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

소문난 잔치에 떨어진 떡고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건축·재개발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 수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종의 ‘팀플레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사업에 투입되다 보니 이권 다툼을 넘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일요시사>가 세운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마전’을 포착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겉으로만
순항 중?

2023년 기준 세운5구역 PFV의 주주는 이지스자산운용(16.46%), 교보자산신탁(10%), 이지스제454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31.05%), 이지스네오밸류블라인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13.95%),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62호(12.34%) 등으로 구성됐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16.2%)을 가지고 있었으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에 힘이 붙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대신자산운용은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비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예정대로 2030년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가 들어서게 된다.

이주 상황도 순조롭다. 세운5구역 PFV는 중구청 주도로 산림동 상공인회와 체결한 3자간 상생 협약을 통해 강제적인 명도와 퇴거 없는 이주를 진행 중이다. 이주와 건축물 철거로 일어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맺은 협약이다.

지난 3월에는 지역 상인 174명 가운데 172명이 상생 협약에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표면상으론 순항하는 듯한 사업의 이면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최소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될 당시 대표이사와 이사로 참여했던 이들을 비롯해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던 관계자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 등이 송사에 휘말려 있다.

구체적으로 ▲손해배상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 등이다. 세운5구역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입가를 둘러싼 갈등은 경찰과 검찰 고발로 시작해 수년간 조사가 이뤄졌다. 일부 고소·고발 건은 결론이 났지만 몇몇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했던 이들이 법정까지 가게 된 시발점은 ‘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시행사 지분을 매입하고 사업권을 확보하는 데 들인 비용, 세운5구역 PFV가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쓴 비용 등을 합하면 약 480억원에 가까운 돈을 둘러싼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사건의 실체를 알고 싶으면 자금의 흐름을 쫓으라’는 수사의 금언처럼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018년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2018년 8월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은 세운5구역(5-1구역, 5-3구역) 토지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금 조달 역할로 이지스자산운용 참여
480억원으로 시행 관련 지분 모두 인수

2019년 1월 염씨가 대표로 있던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 등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연합 등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체결된 계약을 추후 설립될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승계하는 역할 등을 맡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 등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주주협약서를 작성했다. 그 결과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됐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 17.2%, 이지스펀드 29.9%,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소유한 지분 비율은 47.1%로 같다. 세운5구역 PFV의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세운5구역 PFV가 설립되기 전인 2019년 1월 연합 등이 오씨, 권씨, 최모씨, 박모씨 등과 공동사업 약정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공동사업 약정서에 따르면 연합 등(공동사업자1)은 사업의 총괄 대표 지위를 갖고 대외 활동 업무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4명(공동사업자2)은 토지 및 건축물 매입 등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제반 업무 등을 담당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씨 3% 등으로 나눴다. 4명 가운데 박씨는 세운5구역 PFV 이사로도 참여했다. 다시 말해 공동사업 약정을 맺은 사업자 가운데 연합 대표인 염씨와 공동사업자2의 박씨만 세운5구역 PFV에 이사로 합류했고 오씨와 권씨, 최씨 등 3명은 연합 등과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2020년 12월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 등은 주주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연합 45%, 이지스자산운용 16.46%, 이지스펀드 28.54%, 생보부동산신탁 10% 등으로 지분 비율이 조정됐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여전히 50대 50 비율을 유지했다.

실제 세운5구역 PFV는 염씨와 박씨 등 연합 측 인사 2명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파견 나온 2명으로 이사진을 구성했다. 당시 주주협약서에 기재된 합의 사항에도 ‘세운5-1구역, 5-3구역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사업 이익은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지스펀드가 50 대 50 비율로 수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법정 공방
검경 수사

주주협약과 공동사업 약정 등으로 틀을 유지하고 있던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은 2021년 1월 경이다. 연합 등은 공동사업 약정으로 묶여 있던 오씨·권씨·최씨·박씨에게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공동사업 약정에 기재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공동사업자에 손해를 끼쳤고 이 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주장이다.

박씨를 제외한 오씨와 권씨, 최씨는 연합 등의 해지 통보에 반발해 “귀사의 이 사건 해지 통보가 여러모로 부당하고 그 의미조차 불명하므로 ‘조합의 해산을 청구한다’는 것인지 ‘귀사들이 조합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인지’ 여부를 밝혀주시고 기간 내에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탈퇴 의사로 간주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섰다,

연합은 더 나아가 공동사업 약정 해지 통보 9개월 뒤인 2021년 10월 이지스자산운용과 주식매매 예약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연합이 소유한 세운5구역 PFV 지분 전량을 이지스자산운용에 200억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증거금 명목으로 30억원, 이후 2022년 1월 138억원, 32억원 등을 연합에 지급해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시행권을 완벽하게 확보했다.

문제는 연합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200억원 외에 사업권 확보를 명목으로 들어간 자금에 몇 가지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이다. 실제 주식 매매대금 외에도 연합 측은 주식 유상감자 대금 명목으로 18억5000만원, 정산금 28억2000여만원,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 PM계약 해지 합의금으로 132억6600만원 등 약 179억원을 받았다.

이지스자산운용과 세운5구역 PFV에서 연합으로 들어간 돈이 379억원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 연합 등과 공동사업 약정을 맺고 토지 매매 업무 등을 담당해 온 3명에게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돈이 지급된 배경과 이유 등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1년 12월 이지스자산운용은 오씨와 권씨, 최씨에게 각각 60억원, 30억원, 14억원 등 총 94억원을 송금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관한 공동사업권을 양수·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고서다. 연합의 세운5구역 PFV 지분을 모두 사들인다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2개월 만이다.

공교롭게도 3명이 받은 돈은 지분 비율(30%:10%: 7%)에 비례했다.

이전까지 오씨 등 3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세운5구역 PFV 등과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씨 등 3명이 염씨와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대다수의 약정이 연합 명의로 체결됐다. 유일한 예외가 이지스자산운용과 오씨 등 3명이 맺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공동사업권 양수도 계약이다.

땅값 뻥튀기
쌍방 무혐의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미팅에서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관계자는 “공동사업 약정서를 보면 연합이 모든 것을 대표해 사업을 진행하는 걸로 돼있다. 저희(이지스자산운용)는 이 법인(연합)이랑 한 거지, 이 개인들(오씨 등 3명)과 한 게 아니다. 그들 문제는 내부 사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나간 것이다.

당시 세운5구역 PFV 내부 사정에 밝았던 한 관계자는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씨 등이 시행사, 이지스자산운용, 총괄 책임자 등에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압류까지 진행됐다. 94억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돈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연합에 추가로 지급된 179억원, 오씨 등에 준 94억원 등은 “사업을 온전히 가져오기 위한 자금이었다”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한 역할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여기(오씨 등 3명)는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니까 내게도 배임 등 혐의로 소송을 걸었다. 그만큼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우리는 그쪽과 완전히 연을 끊고 싶었고 지분이 (그쪽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걸 전혀 원하지 않았다. 그걸 위한 대가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의 해명대로라면 박씨의 지분 3%는 그대로 남은 상태다. 공동사업자 가운데 연합을 제외하고 오씨 등 3명의 지분 47%에 대한 값은 치렀으면서 박씨는 제외한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박씨는 사업 초반에 세운5구역 PFV 이사로 있다가 얼마 안 지나서 사임해서 나갔다”며 “협의 대상자도 아니었고, 협의 과정에서 한번도 나타난 적 없다. 역할도 없었다”고 답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오씨 등 3명은 세운5구역 PFV는 물론 이지스자산운용에 양도할 사업권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보상이나 수익 배분 등은 연합과 맺은 공동사업 약정에 따라야 한다. 실제 오씨 등이 염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이 공동사업 약정에 기반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오씨 등에게 돈을 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공동사업자2는 연합에서 챙겨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 하지만 연합에서 줄 리가 만무하지 않나. 그러면 언제까지나 우리가 소송 당사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럴 바엔 ‘너희도 역할을 했고 우리가 돈을 줄 테니까 끝내자’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과 관계없던 이들에게 94억, 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돈 줬다”

박씨의 역할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반박이 제기됐다. 세운5구역 PFV와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이사회 결의라는 ‘적법한 절차’가 있었기에 문젯거리가 될 게 없다는 태도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땅값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경찰, 검찰 조사에서 불송치,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에도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주장이 영향을 미쳤다.

세운5구역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쌍방 고소·고발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당시 염씨가 오씨를 고소한 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처분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오씨와 염씨 등은 친인척, 지인 등을 동원해 원주민의 땅을 사들인 다음 연합이 다시 매입하는 방식을 사용해 토지를 확보했다. 이때 원주민에게 매입한 토지가는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연합이 토지를 재매입할 때는 최초 매입가의 2배가량 높게 사들였다.

원래 연합이 원주민의 토지를 매입해야 했는데 그사이에 이른바 ‘특수관계인’이 개입해 이득을 본 것이다. 염씨가 오씨 등을 상대로 공동사업 약정을 해지 통보할 때도 이 ‘땅값 부풀리기’ 의혹을 신뢰 파탄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토지 확보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 감정가와 크게 차이 없는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점, 이사회 결의로 ‘정당성’을 확보한 점 등을 들어 기소하지 않았다.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세운5구역 PFV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연합이 매입한 토지의 매수인 지위 등은 세운5구역 PFV로 승계됐다. 문제는 이때 의사회 결의가 있었는지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2019년 1월에 맺은 공동사업 약정에 따르면 ‘토지매입용역계약 체결 및 매매 계약의 매수인 지위 승계’는 이사회 특별 결의 사항이다. 이사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뜻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는 16번에 이르는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이 참석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무효 소송도 그 배경에서 진행 중이다. 실제 이사회가 열렸다고 서류에 기재된 일시에 전혀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카드 사용 명세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해명마다
모순 나와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장과 완벽하게 배치되는 지점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한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박씨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총괄 책임자의 말을 뒤집어야 한다”며 “국내 최고의 자산운용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해명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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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