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오광수 발목 잡은 ‘청담동 사기꾼’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6.17 18:29:15
  • 호수 1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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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 수억 변호비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 시절 아내 부동산 차명 관리 등 위법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새 정부의 검증 실패가 드러났다. 2016년 900억 투자사기범 이희진의 변호를 맡은 사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그의 변호사 이력은 이른바, ‘범털’들과 함께했다.

지난 12일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오 전 수석은 지난 8일 임명된 직후 차명 부동산 보유, 차명 대출 의혹이 불거져 여권에서도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오 전 수석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

계속 나오는
의혹과 논란

앞서 오 전 수석의 부인은 대학 동문 A씨에게 부동산을 팔았는데, 실제로는 소유권을 돌려받기로 약정한 명의신탁이었다고 한다. 오 전 수석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재산공개 대상이 된 뒤 이 부동산을 신고에서 누락시켜 논란을 키웠다.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시할 민정수석의 흠결이 드러난 것이다.

오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 11월 A씨 명의로 저축은행으로부터 15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담보는 오 전 수석 부인의 부동산이었고, 이를 A씨에게 명의 신탁했다. 오 전 수석은 대출금 전액을 자신이 사용하고 직접 반환할 것이라는 확인서도 A씨에게 따로 써줬다.

하지만 상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저축은행 사주인 B씨가 자신이 실제 차용자라면서 2013년, 15억원 가운데 8억원을 갚았다. 2019년 A씨는 오 전 수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오 전 수석이 A씨에게 2억7000만원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부인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에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던 오 전 수석은 차명 대출 의혹에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부적절한 처신은 있었지만, 오 전 수석 본인이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재산 문제에 대해 투명하게 (하자는) 지금 젊은 세대하고 다르다.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께서 지명한 인사이기 때문에 다른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 한 국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구 바지 세워 15억 대출
아내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인사 검증을 맡는 민정수석이 오히려 인사 논란 핵심에 놓이자 오 전 수석의 거취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 측근인 김영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오 전 수석이 국민 눈높이에 적절했는지 얘기했고, 그에 따라 국민의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수석의 변호사 이력도 부정적 여론을 조성했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의 변호를 맡았으며, 도이치모터스 공범과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일단 새 정부 출범의 기대감은 인사 검증에서부터 줄어든 분위기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실의 인사와 사정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어서 임명되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

오 전 수석은 2013년 대구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2016년 변호사로 개업한 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있었다. 변호사 개업 후 문제적 행적은 2018년 법무법인 인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월의 공동대표였던 송창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이종호를 변호했다.


이종호는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발언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여기서 ‘삼부’는 삼부토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설계자 역할을 했던 핵심 인물이다. 송창진이 이종호를 변호한 사실은 그가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된 후 문제가 됐다.

자신이 과거 변호했던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송창진은 채상병 사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며 공수처를 떠났다.

구하는
과정이…

오 전 수석은 송창진과 함께 법무법인 인월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불편한 행적은 2016년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이희진은 2015~2016년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하며 비상장 주식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로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2016년 7월24일 이희진 피해자 모임이 발족했고, 검찰은 그해 8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9월5일 이희진을 긴급체포했다.

이희진이 변호사를 구하는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이희진의 변호사 선임을 중개한 인물은 이준수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이후 계좌를 이어받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계좌를 관리했던 핵심 인물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핵심 공범이 이희진의 변호사 선임을 중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임된 변호사가 바로 오 전 수석과 송창진이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두 변호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희진과 동생 이희문의 변호를 담당했다. 기소 이전부터 이미 변호인으로 선임돼있었다.

<더탐사>가 법무법인 대륙아주 직원과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오 전 수석 측에서도 이희진 사건을 맡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준수의 소개가 아니라 “이희진이 직접 검색을 통해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법원 사건 검색에서도 이희진과 이희문이 오 전 수석과 송창진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온다.

이준수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았지만,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이준수 뒤에 김건희와 오 전 수석이 있기에 검찰이 수사를 회피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시 등장한
김건희 라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 이준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희진의 진술과 다른 증인들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증인은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희문도 “변호사 소개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을 몰랐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이 “누구를 상대로 로비한다거나 술값 등을 쓴다고도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식 사기꾼 이희진은 전관 출신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이희진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변호사는 모두 10명이다. 법조계에선 단일 사건에 10명의 변호사를 투입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앞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희진을 변호했던 변호사 4명은 검찰 출신이었다. 대구지검과 청주지검에서 지검장을 지낸 오 전 수석과 송창진 등이다. 변호인 대부분이 전관 출신이다.

지영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고, 손병준 변호사는 대전지법 부장판사 출신이다. 이주헌 변호사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판사로 근무했다.

이 사건을 처음 배당받았던 서울남부지법 형사12합의부 최의호 부장판사와 학연으로 이어진 이들도 있다. 연수원 동기가 2명 있고 고등학교 후배가 1명 있다. 최 부장판사는 이 때문에 재판부 교체를 신청했다. 지금은 형사11부로 사건이 재배당됐다.

2016년 900억 투자사기 이희진
도이치모터스 이종수가 소개?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하는 데 드는 막대한 선임료의 출처도 의문이다. 검찰은 300억원대에 이르는 이희진의 재산을 추징 보전한 상태였다. 이희진은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을 처분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처지다.


과거 이희진은 자신의 재산을 1000억원대라고 과시해 왔다. 상당한 재산을 미리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희진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2014년 7월부터 167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 판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240억원을 모은 유사수신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신이 미리 사둔 헐값의 비상장 주식을 회원들에게 비싸게 되팔아 150억원 이상을 챙겼다.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방송사 관계자에게 금품을 건네고 경제 방송에 주식투자 전문가로 출연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2013년 오 전 수석이 대구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대구고검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이 같은 지역에서 검찰 수뇌부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진법사가 포스코 관련 민원을 위해 오 전 수석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오 전 수석은 “포스코 관련 수사를 한 기억이 없다”며 “건진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구지검에서 포스코 계열사 관련 수사가 있었던 것은 보도자료로 확인된 사실이다. 지검장이 보도자료까지 낼 정도의 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회피한 것이다.

수임료
얼마나?

이종호를 변호한 송창진과의 협업, 이준수를 통한 변호사 소개 의혹,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오 전 수석이 적절했을지 의문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민의 힘으로 내란에 저항하고 희망의 세상을 연 국민이 역사적 대장정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을 약속한 정부가 법조 카르텔과 연결된 인물을 핵심 보직에 앉힌 꼴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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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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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