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량진 재개발 막은 ‘알박기 조직’ 압수수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24 15:33:42
  • 호수 1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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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강령 만든 ‘1000억 조직단’ 잡힐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 현장에 ‘떼거리 알박기’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부동산 업자 김모씨 등을 압수수색 했다. 시행사와 합의를 거부한 ‘재산보호연대’는 행동강령을 만들고, 회원들에게 총 5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걷었다. 이들은 ‘회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회원을 탈퇴시키는 등 범죄조직을 방불케 했다.

앞서 2007년 지역주택사업으로 시작한 노량진 본동은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일반 개발 사업지로 변경되면서 각각 2~3억원 가량의 지주택 분담금(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은 인당 9억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현 시행사와의 합의를 거부한 조합원들은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이라는 단체를 조성했다. 재보연은 사업지 내 빌라 3곳에 매매예약 가등기를 설정한 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재보연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현 시행사인 로쿠스 측에 요구한 합의금은 총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참다 못해
압색 나서

가등기 설정은 미래에 구입할 예정일 때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걸어두는 계약이다. 다만, 재개발 사업 등을 방해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등기를 풀지 못한 건물은 철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 사업은 재보연 관계자 등 약 70명의 가등기권자들로 인해 정체된 상태다. 도심 속 흉물이 된 현장은 우범지대로 전락해 안전요원이 투입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재보연 회원 중에는 대통령실 경호본부 관계자 A씨도 있었다. A씨는 사업 구역 내에 위치한 ‘영본빌라 202호’ 등기에 가등기권자로 확인됐다. 17평도 안되는 빌라 한 채에 공유자는 33명, 가등기권자가 11명이다. 인근 ‘에이스빌라 502호’ 역시 재보연 소속 55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 있다. 가등기 목적이 단순 구입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가등기는 시행사와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재보연은 개발사업에서 이권을 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먼저 시행사의 미매입 부지 중 빌라 2채를 매입했다. 특히 빌라 2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이 매도인과 협의를 본 금액보다 높게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행사로부터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동작경찰서는 재보연을 조직하고 운영한 부동산업자 김씨 등 핵심 인물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김씨가 거주하는 ‘에이스빌라 502호’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본동 ‘재산보호연대’ 압수수색
수십명 가등기 걸고 ‘떼거리 배째라’


지주택으로 출발한 노량진 본동 개발 사업지는 지난 2007년 441번지 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했다. 이후 사업진행 과정에서 약 800여 세대로 확대됐다. 당시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의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으나,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2012년 3월 조합은 2700억원 규모의 PF 대출금 만기일 이내 돈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을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원,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져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매로 나온 부지의 사업 주체가 바뀐 것이다.

“합의 없다”
1000억 요구


부지 공매와 내분 사태를 겪은 해당 조합은 대외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및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2017년 동작구청 중재로 시행사와 합의까지 약 670여회)했다. 내적으로는 공매 직전 공증서류를 통해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일부 조합원 및 투자자(약 156명) 등에게 “서로 힘을 합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맞서 싸우자”고 3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 중 36명을 제외한 122명은 끝내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를 고수해 조합원 자격서 제명당하고 말았다. 현재는 최종 388명이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김모씨를 포함한 122명은 이미 파탄 난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 있을 뿐 시행, 시공사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조합장 최모씨가 조합 분담금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지난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최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10억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만기 출소한 최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은 없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현장을 보고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당시 토지 매입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고, 내가 횡령한 조합비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현장은 아니었다”며 “재산보호연대가 시행 권한을 갖기 위해 악의적으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사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십년째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합비가
빌린 돈?

그러면서 최씨는 사업지의 땅을 사서 되파는 등 방식으로 수십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에 관해 “재보연 소속 회원들이 과거 조합원일 때 동참한 행위를 조합장인 내가 짊어지게 된 것”이라며 “내가 구속됐다고 사업이 재개된 것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재보연에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재보연은 대우건설의 합의를 줄곧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대우건설과 합의할 기회가 있었으나,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요구하는 등 “대우건설은 공매가만 돌려받고, 빠져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동작구청의 중재 협의안에 따라 일부 지주택 조합원은 합의했으나, 재보연은 일체 합의에 반대하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또한, 재보연 관계자들은 지난 2018년 수감 중인 전 조합장을 상대로 특경법상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최씨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고소인 이씨는 재보연 대표 김씨와 함께 조직적인 업무방해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지난 2011년 8월~2012년 1월 사이 대여 명목으로 8회에 걸쳐 조합 통장에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최 조합장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2월11일 대전고등법원 제3형사부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투입자금 중 일부는 차용금으로 볼 수 없고, 김씨가 당시 조합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고율의 선이자 욕심과 최 조합장 구속 후 자신들이 조합을 좌지우지할 목적이 있다’며 ‘(최 조합장이) 그들을 기만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현재 최 조합장은 재보연을 무고 및 모해위증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최 조합장은 “재보연이 과거 행적과 비위행위에 대해 제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를 다시 구속시키기 위해 110여명이나 되는 회원들에게 위조탄원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송치 단계를 앞둔 재보연은 고초를 겪은 노량진 지주택 조합과 엄연히 다르다. 일부는 조합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재보연의 머릿수를 채워주면서 금전적 이득을 위해 뒤늦게 합류한 구성원도 포함됐다.

전 조합원이자 부동산업자인 김씨는 지난 2012년 4월 노량진 본동 개발사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단적 위세와 단합된 행동을 위해 운영규정(행동강령) 및 개별서약서(운영규정위반시 제재 등)까지 만들었다.

최 조합장 등 재보연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재보연 운영 및 소송비 명목으로 지금까지 거둬들인 공금만도 약 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공금의 사용 내역을 묻는 재보연 회원들에게 제명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자금 사용처 공개에 민감한 이유는 변호사비 등 소송비 외에 로비자금으로 일부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밖에 김씨의 자녀들도 재보연 회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여전히 일부 회원들은 자금 사용처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현재 유효한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중 상당수는 388명은 시행사 측과 합의를 완료했고, 보상금액을 협상 중이다.

2007년부터 ‘제자리걸음’
대통령실 간부 개입 의혹


한편, 공직자 신분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A씨는 지난 2010년 지주택 사업이 한창일 때 총 2억7600만원의 분담금을 입금하고 조합원 자격을 취했다. 당시만 해도 노량진 본동 아파트를 5억원 정도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A씨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주택자만 해당되는 지주택 조합원의 자격을 잃었다고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유주택자들을 모집해 부지를 매입한 뒤 집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한다.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오피스텔 소유로 인해 조합서 제명됐기에 시행사 합의 대상서 제외됐고, 분담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는데, 이자까지는 돌려받아야 하지 않겠나. 변호사가 조언하길 (영본빌라 202호)에 가등기를 설정하고 버티면 시행사에서 협상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가등기를 설정하기 위해 재보연 측에 4000만원을 입금했다. 4000만원을 입금해 지분을 확보한 이유에 대해 A씨는 “(영본빌라 202호 공유지분)매매 금액이 대략 1700만원인데 그냥 2000만원으로 하는 것보다는 4000만원으로 올려놓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어차피 2000만원 받으려고 제한 행위를 한 건 아니지 않겠나”라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처럼 A씨는 가등기 설정 이유에 대해 개발사업의 주체를 방해하고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영본빌라 202호의 감정평가액은 약 5억7000만원이기에 공유자 30여명을 기준으로 나누면 공유지분 금액은 1인당 1700~2000만원으로 계산된다.

유령 조합원
들러리 세워


당초 지주택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사업이다. 무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주택에 접근하는 경우 지주택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지주택은 남의 땅에 집을 짓는 사업 구조인 만큼 얼마나 땅을 확보했느냐가 사업 성패의 키다.

지주택이 사업계획승인을 따내려면 구역 내 토지를 95%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알박기는 빈번하게 이뤄진다. 토지 매입에 시간이 소요될수록 예상했던 토지 매입비가 대폭 상승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사업 주체인 조합원이 떠안게 된다. 이에 따라 재보연이 투자금을 돌려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의한 조합원들도 투자금의 50%만 돌려받은 경우가 흔하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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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