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뜨는 ‘○세권’

얼마 전까지 ○세권 아파트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왜일까?

한동안 높은 인기를 끌었던 ‘반세권(반도체+역세권)’ 일대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로 한때 실수요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지역 집값이 뛰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 속 반도체 기업의 업황 부진, 공급 과잉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갭투자
몰리다…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호반써밋고덕신도시’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같은 해 4월에는 7억4000만원까지 집값이 뛰었던 면적대로, 8개월 만에 1억4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일대 집값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같은 동에 있는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71㎡는 지난달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6억24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1년 사이 4000만원이 낮아졌다.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도 지난달 6억1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최고가 6억5000만원(5월)보다 4000만원 낮은 수준에 거래가 성사됐다.

경기도 이천시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있는 부발읍 일대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2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4억700만원까지 내려 3억원대를 눈앞에 뒀다. 바로 옆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1단지’ 전용 84㎡도 지난해 8월 4억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연도 12월 4억2000만원보다 집값이 더 내려갔다.

SK하이닉스와 맞닿아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이천 시내 집값도 맥을 못추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흥동에 있는 ‘설봉2차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8월 4억7000만원에 거래돼 집값이 4억원대로 내려왔다.

새로 분양한 아파트 가격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평택시 장당동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BL)’ 전용 84㎡ 분양권에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있는 매물도 있지만, 여전히 무피(웃돈이 없는) 매물과 마피(가격이 분양가를 밑도는) 매물도 꽤 있다.

2026년 입주 예정인 이천시 증포동 ‘이천자이더리체’ 전용 84㎡ 분양권 역시 무피 혹은 마피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도체 업황 부진, 공급 과잉…
인기 끌던 ‘반세권’ 수요 급감

이는 경기도 내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기도청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택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2497가구 있다. 이천시도 1600가구에 달하고, 오산시 역시 1360가구로 1000가구 이상이다.

집값이 부진하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와 시장 침체 때문이다. 평택, 이천 등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반도체 벨트 조성 계획이 나오면서 수혜를 입은 곳이다. 2021년엔 집값 급등기와 맞물려 가격이 치솟으면서 갭투자가 활성화돼 외지인 매매 비중도 높았다.

하지만 이후 잇달아 분양이 이뤄지는 등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늘었고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등의 공장 투자 계획 등이 틀어지자 부동산시장 수요도 함께 사라졌다.

평택시 고덕동의 경우 삼성전자가 잘되면 집값이 살아나고, 그렇지 못하면 집값도 빠진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지역으로, 그나마 고덕동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평택 이외 지역의 경우 수요가 더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천시 부발읍은 반도체 벨트 얘기가 나온 이후로 ‘반세권’을 앞세워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분양도 꽤 많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전반이 침체됐고 대통령 탄핵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격이 회복하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궁궐 인근에 위치해 ‘궁 이름’을 단 아파트를 칭하는 ‘궁세권’과 호수공원을 품은 단지인 ‘호세권’은 최근 뜨고 있다. 역사적 가치와 쾌적한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희소성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주거 편의성이 맞물리면서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 정체
미분양↑

먼저 궁궐과 가까운 입지는 단순한 공원이 아닌 궁궐의 역사 정원과 자연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어 상징성이 크다. 여기에 궁궐 인근 아파트는 서울 도심서도 중심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주거 편의성도 우수하다.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뛰어나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제공하고, 직주근접성도 좋으며 업무지구와 상업지구와의 접근성도 탁월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희궁 자이’는 지난해 10월 3단지 전용면적 84㎡가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동일 면적의 입주 초기 가격(2017년 4월, 10억2000만원) 대비 10억원 이상이 오른 가격이다.

‘덕수궁 롯데캐슬’도 지난해 6월 전용면적 82㎡가 15억6900만원에 거래되며, 입주 초기(2016년 9월, 5억6400만원) 대비 10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궁 롯데캐슬’ 역시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7월 16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분양가(7억원 후반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금액이다.

분양시장서도 궁궐 인근 아파트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희궁 인근 ‘경희궁 유보라’는 1순위 청약서 57가구 모집에 7089건이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 124.4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59㎡ 타입은 164.2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호수공원이 인접한 ‘레이크 프론트’ 아파트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수요자들의 소득수준 증가와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맞물려 보다 품격 있고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니즈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성성호수공원이 인접한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 소재의 ‘천안푸르지오레이크사이드’(2023년 5월 입주)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6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7월 분양 당시 책정된 분양가(4억1000만원)와 비교하면 4년여 만에 2억원 이상 급등한 셈이다.

궁궐 인근 위치 ‘궁세권’
호수공원 품은 ‘호세권’

옥정호수공원이 가까운 양주 옥정신도시 일원의 ‘양주옥정신도시제일풍경채레이크시티1단지(2023년 4월 입주)’ 전용 84㎡ 역시 지난해 말 분양가(3억764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호수공원 인근 아파트는 지역 부동산시장도 앞에서 이끌고 있다. 광교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광교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해 8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해 국민평형 기준 수원시 영통구 최고가에 해당한다.

세병호를 품은 세병공원이 인접한 ‘포레나전주에코시티’ 전용 84㎡ 역시 지난해 11월 6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주시 덕진구 아파트 최고가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청약시장서도 호수공원 인근 단지로의 수요 쏠림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청약홈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전북 전주서 분양한 ‘에코시티 더샵 4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4가구 모집에 6만7687명이 몰려 1순위 평균 191.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지방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로, 세병호를 품은 세병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 호수 조망(일부 가구)이 가능한 점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역사 정원
일상서 경험

한 부동산 전문가는 “궁궐 인근 아파트는 역사적 상징성과 도심 속 자연환경, 그리고 우수한 교통망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된다”며 “서울 도심 특성상 공급이 많지가 않고, 그에 따라 희소성은 더 부각되고 있어 앞으로도 부동산시장서 높은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수공원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는 쾌적한 주거환경이 구현되는 것은 물론 수변을 따라 조성돼있는 각종 생활편의시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정주환경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라며 “호수 조망이 확보된 경우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대외적으로는 고급 아파트라는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도 유리한 만큼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분양 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궁세권·호세권 아파트.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롯데건설이 서울시 성북구 삼선5구역 재개발을 통해 선보이는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다. 이번 무순위 청약은 부적격 세대 또는 중복청약 등의 사유로 발생한 84㎡ 타입 잔여 45가구다.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통장 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단, 청약 신청은 1인 1건만 가능해 2건 이상 청약 시 모두 무효 처리된다. 입주는 2027년 4월 예정.

서울 성북구 삼선동2가에 지하 4층~지상 18층, 19개 동, 총 1223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우선 롯데건설의 차별화된 설계가 돋보인다. 남향 위주의 배치와 판상형 맞통풍(일부 타입 제외) 설계를 적용해 개방감과 채광, 통풍을 극대화했다. 드레스룸, 다용도실, 파우더룸 등 공간 활용도를 높인 설계도 특징이다.

또 피트니스클럽, 실내골프클럽, 스크린골프, 스터디룸, 키즈룸, 북카페, 1인 독서실, 게스트하우스 등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단지는 중심업무지구로의 뛰어난 직주근접성을 갖춘 입지로 평가받는다. 3~4인 가구 가족단위 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 타입의 물량이 나오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여기에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를 빠르면 2월부터 무주택자나 해당지역 거주자만 청약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법안을 발표하기로 밝히면서, 유주택자의 경우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도보권에 4호선 한성대입구역과 6호선·우이신설선 환승역인 보문역이 자리해 트리플 역세권이란 평가를 받는다. 창경궁, 종묘, 창덕궁, 성북천 분수광장, 삼선공원, 마로니에공원 등이 인근에 있다. 단지 옆에는 낙산공원, 한양도성길 등 다수의 녹지 공간이 있어 도심 속에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도보로 통학 가능한 삼선초, 한성여중, 한성여고, 경동고 외에도 반경 1㎞ 이내 다수의 초·중·고교가 자리해 우수한 교육 환경도 갖췄다.

▲e편한세상 성성호수공원= DL이앤씨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 업성도시개발(업성동 일원)에서 호수 조망이 가능한 ‘e편한세상 성성호수공원’을 분양한다. 단지 바로 남측으로 성성호수공원이 위치해 있어 호수공원 조망이 탁월하다. 여기에 단지와 호수 사이에 약 3만여㎡ 규모의 근린공원이, 단지 동측으로는 녹지축이 추가로 조성될 예정이다.

단지 서측으로는 4만여㎡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가 있는 것을 비롯해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 주변으로도 공원 면적이 확장될 계획이 있어, 단지 동측·서측·남측 삼면으로 약 8만여㎡의 녹지공원 속에서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

품격 있고
쾌적한 주거

성성호수공원은 52만8000여㎡ 규모로 기존 업성저수지 수질개선 작업과 수변생태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2022년 개장했다. 4.1㎞에 달하는 생태탐방로를 비롯해 자연관찰교량인 성성물빛누리교, 생태체험숲 등 휴식과 문화체험이 가능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천안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입지 여건도 우수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 각급 학교가 도보거리에 신설 예정이다. 이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와 성성지구 내 기 조성돼있는 다양한 생활 인프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단지 인근 준주거지역에 근린생활시설이 조성된다. 단지 내에도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돼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전망이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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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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