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담> 윤여준이 보는 혼란 속 희망

“지금 고통은 민주주의 성장통”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두 번의 탄핵과 한 번의 계엄을 겪었다. 일어서고 좌절하기를 반복하면서 경제는 휘청였고 정치 양극화는 고점을 찍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시작으로 정치사의 명과 암을 모두 지켜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그럼에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 전 장관이 본 희망은 이 모든 걸 겪고도 다시 일어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회복력이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정치 인생은 좌우 이념을 가리지 않는다.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 국회, 선거 등 크고 작은 나랏일을 함께하며 30년 넘게 국정 운영에 관여했다.

1994년 김영삼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 겸 공보수석을 지낸 그는 1997년 제4대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으며 1998년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제갈공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 한나라당의 제16대 총선을 시작으로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캠프 공동선대위원장, 2012년 문재인 후보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 2014년 안철수 의원이 이끈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차례로 지냈다.

지난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온 윤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본 뒤 “이 대통령 밑에서 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국정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던 윤 전 장관은 ‘보수 책사’로 통한다. 그러나 막상 그는 이 같은 별명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 했다. <일요시사>와 인터뷰 도중 “보수 책사이시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양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책사가 아니라고 10년째 말하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그러네. 책사라는 단어를 빼달라고 매번 말해도 늘 기사에 넣더라고. 지금은 국민을 설득하는 시대지, 속이는 시대가 아니에요. 책사는 꾀를 내거나 어두운 지혜를 쓰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 시대에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지. 어떻게 주권자를 속일 수가 있나.”

다사다난한 한 해의 끝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윤 전 장관은 책사가 아닌 국민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통치자’이자 ‘전략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전 장관의 일문일답.

-2025년은 격변의 해였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

▲숙명인지 모르겠으나 근래에 항상 격랑하고 격변하는 세월을 보냈다. 국민도 상당이 이골이 난 것 같다. 지난 1년간 한국에 일어난 일은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엄청난 사건의 연속이다.

예전부터 우리 백성이 평온한 삶을 살았던 적이 별로 없다. 나라 자체가 분단국가이지 않은가? 그래도 긍정적으로 본다면 우리 국민은 웬만한 위기에는 까닥하지 않는다. 이미 탄핵을 겪은 만큼 올해 사건들을 보통 예사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마음이 아프다.

-도서 <대통령의 자격>을 집필하셨다.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통치 역량)’를 강조했는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국가를 통치하는 기본 역량은 공공성이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의 연대 의식을 일으키는 핵심 가치다. 기본 역량은 변하지 않지만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겠다. 태어날 때부터 이를 습득할 수는 없겠지만, 과정은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 역사가 긴 나라에서는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탄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 과정이 생략됐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전 대통령 같은 인물이 등장한 것이다. 윤석열정부와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국민이 많은 걸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어느 시대에도 인재는 있다”고 하셨는데….

▲이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 필요해서 나온 사람들이다. 본인의 역할이 있고 잘난 놈들만 역할이 있는 게 아니다.

-윤 전 대통령도 국민이 뽑은 권력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대통령은 당선 이후가 더 중요하다. 후보들은 당선되는 데에만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되고자 하는 사람은 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된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이 그런 실력을 갖췄는지, 이론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가 이뤄지면 국정이 망가지고 스스로가 망가진다.

대한민국은 규모에 비해 굉장히 다스리기 어려운 나라다. 사회가 다원화돼있고 국민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를 소홀히 하고 “감히 내가 누구인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그런 생각으로 나라를 통치한 사람들의 말로를 지켜봤다.

-6·3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캠프의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셨다. 선거 기간 동안 바라본 이 후보는 어떤 사람이었나?

▲이재명 대통령과 처음 만난 건 그가 성남시장을 할 때였다.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물어보니 점심을 같이하자는 연락이었다. 가게 구석에 둘이 앉아서 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그는 나에게 국정에 대한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고, 꽤 재밌게 대화한 기억이 난다.

대통령 기본 역량은 윤리와 공공성
이, 도덕성 신경 쓰면 훌륭한 지도자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을 평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은 자기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다. 지적과 수정을 받아들이는 그릇을 갖췄다. 지도자는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이재명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윤석열정부 이후 등장한 만큼 이 대통령의 책임이 무거워 보인다. 도덕성과 효율성, 두가지의 가치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장동 등 이 대통령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이 대통령은 근래 등장한 사람 중 가장 행정력이 뛰어나다.

윤 전 대통령이 파탄 낸 국정을 빠르게 정상궤도로 올렸다. 그렇기에 효율성과 도덕성 두 가지를 놓고 극단적으로 선택하라고 했을 때 나는 효율성을 택할 것이다.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대한민국 정서 특성상 효율성만 강조해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지 않을까?

▲ 도덕군자란 무엇인가? 나만 잘살고 나라를 망가지게 두면 그것을 어떻게 훌륭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에게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 정부를 통해 망가진 대한민국 국정을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대통령이 도덕성을 신경 쓰면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본다. 이후에 등장할 대통령에 대한 기준치도 높인 셈이다. 국민의 눈높이가 올라갔으니, 후임자 역시 그에 걸맞은 사람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물리적인 규모는 큰 나라가 아닐지 몰라도 잠재 능력은 몹시 크다. 워낙 국민적 역량이 뛰어나고 다양성을 갖춘 나라인데, 일부 정치인은 대통령이 돼 권력만 잡으면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한다. 어림도 없는 일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여전히 이 대통령의 ‘비호감’ 프레임이 짙다.

▲국민이 원하는데 대통령이 봤을 때 옳지 않은 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도자는 자기의 반대편에 선 다수의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탁월한 리더십과 신뢰를 갖춰야 한다. 정도를 걸으면서 이 모든 걸 갖추는 게 쉽지는 않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대한민국을 비극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은 크게 통치하고 다스리는 것인데, 제왕적이지 않은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꼭 제왕적이라야만 대통령 되는 건 아니다. 권력의 속성은 ‘집중’과 ‘연장’이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이를 절제하고 욕망을 누르면서 국가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국민 다수의 의사가 효과적으로 반영되면 우리는 통상 민주적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가치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돼야 한다. 평생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이들도 권력을 잡으면 제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물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정치 운영 방식에 따른 차이인데 민주주의를 하나의 굳어진 제도와 체제로 받아들이면서 생긴 오류라고 생각한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는 매 순간 권력의 유혹을 마주할 것 같다.

▲실제로 많이 느낄 것이다. 권력을 잡는다는 건 사람을 마취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 마취 효과를 이겨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국민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리를 쉽게 봐서는 안 된다.

-국민의 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그들로부터 형성된 여론이 정치권에 잘 반영되고 있다고 보는지?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처럼 포장되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그렇게 치부하는 것이 권력자의 입장에서 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역량이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어떤 권력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고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도적, 문화적으로 정착하는 때가 올 것이다.

좌절 반복…그래도 희망적인 이유?
“다시 일어난 국민, 버텨낸 기업”

-민주당 등 범여권은 ‘내란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내란 청산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여론은 내란 세력을 청산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척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척결은 하나의 과정이고, 이후 어떤 국가를 건설할 건지 계획하는 과정에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지도자는 국민의 동의를 얻은 목표를 직접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행정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힘의 상황이 좋지 않다. 여론을 쇄신하는 방법이 있을까? 보수 진영에 오래 몸담았던 만큼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당연히 고민한다. 문제는 우리가 고민하는 것만큼 국민의힘도 고민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한 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길로 향하고 있고, 지금의 우리는 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걸 거쳐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민주주의에 도달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과정은 성숙한 사회로 향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필수적인 길목으로, 절대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단국가인 데다 경제적 어려움마저 겪어 ‘가능한 한 빨리 혼란을 극복하자’는 염원이 있는 것이지 단숨에 평화로운 사회로 거듭나는 법은 없다.

-윤 어게인(Yoon Again)이 국민의힘을 휘두르는 지금 보수를 일으킬 새 인물이 등장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하고, 빠를수록 좋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한쪽 세력이 올바르게 서야 다른 한쪽도 따라 서게 된다. 정권을 놓고 경쟁하는 세력이니 당연한 말이다.

-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해로 정치권에도 역시 많은 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해를 맞아 국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23대 총선이 한참 남지 않았나. 현역인 국회의원 한 명 한 명 붙잡고 바뀌라고 애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의석 그대로 다음 총선까지 가야 한다. 그래도 비관적으로 보지 말자는 이야기다. 우리는 성숙한 사회로 향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뼈를 깎는 대가를 줄이려 노력은 하겠지만 지금의 고통 역시 필요한 시간이다.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말자고 하셨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품을 일이 있는지?

▲나는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이든 희망을 놓지 않고 산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그런 시스템을 제도로 갖추면 나라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은 비슷한 어려움을 수없이 겪었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의 국가를 만들었다. 보통 능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지금 경제체제가 유지되고 있지 않나. 민생은 경제고, 경제는 국력의 바탕이다. 경제가 망가지면 국가가 무슨 소용인가? 반복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은 굉장히 잘 해줬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부도가 나기는커녕 성장한 곳도 있다. 새삼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2026년 새해를 맞아 국민에게 덕담 한마디 부탁드린다.

▲희망을 품자고 말했지만 국민도 지친 것 같다. ‘이번 국면만 지나면 좀 낫겠지’ 했더니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한때 정치권에 몸을 담았던 고위 관료로서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주 크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워낙 총명하다. 혼란의 시기도 언젠가는 지난다. 그날이 오면 국가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될 것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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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가조작 사건이 현직 경찰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시세조종 사건으로 시작됐던 수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뒤를 경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경찰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직접 보도자료까지 배포할 정도로 이례적인 규모의 사건이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 제도를 활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약 3개월 만에 시세조종 조직의 구조와 자금 흐름, 경찰 상대 청탁 정황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30억원의 주인이자, 투자자로 알려진 차모씨가 자진 신고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 사건으로 지칭했다. 자진 신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자칭 영화 <작전> 실제 모델이라고 주장해 온 시세조종 전문가 김모씨(이하, 작전주 김씨)가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대신증권 부장 출신 전모씨,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모씨, 전직 축구선수 김모씨까지 가세한 조직형 범행이었다. 김씨는 과거 승부조작을 주도해 선수직을 박탈당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 특정 종목을 타깃으로 삼아 차명계좌와 대포폰, 현금 30억원 등을 동원해 본격적인 시세조종에 나섰다. 검찰은 실제로 현금 30억원이 담긴 캐리어가 대신증권 사무실로 전달되는 장면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식 거래를 둘러싸고 30억원대 현금 이동과 차명계좌 운용, 반대매매, 투자금 반환 분쟁 등이 얽힌 정황이 담긴 내부 조사 자료가 확인됐다. 지난 3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현금 전달부터 다수 명의 계좌 개설, 투자자문사와의 주식 양수도 계약, 수십억원대 자금 이동, 이후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재돼있다. 본지가 확보한 ‘조사 기초자료’에 따르면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노원역 인근 한 카페에서 차모씨는 “코스닥 상장사 씨유박스 만기 전환사채(CB) 70억원을 인수할 수 있으며, 20억원 상당의 권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구조가 변경되며 70억원 전체 인수가 아닌 일부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차씨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논의는 듀오백 주식 거래로 이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2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차씨는 “듀오백 2대 주주가 보유한 200만주를 주당 2700원, 총 54억원에 인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54억원 규모 인수 자금과 별도로 30억원의 주식 매수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기록됐다. 차씨의 지인 문모씨는 2024년 8월경부터 김씨의 사무실을 오가며 관련 정보를 듣고 있었다.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보통주 200만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 현금 이동은 같은 달 27일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에는 지난해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서 전직 야구선수 김모씨와 문씨가 대신증권 전 부장 전모씨 및 작전주 김씨에게 30억원을 전달했다고 기재돼있다. 형태는 ‘여행용 슈트케이스 및 쇼핑백’으로 적시됐다. 자금을 4인 명의 계좌로 나눠 입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텔레그램을 통해 계약자 4인의 명의로 전씨에게 일체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파일이 전달됐으며, 작전주 김씨의 부인 송씨·양정원의 사촌동생 김모씨와 소모씨, 그리고 이모씨 등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도 이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30억 중 7억만 돌려받은 현금 주인 폭로 반대매매 발생 후 투자금 손배소로 번져 자료에는 “대신증권에서는 현금 보관이 불가능하다고 해 작전주 김씨가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후 자금은 금융기관을 통해 입고됐다. 지난 2025년 1월3일 새마을금고 영등포본동지점에서 차명주 A씨의 명의로 현금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또 문씨에게 은행 입고 사실을 전달했다는 기록도 포함됐다. 본격적인 계약은 지난 1월14일 진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날 방배동 스타벅스에서 앨터스투자자문과 계약을 위한 사전 미팅이 진행됐다. 당시 최초 54억원 지급 계획과 관련해 양정원 남편 이씨가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고, 30억원 중 일부 자금으로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주식 150만주를 우선 계약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앨터스투자자문 사무실에서는 150만주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자료에는 4명의 차명주 명의로 각각 37만5000주씩 계약이 진행됐다. 이씨는 양정원 사촌동생 소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야구선수 김씨는 차씨의 부인 송씨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적혀 있다. 계약 상대방은 앨터스투자자문 회장 유영근이다. 이 과정에서 보유 주식 수량이 부족해 추가 매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계약 체결일은 2025년 1월15일 자로 작성됐다. 또 앨터스투자자문 고객 4인이 보유한 총 49만5000주에 대해 차명주 A씨와 별도의 양수도 계약도 체결된 것으로 정리돼있다. 실제로 자금 이체도 이뤄졌다. 같은 해 1월15일 A씨는 150만주 계약금 명목으로 각 5062만5000원씩 총 2억250만원을 앨터스투자자문에 송금했다. 같은 날 49만5000주 계약금 10%에 해당하는 총 1억3365만원도 지급됐다. 세부 내역에는 B씨 3만5000주 945만원, C씨 8만주 2160만원, D씨 15만주 4050만원, E씨 23만주 6210만원 등이 기재됐다. 이들의 수법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 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배수 계좌주는 전 축구선수 김씨로 알려졌다.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고가 매수 주문 등을 반복하며 듀오백 주가는 단기간 급등했다. 1900원대였던 주식은 장중 4000원 이상까지 치솟았고, 거래량도 최대 400배 가까이 폭증했다. 검찰은 이들이 최소 2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세조종 거래를 벌여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월17일에는 대신증권 차명주 김씨의 계좌에서 양정원에게 2억원이 송금됐고, 같은 날 소씨 계좌에서는 문씨에게 1억원이 송금됐다. 이후에도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후 주가 흐름과 반대매매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는 2025년 3월경 반대매매가 발생했다고 기재돼있다. 이후 차씨가 30억원 반환을 요구했고, 이씨 측은 듀오백 인수 구조와 120억원 규모 코인 자금, 향후 주가 목표 등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특히 자료에는 “목표가 8000원”, “최종적으로 1만7000원”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자료에는 차씨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뚜렷한 줄기 나왔는데 놓아준 경찰? 유착 정황 포착···인적 쇄신으로 끝? 실제로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로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제보에 따르면, “이씨 측에서 차씨에게 반환한 현금은 7억원가량”이라며 “23억을 못 돌려받으면서 차씨가 반환을 요구하면서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증권 내부 감사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2025년 5월 대신증권 감사실에 관련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전씨에 대해 정직 6개월 조치가 내려졌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자료 마지막 부분에는 차씨가 대신증권 외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이자 양정원의 남편 이씨가 서울 강남권 경찰 관계자들에게 각종 형사사건 무마 청탁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씨가 과거 양정원이 연루된 사기 사건 해결을 부탁하며 현직 경찰관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소 사실에는 경찰관들에게 유흥주점 접대를 제공하고 금품까지 건넨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선상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강남경찰서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은 강남서의 수사·형사과 인력을 전원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수사라인 교체는 강남서 소속 송 모 경감이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오후 상반기 경정급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강남서 신임 수사 1과장 자리에는 경북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손재만 경정이, 수사 2·3과장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유민재·채명철 경정이 맡는다. 형사 라인의 경우 1과장에는 김원삼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1과장이, 2과장에는 염태진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각각 자리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11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착 의혹과 관련 강남권 수사 부사에서 경정·경감급에 대한 근무 기강을 포함한 내부 평가를 고려해 순환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서 수사 라인 물갈이는 2019년 ‘버닝썬’ 사태 후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강남서는 최근 강남권 외 경찰서 수사 경력자 등을 지원 조건으로 하는 ‘수사·형사과 보직 공모’를 경찰 내부적으로 공고했다. 경감을 대상으로 한 두 자릿수 모집이다. 버닝썬 후 최대 물갈이 공고에 따르면 팀원·팀장을 구분해서 모집하지만 강남권 경찰서 5곳(강남·서초·송파·방배·수서) 이외 26개 관서에서 근무 중인 경감이어야 한다는 게 필수 조건으로 내걸렸다. 이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수사 과정에서 그가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청 소속 A 경정을 통해 당시 강남서 수사1과 팀장이던 송 경감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고,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