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초대석> 나라의 진짜 어른을 모시다 - 김상근 목사의 희망 메시지

“누가 뭐래도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0개월이 흘렀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을 거치면서 ‘무정부’ 상태에서는 벗어났다. 표면상으로는 안정기에 접어든 모양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격랑의 시대’ 그 자체다. 정치색, 세대, 성, 지역 등 나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혼란을 잠재울 방법을 찾아 종교계 큰 어른을 만났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에서 김상근 목사를 만났다. <일요시사> 취재진이 먼저 기사연에 도착해 김 목사를 기다리는데 입구 쪽에서 ‘으쌰, 으쌰’ 하는 기합 소리가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김 목사가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는 소리였다.

사법부 늑장
갈라진 합의

지팡이를 팔에 걸고 한 칸씩 천천히 발을 디뎌 계단을 다 내려오는데 들린 ‘으쌰’ 소리는 열 번 정도였다. 차는 숨을 고르면서 김 목사는 방석 두 개를 덧댄 뒤 의자에 앉았다.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걸을 뿐 여든이 넘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활력이 넘쳤다. 인터뷰 장소까지는 직접 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계 민주화운동의 원로다. 김대중정부 시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 시기에 공직을 맡는 등 진보 정권에서 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고 홈플러스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등 여전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사회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따뜻한 덕담을 해주신다는 생각으로 말해줬으면 한다’는 기자에게 김 목사는 환히 웃으면서도 “덕담할 때가 아니야”라는 뼈있는 말을 던졌다. 지난해 12월3일, 전 국민을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비상계엄 사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김 목사는 현재 사회를 “상식이 붕괴하면서 오는 혼란과 갈등이 매일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가진 상식, 그게 모여서 사회적 상식이 된다. 일종의 사회적 합의인데, 그 큰 합의가 현재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와 10개월이 지난 현재를 언급했다. 그는 “계엄령이 선포될 당시 전 국민이 그 모습을 봤다. 그때는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이 ‘이건 대한민국이 아니다. 내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계엄군으로 출동한 이들도 머뭇거리지 않았나. 어떤 군인은 철수할 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게 상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10개월이 지나도록 당시 국민이 생각했던 상식이 입증되지 않으면서 의견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이 잘못됐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상식이 붕괴한 것”이라며 “비상계엄 사태 직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윤석열의 정당성,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짚었다.

비상계엄 사태 지나면서
상식 붕괴하고 혼란 가중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극우 바람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일부 정치 세력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등에 업은 정치 세력이 지역주의에 편승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미국에서 불고 있는 극우 바람, 마가 바람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바람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 절대주의’ ‘숭미주의’를 배경으로 미국 것을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어서다. 우리나라 문제를 가지고 열리는 집회에 왜 성조기가 등장하나? 문제는 그들이 큰 정치 세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미국발 극우 바람이 우리나라 젊은 층에 스며들고 있는 부분을 우려했다. 김 목사는 “과거에는 본인이 노력하고 애쓰면 개천에서도 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천에서 태어나서는 용이 될 수 없다. 이 절망감이 폭력적인 형태로 분출한 게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상층부를 구성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특목고를 나왔거나 강남에 살거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과거에 저명 인사여서 경제적으로 탄탄한 배경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사람들이 서울대 법대를 가고 상층부를 구성한다. 이들은 개천 근처에 간 적도 없고 심지어 개천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어떻겠나? 특목고도 나오지 못했고 강남에 살지도 않고 아버지가 부자도 아니다. 그런 이들이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국가 기관을 때려 부쉈다. ‘아무개 판사 나와!’ 하고 소리도 질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포옹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잘못된 성취감이 심어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목사는 정치권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발
극우 바람

그는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지연, 학연 등이 영향을 끼치니까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나. 그런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니까 정말 소위 말하는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강남 출신 이런 사람들만 취업이 되는 것”이라며 “개천 사람은 취업할 수 없다. 정치권이 20대, 30대를 위한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노력하고 애쓰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현재 2030세대가 밟고 올라갈 사다리가 끊어진 상태라고 봤다. 그는 “정치권에서 아주 집중적으로 이 젊은 세대가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갈등을 증폭하는 식으로 이끌고 있다. 그러면 정말 답이 없다”고 우려했다.

아직 손을 쓸 수 있는 시기인지를 묻자 김 목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다 “지금 사회가 혼란스럽고 국민이 갈라져 있으니까 대통령도, 정치권도 통합을 말한다. 하지만 통합은 마지막 골(goal)이지 과정이나 수단이 아니다. 통합까지 가는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고민해야 하는 주체가 정치권이다. 그리고 사회적 숙의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정치권이 현안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 한쪽이 안건을 내면 다른 한쪽은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게 아니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필요하면 국민자문단이나 시민단체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대, 30대가 왜 서부지법에 쳐들어갔고 그 사람들이 왜 부화뇌동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숙의 과정을 거치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건 정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목사는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라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꿈을 꾸는 사람조차 없다. 지금은 집단지성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봐도 과하지 않다”며 “정치권이 엉뚱한 생각을 해야 한다. 통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엉뚱한 생각,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생각하는 통합은 무엇일까? 그는 모든 국민이 한 가지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은 ‘독재’라고 잘라 말했다.

마라톤 뛰듯
장기적으로

그는 “다수의 의견에 소수가 동의하는 것, 다수가 합의점을 냈을 때 그 의견에 승복하는 게 바로 통합이다. 가장 좋은 예가 국회다. 국회가 안건을 표결로 결정하면 그게 통합이다. 숙의, 집단지성을 창출하는 과정 없이 거수로만 해서 다수의 폭력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다수당이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덤비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은 그가 토론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들으면 여러 차례 되묻고 생각하고 판단했다. 반대를 뭉개버리는 게 아니라 곱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경청을 잘한다. 각계각층 사람들과 토론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듣는다. 국무회의에서도 ‘아무개 장관 말해봐라’ ‘자유롭게 말해라’라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수용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자칫하면 대통령의 의견에 아무도 반대를 말하지 않는 분위기에 갇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이견을 듣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회 상황과 정치권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쓴소리하던 김 목사는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느냐는 말에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꼰대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웃으면서도 “성경 말씀에 ‘구하고 두드리고 열어라’라는 가르침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저앉지 말고 계속 뭔가를 찾고 탐구하고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꽉 채우는 길이의 글에도 벌떡증을 일으킨다. 그저 ‘쇼츠, 쇼츠, 쇼츠’에 매몰돼있다. 방에 틀어박혀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게임만 하지 말고, 그 손바닥만 한 세계에 갇히지 말고 긴 글도 읽어 버릇하면서 정말 구하고 두드리고 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젊은 세대 절망 달랠
정치권의 역할 중요”

김 목사는 “정치권에서 해법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를 ‘쇼츠’ 방식으로만 해서 그렇다. 뭐만 하면 ‘입법’ ‘입법’을 외친다. 멀리 보고 길게 보면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이 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다 단거리 달리기만 하고 있다. 오늘만 살고, 내일만 사는 식이 아니라 삶의 마라톤을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39년에 태어난 김 목사는 올해로 여든일곱 살이 됐다. 새로운 일을 하기엔 버겁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최근 동료 목사들과 함께 ‘조곤조곤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방송을 시작했다. 비상계엄 사태, 탄핵 등을 거치면서 등장한 일부 기독교 세력의 극우화 행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김 목사는 “교회의 극우화와 절망을 야기한, 즉 오도하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저항하는 교회의 힘이 너무 약하다. 그리고 여기에 끌려가는 교인이 너무 많다.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 교회를 찾지 않는 신도도 너무나 많다. 망가진 교회를 보기도 싫고 목사 설교도 싫고 이런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 손을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방치되는 것이다. 이대로 30년이 지나면 문 닫는 교회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를 비롯해 함께 조곤조곤TV에 출연하는 목사님들은 기독교계에서 영향력이 꽤 있던 분들이다.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가 지금이다. 이대로 죽게 되면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죽기 전에 몸부림이라도 쳐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껏 하고 있던 사회활동은 모두 중단하고 유튜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채널명 조곤조곤은 또박또박이라는 뜻이다. 하나씩 짚어가면서 이건 잘못된 거고, 이게 옳은 거라고 알려주는 게 바로 조곤조곤이다. 그 방향을 지향하려고 채널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우리나라 국민은 정말 위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역사적 사건을 모조리 겪었다.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정말 절망적일 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그 모든 걸 극복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에 있던 나라 중에 그 모든 걸 극복한 나라가 없다. 누군가는 ‘뭘 믿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과거에 다 극복했다”고 힘줘 말했다.

절망을 넘어
국민 힘으로

이어 “우리 어렸을 때 코를 안 흘리는 애가 없었고 얼굴에 버듬 안 핀 아이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먹을 게 없어서 나타난 모습이다. 그것도 극복했다. 전쟁 나서 전부 폐허가 된 때도 있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다. 독재 정권이 나타났을 땐 국민이 무너뜨렸다. 우리 국민에게 내재한 힘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 힘을 믿고 우리가 위대하다고 자부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내보자. 지금의 현안도 노력해서 풀어보자,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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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