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공포’ 땅 꺼지는 공사 강행, 왜?

위험 경고에도 수직구 발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차가 달리던 도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길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이 입을 벌린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싱크홀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가 예정된 일대 주민들 역시 매일 창밖을 보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가 인근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휘경동 일대 수직구 설치 계획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포비아 확산

서울시는 2015년부터 추진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의 일환으로 휘경동 인근에 급기소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급기소는 지하터널 내부 공기 순환을 위한 환기 시설로, 이를 설치하기 위해 지하 깊숙이까지 파내는 ‘수직구(수직 통로)’ 굴착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 침하, 즉 싱크홀 위험이다.

휘경동 공사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하천변에 인접해 지반이 약할 수밖에 없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실제로 공사가 예정된 위치는 중랑천 인근으로, 과거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곳이다. 주민 A씨는 “이곳은 예전부터 비만 오면 침수되던 지역이다. 그런 땅을 깊이 파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안을 호소했다.

실제 약한 지반이 원인이 돼 싱크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은 수직구 공사를 우려하고 있다.

수직구는 발파 공법을 사용해 구멍을 파내는 작업이 이뤄진다. 발파 공법은 암석이나 단단한 지반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폭약을 이용해 폭발을 일으키는 공법으로 대부분의 지하공사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발파를 이용해 굴을 파내게 될 경우, 발파로 인한 진동과 충격이 지반 약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공사 부지 아래에는 약 3만2000톤 규모의 저류조가 설치돼있다. 저류조는 폭우 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빗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로, 도시 침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발파 공법으로 수직구를 굴착할 경우, 저류조 구조물에 금이 가거나 파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반대에도…
하천 옆 공사…주민들 “꺼질라” 우려

주민들은 저류조가 손상되거나 균열이 발생할 경우, 저장된 대량의 빗물이 한꺼번에 방출돼 인근 지역이 순식간에 침수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심도 터널 공사가 지하 70~80m 화강암층서 진행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 당시 전문가 자문 및 심의를 거쳐 설계 확정된 사항”이라며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문제의 본질이 터널이 아니라 수직구 굴착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사 예정지가 아파트 단지와 불과 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만약 지반침하가 발생할 경우 주거지에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수직구 직경이 12m에 달한다. 아파트 바로 앞에서 이 정도 규모의 굴착이 5년 넘게 진행되는데, 어떻게 안 불안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서울시는 급기소만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60개월간 수직구를 만들고, 발파 작업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급기소에 대한 설명에 통합해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해명했다.

주민 설명회 과정서도 논란이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 계획이 뒤늦게 알려졌으며, 초기에 충분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 만든 사업 세부 추진 현황에는 사업 초창기인 2019년 처음 주민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명시돼있었지만 실제 참석한 주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위치라도 옮겨라” 요구
시 “대체지 없다” 충돌

한편, 서울시는 대체 부지 검토 요청에 대해 “수년간 검토했지만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천변으로 부지를 옮기거나, 최소한 주거지와의 거리를 두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대안으로 휘경유수지 내 저류조, 동대문구 자재 야적장, 중랑교 인근 변전소 앞 공원 등을 검토했지만, 한강유역환경청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사유로는 복개 구조물 안전성, 통수단면 축소 등의 이유가 있었고, 특히 변전소 앞 공원은 교통 상충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허가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동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서 발생한 싱크홀과 광명시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 등이 주민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하천 인근은 지질 구조상 토사층이 두껍고 지반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아, 발파 공법 사용 시 진동으로 인한 지반침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공사 강행이 아니라, 보다 안전한 방법과 위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지반 조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사로 인한 소음도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5년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휘경2동 주민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발파 빈도는 1일 2회로 예정돼있으며, 발파 시간은 약 1~2초 정도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5년간 매일 폭발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데 너무한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에 서울시는 방음벽과 방음판 등 여러 가지 현장 방음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앞에서 공사를 하는데, 방음장치는 무용지물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안전 불감증

주민들은 현재 공사 위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입주민 대표는 “우리는 공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발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교통난 해소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싱크홀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안전 확보는 필수적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대형 싱크홀 사고  대부분 지하 공사가 원인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중 40% 이상이 지하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6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깊이 5m 이상 대형 싱크홀 35건 중 15건(42.9%)이 굴착·매설 등 지하 공사 미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하수도관 누수는 8건(22.9%), 나머지 12건(34.3%)은 원인 불명으로 분류됐다.

반면, 중소형 싱크홀까지 포함하면 상하수도관 누수 비율이 51.4%로 가장 많았고, 지하 공사 부실은 36.5%를 차지했다.

올해 서울 강동구 명일동과 경기 광명시 일직동서 발생한 초대형 싱크홀 사고도 모두 지하 공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명일동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으며,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원인으로 조사 중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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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