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시장과 금융기관들을 감독·감독하는 수장이다. 국민의 자산 보호, 금융권의 건전성 유지, 소비자의 신뢰 확보 등의 핵심 과제를 떠앉는 자리다. 이 같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서울 강남 우면동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아파트 2채 보유 문제는 단순히 개인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기관을 이끄는 수장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적 책임’과 ‘사적인 이해’ 간에 괴리가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물론, 금융 감독기관의 기관장이 아파트 2채를 소유하지 말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국민 정서나 눈높이는 현실과 다르다.
게다가 최근 이재명정부는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 등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허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이른바 ‘삼중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으로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아야 한다” “가계대출이 위험을 부추긴다”라는 메시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 금감원장도 취임 당시 이 같은 언급을 했던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그가 고가의 강남 소재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감독자와 감독 대상의 관계, 신뢰와 책임의 관계는 결국 ‘언행일치’로 연결된다. 감독기관장이 일반 국민이 겪는 현실과 괴리돼있다면, 그간의 대책은 입으로만 그칠 위험이 있다.
다주택 보유는 단순히 개인 재산 형성의 문제를 넘어 ‘부동산 특권’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지역에서 두 채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그가 속한 계층이 부동산 불안정에 시달리는 다수 국민과는 다른 환경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금감원장의 아파트는 서초구 우면동 소재의 대림아파트로 155㎡(약 47평) 규모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한두 달 내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보유에서 정리로 해결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즉, 감독기관장이 다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가계대출 축소 등의 과제를 강조하는 것은 메시지의 모순이라는 점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의 불신을 초래한다. 금융권·부동산권 ·가계대출 분야 등에서 감독기관이 행정명령이나 제재 시 “정작 당신은 왜 두 채냐?”는 국민적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감독과 실천 사이에 갭(Gap)이 생길 경우, 이는 제도의 실효성을 갉아먹는다.
또 이번 사례를 단순히 한 사람의 재산 보유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쉽지 않으며, 감독기관장의 부동산 2채 보유는 결국 크게 두 가지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첫째, 고위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 부동산 시장 간 연계 가능성이다. 부동산이 자산증식 수단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공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해충돌의 여지도 생긴다. 차명이나 편법이 아니더라도 ‘부동산으로 수익을 얻을 여건’을 지닌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감독기관과 피감기관(금융회사),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관계는 서로 얽혀있다. 금융권이 대출을 확대하고, 그 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며, 다시 금융 불안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감독기관장이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자신이 부동산 시장에 일정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면, 그 구조를 통제하겠다는 주장의 신뢰성은 약화된다.
과제는 분명하다. 단지 보유 아파트를 정리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닌, 신뢰 회복과 책임 있는 감독기관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투명성의 확보, 공적 역할과 사적 역할의 분리, 제도적 개선과 자기 혁신이 뛰따라야 한다.
감독기관의 수장이 자신의 책임 영역과 다른 차원에서 ‘부동산 고가 아파트 두 채’라는 개인적 현실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사적인 결정이 아니다. 이는 금융감독 제도와, 부동산 시장과, 국민 신뢰의 문제와 직결된다.
감독기관장이 책임을 다할 때,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신뢰는 살아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은 ‘누가 감독하느냐’는 근본적 의문 앞에 흔들리게 된다. 이번 사안은 개별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과 사적 이해가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다.
이번 ‘정무위 국감’의 경고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