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동 재개발, 관리처분 변경총회 강행, 공사·사업 중단 피해 조합원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돈 먹는 하마…재건축 현장이 부동산 경기침체와 공사비 인상으로 갈등이 커지면서 혼돈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12일 KBS1 <추적60분>서 ‘공식이 달라졌다-혼돈의 재건축’편을 통해 추가 분담금을 내게 된 조합원들이 공사비 인상을 거절하면서 시공자와 갈등을 겪어 공사를 시작조차 못한 재개발 현장들을 다뤘다.

시공자가 여러번 바뀌고 소송 등에 휘말리며 정작 재건축이 무기한 지연된 사례를 소개한 방송에서는 이미 6년 전 조합원들의 이주가 끝났고, 아파트도 철거됐지만 공사 현장이 그때 그대로 멈춰 있는 상황들이 전파를 탔다.

해당 주민들은 “소위 ‘대박 나면’이라며 모였던 조합원들(투자자)의 욕심·무지 덕”이라며 조합 집행부도 없는 현재 상태를 한탄했다. 입지가 좋다는 말만 믿었던 해당 조합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냐”고 입을 모았다.

재건축 전문가는 “아직도 삽도 못 뜬 이유는 조합원들 간 내홍 탓이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합 집행부를 쫓아내는 일도 반복됐다”면서 “현재 도시정비시장서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을 인정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들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유관 업계의 눈길이 쏠린 사업장은 광주광역시 신가동 재개발이 꼽히고 있다”며 “사업 관계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중단으로 인한 표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광주 신가동 재개발 사업은 이주 및 철거가 완료됐으나 막대한 이자가 나가면서 조합원의 손해가 어제오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합이 시공 파트너와 원만한 협의에 실패했다는 점, 지방 미분양이 지속 발생하며 연일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서 시공자와의 분쟁으로 장시간의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 예상되고 시공자 교체까지 염두에 두는 등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해당 사업은 광주 광산구 신가번영로9번안길 31(신가동) 일원 28만8058.6㎡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곳에 지상 29층 규모의 공동주택 51개동 4718가구 및 근린생활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공사비 규모가 약 1조8000억원으로 광주 최대 사업이라고 꼽히는 신가동 재개발은 2015년 10월 DL이앤씨-GS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양 컨소시엄(빛고을드림사업단)을 시공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 3.3㎡(1평)당 공사비 706만원 합의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으나 조합이 올해 초 계약을 거부하면서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올해 초까지 봉합되는 듯 보였던 착공 연기 및 공사비 갈등은 점점 더 어려운 길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조합의 고분양가 강행 의지에 사업 중단 우려 ↑
HUG, 관리처분계획 변경·분양보증서 발급 거부 우려

특히 지난 2일 조합 대의원회에서는 사업단과 협의 없이 관리처분계획 변경 안건(일반분양가 3.3㎡당 2450만원)과 공사비 안건을 가결하고 총회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대의원회를 전후로 시공자 측과 조합 사이에 공문이 오가며 의견을 나눴다.

신가동 재개발은 전체 수익금 2.5조원 중 일반분양 아파트 수입금 1.9조원으로 전체 수입의 76% 차지하고 있으며 일반분양의 수입금으로 공사비 1.8조 원을 충당해야 하는 구조라 시공자 측은 공문으로 조합에 일반분양가를 2186만원으로 조정해 관리처분계획 재수립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미분양 시 공사비 지급불가 사태’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미분양 발생 시 공사비 재원 확보 전까지 공사 중단 및 사업 중단 가능성까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조합 측은 예정된 관리처분변경총회를 진행하고 향후 미분양시 관리처분변경으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은 “급격한 물가상승과 하이엔드 적용으로 단지 고급화에 따라 공사비가 상당히 증가했고, 이를 감당하려면 일반분양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관리처분총회 통과 조건이 전체 조합원의 2/3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서 조합원의 부담금을 늘릴 수는 없으며 조합원에게 긍정적인 사업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공사비 재원확보를 위해 일반분양 물건의 할인분양에 상응하는 조합원 추가 부담금 총회 절차를 진행할 경우, 통상적으로 추가 부담금 증가로 인해 조합원 의견이 합의되지 않으며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사례들로 인해 할인분양 시기를 놓치면서 아파트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게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투자 목적이 아닌 실 거주를 위해 기다리는 조합원들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빛고을드림사업단 시공자 측은 이 같은 사업 리스크 해결을 위해 조합에 지속적으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 재수립을 요청하며 지난 12일, 조합에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공자 측은 ▲미협의 관리처분 변경총회 강행 ▲비례율 120% 기준 일반분양가(3.3㎡당 2450만원)에 발코니 확장·중도금 이자를 더해 추산할 때 9억원의 고분양가(34평 기준) ▲대량 미분양 발생 시 상환 리스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및 관리처분계획 변경 미승인 등을 들어 조합 집행부에 절차상 하자를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HUG는 사업비·공사비 상환 불가 시 보증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분양가 심사 대상이 아니더라도, 분양보증을 끊어주기 전 사업비 보증 사업장에 대해 일반분양가 검토를 실시한다”며 “무리한 분양가로 판단될 경우 다시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요청하거나 분양보증서 발급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신가동 재개발이 2023년 말부터 3번째 총회를 진행 중이나 HUG서 일반분양가를 미동의할 경우 관리처분 변경총회를 위해 4번째 총회마저 진행해야 하고, 관리처분 변경인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경우 사업 진행은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 속 적정 분양가에 대해 사업 관계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업중단으로 인해 신가동 재개발은 기한 없이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합이 일방적으로 관리처분 변경총회 개최를 강행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