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광주 광천동 재개발 현주소

8년 동안 제자리…서막 오르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주서 예산규모 1조원에 총 5600여세대가 들어서는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전임 조합장과의 마찰, 비대위의 방해 공작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 ▲ 최근 ‘광주시 서구가 인가한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로 8년 동안 답보상태에 있다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광주 광천동 재개발 사업

광주시 서구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사업예산만 1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최대 규모 재개발사업이다. 2012년 시작됐지만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재개발사업이었다. 최근 ‘광주시 서구가 인가한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재개발사업의 무효를 주장했던 일부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2012년 시작
숨통 트이나?

광주지법 행정 1부(부장판사 염기창)는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광주방송 등 21명은 지난해 8월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은 무효이고 해당 사업시행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 내 이른바 ‘5단지 구역’ 토지 소유자들로, 크게 3가지를 주장하며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요약하면 1∼5단지 가운데 5단지 구역 내 노후·불량건축물 비율이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해당 사업시행계획은 주택, 부대·복리시설 및 오피스텔만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법하다는 것이다. 소유 토지에 단순히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건축한다는 사업시행계획도 관련법과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이유 없다’며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 충족 여부’의 경우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건축물 수가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총수의 40% 이상이면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데, 해당 정비구역 전체를 기준으로 3067동 중 1834동(59.80%)이 노후·불량 건축물로 40% 이상에 해당해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주택, 부대·복리시설 및 오피스텔’만을 공급하도록 규정한 사업시행계획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주민 ‘재개발사업 무효 소송’에 발목
법원 “재개발사업 적법하다”…본격화 물살

재판부는 ‘해당 정비사업의 경우 지난 2017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하는데, 개정 규정의 취지가 공급할 수 있는 건축물을 주택, 부대·복리시설 및 오피스텔 등으로 그 종류를 한정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사업시행자가 주택, 복리시설 및 오피스텔 외 건축물도 반드시 포함해 건설·공급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지구단위계획수립 지침에 위배되고 재산권 본질을 침해한다는 광주방송 등 토지소유자들의 주장도 “재개발사업은 소유자들의 개별적이고 구체적 이익 전부를 만족시킬 수 없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인가된 사업시행계획이 다소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 광천동 배치도

조합 측은 법원 결정으로 사업 본격화에 호재를 맞았다고 반기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2012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점을 고려하면 8년 가까이 노후화된 주거지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탄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항소심·상고심 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합 측은 그러나 1심 판결을 계기로 올해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낸 뒤 내년 말부터 이주를 시작, 이듬해 본격 착공하는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의 주장
조합 측 “황당”

하지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비상대책위원회(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자, 이하 비대위)에선 현 조합장 직무대행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현 조합장 직무대행인 박모씨의 자격에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

비대위는 “박씨는 재개발사업구역에 자리한 한 교회의 장로로 교회 대표자로부터 대리권을 위임받아 조합의 이사 역할을 하다가, 지난 3월 조합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대의원 회의를 거쳐 직무대행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장 직무대행인 박씨에 대한 해임총회를 발의한 이모씨는 이와 관련해 “도시정비법은 조합원 및 조합의 임원이 되는 자는 조합원 자격이 있는 자여야만 하고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비대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박씨는 “지난해 9월부터 현 광천동에 소재한 빌라로 주민등록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에 실제 광천동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합정관 2조에 의해 법인인 교회서 장로들에게 추대됐으며, 임원회의서 정당한 절차를 걸쳐 직무대행으로 선출됐다”며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또 “시민아파트존치로 조합이 손해를 본다” “우리 조합은 이편한세상, 롯데캐슬, 아이파크, 어울림 같은 시공사 브랜드를 쓰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조합의 아파트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집단
다시 먹으려고?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한 후 광주시 서구청으로부터 시민아파트를 존치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에 대해 검토해줄 것을 요청받은 바 있다”며 “이에 조합은 ▲기인가된 사업계획의 기본적인 사항이 변경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합의 일정이 지연되지 않으면서 ▲조합(원)의 이익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정비 계획 변경이나 설계변경안이 도출되고▲ 시민아파트소유조합원이 일반조합원으로서의 자격이나 권리가 변동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수 있고 ▲그 방안이 최종적으로 조합총회서 인준되는 경우에 한해 해당 방안을 정비계획변경(사업시행인가변경)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조합 측은 “만일 위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조합서도 부득불 그 방안을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해당 관청은 이러한 조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든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방안서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조합은 시민아파트에 대해 기존 방식(시민아파트 존치 없이 전체를 철거 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조합 발목을 잡는 비대위는 조합장이 없는 틈을 타 외부 재개발전문반대세력(신가동재개발조합을 전복하려다 실패한 후 우리 광천동재개발조합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세력으로 추정)과 결탁해 현 조합과 현 조합임원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선동하며 조합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전 조합 세력 방해공작 극심 
“굴하지 않겠다” 2026년 마무리 계획

조합 입장서 비대위도 골칫거리지만 전 조합장 박모씨도 광천동 재개발 조합을 방해하고 있다. 박씨는 대법원서 유죄판단으로 조합장 자격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유죄판단의 근거로 시공회사 선정 용역계약 10억원에 대해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를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박씨와 함께하고 있는 인물은 또 다른 박모씨와 서모씨. 박씨는 조합의 임원으로 있으면서 조합비리로 구속돼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박씨는 조합 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조합의 용역업체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편취했다. 보석으로 석방되고 나서도 조합에 다시 들어오고자 현 조합을 흔들고 있다.

현 조합 직무대행 박씨를 회유하기 위해 세 번이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비대위서 주장한 ‘현 조합장 직무대행에 대해 조합장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그대로 이어받아 현 조합장 직무대행은 조합장 자격이 없으며 현재 진행된 조합장 입후보 등록 절차는 무효인 만큼, 다시 입후보등록절차를 진행해 조합장 자격이 없는 현 직무대행을 몰아내고 새로운 조합장 후보를 등록시켜야 한다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서씨는 조합 측이 지목한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이다. 서씨가 전 조합장 박씨와 전 임원 박씨를 설득해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씨는 H사의 대표로 광주지역 재개발 지역서 불법사항이 적발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조직폭력배들도 개입해서 일을 방해하는 실정이다.

조합 측은 “이들의 속내는 7월에 있는 조합장 선거에 참여해 다시 조합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굴하지 않고
2026년 마무리

조합 측은 어떤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은 광천동 일대 42만5984㎡에 5개 단지 총 5600여세대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대림건설·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금호건설 등 프리미엄사업단이 시공사로 선정된 상태다. 조합 측은 올 상반기 조합원 분양을 하고 2021년 하반기께 일반 분양을 실시할 계획이고 2026년에는 사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동2구역 20억 먹으려다…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임동로13 일대 3만6395.3㎡(1만2000여평)에 9개 동(지하 2층, 지상 24층) 654세대(조합원 분양 161, 일반분양 437, 임대 56)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중흥건설, 고운시티아이로 2006년 5월 조합설립준비위원회를 시작으로 재개발에 나서 2018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분양을 완료하고 2021년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최근 임동2구역 재개발조합 및 일부 조합원들에 따르면 임동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월18일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해 재개발 시공비 예산서 발생한 잉여금 이른바 ‘성과급’ 20억원에 대해 조합장과 총무이사는 4억원 상당의 상가를, 이사 및 감사 6명에는 5800여만원을, 그리고 대의원 18명에게 각각 3500여만원을 배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당시 총회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이후 ‘조합재산 지킴이’를 구성해 임시총회를 통해 현 조합장 등 집행부에 대해 불신임을 의결한 데 이어 고소 고발 등과 함께 현 조합장 및 집행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문제의 ‘성과급 20억원’은 조합원 153명에게 각각 1500만∼2000만원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며 백지화했다.

집행부는 급여와 상여금 규모가 적다”면서도 “지난 2월 28일 통과시킨 성과급 배분은 실수였고, 결론적으로 잘못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광주 북구 임동2구역 재개발 과정과 ‘성과급 20억원’을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난 현 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신여론은 현 조합장 등이 공개사과와 성과급 공평배분 등으로 가라앉은 듯 했으나 법적분쟁이라는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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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