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참되거라 바르거라? 교실은 공포의 공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치던 교실은 공포의 공간이 됐다. 서이초등학교 사건부터 시작해 연달아 터지는 교사들의 비보에도 끊이지 않는 교권 침해에 교사들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교사라는 직업이 지금은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우러러보던 스승의 은혜는 이젠 하늘이 아닌 땅을 향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건들의 후 조치로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서 교사들이 느끼는 상황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함께 대한민국 교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다음은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나?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전국 단위 교과별·급별 노동조합 9개와 지역 단위 16개 조합이 연합한 조직이다. 현재 총 조합원 수는 약 12만5000명 정도다. 지역 단위 노조는 지역 교육청을 상대로 단체교섭, 지역 교육 현안 대응, 정책 제안, 교사 민원 상담, 고충 해결, 교권 보호 활동 등의 일을 하고 있고, 전국 단위 노조는 연맹을 통해 교육부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며, 교육제도와 교육환경 개선, 교사 정책 제안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고교학점제가 문제 되는 구체적인 이유는?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점 이수로 졸업하는 제도다. 과목별 출석률과 성적을 기준으로 이수 여부를 판별해 3년 동안 192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 담임제 폐지, 행정 지원 시스템 등 근본적인 학교 운영 방식이 대폭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현장에 무리하게 적용되면서 교사들의 업무 부담과 그로 인한 교육의 질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교육부는 미이수 학생의 졸업 요건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성적을 기준으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 있는지 묻고 싶다.

또,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줄 세우기식 내신 상대평가와 입시제도는 그대로다. 이런 상황서 학생들은 진로와 적성이 아닌 여전히 내신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과목 편성으로 선택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학생과 교사 모두의 부담만 가중됐을 뿐이다.

-교원·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박탈로 생기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정치 기본권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교사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근무 시간 외에도 정치적 의사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 SNS서 ‘좋아요’를 누른 것만으로도 징계나 감사를 받는 사례가 많아, 정치적 위축감이 크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도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교사들이 조심스럽게 대응할 수밖에 없고, 그런 현장의 어려움은 계속돼왔다.

또 교육 자치와 관련한 조례나 정책 결정 과정서도 교사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이권 단체들의 입장에 밀려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이 효능감을 잃고, “우리가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가 퍼지고 있다. 교육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은 매우 정치적인 공간이 됐고, 정치 기본권이 없는 교사만 소외된 상태서 교육정책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말해도 바뀌지 않아”
효능감 잃은 교사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이 확보됐다고 느끼나? 혹은 변화된 점이 있는지?


▲각종 제도는 많이 들어왔는데 실효성이 있느냐를 따지려면 결국은 현장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거의 다 시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제도적으로 의무 조항이나 처벌 조항이 있는 것들만 그나마 변화가 느껴지는 수준이다.

반면 예산이 없어서 안 되는 경우나, 강제성이 없어서 번거롭게만 느껴지는 부분들은 여전히 흐지부지되고 있다. 법 제도나 지원 제도 자체는 복합적으로 강화된 면이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 예를 들어 교사의 사기나 근본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 처벌 조항이 생기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장서 체감하는 정도는 크지 않은 것 같다.

-교권 침해에 대한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교권은 교사의 권한이나 특권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직결된 권리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가르칠 권리가 무너지면 수업이 무너진다. 교사 일이 다수를 지도해야 하기에 정서·학습 지원과 의료적·제도적 인력 지원이 더욱 세분화돼야 한다. 학교 현장은 지역·학생구성·교사 환경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이고 경직된 예산과 제도로는 대응이 어렵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은 여전히 복지와 지원서 소외돼있고, 자율성도 부족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성과 중심으로 교육 현장 정책을 수립할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실제 어려움을 세세하게 경청하고, 자율성과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교사들은 현 상황을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만큼, 교육 예산과 인력 지원은 학생과 사회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현 시점서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교직 사회의 문제가 있다면?

▲교직이 더 이상 행복한 일이 아니라고 인식되는 것 자체가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교대·사범대 기피는 공교육 붕괴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교육은 사회의 기본 안전망이자 핵심 인프라인데, 지금 교직은 기피·슬럼화되고 있고, 이는 교사 처우와 사회적 인식의 문제라고 본다.

사교육 시장은 팽창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 속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공교육은 학업뿐 아니라 공동체 가치와 인성 교육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제도가 당장 바뀌기 어렵다면, 교육 노동 환경부터 바뀌어야 입시 경쟁이 완화될 수 있고, 나아가 노동에 대한 사회 인식과 조건이 변화해야, 아이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존중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신규 교사 이탈 심각하다”
“교육 환경부터 변화해야”

-과거와 비교해서 최근 교사들의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

▲최근 몇 년 사이 교사 이직률이 급격히 증가했고, 특히 신규 교사들의 조기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생활지도와 민원 대응 부담이 커졌고, 사소한 분쟁도 법적 문제로 이어지면서 교사들이 위축되고 있다. 녹음되는 교실, 감시받는 환경,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행복하게 가르친다’는 감각을 잃고 있다.

교사의 정신과 상담 비율이 늘고 있고, 방학에도 연수 등으로 실질적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교사는 인간이자 노동자인데, 지금은 정신적 산재 수준의 피로 속에서 일하고 있다. 교사의 휴식권과 심리적 안정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공감이 절실하다.


-앞서 말한 교직 사회의 문제들은 어떤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주요 위원회에 교사 위원이 전혀 없어, 교직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현장 목소리가 빠진 상태서 처우나 제도 개선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직업으로서 교사 기피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책 결정 구조에 교사 등 당사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학교는 교육보다 법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어,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이 거의 사라졌다. 모든 사안이 행정 절차나 소송으로 흘러가고, 교사는 점점 무력해지고 우울해지고 있다. 교육 문제는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까지 법으로만 처리되면, 교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학생도 잘못된 메시지를 학습하게 된다. 교사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교육계의 판단권 역시 지켜야 한다.

-끝으로 차기 대통령 또는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육계는 정치 기본권이 없기 때문에 공무원 처우 개선도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교육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교사만을 위한 문제가 아닌, 국가의 행정과 교육의 미래를 위한 문제다.

교사가 주체성을 갖고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며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진정성과 열정이 되살아나고, 교육도 진짜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사의 자발성과 에너지를 다시 일으켜줄 수 있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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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