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27 08:05:37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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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보 리스크에 가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지역균형 발전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급등이 정권교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그만큼 대통령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와 만난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 중 옷을 입고 먹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주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애먼 공약

부동산은 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대선후보들의 공약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서 교수는 이번 대선에선 과거처럼 부동산 공약에 대한 논란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야당 대표는 사법 리스크, 여당 대표는 탄핵과 대선주자 교체라는 이슈가 불거져 유권자들이 부동산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안정화는 물론, 거시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관해 서 교수는 “부동산정책 관련 공약은 선심성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고려한 정책으로 제시돼야 한다”며 “부동산은 국내 경제, 국가 재정, 자본시장 건전화, 자산의 양극화 해결, 금융정책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있으며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장이 뒷받침돼야만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의 공약을 요약하면 야당은 ▲4기 스마트 신도시 개발 ▲국공유지를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 ▲도시정비사업 촉진 ▲GTX의 D·E·F 신규 노선 등이다. 여당은 ▲재건축 및 재개발 용적률 상향 ▲대학가 반값 월세촌 ▲세대 공존형 아파트 공급 ▲지역주택조합 제도 폐지 ▲임대 등록제도 활성화 ▲3·3·3 청년주택 공급 ▲GTX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 등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이 같은 공약은 예산 문제, 지지층 이탈 우려 등의 문제점이 있다”면서도 “다행인 것은 야당 대선후보가 과거에 제시한 국토보유세, 임차인 10년 갱신청구권 도입 등은 이번 공약서 빠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굳이 집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면서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선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에 관해 서 교수는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야당 후보의 본심인지 표를 향한 몸부림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다. 임차인 보호 강화, 다주택자 세금 폭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분양가상한제 등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실패한 사례는 많다. 실패하게 되면 회복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 비용은 오로지 국민이 부담하고 고통을 받게 된다. 결국 규제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 남발···구체적 방안은 ‘제로’
의식주 중 주거 문제 미해결했던 정부

부동산 관련 공약도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시장 안정과 주거복지 실현이다. 결국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서 교수는 “연도별·지역별 수요를 예측해 공급이 이뤄지도록 소관 행정부서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제까지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공급 공약이 지켜진 사례는 없다. 정권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이 있는 공급 대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권 수립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눈속임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볼 때 이재명 후보의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김문수 후보의 청년 주택 공급 확대가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는 물음표가 많다.

서 교수는 “정부가 땅을 사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에 용적률 추가 혜택을 줘서 공급을 늘린다 하더라도, 용적률 완화가 수익성에 연결되느냐는 문제에 도달한다”며 “일은 민간이 다 했는데, 정부가 공공 분양으로 전환시키면 민간에서는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게 되고 결국 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4기 신도시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보게 되면 서울에 근접한 주거 단지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만한 입지를 갖춘 지역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 주요 상권을 포함해 신도시와 지방의 상가 공실률이 빠르게 치솟고 있는데 이는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1분기 서울 집합 상가 공실률은 9%를 넘었고, 일부 지역은 절반 가까운 상가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상가 공실에 대해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국토 공간 구조서 인구 대비 상업 용지, 상업시설이 너무 많다”며 “상업용 건물이 많은 이유는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분양가를 많이 받아 상업 용지의 비율을 높인 탓이다. 다시 말해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정부가 과도하게 늘려놓은 상업 지구로 인해 주택이 줄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세수 확보 차원서 상업지구 늘려
선심성 주택 공급···시공사만 수익

금융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것에 대해 규제의 역설을 우려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강화된 스트레스 DSR 규제가 ‘규제의 역설’이다. 규제를 앞두고 집에 대한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했다. 수도권에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도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클 것”이라며 “이미 시장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매수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이나 부동산의 종류에 따라 대출금리를 정하는 건 불가피하더라도 지역별로 차등하는 건 역차별이다. 그런 전례 자체가 없다. ‘돈 있는’ 사람만 서울, 수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치는 꼴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오는 7월 3단계 시행을 앞둔 가운데 1단계 적용 직후 한동안 아파트시장 거래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가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호수 기준)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DSR 1단계 시행 직후 6개월(2024년 2∼7월) 전국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25만8995건으로 시행 전 6개월(2023년 8월∼2024년 1월) 대비 26.8% 증가했다.

이 기간 서울 거래량이 1만7582건에서 3만1837건으로 81.1% 늘며 거래량 증가를 견인했다. 경기는 4만9854건에서 7만1999건으로 44.4%, 인천은 1만2056건에서 1만7335건으로 43.8% 각각 증가하며 수도권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상승 폭을 보였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12만4734건에서 13만7824건으로 증가율이 10.5%에 그쳐 대조적 양상을 나타냈다. 서울 내부서도 지역별로 거래량이 크게 갈렸다. 강남 3구의 경우 서초구가 800건에서 1674건으로 109.3%, 강남구가 1182건에서 1927건으로 63.0%, 송파구는 1229건에서 2317건으로 88.5% 각각 느는 등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울러 대선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에 대해 서 교수는 “가격이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가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가처분소득의 증가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주택의 구매력을 높이는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는 공약이 필수적”이라며 “주거복지 측면에서는 표심을 자극하는 계층별 공급 대책도 필요하지만 전 국민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역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묻자 “이를테면, 하위 10%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고, 90%는 민간서 담당할 수 있도록 민간의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민간 임대차 시장을 규제하면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임차인들에게 돌아간다. 또 지방의 표심을 자극하는 GTX 신설·확장 공약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산·경제성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부동산 공약은 규제와 완화라는 정치적 논리보다는 정책의 방향성을 정하고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정부의 정책은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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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