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동 소나무마을 재개발 막은 난관들

말만 많고 첫 삽까지 구만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옥탑방 한 달 살기’에 나서며 화제가 됐던 삼양동 ‘소나무협동마을’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못 이겨 결국 재개발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달 말까지 공모 중인 공공재개발 도전에 나선 것이다. 다만 주거환경개선지구에 묶여 공공재개발을 신청하려면 기존 30%가 아닌 50%의 동의율이 필요해 낙관할 순 없는 상황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불편을 겪던 서울 강북 삼양동 ‘소나무협동마을’이 결국 재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해당 지역은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한 달간 옥탑방 체험을 하며 유명해진 곳으로 당시 주거환경개선지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결국 재개발로
풀어야할 숙제

박 전 시장 방문 이후 수년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자 마을 주민들은 서울시와 국토부가 공모 중인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시와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사업 후보지 접수를 진행하고 오는 5월까지 18개 지역, 1만8000가구 규모의 재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재개발지역에 선정되면 분양가상한제 제외,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다만 주민 50% 동의, 고도제한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달 14일 소나무협동마을 재개발추진위원회에 따르면, LH와 추진위는 같은 달 3일 공공재개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2018년 박 전 시장은 서민들의 실제 삶을 체험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9평짜리 옥탑방에서 ‘옥탑방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 박 전 시장은 삼양동 인근 주민 모임에 적극 참여하며 민심 청취, 민생 파악과 더불어 강·남북 균형발전 방안을 구상했다.

박원순 전 시장 ‘옥탑방 체험’으로 유명세
수년간 발전 ‘미미’…재개발로 방향 전환

박 전 시장은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서울의 고질적 현안인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어내고, ‘99대 1’ 사회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강북 우선 투자 전략을 실행키로 했다.

박 시장은 교통, 도시계획, 주거 등에 대한 집중투자로 낙후된 강북지역의 생활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하면서도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등으로 붕괴된 골목 경제를 주민 중심의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로 부활시키고, 강북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강·남북 균형발전 구상지인 소나무협동마을은 끝내 재개발을 택했다. 

박 전 시장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이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한 전문가는 “삼양동의 사례는 ‘책상머리 주거대책’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정부가 뒤늦게라도 공급의 중요성을 깨달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책상머리 대책”
나아진 것은?

정신태 소나무협동마을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한 뒤 3년6개월이 지났지만 나무계단을 만들고 화분 걸기, 골목 포장 등만 진행해 열악한 주거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런 탓에 최근 10년간 삼양동은 인구가 26.78%나 줄어 서울시 평균보다 3배 넘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민 동의율은 20%대로 아직 낮지만, 지난 7일 비거주 소유자들에게 동의서 우편 발송을 마쳐 회신이 많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지난해 1차 공공재개발 공모 당시 참여가 불가능했던 주거환경개선지구는 이번 2차부터 공모가 가능하지만, 주민 동의율이 30%에서 50%로 강화돼 문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보니 공공재개발을 위해서는 좀 더 확실한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며 “인가와 승인 등 사실상 많은 권한들이 지자체에 있다 보니 서울시의 의견이 많이 수용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도정법상 주민 동의 50%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그와 같은 주민 동의율이 있어야 주민 갈등을 피하고 형평성에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다”
“투자 주의”

반면, 재개발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 사실조차 몰랐던 주민들이 많은데 공공재개발 공모 신청 기준에 50% 동의를 적용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추진위원장은 “2017년 강북구의회 회의록을 보면 주민들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모르고 홍보도 안됐는데 시행하는 게 맞냐며 우려하는 대화가 있다”며 “당시 주민들의 50% 동의를 받았다면 주민들이 모를 리가 없는데, 결국 자치단체장 직권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강북구는 이른바 ‘재개발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역 명소인 북한산을 인접하고 있어 고도제한에 걸려있어서다. 북한산 고도제한은 지난 1990년 설정된 이후 31년째 인근 지역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수익이 담보되지 않아 사실상 민간사업이 어려운 이유다.

‘높은 문턱’ 동의율 50% 넘을지 관건
‘재개발 무덤’ 고도제한 등 문제 산적

‘서울시 생활권 계획’에 따르면 삼양동, 수유동, 미아동 등은 북한산 경관을 고려해 건축해야 한다. 시가 권장하는 정비사업은 자율 주택정비 사업, 가로주택정비 사업 등이다. 이에 따라 삼양동에서도 소나무협동마을을 제외하면 재개발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부 투자가들은 삼양동이 제2의 ‘미아 번동’이 될 거라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강북에서 유일하게 고도제한을 풀어준 사례는 딱 한 군데 연립단지뿐인데 그마저도 최대 9층으로 제한했다”며 “강북, 도봉 등 지역이 ‘역세권 활성화’ 등의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박 전 사장이 다녀간 뒤 마을 주민들이 한때 재개발 기대에 부풀기도 했으나 결국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그곳은 매우 정치적인 사업지”라고 강조했다.

불안한 시선
이유도 다양

한편 업계에서는 ▲원주민이 너무 연로해서 개발 자체를 싫어하는 경향 ▲서울시와 강북구에서 마을 공동체 사업하라고 찍은 입지 ▲아파트를 지으려면 소규모의 가로주택사업 유일 ▲개발하더라도 최대 7~9층으로 사업성이 나쁘다는 점 등을 삼양동 재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로 꼽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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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