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만화처럼 명랑하게 '싱크홀'

과학적 현실성은 가버렷!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1세기로 진입하기 직전인 1990년대, 한국 국민들은 두 번의 큰 붕괴 사건을 경험한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살아남은 사람보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애꿎은 목숨이 날아갔다. 살아남은 자들 역시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3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그 트라우마는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건물이 무너진다는 게 얼마나 처참한 현실인지, 큰 충격으로 남는지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가운데 만약 우리가 거주하는 빌라 한 동이 땅속으로 꺼져버린다면 어떨까? 그 안에 있던 사람들 혹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다면 사회는 급격하게 혼란에 빠질 테다. 상상만으로도 매우 끔찍하다. 

어느 날 갑자기 빌라 한 동이 싱크홀로 인해 땅속으로 빠져버린다는 설정의 영화 <싱크홀>은 우리가 경험한 트라우마와는 다른 길을 택한다. 과학적인 현실성을 과감히 배제한다. 누군가가 겪는다면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최악의 재난을 만화처럼 풀어나간다.

뻔한 신파도 가볍게 걷어버린다. 재난영화라 하면 떠오르는 클리셰를 약간은 비껴간다. 만화처럼 명랑하게 고난을 풀어낸다. 

지방에서 무일푼으로 올라온 회사원 동원(김성균 분)은 아끼고 모은 돈에 수억원의 대출을 끼고 서울에 집을 마련했다. 이제야 번듯한 내 집이 하나 생겼다는 마음에 하루 하루가 행복하다. 출퇴근길은 짧아져 자기계발도 가능하다.


동네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헬스장 매니저이자 사진사이자, 대리운전을 겸하는 만수(차승원 분)만 빼면 말이다. 

새집은 좋긴 한데 어딘가 이상하다. 아들이 구슬을 굴렸는데 한쪽으로 스르륵 굴러간다. 집 자체가 수평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창문은 괜히 뻑뻑한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땅은 갈라져 있고, 1층 유리로 된 자동문은 손만 대도 박살이 난다. 

‘별일 아니겠거니’라며 넘기는 차에 동원은 김대리(이광수 분)와 인턴 직원 은주(김혜준 분)를 비롯해 팀원들을 불러모아 집들이를 한다. 속에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모두 꺼내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술에 취한 은주와 김대리는 동원의 집에서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아침 술에 취해 정신이 없다. 아들과 아내(권소현 분)는 마트에 나갔다. 동원과 김대리, 은주는 깊은 잠에 빠졌다. 만수는 단수 때문에 정신이 없다. 각자 집에 들러 단수 상황을 확인한다. 그러던 중 지진이 난 것처럼 집 전체가 흔들린다. 놀랄 틈도 없이 땅이 꺼진다. 빌라 한 동이 완전히 땅속으로 파묻혔다. 

잠에 취한 동원과 은주, 친구와 만나러 가는 길에 가방을 두고와 택시에 있던 김대리, 마트에 돌아오는 길에 먼저 집에 들어온 동원의 아들, 옥상에 있던 만수와 아빠 몰래 담배를 피던 만수 아들 승태(남다름 분)가 땅속에 갇혔다. 이들은 과연 구조될 수 있을까. 

영화 <7광구>와 <타워>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의 신작이다. 앞선 영화들이 재난에 집중했다면 <싱크홀>은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까지 비교적 많은 분량을 인물의 캐릭터 구축과 관계도에 집중한다.

특히 동원이 가는 길마다 ‘짠’하고 등장하는 만수를 통해 현실성 대신 판타지로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피력한다. 


실제라면 100m 이상 떨어진 건물이 폭삭 주저앉으며 대부분 인물이 목숨을 잃었겠지만, 인물들은 의외로 안전하게 살아남는다. 비록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산소 부족으로 금방 죽었을텐데, 그런 위기는 없다. 과학적 설명은 포기한다.

애초에 만화스러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현실성을 배제한 덕에 명랑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각각의 인물이 보여주는 코믹스러운 서사가 먹혀든다. 재난 상황이지만 긴박감보다는 의외의 유머로 승부를 건다. 코믹 연기에서는 뛰어난 감각을 보인 차승원과 SBS <런닝맨>을 통해 육각형 스펙을 가진 예능인의 면모를 보인 이광수가 힘을 보탠다. 

신예 김혜준도 코믹 연기에서 나름의 포인트가 있으며, 남다름도 준수하다. 감정 소모가 많았던 영이 역의 권소현도 분투한다. 이야기의 중심인 동원 역의 김성균은 보편적인 서민으로 중심을 잡는다. 이 덕분에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이 배가된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빈 곳을 메운다. 또 고급스러운 시츄에이션 유머도 적절히 녹아 있다. 

악재에 악재가 거듭되는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인물들은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일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있기도 하지만, 오락영화로서 허용되는 범주 안에 있다. 재난영화에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부성애와 모성애, 재난 속에서 꽃 피운 사랑 등 뻔한 설정이 있기는 하나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보편적인 논리나 예술성을 기준으로 접근하면 <싱크홀>은 좋지 않은 영화가 될 테다. 애초 기획단계부터 예술적인 접근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대신 가족 오락영화라는 기준을 두면 꽤 깔끔하고 재밌는 작품이다. 여러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다. 덕분에 어린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에필로그는 좀 억지스럽긴 하나 쾌감이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해 즐겁게 영화관을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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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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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