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뜨는 ‘○세권’

얼마 전까지 ○세권 아파트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왜일까?

한동안 높은 인기를 끌었던 ‘반세권(반도체+역세권)’ 일대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로 한때 실수요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지역 집값이 뛰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 속 반도체 기업의 업황 부진, 공급 과잉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갭투자
몰리다…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호반써밋고덕신도시’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같은 해 4월에는 7억4000만원까지 집값이 뛰었던 면적대로, 8개월 만에 1억4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일대 집값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같은 동에 있는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71㎡는 지난달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6억24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1년 사이 4000만원이 낮아졌다.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도 지난달 6억1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최고가 6억5000만원(5월)보다 4000만원 낮은 수준에 거래가 성사됐다.

경기도 이천시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있는 부발읍 일대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2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4억700만원까지 내려 3억원대를 눈앞에 뒀다. 바로 옆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1단지’ 전용 84㎡도 지난해 8월 4억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연도 12월 4억2000만원보다 집값이 더 내려갔다.


SK하이닉스와 맞닿아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이천 시내 집값도 맥을 못추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흥동에 있는 ‘설봉2차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8월 4억7000만원에 거래돼 집값이 4억원대로 내려왔다.

새로 분양한 아파트 가격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평택시 장당동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BL)’ 전용 84㎡ 분양권에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있는 매물도 있지만, 여전히 무피(웃돈이 없는) 매물과 마피(가격이 분양가를 밑도는) 매물도 꽤 있다.

2026년 입주 예정인 이천시 증포동 ‘이천자이더리체’ 전용 84㎡ 분양권 역시 무피 혹은 마피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도체 업황 부진, 공급 과잉…
인기 끌던 ‘반세권’ 수요 급감

이는 경기도 내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기도청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택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2497가구 있다. 이천시도 1600가구에 달하고, 오산시 역시 1360가구로 1000가구 이상이다.

집값이 부진하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와 시장 침체 때문이다. 평택, 이천 등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반도체 벨트 조성 계획이 나오면서 수혜를 입은 곳이다. 2021년엔 집값 급등기와 맞물려 가격이 치솟으면서 갭투자가 활성화돼 외지인 매매 비중도 높았다.

하지만 이후 잇달아 분양이 이뤄지는 등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늘었고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등의 공장 투자 계획 등이 틀어지자 부동산시장 수요도 함께 사라졌다.


평택시 고덕동의 경우 삼성전자가 잘되면 집값이 살아나고, 그렇지 못하면 집값도 빠진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지역으로, 그나마 고덕동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평택 이외 지역의 경우 수요가 더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천시 부발읍은 반도체 벨트 얘기가 나온 이후로 ‘반세권’을 앞세워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분양도 꽤 많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전반이 침체됐고 대통령 탄핵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격이 회복하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궁궐 인근에 위치해 ‘궁 이름’을 단 아파트를 칭하는 ‘궁세권’과 호수공원을 품은 단지인 ‘호세권’은 최근 뜨고 있다. 역사적 가치와 쾌적한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희소성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주거 편의성이 맞물리면서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 정체
미분양↑

먼저 궁궐과 가까운 입지는 단순한 공원이 아닌 궁궐의 역사 정원과 자연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어 상징성이 크다. 여기에 궁궐 인근 아파트는 서울 도심서도 중심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주거 편의성도 우수하다.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뛰어나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제공하고, 직주근접성도 좋으며 업무지구와 상업지구와의 접근성도 탁월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희궁 자이’는 지난해 10월 3단지 전용면적 84㎡가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동일 면적의 입주 초기 가격(2017년 4월, 10억2000만원) 대비 10억원 이상이 오른 가격이다.

‘덕수궁 롯데캐슬’도 지난해 6월 전용면적 82㎡가 15억6900만원에 거래되며, 입주 초기(2016년 9월, 5억6400만원) 대비 10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궁 롯데캐슬’ 역시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7월 16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분양가(7억원 후반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금액이다.

분양시장서도 궁궐 인근 아파트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희궁 인근 ‘경희궁 유보라’는 1순위 청약서 57가구 모집에 7089건이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 124.4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59㎡ 타입은 164.2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호수공원이 인접한 ‘레이크 프론트’ 아파트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수요자들의 소득수준 증가와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맞물려 보다 품격 있고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니즈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성성호수공원이 인접한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 소재의 ‘천안푸르지오레이크사이드’(2023년 5월 입주)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6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7월 분양 당시 책정된 분양가(4억1000만원)와 비교하면 4년여 만에 2억원 이상 급등한 셈이다.

궁궐 인근 위치 ‘궁세권’
호수공원 품은 ‘호세권’

옥정호수공원이 가까운 양주 옥정신도시 일원의 ‘양주옥정신도시제일풍경채레이크시티1단지(2023년 4월 입주)’ 전용 84㎡ 역시 지난해 말 분양가(3억764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호수공원 인근 아파트는 지역 부동산시장도 앞에서 이끌고 있다. 광교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광교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해 8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해 국민평형 기준 수원시 영통구 최고가에 해당한다.

세병호를 품은 세병공원이 인접한 ‘포레나전주에코시티’ 전용 84㎡ 역시 지난해 11월 6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주시 덕진구 아파트 최고가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청약시장서도 호수공원 인근 단지로의 수요 쏠림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청약홈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전북 전주서 분양한 ‘에코시티 더샵 4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4가구 모집에 6만7687명이 몰려 1순위 평균 191.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지방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로, 세병호를 품은 세병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 호수 조망(일부 가구)이 가능한 점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역사 정원
일상서 경험

한 부동산 전문가는 “궁궐 인근 아파트는 역사적 상징성과 도심 속 자연환경, 그리고 우수한 교통망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된다”며 “서울 도심 특성상 공급이 많지가 않고, 그에 따라 희소성은 더 부각되고 있어 앞으로도 부동산시장서 높은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수공원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는 쾌적한 주거환경이 구현되는 것은 물론 수변을 따라 조성돼있는 각종 생활편의시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정주환경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라며 “호수 조망이 확보된 경우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대외적으로는 고급 아파트라는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도 유리한 만큼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분양 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궁세권·호세권 아파트.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롯데건설이 서울시 성북구 삼선5구역 재개발을 통해 선보이는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다. 이번 무순위 청약은 부적격 세대 또는 중복청약 등의 사유로 발생한 84㎡ 타입 잔여 45가구다.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통장 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단, 청약 신청은 1인 1건만 가능해 2건 이상 청약 시 모두 무효 처리된다. 입주는 2027년 4월 예정.

서울 성북구 삼선동2가에 지하 4층~지상 18층, 19개 동, 총 1223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우선 롯데건설의 차별화된 설계가 돋보인다. 남향 위주의 배치와 판상형 맞통풍(일부 타입 제외) 설계를 적용해 개방감과 채광, 통풍을 극대화했다. 드레스룸, 다용도실, 파우더룸 등 공간 활용도를 높인 설계도 특징이다.

또 피트니스클럽, 실내골프클럽, 스크린골프, 스터디룸, 키즈룸, 북카페, 1인 독서실, 게스트하우스 등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단지는 중심업무지구로의 뛰어난 직주근접성을 갖춘 입지로 평가받는다. 3~4인 가구 가족단위 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 타입의 물량이 나오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여기에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를 빠르면 2월부터 무주택자나 해당지역 거주자만 청약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법안을 발표하기로 밝히면서, 유주택자의 경우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도보권에 4호선 한성대입구역과 6호선·우이신설선 환승역인 보문역이 자리해 트리플 역세권이란 평가를 받는다. 창경궁, 종묘, 창덕궁, 성북천 분수광장, 삼선공원, 마로니에공원 등이 인근에 있다. 단지 옆에는 낙산공원, 한양도성길 등 다수의 녹지 공간이 있어 도심 속에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도보로 통학 가능한 삼선초, 한성여중, 한성여고, 경동고 외에도 반경 1㎞ 이내 다수의 초·중·고교가 자리해 우수한 교육 환경도 갖췄다.

▲e편한세상 성성호수공원= DL이앤씨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 업성도시개발(업성동 일원)에서 호수 조망이 가능한 ‘e편한세상 성성호수공원’을 분양한다. 단지 바로 남측으로 성성호수공원이 위치해 있어 호수공원 조망이 탁월하다. 여기에 단지와 호수 사이에 약 3만여㎡ 규모의 근린공원이, 단지 동측으로는 녹지축이 추가로 조성될 예정이다.

단지 서측으로는 4만여㎡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가 있는 것을 비롯해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 주변으로도 공원 면적이 확장될 계획이 있어, 단지 동측·서측·남측 삼면으로 약 8만여㎡의 녹지공원 속에서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

품격 있고
쾌적한 주거

성성호수공원은 52만8000여㎡ 규모로 기존 업성저수지 수질개선 작업과 수변생태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2022년 개장했다. 4.1㎞에 달하는 생태탐방로를 비롯해 자연관찰교량인 성성물빛누리교, 생태체험숲 등 휴식과 문화체험이 가능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천안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입지 여건도 우수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 각급 학교가 도보거리에 신설 예정이다. 이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와 성성지구 내 기 조성돼있는 다양한 생활 인프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단지 인근 준주거지역에 근린생활시설이 조성된다. 단지 내에도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돼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전망이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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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