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누가 되든 큰 희망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의 가장 큰 화두였던 ‘의대 정원’ 문제가 새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지난해 의료계는 물론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는 모양새다. 동시에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의료 붕괴인가, 대변혁인가.

지난해 2월 윤석열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3058명으로 십수년 간 유지돼온 의대 정원을 단숨에 60%나 증원한다는 소식에 전공의, 개원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계가 전부 들고 일어났다. 휴직, 사직, 휴학, 파업 등 의료계는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조리 사용했다.

철학·돈 개념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를 언급하면서 ‘처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1년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얼마만큼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으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윤정부의 의료정책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의 의료정책 중 가장 나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역사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완전히 망가뜨렸기 때문에 새로 만들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정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협의 정책을 생산하는 기관이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협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그랜드플랜을 짜는 곳이다. 우 전 원장은 “의료정책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 이필수 전 회장의 선거 캠프서 핵심 참모를 맡았는데 이 전 회장의 당선 이후 의료정책연구원장을 하겠다고 자원했다”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일본을 많이 연구한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본 의료제도의 시작과 발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정부 주도로 의료제도가 도입되고 시행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의사가 의료정책 수립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개혁의 주체가 다른 부분이 한일 양국의 의료제도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우 전 원장은 “일본은 1000엔권 표지 인물로 기타자토 시바사부로라는 의사를 새겼다. 세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의사로 감염병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일본이 과학자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리학, 성리학 교조주의가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의대 정원 문제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료제서 비롯한 경직된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관료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국가를 개조한 건 맞지만 지금 시대에 이르러서는 그 문화가 너무 경직돼있어 AI 등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관료제가 국가 발전의 장애물이 된 상황이라고도 했다.

부실한 땅에 지진 왔다
고통의 시간 감내해야

우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에는 세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부족하고, 또 세 가지가 과하다”고 말했다. 먼저 철학도, 정의도, 경제 관념도 없다면서 ‘3무(無)’를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의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시장 경제 방식이 있는 반면, 영국은 사회주의 의료를 택했다.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국은 국가가 의료와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일념으로 의료기관과 사회복지시설을 인수했다. 정부가 운영 주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유신정권 때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과정서 어떤 국민적 동의도 받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인 게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완벽한 사회주의다. 실제 사회주의 의료를 할 거였으면 국가가 투자해서 병원을 인수했어야 했는데, 우리나라는 공급자가 모든 걸 투자하는 구조다. 개업할 때 국가가 돈 내주나? 의대생에게 지원금이 있나? 전공의 수련할 때는 또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저수가, 저보험료, 저급여 등 ‘3저(低)’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의사들이 비급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서 병원을 운영하려면 다른 돈벌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비급여라는 것이다. 우 전 원장은 비급여를 ‘인공호흡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요양병원협회 춘계 학술대회서 ‘차라리 국가에서 다 인수해 운영하라. 왜 우리(의사)한테 짐을 다 떠맡겨 놓고 너네(정부)는 규제만 하느냐’는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이 서 있는 땅 자체가 이미 부실한 상태인데 여기에 지진이 난 상황”이라고 다시 한번 꼬집었다.

세 가지 과한 부분, 즉 ‘3과(過)’로는 징벌, 규제, 포퓰리즘 등을 지목했다.

우 전 원장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거나 고의로 환자를 사망하도록 한 게 아닌데도 환자가 죽었다고 의사를 처벌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의사가 의학적 지식을 갖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불가항력이 있을 수 있다. 그것까지 처벌하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가 엄청나게 많다. 축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선수 11명이 뛰면 주심, 부심 등 심판이 3명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는 심판이 너무 많다. 심판이 많을수록 흐름은 끊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침체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정치인들이 의사를 득표의 도구로 보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학병원이 수련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로 넘어간 ‘의대 정원’
또다시 변곡점 맞는 모양새

그는 “우리나라만큼 대학병원의 분원이 많은 나라가 없다. 대학병원은 병상을 늘려서 돈을 벌기 위해, 정치인은 치적을 쌓기 위해 전국 곳곳에 분원을 만든다. 이게 얼마나 포퓰리즘인가”라고 한탄했다.

우 전 원장은 이 모든 상황이 맞물려 의대 증원이라는 최악의 정책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린다고 지역 의료가 활성화될 것도 아니고 필수 의료가 되살아날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것도 자신들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노예’처럼 굴리는 현 시스템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원장은 “지역 의사제를 할 게 아니라 지역 환자제를 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때 진료권을 없애면서 환자가 서울로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현상을 타개하려면 환자를 지역에 묶어둬야 한다. 그러면 의사에게 지역으로 가지 말라고 해도 가게 돼있다. 또 지역의 의료기관서 진료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전 원장은 국민연금이 젊은 세대의 미래를 ‘삶아 먹으면서’ 지탱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그 ‘시간차’조차 없다고 말했다. 재정이 고갈되면 즉각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비현실적이고 지탱하기 어려운 구도를 가져갈 수 없으니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을 줄이고 수련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미래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전문의를 길러내는 곳이 돼야 한다. 전공의를 지금 당장 써먹을 일회용 접시 정도로 생각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 의료의 대가 끊기는 것”이라고 했다.

우 전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 상황은 효율성이 제로다. 돈 있는 사람이 돈 쓰는 걸 막으면 안 된다. 그들이 쓴 돈을 가지고 의료 접근도가 낮은 20%를 확실하게 돌보는 게 더 낫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는 유명한 의사를 만나기 위해 돈을 낸다. 사회주의 국가는 어떨까? 권력을 쓴다. 어떤 게 더 정의로운가”라고 강조했다.

정의도 없다

하지만 우 전 원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고 털어놨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현 상황에 이르는 과정서 발생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가 감당해야 할 게 많아질수록 국민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상황이) 별로 희망적이진 않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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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