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문정부 부동산 정책 대해부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정책을 시행할 때 이런 경우를 많이 겪는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서민들의 집값 걱정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부동산 정책을 다양하게 시행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오히려 집값이 역대 최고로 뛰었다. <일요시사>는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됐는지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반년 남겨놓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달래주겠다며 등장한 문재인정부는 집권 후 국민의 바람을 하나둘 이루며 임기 내내 높은 국정 지지를 받았다. 높은 지지율은 반짝 사라지지 않았다. 

끝까지…
아킬레스건

문정부는 5년 차 2분기 여론조사에서 39%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레임덕 없는 최초 정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과거 정부들이 같은 분기에 평균 10% 안팎의 지지율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 높은 문정부도 한 가지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는데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문정부를 평가하는 정계 전문가들은 외교와 안보, 경제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로 치열하게 다투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만큼은 이구동성으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조차도 그간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은 KBS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출연해 국민들로부터 26개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 하나하나를 차분히 대답하던 문 대통령은 15번째 패널에게 청년 실업과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멋쩍게 웃으며 “드디어 어려운 문제로 들어갔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를 했다”며 “조금 더 부동산 주택 공급에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앞서 2019년 <‘국민이 묻는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자신 있다. 꼭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호기롭게 말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직접 시인했다.

실제로 문재인정권 출범 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다만, 상승률 변동 폭은 조사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조사됐다.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문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6월 이후, 올해 11월까지 서울의 아파트값은 약 16%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은 17년 6월 87.9%(21년 6월 100%기준)였던 아파트 가격이 21년 11월, 103.7%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서 완패
어디서부터 어디가 잘못인가

김진광 한국부동산원 통계부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자료는 표본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고, 실거래가와 여러 가지 참고자료를 비교해 작성한다. 구체적인 가격은 밝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이하 경실련) 측의 자료를 보면, 변동 폭은 많이 달라진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30평형 아파트 평균값은 약 6억2000만원에서 올해 1월에 11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약 78% 오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올해 11월)과는 달리 올해 초까지만 반영한 수치인데도 약 62%의 차이가 난다.

정택수 경실련 부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가격은 서울 주요 지역 표본 아파트들의 시세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가격은 평균치라고 보면 된다”며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와 차이 나는 점은 우리도 잘 모르겠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는)현실 물가와 동떨어진 수치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의 말대로 현실 물가는 경실련 자료에 더욱 가깝다.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매우 가파르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0일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3기 민주당정부가 100% 잘한 건 아니다. 문재인정부, 민주당 정부에 실제로 참여한 일원으로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어떻게 집값 폭등을 야기했을까? 정확한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실과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동안 문정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24개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고, 그때마다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발표한 공약이 하나도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매 욕구를 너무 쉽게 본 게 패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책의 방향성과 이념이 섞여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싶었겠지만, 문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고,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가 아닌 강남 등 고가 주택 지역 우선 규제 같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투기꾼들과 맞섰다”고 총평했다.

“가격 잡겠다”
2년 만에 만세

김 소장이 말하는 문정부의 첫 단추는 2017년 6·19 부동산 정책을 말한다.

이 대책은 문정부에서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었다. “집값을 잡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문 대통령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었기에 대중은 큰 관심을 가졌지만, 후에 규제 자체도 강하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 점을 알고 혹평을 쏟아냈다.

6·19는 쉽게 말해 ‘집을 사고 팔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대책이었다. 투기 규제지역을 확대(경기도 광명, 부산 기장군·진구 추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수요를 줄게 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정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특정지역에 대한 대책만 내놓으면서 사람들은 6·19 대책을 ‘핀셋 규제’라 조롱했고,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는 역으로 투기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규제 전보다 집값이 더 상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문정부는 두 달이 지난 8월2일, 더욱 강력한 규제를 담은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6·18 대책’이 예고편이었다면, ‘8·2 대책’은 본편이었다.

이때 문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를 명확히 했다. ‘8·2 대책’은 6·18 대책과 결을 같이 했지만, 정도가 훨신 강했고 규제 종류도 더 다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규제 카테고리의 세분화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이라는 항목 하나만 도입해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했었지만, 문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 과열지구’란 항목을 추가 도입해 규제를 세분화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에, 서울 14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가 투기 과열지구에 들어갔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도 시행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논란이 된 항목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란 살던 집이 재건축돼 시세가 올라 돈을 벌었을 경우, 그 시세차익만큼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8·2 대책 후
조금씩 호평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6억원짜리의 집이 재건축돼 10억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면, 집 주인은 4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세율은 최대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양도세를 대폭 강화한 것도 8·2 대책의 주요 특징이다. 8·2 대책을 기점으로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2년 이상 거주’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2년 이상 보유만 하면 9억원 이하까지는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실거주를 2년 이상 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8·2 대책 시행 직후, 문정부는 호평을 받았다. 꼼꼼하고 광범위한 정부 규제로 집값이 한동안 안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뒤 잠깐의 안정이 일시적인 착시효과였다는 게 드러났다.

착시효과를 깬 사람들은 지방의 유지들이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은 지방의 집을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등장한 용어가 바로 ‘갭투자’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집값이 올랐고, 지방은 집값이 내려갔다. 이때 서울 지역의 부동산 매매가 평균값은 1년 새에만 평균 6%가 올랐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든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규제로 재건축 사업성이 없어진 건설업자들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작업을 뒤로 미뤘고, 시행일인 18년1월 이후에 서울 시민들은 주택 공급 절벽을 마주했다. 

이후 1년간 서울의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정부는 7개의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집값 그래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24전 24패’ 모두 자책골
공급확대 방향 틀어 호평

그러던 집값이 소폭 하락한 시점은 2018년 9월21일과 12월19일 대책이 발표된 직후였다. 큰 폭은 아니지만 서울의 집값은 이때 처음 하락했다. 

정부가 그전과 달리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9·21 대책에서 정부는 5년간 수도권 지역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12·19 대책에서는 15.5만호 추가 공급 계획과 광역 교통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실수요자들이 반응했다. 장래에 공급될 주택에 안심하고 수요를 멈춘 것이다. 비록 발표 얼마 후 입맛에 정확히 맞는 지역과 시기, 규모가 아니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집값은 다시 상승곡선을 탔지만 문정부 ‘최초’의 공급 대책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해 8월4일, 더욱 정교한 주택 공급 방안이 나온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협업으로 26.2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고, 공급 대상을 실수요자에 집중시켰다.

방법도 구체적이었다. 정부 부지(군부지, 이전 기관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고, 도심 내 낙후된 지역에 재건축을 시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상암과 마곡, 천왕2가 개발될 정부부지 후보로 떠올랐다. 

그후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4일,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일명 ‘2·4 대책’이라 불리는 이 대책은 압도적인 물량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호, 전국에는 83만 호의 주택 부지를 추가공급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의 공급 대책의 배가 넘는 규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의 집값 안정세가 2·4 대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한다. 2·4 대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정책이 어느정도 진행된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문정부는 처음 내놓은 6·19 대책과 8·2 대책의 방향대로 지난 4년간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 애썼다.

25전째
1승 기대

하지만 갭투자나 풍선 효과 같은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이 치솟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에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 이제 6개월가량 남은 임기에서 나온 늦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다음 정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만큼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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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