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흑석2구역 재개발은 지금…

속도 못내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공공재개발 1호’ 현장인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정 건설사 특혜 시비로 주민대표회의와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간의 갈등까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99-3번지 일원 4만5229㎡에 지하 7층~지상 49층, 총 1216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됐으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을 맡았다.

관심 받았지만…
사업은 지지부진

흑리단길이 위치한 흑석1구역을 제외하면 흑석2구역 주변은 대부분 개발이 완료됐다. 지역 재개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흑석2구역 주민은 “2구역은 부지 자체는 넓지 않지만 한강변과 가깝고 상권도 잘 갖춰진 데다 9호선 흑석역까지 들어와 11구역과 함께 가장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꼽혔다”며 “하지만 뉴타운 지정 초기부터 상가 소유주들의 반대가 커 사업 진행을 위한 조합 설립조차 막혔고, 이런 저런 갈등이 심화돼 지역발전이 늦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 동의율 75%를 충족시켜야 한다. 흑석2구역의 경우 주민 동의율을 충족시키지 못해 주민대표회의가 조합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공공재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훨씬 늦어진 만큼 민간사업보다 사업진행이 빠르고 안정적인 정부 주도 사업으로 아파트 준공 및 입주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주민도 있다. 또 다른 주민은 “민간 건설사가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공공 주도인 만큼 사업 수익성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변지역보다 개발 늦어…주민들 불만
공공재개발 찬반 의견 여전히 엇갈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자신하는 주민대표회의와는 달리, 비대위는 공공재개발 반대를 위한 강도 높은 법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비대위와의 갈등 해소 여부가 사업 추진의 ‘열쇠’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대위는 공공재개발 진행의 위법성을 포함해 ▲주택조합 동의자 수 산정 위법 ▲주택조합 동의서 징구 절차 위법 ▲추진위 협박 ▲주민대표회의 구성 위법 ▲추진위 동의서 무단 전용 등 잘못된 행동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도 논란이다. 지난 4월 열린 흑석2구역 1차 입찰에선 10년 만에 재개발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이 단독입찰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이달 3일 진행된 두 번째 현장설명회엔 삼성물산은 물론 DL이앤씨,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5개 건설사가 참석하며 격전을 예고했다. 입찰마감은 오는 9월5일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별 홍보 논란이 불거졌고 일부 업체들은 사업 주체 측에 적발되기도 했다. 


대부분 찬성 입장
비대위 반대 투쟁

건설사별 적발 건수는 대우건설 4회, 롯데건설 1회, 삼성물산 1회, 지에스건설 1회다. 흑석2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안내서에 따르면 주민들을 상대로 한 개별 홍보활동이 3회 이상 적발된 건설업자는 입찰을 무효로 하고 향후 입찰 참여 자격을 박탈한다.

현행법상 건설사는 시공자를 선정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개별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면 안 된다. 국토교통부 행정규칙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시공사를 선정하는 정비사업 현장에서 건설사에 허용된 홍보 공간은 입찰 참여사를 대상으로 두 차례 개최되는 ‘합동홍보설명회’와 1차 합동홍보설명회 이후 사업시행자가 별도로 지정한 공간뿐이다. 

건설사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 조합원을 따로 접촉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이 같은 개별 홍보 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된 건설사의 시공사 선정 입찰은 무효가 된다. 조합 등 사업시행자는 내부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회(주민대표회의) 의결로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효화된 건설사의 향후 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흑석2구역에서 개별 홍보 활동이 4회 적발된 대우건설은 앞서 입찰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흑석2구역 사업시행자인 SH는 지난달 2일, 대우건설 홍보지침 위반과 관련한 제보와 회사 측 소명을 종합한 결과 “(대우건설의) 개별 홍보 행위가 4회 적발돼 입찰 참가 자격 박탈 대상에 해당한다”며 주민대표회의 측에 공문을 발송했다.

건설사 과열된 경쟁
불법 홍보로 박탈?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는 대우건설 입찰 참가 자격을 박탈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주민대표회의에서 ‘3회 이상 불법 홍보 업체의 입찰 참가 자격 박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반표 동수로 부결됐다.

건설사 측은 입찰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입찰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불공정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리하게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입찰 과정의 문제점이 개선되고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돼야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H는 앞서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에 보낸 공문에서 “이러한 불법행위의 적발에도 해당 건설업자의 입찰 참가 자격 박탈이 이뤄지지 않고 사업이 진행된다면, 입찰안내서 또는 관련 법령 위반으로 주민대표회의와 우리 공사가 맺은 협약의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형건설사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안정적 사업 진행’이 꼽힌다.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지하철 9호선 흑석역 초역세권에 ‘공공재개발 1호’라는 상징성으로 꾸준히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10대 건설사 5곳 참여… 과열된 경쟁
입찰자격 두고 주민대표회의-SH 대립

공공재개발은 S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용적률을 법정상한의 120%까지 올려준다. 특히 사업 속도가 민간사업보다 월등히 빠른 게 장점으로 통합심의를 적용해 10년 걸리는 사업을 절반 수준인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최근에는 ‘둔촌주공 사태’ 등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공공재개발 방식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흑석2구역은 SH가 시행을 맡아 자금조달 및 사업 진행 업무를 맡고 있다.  

이와 달리 일반적인 조합방식 정비사업에선 시공사가 지급보증 등을 통해 조합에 자금을 조달해야 할 뿐 아니라 공사비, 자재 선정을 둘러싼 조합, 조합원과 갈등도 직접 겪어야 한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역시 시공단이 사업비 7000억원을 지급보증하고 공사비용으로 1조7000억원가량을 투입한 상태에서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금리도 오르고 있는데 SH가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측면에서 시공사들에겐 수익성이 좋은 게 아니겠느냐”면서 “흑석2구역 같은 공공재개발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고층으로 지어져 공사비 규모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독 들이는 이유
안정적 사업 진행

이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관이 주도하는 사업이라 민간사업보다 사업성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흑석2구역은 SH가 시행해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한 점과 입지 및 국내 공공재개발 1호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참여를 검토하는 업체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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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br>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