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청래 공략’ 포인트 6가지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12 08:30:08
  • 호수 1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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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붙여봐도⋯게임이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보수 야당들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정 대표의 당선 과정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김어준씨의 대결 가능성이 불거졌다. 정 대표의 일부 행보는 이 가능성을 세간에 더 크게 알리고 있다. 정 대표는 불씨를 뿌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일 경기 고양 킨텍스서 진행된 임시전당대회서 정청래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정 대표는 최종 득표율 61.74%를 얻어 38.26%를 득표한 박찬대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 대표 선거는 ▲권리당원 투표 55% ▲대의원 투표 15%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진행됐다. 정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서 크게 앞섰고, 대의원 투표에선 박 의원이 정 대표를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는 전임자 이재명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을 채울 예정이다.

김 대 이
대리전?

민주당의 당 대표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당 안팎에선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다. 일각에선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 대표를 지지하고, 이 대통령은 박 의원을 지지한다”는 설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녔다.

정 대표는 문재인정부서 친문 초강경파로 통했다. 각종 방송 출연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이 대통령을 비난했던 행적은 경선 기간 내내 줄줄이 파묘돼 돌아다녔다.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정 대표가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냥 싫다”고 비난했던 것이었다.


그동안 이 대통령 지지 여성들이 주로 방문하는 커뮤니티들에선 정 대표에 대한 비난이 거칠게 일어났다. 박 의원도 주로 이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정 대표가 당선되자, 이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당 대표 경선을 통해 이 대통령 당선을 위해 힘을 모았던 주요 그룹들은 친김어준과 친이재명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

정 대표 당선을 계기로 정치권 안팎에선 “김씨가 사실상 민주당의 상왕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진행한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 영종도에선 김씨가 기획하고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연출한 ‘더 파워풀’ 콘서트가 진행됐다. 여기엔 ▲정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김민석 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김씨의 위상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문제는 김씨의 과거 이력이다. 김씨는 각종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이어가다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되면 침묵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간다. 이 때문에 김씨에 대해선 비판 여론도 거세다.

김씨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김씨가 과거 성인용품 쇼핑몰을 운영한 이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쇼핑몰에선 성인 간 만남도 중개했다. 정 대표의 당선으로 인해 이 이력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대통령 위에 성인용품 판매 전력이 있는 일개 방송인이 자리 잡아 민주당을 쥐락펴락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되자마자 ‘20년 집권’ 호언장담
당장 저격수·대처법이⋯발만 동동

아울러 정 대표는 국민의힘·개혁신당 등 보수 야권에 대한 초강경파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대통령과의 갈등 이력과 야권에 대한 강경한 반응 등 정 대표의 평소 성향으로 인해 지금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불씨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평소 자신의 강경한 성향을 자제할 의사가 전혀 없단 취지의 언행을 자주 드러냈다.


정 대표의 취임 일성은 “국민의힘 해산을 못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통합진보당도 해산되고, 국회의원 5명의 직도 박탈됐다”며 “내란을 직접 하려고 한 국민의힘은 100번 해산 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 수사 결과, 국민의힘 내부 구성원이 중요 임무를 수행했단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국민이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행동으로도 이 의지를 보여줬다. 정 대표는 같은날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성향 야 4당을 차례로 예방해 돈독한 친분을 나눴다. 하지만 국민의힘·개혁신당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채널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민주당이 개혁신당엔 예방 일정을 통보하지 않아서 실무진이 문의해보니, ‘의도적으로 안 간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준석 대표 제명 등 징계를 핑계 삼아서 안 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당해산심판은 법무부 장관이 청구한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라서 법무부가 청구하긴 쉽지 않을 것이니, 국회 의결을 거쳐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는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인용할 가능성은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친 한동훈)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주요 체포 대상으로 선정된 피해자였다. 친한계 관계자들도 “한 전 대표의 당시 활약은 국민의힘 전체가 비상계엄에 동조한 게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다”며 “국민의힘을 해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라며 “중도보수 정권을 창출해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당과 진보 일각에선 국민의힘·개혁신당을 극우로 규정하고 있다. 한 전 대표도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서 “극우 컬트 정당으론 이재명정부를 견제할 수 없다”며 “이대로 가면 보수 정치가 완전히 무너져 민주당이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같은 입지를 차지하는 1.5당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자민당은 지난 1955년 일본사회당의 약진을 경계한 자유당·일본민주당 합당으로 탄생했다. 이후엔 각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여러 파벌이 모인 보수 빅텐트 정당 정체성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민주당이 집권했던 약 2년4개월 외엔 줄곧 정권을 독점하고 있다.

민주당서도 장기집권 전략을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민주당의 20년 집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민주당이 대통령 10명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면서 50년 집권론까지 주장했다.

보수 야당
의도적 무시

이 전 총리의 주장과 달리, 민주당은 ▲조국 사태 ▲페미니즘 논란 ▲부동산 가격 폭등 논란 등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과도한 자신감에 따른 각종 내로남불 논란으로 인해 성별·세대 갈등의 여파 등에 따른 결과였다. 이는 불과 3년 전 일이지만, 정 대표는 이전보다 한층 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개혁신당 예방을 생략한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정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해서도 강경하다. 정 대표는 당선 전인 지난달 31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올라오면, 즉시 바로 처리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으로부터 공천 개입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규정됐고, 대표 당선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엔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했다.

아울러 지난 5월27일 진행된 제3차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 ‘젓가락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의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엔 약 60만명이 동의했다. 이어 지난달 29일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명안이 접수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실제로 제명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회의원 제명은 국회법상 가장 강한 징계고, 헌정사상 현역 의원으로서 제명됐던 사례는 지난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밖에 없다.

제명이 진행되면, 지지자들에게 쾌감을 보장해준단 장점은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무게와 격을 띄워주다 못해, 김 전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올릴 수 있단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 개혁신당 관계자도 “이 대표를 제명해주면 오히려 ‘땡큐’ 아니냐”고 말했다.

전당대회 종료 후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날 아침 이 대표의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내란 특검의 수사 방식도 역설적으로 이 대표의 무게감을 끌어올렸다. 내란 특검은 이 대표의 사무실 컴퓨터서 압수 대상 파일을 찾던 중 임의로 ‘한동훈’ 등 영장에 적힌 압수수색 범위와 무관한 단어를 검색했다. 이는 이 대표 변호를 맡은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에게 고스란히 적발돼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 대표가 각종 갑질 논란으로 인해 여성가족부 장관직서 낙마한 민주당 강선우 의원을 공개적으로 두둔한 것도 부정적 불씨가 될 수 있다. 강 의원은 장관 후보자였던 지난달 연일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돼 도마 위에 올랐다.

이준석 제명?
오히려 땡큐

정 대표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며 “발달장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과 사연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적었다. 당선 이후엔 “강 의원에게 많은 위로를 했고, 당 대표로서 힘이 돼 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제가 강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으니, 힘내시라”고 적었다.


강 의원의 갑질 의혹은 민주당 보좌진협의회서도 강하게 반발했을 만큼 심각한 이슈였다. 따라서 정 대표의 강 의원 위로는 자신들의 보좌진까지 무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 외 국민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부유층·고위층을 넘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갑질 문제는 이미 만성적이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아울러 “여당 대표가 소속 의원을 두둔하기 위해 사회 분위기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로남불’ 논리에 지나치게 충실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민주당이 2030 세대 남성과 반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조국 사태 때였다. 이로 인해 정권을 잃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상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큰 대응을 당 대표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

선민의식·내로남불 논란은 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이춘석 의원과 관련해서도 빚어지고 있다. 진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서 10억원으로 낮춰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자가 늘어난다. 그런데 진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당시 “주식 투자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진 의원 아들이 가진 주식 중 75%가 미국 주식이란 사실도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도중 보좌관 명의의 주식 계좌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하던 상황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물의를 일으켰다. 이 의원은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주식 보유 내역이 없다”고 신고했다. 지난 2019년 4월엔 배우자가 수십억원 상당 주식 거래를 대행해 논란이 불거진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 “주식 명의를 빌려준 후보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당 계좌에 담겨있던 주식 내역은 AI 관련 기업 주식이었고, 이 의원은 국정기획위서 AI 정책을 맡는 경제2분과 과장이었다. 국회의원으로서 “주식시장 교란 행위자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법안 발의도 4번이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수면 위 떠오른
친김어준 대 친이재명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고, 법제사법위원장직도 내려놨다. 국정기획위서도 해촉됐다. 또한 정 대표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 빠르게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지난 6일엔 이 의원을 민주당서 제명했다. 강 의원을 대하는 태도와 너무 달라서 이 조치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서 “강선우는 싸고돌면서, 이춘석에 대해선 왜 진상 조사를 하느냐”며, “이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선대위 비서실장 출신이라서 그런 거냐”고 주장했다. 결국 정 대표의 전혀 다른 대응은 친김어준·친이재명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타결된 한미 상호 관세 협정도 이재명정부와 정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당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상호 무관세’를 주된 내용으로 구성된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지층 이탈과 비난을 감수하면서 체결했던 협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인해 관세 15%가 부과되면서, 사실상 자승자박 상황에 빠졌다.

아울러 국내 기업은 미국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일본의 5500억달러 투자보단 적은 액수지만, 일각에선 “한국은 이미 미국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가장 높다”고 반박한다. 또한 “일본은 금융지원 성격이 강하지만, 한국은 미국서 직접 생산시설 투자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정적으로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을 난처하게 할 수 있는 지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훌륭한 우리 쇠고기를 거부하는 나라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광우병 촛불 시위에 호응했던 민주당의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이 걸린 심각한 문제였다. 정부는 협상 도중 미국 측에 광우병 촛불 시위 현장 사진을 보여주면서까지 이를 피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협정 결과, 원래는 무관세였던 자동차 품목엔 관세 15%가 붙는다”며 “일본·유럽연합에 부과되던 일반 관세 2.5%만큼 손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쇠고기보다 더 큰 것을 내준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이다.

가만 앉아서
정권 교체?

이렇듯 정 대표는 강경 일변도로 정국을 이끌 가능성과 이 대통령과 갈등할 가능성을 외부에 드러내고 있다. 정 대표가 정국을 강경 일변도로 이끌면서 내부 혁신을 소홀히 하면, 현재 아무런 혁신을 하지 않는 국민의힘이 가만히 앉아서 지지율을 끌어올려 정권교체를 노리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강 대 강 대치와 어이없이 이어지는 정권교체는 정치를 파탄으로 이끌 위험이 있다. 정 대표의 당선 직후 행보는 이토록 많은 불씨를 뿌리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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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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