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27 10:10:39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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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복지 실종 과도한 지원 역효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반려동물 병원비를 표준화해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의 원장이기도 한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28.6%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650만가구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2021년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1회 평균 반려동물 진료비는 약 8만4000원이었고, 응답자의 82.9%가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답변했다.

주먹구구 계산

이처럼 동물병원 진료비는 체감상 비싸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자 보험사들은 펫보험 재가입 주기를 줄이고 자기 부담률을 높인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진료비를 표준화하지 않은 동물병원서 과잉 진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자 금융 당국이 선제적 조치를 취한 데 따른 변화다.

<일요시사>와 만난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은 새 정부에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진료를 지원하는 데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동물 학대 및 불법 번식장 규제, 김 후보는 유기 동물 입양 지원과 맹견 사육 허가제 등을 제안했다. 당장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를 위한 공약은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서울시수의사회는 의료복지 향상과 시장 확대를 위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보험이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시수의사회는 지난 3월30일 정기총회를 열어 정책상임이사 직책으로 ‘보험이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책상임이사는 본회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신설된 분과를 총괄하거나 기존 분과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회장은 총 8명의 정책상임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새롭게 신설된 보험이사는 수의료 건강보험 연구 및 도입, 민간보험 제도 검토, 보험 관련 분쟁 조정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서울시수의사회는 메리츠화재 등 보험회사와 함께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황 회장은 “수의사회와 펫보험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캠페인은 장기적으로 동물의료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펫보험은 보호자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수의사가 적절한 진료를 권유해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제도”라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보험이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회원 윤리 심의를 담당할 윤리위원회 구성 및 운영 규정을 신설해 보다 체계적인 윤리 기준을 확립하기로 했다.

후보들의 수백만 반려인 표심 잡기
“병원비 표준화 비용 부담 낮춰야”

서울수의사회는 지난 한해 동안 ▲국내 임상 콘퍼런스 개최 ▲중국·미국 등 해외 학술대회 참석 및 협약 체결 ▲각종 반려동물 행사 참여 등을 통한 내장형 동물등록 지원 ▲유실·유기 및 구조동물 대상 봉사활동 ▲수의대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황 회장은 “올해 춘계 수의임상콘퍼런스 등록자 수가 작년보다 증가하는 등 성황리에 개최됐다”며 “회원 간 소통과 분회 활성화를 통해 수의사 권익 보호, 동물복지 향상, 수의료 발전을 도모하고 더욱 탄탄한 수의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취재진과 인터뷰서 정부 차원의 반려동물 보호 시스템이 미비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정확한 반려동물 인구수에도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약 15% 수준(312.9만가구)에 그친다는 점이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반려인 1000만~1500만이라는 통계가 자주 인용되고 있다.

담당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 등록제의 경우, 농식품부의 발표 내용(2021년 기준 누적 등록 반려견 282만6766마리)을 적용하면 이미 동물등록률이 70% 수준에 육박한다. 이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282만6766마리’라는 통계에는 사망, 말소, 중복 등록 등이 제외되지 않은 수치다.

황 회장은 “현실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에 관한 명확한 개념이 없고, 추측성 통계로 인해 많은 혼란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반려인구가 1000만 혹은 1500만이라는 정체불명의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동물 등록률에 외국 사례를 들며 펼치는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처럼 병원을 차린 수의사들 간의 네트워크가 제대로 안 갖춰진 상태서 정확하게 숫자를 파악할 수 없다”며 “우리가 추정하기로는 병원에 오는 반려동물도 대략 3분의 1 정도로 생각하지만, 한 가구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는 분도 있고 여러 마리를 키우는 분도 있다. 또 어떤 반려인의 한 마리는 우리 병원 오는데 다른 한마리는 또 다른 병원 가거나 뭐 그럴 수 있기에 병원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동물병원 바우처 좋은 선례”
“기존에 있는 병원 활용해야”

황 회장은 수의사법에 관한 비판도 제기했다. “현재 수의사법은 수의사와 동물병원 운영에 관한 규제만 있지 반려동물에 관한 동물 복지라는 개념은 없다”며 “소, 돼지, 닭과 같은 산업 동물에 관한 동물복지는 있으나, 반려동물은 사치품으로 생각하는 경향 때문인지, 동물복지의 개념이 없어 의료 혜택 등을 지원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농림부와 함께 동물의료법을 신설하고 시행 규칙을 통해 반려동물 복지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냐고 묻자 황 회장은 “정부 차원서 시립 동물병원을 지어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치료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는 개원 수의사를 죽이는 일”이라며 “서울시의 ‘우리동네 동물병원’ 사업은 굉장히 좋은 선례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한수의사회 임원진은 지난해 3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불법 동물병원·동물진료행위 점검, 반려동물 기초의료 보장 확대 등의 현안을 건의했다. 당시 오 시장 면담에는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과 우연철 미래정책부회장, 서울특별시수의사회 황정연 회장과 허정 부회장이 자리했다.

동물약품이나 동물병원 전용 용품을 우회 판매할 목적으로 사무장 동물병원을 개설하는 사례가 회의 내용의 주를 이뤘다. 당시 반려동물 기초의료 보장 확대도 건의했다. 서울시는 ‘우리동네 동물병원’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반려동물의 진료비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과도한 개입


이에 더해 예방접종, 조기 검진 등으로 반려동물 건강을 지키려면 반려동물 진료비 지원사업 수혜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수도권에 최초로 연 ‘성남시립 동물병원’의 경우, 인근 수의사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황 회장의 주장이다.

황 회장은 “시립병원을 새로 만들어서 인력, 공간, 예산 낭비를 할 게 아니고 기존에 있는 병원들을 활용해 바우처 사업을 진행하면 환자들도 확보할 수 있고, 병원장들도 보람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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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