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엿장수 맘대로?’ 방배5구역 감정평가의 비밀

‘34억→24억→33억’ 10억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이 쌍방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합원이 조합이나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흔한 편이지만, 그 반대는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조합 측에서 먼저 불을 댕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8~9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946-8번지 일대에 지하 3층부터 지상 최고 33층의 아파트 29개동이 들어선다. 3064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다. 4·7호선 환승이 가능한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자리하며 2호선 방배역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이다. 도보와 버스로 통학 가능한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학세권이기도 하다.

내년 입주
랜드마크

시행은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방배5구역 조합),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방배5구역 조합은 2004년 12월 추진위원회 구성, 2010년 9월 정비구역 지정 후 2012년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 7월 사업 시행, 2016년 7월 관리처분 계획 인가를 받고 2022년 7월 착공에 돌입했다.

최근 방배5구역 조합이 시끄럽다.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가 조합원 3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피소된 조합원들 역시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맞소송을 건 것이다.

사건의 시발점은 아파트와 함께 분양되는 상가의 ‘감정평가액’ 논란이다. 방배5구역 상가는 이수역과 내방역 방면으로 구분돼있는데 브리지로 연결해 양쪽을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가는 총 142개로 모두 조합원이 분양받았다. 이 중 가장 목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지하 1층 한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문제로 떠올랐다.


방배5구역 조합원에 따르면 해당 호수는 지하 1층으로 기재돼있지만 밖에서 볼 때는 지상 1층이나 다름없다. 조합원은 “지하철역서 가장 가깝고 그 앞으로 횡단보도가 설계돼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다만 지형상 약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진 대목은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3차례에 걸쳐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34억8000여만원 → 24억3000여만원 → 33억4000여만원 등으로 변동됐다. 변동액이 10억원 안팎을 오간 셈이다. 그사이 시세나 설계 등 해당 호수를 둘러싼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호수에 세 버전의 감정평가액이 등장한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서 감정평가액은 사업 구역 내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평가금액을 뜻한다. 조합의 의뢰를 받은 감정평가사가 법에 정해진 방법과 절차에 따라 아파트, 상가 등을 평가해 보고서를 작성해 납품한다. 공시지가보다 다양한 요소로 시세를 반영하기에 현실적인 금액에 가깝다.

역세권·학세권 대규모 단지
‘조합 VS 조합원’ 쌍방 소송

방배5구역 조합은 감정평가 법인 두 곳에 상가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각 법인의 감정평가사가 각각 평가 후 평균가로 감정평가액을 정했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경 조합을 통해 상가의 감정평가액이 알려졌다. 문제를 제기한 상가 조합원 A씨는 조합서 제공한 감정평가액을 바탕으로 142개 호수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논란의 호수는 34억5310만원(M 감정법인), 35억1670만원(S 감정법인) 등으로 감정평가액이 나왔고 평균은 34억8490만원으로 나타났다. 평당 단가가 가장 높진 않지만 면적이 넓어 가장 높은 감정평가액을 기록했다.


A씨는 “당시 해당 호수 바로 옆 호수의 평당 단가가 4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문제가 된)호수는 지형상 살짝 안으로 들어가 있어 평당 단가가 360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해할 만한 수준의 액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여 뒤인 지난해 6월 초 A씨가 확인한 방배5구역 ‘근생시설 배정 안내서’ 가제본 인쇄물에는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10억원 이상 깎인 상태로 기재돼있었다. 24억940만원(M사), 24억6950만원(S사) 등 평균 24억3945만원으로 10억4000여만원이 낮아졌다.

A씨는 “(그사이)이의 신청이나 총회 의결 등의 절차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가제본 인쇄물을 검토하는 과정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조합장에게 의문을 표했다. 감정평가 과정서 실수나 누락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존 평가액과 30%나 차이 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총액에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줄어든 대신 다른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조금씩 더해져 약 1060억원에 이르는 전체 금액은 거의 그대로였다.

A씨의 항의가 계속되자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는 감정평가사를 불렀고 첫 문제 제기 이후 사흘 만에 4자 대화가 진행됐다. 이 과정서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평균 33억4130만원으로 다시 변동됐다. 다른 호수도 그 차액만큼 다시 증액돼 상가의 최종 분양 금액이 이 시기에 산정됐다.

석연치 않은
변동 이유

이후 인쇄물도 수정을 거쳐 조합원에게 발송됐다.

잠잠해지나 했던 논란은 지난해 12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방배5구역 조합과 상가 조합 사이에 계약 업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과정에서다. A씨는 “원래 계획보다 8개월가량 상가 계약 업무가 지체돼 조합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 또 조합장은 분양 시기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가 조합원들은 회의를 거쳐 공문을 통해 조합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정평가액 논란에 대한 공개 사과와 상가 분양 계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또 설명회 요청, 신속한 업무 처리 등을 요청하는 내용도 공문에 포함됐다. 조합에 발송된 공문은 상가 조합원 등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조합은 한동안 답변을 하지 않다가 소송을 제기했다. A씨와 공문을 다른 단체대화방에 올린 조합원 2명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것이다. 조합원 3명에 대한 고소는 이사회에서는 안건이 부결됐지만 대의원회 직권 상정을 통해 진행됐다.

이 과정서 소송비를 조합이 부담하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변호사 비용은 1500만원에 이른다.


A씨를 비롯한 피소된 조합원들은 조합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석연치 않은 감정평가액 변동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를 상가 조합원과 공유했을 뿐, 조합이 주장하는 대로 특정인을 음해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감정평가액 논란에 대해 명백한 사실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의원회서도 최종 보고서가 납품되기 전 감정평가액이 일부 조합 관계자에게 먼저 공유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감정평가사가 의뢰인에게 미리 감정 내용을 주고 ‘이게 맞는지’를 협의한 듯한 모습이 의문스럽다는 취지다.

조합 돈으로
소송비를?

당시 조합장은 최소 분양 단위 등을 알기 위해 조합서 요청했다고 답했다.

방배5구역 감정평가를 맡은 감정평가사들은 “최종 보고서가 나가기 전에 조합 측과 논의를 진행해 예상 금액을 추정해 본 게 있다. 최종 보고서에 기재된 게 마지막 감정평가액”이라고 입을 모았다.

M사의 감정평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상가는 전면이냐 후면이냐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다. 도면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 설계 업체에 확인 후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납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의도로 한 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S사의 감정평가사도 “해당 호수가 설계상의 특수성이 있어 감정평가액 변동이 있었다”며 M사 감정평가사와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최종 보고서를 내기 전에 조합 측에서 두 차례 예상 평가액을 요구한 적이 있다. 업무상 필요한 자료 제공 차원서 드린 것”이라며 “(조합에) 드리면서도 이게 확정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 사안으로 조합과 조합원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최종적으로 납품한 게 최종 감정서고 예상 추정 금액은 감정평가 최종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이나 서초구청에 답변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최종 납품 이후에 가격을 고칠 수 있는지에 “확실한 오타나 오기가 있다면 변동이 가능한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잘 변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업무에 밝은 한 교수는 “감정평가액은 시기, 주변 상황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그런데 감정평가사들은 오류를 잘 인정 안 한다. 그래서 (감정평가액을) 정정도 잘 안 한다”며 “그럼에도 변동이 있었다면 감정을 진행한 감정평가사에게 그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가 변동 등 외부 조건 변화 없이 2억~3억원도 아니고 10억원가량이 변동된 것은 좀 차이가 크긴 하다.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같은 조건인데 가격만 3번 바뀌어
최종 보고서 납품 날짜도 의문점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도시정비사업을 할 때는 조합의 사업성을 고려해야 하고 조합원의 배분 균형 때문에 절차나 진행 상황, 전체적인 가격 수준을 설명하고 협의하기도 한다. 총회 의결로 가격이 딱 정해져 (조합원들에게) 배포되기 전까지 대부분 협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보고서가 납품된 뒤에는 이의 신청, 총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초안 단계에서는 문제 제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고 그 내용이 타당하다면 감정평가에 반영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 대신 총회 의결이 진행된 이후에 가격을 수정하려면 다시 총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부분은 감정평가가 이뤄진 시기가 언제냐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M사와 S사가 조합에 발송한 최종 보고서에는 지난해 5월31일자 도장이 찍혀 있다. 조합의 접수 도장은 지난해 6월14일자다. M사의 감정평가사는 납품 시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S사의 감정평가사는 지난해 5월31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내가 인쇄물에서 달라진 감정평가액을 발견한 게 지난해 6월7일이고 조합장, 총무이사, S사의 감정평가사까지 4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게 6월10일이다. 조합의 접수 도장을 보면 감정평가사가 평가금액을 수정한 게 6월14일로 추정되는데, 어떻게 5월31일자로 발송한 최종 보고서에 33억4000만원으로 변동된 감정평가액이 쓰여있던 건지 모르겠다. 표지 갈이가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상으로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씨는 “지난해 5월8~9일에 조합에서 나에게 상가 호수별 가격과 순위를 기재한 문서를 보냈다. 당시에는 내 컴퓨터에 설치된 문서 뷰어의 버전이 낮아 해당 문서를 보지 못했는데, 최근에 확인한 결과 가제본 인쇄물에 기재된 것과 같은 액수(24억원대)가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 문서를 조합 관계자에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2023년 12월~지난해 1월 이전에 한 차례, 지난해 5월8~9일 이전에 한 차례, 지난해 6월10일 이후 한 차례,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상가 감정평가액이 변동됐다. 그런데 최종 보고서의 납품 날짜는 지난해 5월31일로 기재돼있는 상황인 것이다.

A씨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가능성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A씨 등 조합원에게 피소된 방배5구역 조합장과 총무이사는 회의, 외근 등의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방배5구역 조합 사무장은 “서로 고소한 상황이니 수사 진행 과정을 보면 될 것 같다”며 조합비로 변호사 비용을 댔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것도 고소 내용에 포함돼있으니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 같다. 그 외에는 조합 차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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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