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정 대표가 1인1표제를 띄우는 등 ‘당원 주권 정당’을 외치고 있다. 당의 주인은 당원인 게 마땅하다는 것인데, 본래 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법적으로 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사람이다. 당원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따라서 당원 중심의 정당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포퓰리즘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원이 성숙하고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괜찮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국민의힘 상황을 보더라도 당원들이 앞서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고 있다. 의원들이 당원의 눈치를 보니 국민의힘이 극우가 된 것이다. 당원 민주주의는 위험하다. 수로 밀어붙이는 포퓰리즘의 극치로 치닫게 된다. 1인1표제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좌우를 떠나서 대한민국 정치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대한민국은 항상 위기였다. 그럼에도 위기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저력이다. 그 힘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서 나온다. 문제를 덮지 않고 터뜨리고 공론화한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디는 제도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낼 수 있도록 <일요시사> 독자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대한민국은 매우 평화롭고 안정된 나라다. 불법 계엄이라는 엄청난 사건에도 사상자 없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했다. 민주주의 수준은 문제 해결 능력에서 가늠된다. 대한민국은 ‘패스포트 파워 랭킹’ 2위다. 이것이 세계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질서를 잘 지키고 정직하고, 세계의 모범 시민이라는 평가를 만든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을 갖고, 또 자신감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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