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후는 공공재다. 아무나 사용할 수 있고 모두가 더럽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80억 인구는 ‘기후 위기’의 가해자인 셈이다. 하지만 다 같이 저지른 일이니, 책임 소재는 흐릿해지고 죄책감은 옅어진다. 문제는 그 여파다. 체감 속도는 다를지언정 반드시 겪게 될 후폭풍을 인류는 감당할 수 있을까. 과거 30년간의 기상 평균을 기후라고 정의한다. 기후가 변했다는 것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분포의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과학계는 기후 변화라는,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용어를 사용하다가 2010년대 들어 ‘기후 위기’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이제 ‘변화’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전 지구에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긴 시기다. 기술은 있다 최형식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전략연구본부 탄소중립에너지연구실장은 “2019년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보편화됐다. 더 진보적인 언론에서는 기후 붕괴, 기후 가열이라는 개념도 쓴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으로 1993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문가들은 기후 문제가 ‘티핑 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티핑 포인트는 작은 변화가 쌓이다 어느 한순간 균형이 깨지는 순간을 뜻한다. 폭발적인 반응과 거대한 변화가 뒤따른다. 기후 문제에 대한 인류의 노력은 지구 온도가 그 지점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한 사투에 가까워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와 지구의 온도는 비례한다. CO₂ 농도가 늘면 온실효과가 커져 더 따뜻해지는 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의 기후는 1만년 전부터 안정화됐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급변했던 기후가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바뀌면서 인류는 정착하게 됐고 동시에 사회 발전이 시작됐다. 중요성 알지만 산업혁명은 역사의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인류의 삶은 팽창했다. 하지만 기후 시스템으로 봤을 때는 위기의 시작점이었다. 1만년 동안 안정기를 유지했던 기후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이제 인류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추세다. 위기감을 느낀 각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5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훨씬 아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심화돼 가까운 미래에 기온 상승폭이 1.5℃에 도달하게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래 한반도 평균기온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더 더운 여름과 더 추운 겨울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극한의 날씨를 마주한 2040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일요시사>가 예측해 봤다(본 기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Climate Change 2023:AR6 Synthesis Report)’와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이 공동으로 주관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를 기반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제미나이가 작성한 AI 시나리오임을 밝힌다). 2040년 초여름, 대한민국의 한 아파트. 아직 새벽이지만 실외 온도계는 이미 28.5℃를 가리킨다. 밤사이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경고한 대로 평균기온이 1.5℃ 상승하면서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8월 중순에나 잠깐 오던 폭염이 이제는 6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석 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잿더미만,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는 침수 흔적만 남는 게 아니다. 불이 꺼지고 물이 빠진 뒤에는 어김없이 ‘청구서’가 날아온다. 그 규모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재난을 막기 위한 예방비까지 더해지면서 ‘영수증’은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 재난이 지나간 뒤에는 피해 현장만큼이나 복잡한 계산이 시작된다. 무엇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피해액을 산정하고, 도로와 하천·주택 등 무너진 시설을 다시 복구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짠다.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 규모보다 복구에 들어가는 돈이 더 커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배보다 배꼽 지난해 발생한 대형 재난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경북·경남·울산을 덮친 대형 산불의 피해액은 1조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정부가 확정한 복구비는 1조8809억원으로 피해액보다 약 8000억원 많았다. 주택과 농·임업시설 등 사유시설 복구뿐 아니라 산림 복원과 공공시설 정비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집중호우가 남긴 계산서는 더 길었다. 7월16일부터 20일
[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1600호 특집에서 왜 기상청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기상청 관계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날씨 예보를 자주 틀린다는 뜻에서 생긴 오명 ‘구라청’도 그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가끔 중요한 일과를 앞두고, 혹은 매일 아침에 입을 옷을 고르면서. 다들 일기예보에 목을 매면서도 쉽사리 믿지 못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정말 기상청은 날씨를 잘 못 맞히는 걸까?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만에 경남 거제에 900㎜ 비가 쏟아졌다. 정점은 17일 새벽. 오전 1시32분부터 딱 한 시간 동안 124.5㎜가 내렸다. 1972년 거제에서 기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시간당 강수량 기준 최다 기록이다. 기상청은 이 1시간 강수량을 분석해 “2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비”라고 평가했다. 5분의 3 확률 곧장 기상청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실제 강수량은 애초 예보보다 약 4배 많았다. 당일 직전까지도 기상청은 과잉 예보로 비판을 받아왔다. 광복절 연휴, 정작 가장 위험했던 순간에는 오히려 너무 적게 예보했다. 200㎜짜리 재난과 900㎜짜리 재난은 대비 태세부터가 다르다. 옥포동에서는 산사태로 아파트 1층이 토사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비를 맞아도 그 무게는 다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보여준 반지하 침수 장면은 기후로 인한 빈부격차를 극단으로 보여준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에게 있어 폭우는 삶의 터전을 앗아간 재난이지만, 호화로운 단독주택에 사는 연교(조여정)에게는 그저 하룻밤 소동이었다. 오히려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던 연교는 천진난만하게 기택에게 말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없네요. 비 안 오면 어쩔 뻔했어?” 유엔(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가 발간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적고 기반 시설이 미비한 지역일수록 기후 위기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후 불평등’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양극화 2022년 기후 이상 현상이 한반도를 뒤덮었다. 서울과 경기 수원시 등은 사상 처음으로 ‘6월 열대야’를 맞이했고 8월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성인 허리만큼 차오른 빗물은 가장 먼저 사회적 약자를 덮쳤다. 그해 여름,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침수로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기후 위기는 한때 공짜였던 자원에 가격표를 붙이며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열었다. 생수는 물론 깨끗한 공기까지 돈을 내고 사는 시대. 이제는 그 누구도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옛이야기를 듣고 웃지 않는다. 대신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고 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 발전에 기꺼이 돈을 투자한다. 공장 굴뚝이 뿜는 탄소를 자원으로 바꾸고, AI로 기상 예측을 고도화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인간이 만든 위기를 인간의 기술로 되돌릴 수 있을까. 미국 텍사스 사막 한복판에 ‘세계에서 가장 큰 코’가 있다. 숨을 쉴 때마다 공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인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6년간 50만톤, 아마존은 10년간 25만톤 분량 탄소 제거 크레디트를 이미 계약해 뒀다. 완공도 안 된 시설의 탄소 제거 실적에 두 회사가 자본을 나눠 예약했다. 탄소 잡는 기술 세계에서 가장 큰 코의 정체는 스트라토스(Stratos). 퍼미안 분지에 지은 직접공기포집(DAC) 시설이다. 스트라토스는 올해 2분기 가동을 목표하고 있었다. 최종 점검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설비 하나가 말썽을 부렸다. 핵심 기술은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가동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외웠던 ‘지역 특산물 지도’를 다시 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구 사과’ ‘동해 오징어’처럼 지역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앞에서는 오랜 지역 특산물도 영원하지 않았다. 추위를 좋아하는 사과는 더 서늘한 북쪽을 찾아 올라가고, 망고는 한반도에 새 주소를 얻었으며, 따뜻해진 동해에는 새로운 물고기들이 자리 잡았다. 뜨거워진 땅과 바다를 따라 식재료는 고향을 떠나기 위해 하나둘 짐을 싸기 시작했다. 기후 위기는 어느새 우리 밥상 앞까지 와 있었다. 한때 대구는 ‘사과의 고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사과 재배지는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사과 재배면적은 1993년 3만6021ha에서 2023년 2만151ha로 44%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강원은 483ha에서 1679ha로 247% 증가했다. 강원 지역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사과 재배면적은 2005년 144ha에서 2024년 1748ha로 12배 이상 늘었다. 과거 영남에 집중됐던 사과 생산 기반이 점차 강원 등 북부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달라진 먹거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유엔이 기후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약 40년이 지났고, 그사이 기후 재앙은 인류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더 이상의 경고는 무의미하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가며 예측한 기후 이상 현상은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 시작은 ‘지구 온난화’였다. 1970년대 산업화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늘었고 이는 기온 상승 추세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기후변화였다. 온도 상승을 넘어 폭염, 폭우, 가뭄 등 기상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무너진 방어선 유엔이 기후 위기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시점은 1988년이다. 당시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지구 온난화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던 시절,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국제 규범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경각심을 깨우치기 위해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다른 쪽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다. 여름은 길어지고 밤은 식지 않으며, 산은 타고 바다는 뜨거워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 가뭄과 산불은 단순한 날씨의 변덕일까. 숫자가 보여주는 대한민국 기후 위기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최근 대한민국의 날씨는 한 가지 모습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한쪽에서는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이어진다. 기상청은 지난 7월 기후 특성을 분석하면서 ‘지역 양극화’가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언제부터 이상? 이번 여름도 이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동안 남부지방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 등 같은 시기 한반도 안에서 정반대의 기상현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강도, 지속 기간과 지역별 편차다. 장기간 축적된 관측 자료에서도 기온과 강수, 해수온을 비롯한 여러 기후 지표가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후는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매년 여름 체감하게 되는 ‘더위’다. 올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쉬었음’ ‘준비 중’ ‘숨 고르기’ ‘사회적 로그아웃’ 등 청년 ‘백수’를 가리키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바뀐 건 이들에 대한 배려를 담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 문제라는 인식도 포함했다. 사회적으로 돌봐야 할 대상으로 못 박은 듯한 느낌이다. 정말 30대의 잔치는 끝난 걸까. 올해 기준 30대는 1987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이 해당한다. 민주화 항쟁, IMF 외환위기, 2002 한일월드컵 등 사회의 큰 굴곡과 함께 성장했다. 또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던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온라인 문화 개척을 주도했다. 동시에 MZ세대(1981년~2011년생)의 핵심이다. 국가 차원 하지만 최근 들어 30대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취업이 어려운 것을 넘어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해도 ‘희망퇴직’ 대상으로 거론된다.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상황에서 눈앞이 깜깜해질 만하다. 그러다 보니 30대 사망 원인 부동의 1위는 수년째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다. 앞뒤 양옆이 벽으로 꽉꽉 막힌 것도 모자라 점차 좁혀오는 형국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더 이상 하나의 정답을 따라가지 않는 시대에 대한민국 30대의 생존 전략은 평생직장 대신 해외 이민과 공무원 시험, 창업과 N잡으로 흩어지고 있다. 고용 불안과 연금·주거 위기 속에서 “지금처럼 살아서는 30년 뒤를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현재의 30대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안정된 조직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현재의 30대는 더 많은 자유를 얻은 대신 그 선택의 위험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첫 세대가 됐다. 과거 대한민국의 30대는 비교적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해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승진과 결혼,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삶이 하나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의 30대는 더 이상 같은 궤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희미해졌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된 취업난과 채용 축소까지 겹치면서 기존의 경로에서 이탈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3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탈하거나 모색하거나 실제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30대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 255만5000명 중 청년층은 42만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이립(而立)은 30세를 일컫는 말이다. 서른 살이 된 이들은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불혹, 40세)에 이르기까지 10여년 동안 디디고 선 자리를 다져야 한다. 하지만 2026년 현재, 30대에게 주어진 사회의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 이들이 서 있을 곳은 어디인가. <일요시사>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30대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1996년·2026년 그들이 사는 법 ②벼랑 끝에 걸치다 ③극단의 세대 해법은? ④김옥란 센터장이 전한 고립 청년들의 질문들 ⑤젊은 정치인들 이야기 ⑥게속 바뀌는 생존 전략 ⑦도약할 준비는 끝났다 <webmast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기다려라, 곧 우리가 간다.” 인터뷰 도중 ‘현역 기득권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곧바로 돌아온 한마디다.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말에 뼈가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선거철마다 여야는 앞다퉈 개혁의 상징으로 청년 정치인을 앞세우지만, 막상 30대가 여의도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청년 정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잃을 게 없어 더욱 솔직했다. 김지수 대통령 직속 대한민국 국민통합위원회 위원(1986년생)·더불어민주당 김보미 강진 군의원(1989년생)·정진호 의정부 시의원(1995년생)의 이야기다. 그들은 취재진이 끼어들 틈도 없이 치열하게 토론하다가도 청년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재치 있는 말투로 서로의 혼을 쏙 빼놓더니 이내 깔깔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세 사람은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깨지고 좌절해도 또다시 도전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유난히 하늘이 푸르던 5월, <일요시사>가 여의도 국회에서 김지수·김보미·정진호를 만났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지수=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되고 싶은 김지수다. 2020년 비례대표 면접 탈락, 202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빨리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에게 지원을 요청해 후광을 빌리라”는 조언을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덮으면 덮은 것 같아도 덮어지지 않는다”면서 “선정을 베풀어 국민이 아끼는 대통령으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어당팔(어수룩해도 당수가 8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는 온화한 미소와 말투 속, 날카로운 정치적 대응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일요시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현 정국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황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근황은? ▲정치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원래 상임고문은 현안 관련 역할을 맡지 않는데, 지난 대선 이후 정국 혼란 때 여러 역할을 맡았다. 제가 일선에 있을 때와 달라져서 후배 정치인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는 걸 느꼈다. 여야 모두 힘든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얼마나 더 안타깝고 힘드시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틀에서 정치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는 원래 법조인으로, 제 천직이자 본업을 하면서 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국민 간도 보고, 당원 간도 보고, 윤석열 전 대통령 간도 보는 간동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수 태진아씨의 노래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두산 천지까지’를 인용하면서 “남북이 서로 왕복·소통하면서 살면 그게 평화”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만 83세의 고령이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왕성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그를 만나 현 정국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의장 선거 낙선 이후 차기 총선 출마 다짐을 밝혔다. 향후 정치활동 방향을 설명한다면? ▲제가 제 출마 여부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지역구(전남 해남·완도·진도)와 호남·서울에 계신 많은 분께서 박지원이 없는 정치는 좀 삭막했을 텐데, 앞으로 더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셨다. 다시 한번 출마해서 국회의장에 도전해 보라는 지역구 주민의 의견도 많았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도 세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그래서 도전해 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여기 제가 와도 되는 곳인가요?”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를 찾은 고립 청년들이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이다. 취업난과 관계 단절,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방 안으로 숨어들던 청년들은 어느새 30대가 돼있었다. <일요시사>는 김옥란 센터장을 만나 30대 고립 청년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업난과 주거 불안, 관계 단절과 번아웃이 겹치며 청년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와 단절된 채 방 안에 머무르는 ‘고립 청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번 사회와 멀어진 청년들은 다시 관계를 맺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다음은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 ▲고립 위기에 놓인 19세부터 39세까지 청년들의 회복을 돕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단순히 취업만을 목표로 두기보다 신체·정서·관계·자립 회복을 함께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고립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30대 청년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몇 년 전만 해도 센터를 찾는 청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두 번의 탄핵과 한 번의 계엄, 청년 세대를 불안으로 밀어 넣은 정치가 결국 업보를 돌려받았다. 청년이 극우·극좌라는 극단의 영역으로 나뉘면서 정치 양극화는 물론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한 것이다. 극우·극좌는 상대를 향한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 그 틀을 깨는 건 한 사람이 새로 태어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진보적인 목소리로 기득권에 저항하던 운동권 청년’은 옛말이 됐다. 대한민국이 초고속 성장을 이룬 지금, 청년들은 불공정, 미래 불확실성, 젠더 이슈, 무한 경쟁 등 온갖 갈등이 중첩된 삶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불만이 정치적 제도와 기득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극우·극좌라는 과잉 반응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닿지 못할 평행선 청년들이 극단적인 정치에 매몰되는 이유는 “역시 내가 옳았어”라는 자기 확신을 느끼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같은 성향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을 바라보는 색안경은 짙어진다. 극우에 있어 극좌는 “대한민국 공산당화에 앞장서는 사람”이며 극좌에 있어 극우는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는 척결 대상”으로 정의된다. 해외는 정치 양극화가 가져온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과거에는 “조금 늦더라도 결국 자리 잡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한때 한국 사회는 30대를 ‘성장의 시기’로 여겼다. 직장을 잡고, 가정을 꾸리고, 자산을 형성하며 삶을 안정시키는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의 30대는 다르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와 불안정한 노동, 치솟는 집값이 기본인 경쟁 사회 속에서 삶을 하나둘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은 물론 미래에 대한 기대감 자체를 내려놓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청년세대는 ‘3포세대’로 불렸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의미했다. 이후 포기하는 대상이 늘어나면서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 꿈과 희망까지 내려놓는다는 의미의 ‘N포세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벌어도 불안 놀아도 불안 그러나 최근 청년세대를 설명하는 분위기는 이보다 더 무겁다. 몇 가지를 포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와 단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새롭게 등장한 표현이 ‘사회적 로그아웃’이다. 극심한 경쟁과 취업난,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관계와 미래 계획을 하나씩 줄여나가다 결국 사회 바깥으로 밀려난 것을 의미한다. 무엇이 30대 청년들이
[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1991년생 성호씨(가명)가 직장을 그만둔 시기, 그와 서른 살 차이가 나는 아버지 1961년생 은상씨(가명)는 오래 해오던 일에서 은퇴 시점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들 부자는 유럽 섬나라 한 곳을 여행하기로 했다. 부자가 함께 이국땅에서 보낸 스물한 개 밤사이. 30년, 한 세대 차는 좁혀졌을까? 아들 성호씨는 4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막 나와 방황하던 시기였다. 한동안 “조직이 잘되면 나도 잘되는” 것이라 여기며 몸과 마음을 바쳤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조직과 사람에게 걸던 기대를 놓게 됐다. 그는 “동력 엔진이 꺼져버렸다”고 표현했다. 60년대생 평생직장 아버지 은상씨는 젊어서부터 영업 일을 해왔다. 지방 출장이 잦아 집을 며칠씩 비우는 일이 왕왕 있었다. 성호씨는 어렸을 때 젊은 아버지가 무슨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일하는 아버지를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듯하다고 했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부자는 여행을 떠났다. 성호씨는 몇 번인가 이미 여행한 곳이었기에 익숙한 그 섬에 아버지와 가고 싶었다. 여행하면서 부자는 여행지에도, 날씨에도, 서로에게도 더 익숙해질 수 있었다. 1961년, 소련(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