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꾸기 바쁜’ 싱크홀 공포 진단

사람 죽어도 덮기에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자고 나면 도시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도심 속 안전을 위협하는 싱크홀 이야기다. 싱크홀이 연달아 발생하고 이에 사망 혹은 실종 사고가 벌어지고 나서야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장에 투입한 인력과 장비가 심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시민들은 갑자기 발이 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전국 곳곳서 지반침하, 이른바 싱크홀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발생하는 싱크홀에 정부는 추가 점검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발밑의
시한폭탄

싱크홀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안전관리원서 발간한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 2023까지 총 957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2023년 161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역별로 분석하면 서울에선 13건·15건·11건·20건·23건, 부산은 15건·29건·17건·8건·16건, 대구 3건·2건·1건·2건·4건, 인천 8건·20건·2건·1건·2건, 광주 20건·55건·13건·6건·28건, 대전 20건·20건·8건·9건·9건, 울산 1건·2건·5건·3건·0건이 나타났다.

지역 중 가장 많은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로, ▲2019년 53건 ▲2020년 47건 ▲2021년 35건 ▲2022년 36건 ▲2023년 26건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싱크홀 발생 수의 약 16~30%의 비율이다.


올해는 더 빈번하게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적으로 총 12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그중 서울서만 5곳에서 싱크홀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서울서 발생했던 16건의 약 3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 시내에 더 많은 싱크홀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 이후 지난 14일에는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지점으로부터 2.5km 떨어진 강동구 천호동 인근 횡단보도서 다시 소규모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3일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서 지름 40cm, 깊이 1.3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통행이 통제됐으며, 서울 성동구 옥수역 7번 출구 인근 1차선 도로에서는 가로·세로 약 60cm, 깊이 깊이 10cm 크기의 작은 포트홀이 발생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중랑구청 사거리 인근 도로서 가로 40㎝,세로 30㎝,깊이 90㎝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 날 3곳에서 싱크홀이 발견된 셈이다.

부산에서는 같은 공사 현장 근처서 연달아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지난 13일 지름 5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다음 날 불과 200m 떨어진 지점서 지름 3m, 깊이 2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천서도 지난 15일 경인전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 환승역인 부평역 앞 건널목서 가로 5m, 깊이 10c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5년간 약 1000건 발생
“올해 들어 더욱 빈번해”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는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지하 35~40m 지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1명이 실종됐다가 124시간 만인 지난 16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사고는 단순히 물리적인 피해를 넘어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며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싱크홀은 자연현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 기반 시설의 노후화, 무리한 지하 개발, 부실 시공 등 인간이 만든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노후 하수관로의 파손, 상수도 누수, 무분별한 지하 굴착공사 등은 도로 밑의 지반을 약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싱크홀은 도시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지하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조기 경보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예고 없이 나타나 인명까지 위협하는 싱크홀은 이제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서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싱크홀 위험 지역에 대한 정밀 탐사를 확대하고, 지반 정보 지도를 제작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예산 부족과 관련 부서 간 협업 부족으로 인해 일부 지역은 여전히 위험에 방치돼있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싱크홀 관련 민원은 415건에 달했다.

권익위 측 관계자는 “최근 싱크홀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한 뒤 싱크홀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며 도로 균열 및 지반침식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최근 전국적으로 계속된 싱크홀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오인 신고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서울시는 관악구 삼성동 재개발구역에 땅이 꺼진 것처럼 보인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해당 구역은 싱크홀과 무관하게 도로 일부가 깨진 상태였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서도 싱크홀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오인 신고였다.

서울시 측 관계자는 “최근 싱크홀 오인 신고가 많아졌다”며 “도로가 파손된 것을 싱크홀로 착각하는 등 오인 신고가 하루 최소 2~3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각지대
위험 방치

사람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 지자체들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인공지능(AI) 도입과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통한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GPR 탐사 확대와 노후 관로 교체를 포함한 ‘지반침하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우선 정비구역도’와 ‘안전 지도’를 제작해 대응에 나섰다.


서울 시내 지자체들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정비 사업과 향후 진행될 안전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는 173억원을 투입해 관내 10.3km에 달하는 노후 하수관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지난 1월 전 지역의 노후 하수관로 7.1km에 대한 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수관로 상황에 맞춰 굴착 개량, 보수·보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방학1동, 도봉1동 지역의 노후 하수관로 3.2㎞ 구간 정비를 시작해 현재 공정률이 81%에 달한다고 전했다.

용산구는 지난달 ‘2025년 관내 노면 하부 공동조사’를 발주했고, 성동구도 오는 5월 용역 발주를 앞두고 있다. 두 지역은 공사장 주변과 노후 하수관 매설 도로 등의 내부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공사장 인근의 주변 도로 함몰 징후 여부와 지반 균열 상태, 버팀대 상태 등도 점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도 30년 이상 장기 사용한 하수관이 매설된 연남동 구간의 배급수관 정비 공사를 이달 내 완료하고, 2027년까지 구도 377km에 대한 탐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등포구는 신안산선 붕괴사고 등 도로 침하 현상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4일, 7호선 신풍역 인근 공사 현장을 찾아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달 24일 거대 싱크홀이 발생한 강동구에선 해당 사고 이후 불안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자 인근 지역에 대한 공동 탐사를 진행, 하수관 접합부의 노후로 소규모 공동이 발견된 1개소에 대해 정비를 마쳤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조사 및 씽크홀 발생원인 등에 대한 분석은 정부 합동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강동구는 상반기 중 9호선 연장사업 공사 구간 일대 구 관리 도로에 대한 공동 탐사 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포트홀 중심으로 AI 탐지 장비를 도입해 선제 대응 중이고, 울산은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GPR 탐사와 천공 내시경을 통한 정밀 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GPR 탐사 차량을 확충하고, 지하 굴착 공사 때 자동 계측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한 차수 공법이 시행된 사상∼하단선 구간 1100곳에는 물 침투를 막고 지반을 보강하는 그라우팅 공법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지자체들은 인공지능(AI) 장비 도입이나 지반탐사 확대 등으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GPR은 탐지 깊이가 2m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서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하기 3개월 전 이뤄진 GPR 탐사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GPR은 도로 유지보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규모 싱크홀 조사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GPR로
예방 불가”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땅의 밀도를 추정하는 GPR은 2m 지반 아래까지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유지보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예측 불가한 대규모 싱크홀 조사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GPR 장비 도입을 통해 현재의 탐사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2m 깊이까지만 탐사 가능한 장비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최소 5~6m 깊이까지 탐지할 수 있는 고성능 GPR 장비 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투자와 장기적인 탐사 발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싱크홀이 처음 문제 제기됐을 당시에도 지적됐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국비 38억원과 연구진 211명을 투입해 ‘한국형 땅 꺼짐 예방 가이드라인’과 예측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연이은 땅 꺼짐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그해 12월 ‘지반침하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이듬해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대전대 산학협력단 등이 합작해 땅 꺼짐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GSR(Ground Subsidence Risk·한국형 싱크홀 위험 예측 기술) 기법’을 개발했다.

해당 기법이 실제로 개발됐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2020년 4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지반함몰 위험성 예측 및 평가기술 개발 1세부 최종보고서’에 지반 변형 및 지반 함몰을 예측할 수 있는 신기법 GSR이 현장서 적용 가능한 형태로 수록됐다. 해당 용역 연구는 국토부의 의뢰로 2015년 12월28일부터 2020년 1월31일까지 진행됐다.

GSR은 공사 현장의 지반을 분석해 0~100점 사이의 GSR 점수(안전점수)를 산출, 땅 꺼짐 위험도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땅 꺼짐 위험이 적은 양호한 지반을 뜻한다. 땅 꺼짐에 영향을 주는 흙의 재질, 공동의 유무, 암반의 특징을 조사한 뒤 인자마다 할당된 점수를 정해진 도식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GSR 개발을 주도한 임명혁 대전대 재난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 지질 특성에 맞는 인자 40개를 추리고 점수화하는 도식을 4년에 걸쳐 개발했다”며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인자별 입력값만 넣으면 안전점수가 곧바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시민 불안 커지자 안전 점검
5년 전 개발하고 도입 무산

GSR 기법은 한국 지질 특성에 최적화된 땅 꺼짐 예측·평가 도구로, 위험도 예측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존 기법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GPR로 관내 5개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을 집중 탐사해 땅 꺼짐을 방지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PR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부분 대형 땅 꺼짐은 최소 10m 아래서 발생하지만, GPR은 탐지 깊이가 2m 남짓에 불과하다”며 “서울시가 GPR 장비를 갖춘 지 10년이 됐는데 이 장비로 대형 싱크홀을 사전에 발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굴착공사 시공 단계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4개 등급(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하고, 사건마다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끝난 GSR 기법과 매뉴얼은 막상 현장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GSR 기법은 사례가 부족하고 추가 연구가 필요해 검증된 기술인 GPR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지하 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향후 5년간 기술개발·장비 성능 검증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GSR 기법 활용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만시지탄’이란 반응이다. 임 교수는 “신기술인 만큼 일찍이 현장서 적용해보고 보완했으면 많은 사례를 확보해 지금의 땅 꺼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국토안전관리원은 GSR의 도입이 아니더라도 장심도 도로지반조사 장비 도입을 매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장심도 장비는 투과 범위가 2~20m에 달해 보다 깊은 땅 속 공간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해당 장비를 도입하면 기존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깊이의 싱크홀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게 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해마다 싱크홀 사고가 발생하자 지하공간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서 이 장비의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국토안전관리원이 계획한 장심도 장비 도입은 계속 무산됐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올해 초 분석 결과 장심도 장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장심도 장비가 어렵게 된 이유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국토안전관리원의 이 같은 결정은 장심도 장비 자체의 성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답이 없다
땜빵만 고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장심도 장비 자체가 성능 검증이 안 된 상태로 알고 있다”며 “장비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지만, 기술적으로도 검토할 부분이 많아 (장비 도입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도 도입이 계속 무산되며 시민들은 발 딛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의 불안이 절정에 닿은 만큼 정부의 대처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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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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