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3연타’ 김재범 체육회 위원장 자격 논란

과거 딛고 중책 맡은 유도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재범 한국마사회 감독이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그의 선수 시절, 세 번의 음주 운전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42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취임한 지 세 달이 지났다. 유 회장은 42대 집행부 구성에 이어 산하 위원회 구성까지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임명된 유도 금메달리스트의 과거 음주 운전이 다시 불거지며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세 번의 사건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가 지난 4월 K-스포츠 전성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인물로 유도 영웅 김재범 한국마사회 유도단 감독을 경기력향상위원장에 임명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선수들의 실질적인 훈련 환경, 지원 제도, 데이터 기반 분석 등을 관장하는 핵심 조직이다.

김재범 위원장이 이끄는 이 위원회는 앞으로 스포츠 과학 융합, 국가대표 선발 프로세스 개선, 심리·영양·재활 등 전문 지원 체계 강화 등의 업무를 주도할 예정이다.

이는 유 회장의 ‘선수 중심 체육’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징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유도의 전설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서 남자 81kg급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모두 석권한 최연소 ‘유도 그랜드슬래머’이기도 하다.

그의 커리어는 단지 성적에만 머물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과 투혼,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은퇴 이후에도 한국마사회 유도단 감독으로 활약하며 후진 양성과 유도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이번 위원장 선임은 체육계 안팎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선임 소감서 “지도자로서, 선수였던 사람으로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민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스포츠를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길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장 밀착형 피드백 시스템, 비인기 종목의 성장 기반 마련, 국가대표의 훈련 지원 체계 확립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 임명
무면허 상태 음주 운전 등 3회 적발

체육계서도 김 위원장 임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김재범 위원장과 같은 인물의 합류는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책의 무게감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반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을 꼬집으며 자격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월4일 오전 11시께 술을 마신 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사거리 인근서 불법 유턴을 하다 마주 오던 스타렉스 승합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날 혈중알코올농도 0.095% 상태서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난 2007년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가 정지됐으며, 지난 2008년에 또다시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박탈된 상태였다. 무면허 상태서 또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불구속된 지 일주일 여가 지난 후 MBC서 방송한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 신년 특집에 <스타의 가족을 소개합니다>에 출연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 유도 기본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손바닥 댄스 등 의외의 순진하고 귀여운 끼를 뽐내며 수줍은 면모를 드러냈다.

또 슈퍼주니어 이특의 친누나 박인영씨와 커플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 시작 직후 네티즌들은 무면허 음주 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던 김재범의 출연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방송분에서는 김재범이 등장하자 ‘이날 녹화는 지난해 12월 진행됐다’는 자막이 떠 논란을 사전 예방하려 했으나 역시 논란은 이어졌다.

많은 네티즌들은 “음주 운전으로 입건된 김 선수가 방송에 버젓이 출연하다니 어이없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라곤 하지만 구설수에 오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의견이 이어지자 스친소 제작진은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 “2009년 1월 17일 방송된 <스타의 가족을 소개합니다> 편은 2008년 12월 녹화된 방송분으로 MBC 파업으로 인해, 방송이 지연돼 나간 것입니다. 이에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번 위원장 임명때도 관련 비판이 나왔다.

‘여론 뭇매’ 박정태 사례 보니…
대한체육회 “결격사유 아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구단 SSG의 2군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될 당시 음주 운전 이력이 있어 비판받다가 감독직을 사퇴한 바 있다”며 “과거 전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공적인 자리에 전력이 있는 사람을 임명한 것을 믿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체육계서 여러 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에 이들에게 다시 체육계서 일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SSG 구단은 지난해 12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 후 SSG 팬들은 물론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장 큰 문제는 박정태의 과거 세 차례 음주 운전 이력이었다. 박정태는 2019년 1월 음주 상태로 시내버스 기사의 운전을 방해하고 폭행한 혐의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을 통해 박정태가 이번 음주 운전 외에 두 차례 더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결국 박 전 해설위원은 SSG 퓨처스 감독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김 위원장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어린 나이에 잘못을 했고, 그 이후 사죄하는 마음으로 2012년 올림픽을 준비했다. 조용히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해왔다”며 “최대한의 피해를 안 입히게, 사회적으로 잘못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과거에 죄 지은 부분에 대해서 비판이 나온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대한체육회 위원장이든 위원이든 어느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범죄 이력 조회 동의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며 “동의서를 제출하고 대한체육회서도 승인이 났다. 과거 잘못에 대해 짚어주신 부분은 너무 감사드리면서도 죄송하지만 맡은 바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없나

대한체육회 내규의 결격사유는 ▲피성년후견인 또는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사람 ▲징계로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성범죄나 상해와 폭행의 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 등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경우 내규상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그의 음주 운전 사건이 있을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해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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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