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다 암초' 주안10구역 재개발 현주소

9부 능선 넘었는데 ‘단톡 선동’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인천 미추홀구 구도심 최고의 입지로 꼽히며 순항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안10구역. 하지만 일부 조합원의 무분별한 반대 활동으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특정 세력에 유리한 안건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이외의 사업과 관련해서는 무조건적인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사업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의 대규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천 주안10구역 재개발은 사업 막바지에 진입했다. 조합은 시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관리처분계획변경 및 공사도급변경을 진행하는 총회를 앞두고 있다. 총회에는 ▲정비사업비 예산안 ▲사업비 대출 약정서 변경 ▲주거이전 유지 보수비 지급 ▲분양 예정 조합원 분양가 하향 조정 ▲관리처분 변경안 ▲시공사 공사도급계약 변경 ▲정비업체 선정 등을 비롯한 12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무조건 반대, 왜?
끝물에 좌초 위기

이번 총회의 핵심은 일부 조합원들의 요구로 조합원 분양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한편 일반분양 수입 증가에 따른 비례율 상향을 담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이다. 또 구역 내에 오염토와 연약지반이 발생함에 따라 공사공법이 변경되고, 공사기간 증가 등에 따른 공사비 변경도 중요 안건이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원 단체 대화방을 통해 ‘아니면 말고 식’ 여론 선동으로 무조건적인 부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들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안과 공사도급계획 변경 등의 안건을 줄줄이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마감재에 대한 의혹 제기부터 시작해 조합의 비리, 선심성 공약 등 조합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번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의 경우 분양수입 증가로 인해 비례율은 기존 102.85%에서 127.18%로 상향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는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을 높여주자는 취지지만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공사계약 변경도 사업추진을 위해 시급한 부분이다. 현재 주안10구역 내에는 오염토는 물론 당초 예상치 못했던 연약지반이 발견되면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또 지하매설물 철거·반출 비용과 단위세대 마감재 변경, 우물천장 간접조명, 현관 중문 설치 등의 공사도 반영됐다.

대화방서 ‘아니면 말고 식’ 여론 선동
조합 관련 모순된 주장 및 의혹 제기

즉 공사비 인상 요인이 시공자가 아닌 조합의 요구나 예상치 못한 귀책 사유임에도 절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공사계약 변경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불가피한 사업 중단이 예상되지만 사실상 시공자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반면 단체 대화방에서 사업비 대출 약정서 변경이나 주거이전 유지 보수비 지급, 분양 예정 조합원 분양가 하향 조정 등의 안건은 찬성표를 찍을 것으로 종용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이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안건에 대해서만 가결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 분양가 하향 조정 안건의 경우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조합은 분양수입이 증가하더라도 조합원 분양가는 기존대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분양가를 하향 조정하지 않을 경우 비례율이 무려 170%까지 상승하는 만큼 조합원의 투자 규모에 따른 이익을 배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잉여금 노리고
일부러 접근?

분양가를 하향 조정할 경우 빌라나 소규모 물건을 보유한 조합원의 분담금은 줄어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종전권리가액 규모가 큰 조합원은 개발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그럼에도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원 분양가 인하를 주장함에 따라 조합은 종전 대비 약 21% 하향된 분양가를 제안해 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일부 조합원의 경우 정비업체 선정 안건에서 특정 업체에 기표한 서면결의서를 단체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단체 대화방이 특정 업체를 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인천 재개발구역에서 활동하는 일부 비대위 운영진들이 수익성 높은 재개발사업구역의 잉여금을 노리고 조합 사냥에 나섰다는 언론 기사를 통해서도 이미 문제성이 대두된 바 있다.

조합원 A씨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외부 단톡방 운영진이라는 사람들은 모두 투자자로 대다수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우리 구역이 사업성이 좋아 남는 수익금이 많아 이를 노리고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각자 간 한자리씩 차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
심각한 피해

조합원 사이에서도 외부 단톡방 운영진의 불순한 의도로 주안10구역 전체가 위기에 휩싸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재개발 전문가들도 “결국 이 같은 재개발사업의 이권을 노린 일부 조합원들의 선동으로 인한 피해는 모든 일반 조합원들이 나눠지게 되는 게 문제”라며 “사업의 이익을 모든 조합원들이 나눠가져야 함에도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은 떨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모든 조합원이 지고, 이권을 노린 일부 조합원들은 사업성과와는 별개로 자신들의 이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공사 일정 및 분양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며 재개발사업의 특성상 일정 지연 시 조합원들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많은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사업의 전반적인 큰 그림보다는 특정 이익에만 집중해 단체 채팅방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면서 발생되는 것. 

목적은 결국 돈? 현 조합 끌어내리기
조합원들 대혼란…막대한 피해 우려도

지난 10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상계1구역에서도 조합원 단체 대화방의 여론몰이를 통해 시공사 선정 안건과 조합장 등 임원 선출까지 이끌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국내 최대 재건축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도 시공사업단이 공사 중단을 예고하는 등 시공사에서도 더 이상 손실을 보며 공사를 진행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여론몰이를 주도한 일부에게만 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 전체 조합원 모두에게 피해가 발생된다는 점이다. 모든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합 측에서는 법률자문 법무법인과 별도의 법률사무소 의뢰를 통해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총회 부결 시 ‘추가적인 공사계약금액 증가’ ‘공사기간 연장’ ‘공사 중단 조치’까지도 취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단순 우려에 불과하다’고 치부하며 안건에 대한 부결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은 
조합원 몫

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의 선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모든 조합원이 책임지게 된다”며 “단체 대화방에서 나오는 주장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실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꼼꼼하게 따져 권리를 행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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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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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