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에 터진 대유행, 비상구 없는 영화계 속사정

개봉 앞둔 대작들 그냥 내리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한국 영화계는 100억원대 대작을 보기 힘든 시장이 됐다. 지난해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2:정상회담> 이후로 이른바 텐트폴 영화는 사라졌다. 순 제작비 50억원대의 저예산 영화만 관객 앞에 섰다. 올해 여름 할리우드 대작과 함께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기는 추세에 텐트폴 영화 네 편도 여름 시장을 두드렸다. 하늘도 무심한 듯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일어나면서 거리두기는 4단계로 격상됐다. 영화계의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계는 오랜 기간 시름시름 앓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의미 있는 결과를 낸 작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테넷>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담보> 정도다. 대부분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성수기인데…

국내에서 두 번째 대목인 겨울 시장에는 이른바 대작 영화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저예산 영화나 겨우 개봉하는 수준이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영화계는 절벽으로 내몰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추정치는 9132억원으로 2019년보다 63.6% 감소했다. 특히 영화산업 매출의 약 76%를 차지하던 극장에서 1조9140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5103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2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귀멸의 칼날:무한 열차편> <소울> 뿐이다. 흥행 1위 작품이 1000만 관객을 쉽게 넘긴 예년과는 다르다. 대기업 자본이 투입된 멀티플렉스가 생겨난 이후 한국 영화 역대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그런 가운데 현재 방영 중인 <크루엘라>와 <블랙위도우>가 200만 관객을 넘길 조짐을 보이고, 영화 <발신제한>이 9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최근 영화계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받았다. 

1만명 내외의 일일 총 극장 관객 수가 예년처럼 40만을 넘기기도 하는 등 영화관은 오랜만에 왁자지껄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 넘게 불어나면서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이 강화됐다. 우려하던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자 “이러다 진짜 죽는다”는 업계의 아우성이 흘러나온다.

예전 같으면 7월부터 여름 성수기 시즌이 시작되지만, 4차 대유행으로 영화계 전체가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극장 또한 오후 10시 이후에는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 오후 7시30분까지는 마지막 회차 상영이 시작돼야 한다.

직장인과 같이 저녁 이후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 힘든 상황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만 바라본다. 확진자 수가 떨어져야 뭐라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영화관에서는 손해가 막심하지만, 배급사는 IPTV에서 매출이 올라 그나마 버틸만했다.

하지만 신작이 없자 IPTV 매출도 같이 줄어들고 있다. 신작이 해결책인데 4차 유행이 번졌다.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발만 동동 구르는’ 텐트폴 영화 네 편 
“팬데믹 대응 방안, 정답 누구도 몰라”


그런 가운데 여름 성수기 시장을 노린 네 편의 대작이 준비 중이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김윤석 조인성 등이 출연하는 <모가디슈>와 배우 황정민 주연의 <인질>, 배우 차승원, 이광수 주연의 <싱크홀>, 연상호 감독이 집필하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한 <방법:재차의> 등 네 편이다. 

네 작품 모두 성수기 시장을 노리고 개봉일을 고르고 있다. 제작보고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네 영화 모두 내부적으로 평가가 좋다는 반응이 나온다.

평소 같으면 전략적인 홍보를 통해 조금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 위해 필사적인 행보를 펼쳤겠지만, 최근 대유행이 번지면서 홍보에 박차를 가하지도 못하고 개봉일을 쉽게 바꾸지도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모가디슈>와 <인질>을 제작한 영화 제작사 외유내강은 현 시점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모가디슈>는 롯데엔터테인먼트, <인질>은 NEW에서 올해 여름을 노린 텐트폴 영화로 지정했다. 자식이나 다름없는 영화가 거의 동시에 개봉하는 흔치 않은 상황에 놓인 것.

하지만 코로나 국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닌데 배급사에서 두 영화를 텐트폴로 지정했다. 영화계의 명운이 달린 시점에 우리 영화가 두 편이 걸리게 됐다. 용기를 갖고 결정하긴 했는데,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한국 영화가 다시 활기를 띠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영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배급사 역시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배급사들은 이미 4~5편의 영화가 창고에 빼곡하게 쌓여있다. 진작에 풀어져서 수익으로 환산됐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지금 힘든 건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팬데믹은 레퍼런스가 없다. 올림픽이나 다른 큰 이슈는 대처 방안이 있거나, 때론 전략을 잘 활용하면 역이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팬데믹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정답을 아는 사람이 없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는 상황에 계속해서 금전적 손실이 나고 있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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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