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롤스로이스’ 범서방파 나씨 소름 돋는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4 11:42:40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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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촌 오른팔서 고깃집 사장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만취 상태로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운전하다 뺑소니 사고를 낸 50대 남성의 정체가 범서방파 간부 나모씨로 드러났다. 나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도로에 정차된 차를 들이받은 뒤 달아나다 붙잡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서 나씨가 범서방파를 사실상 이끌어 온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는 이날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고 있다. 사고 충격으로 차량이 밀리면서 인근에 서 있던 50대 주차 안내 직원이 다리를 다쳤다.

음주 운전 사고
“날 몰라?” 윽박

나씨는 사고 직후 피해 차량 주인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름 석 자만 대면 아는 사람”이라며 되레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다 경찰이 출동한 것을 확인하고는 현장을 벗어났다가 인근서 10여분 만에 검거됐다. 나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나씨는 2010년쯤 범서방파의 우두머리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서방파를 지배하던 김태촌은 앞서 교도소서 복역하다가 출소한 1989년 양모씨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씨가 2010년쯤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나씨가 그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나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잠잠하던 원로 조직폭력배의 일탈 행위가 드러나면서 나씨의 과거사도 재조명받고 있다. 나씨는 지난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A 그룹 총수 보복폭행에도 연루됐던 거물로 알려졌다. 

2007년 5월 A 그룹 김모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당시 청담동서 B 식당을 운영하던 나씨를 소환조사했다. 경찰은 나씨의 음식점을 압수수색한 결과 사건이 발생한 그해 3월8일 저녁, A 그룹 법인카드로 식대를 계산한 매출전표를 찾아냈다.

당시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씨와 A 그룹 김모 비서실장이 함께 식사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였다.

범서방파 출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당시 상황에 대해 “나씨가 A 그룹 보복폭행 사건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범서방파가 개입해 진두지휘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A 그룹 보복폭행 사건은 2007년 3월8일 새벽 서울 청담동 G 노래방(가라오케)서 술을 마시던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북창동 S모 클럽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8명과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벌였다가 집단 폭행을 당하는 바람에 심하게 부상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총알 택시’ 운영하던 잡배서 거물로
연예인 단골로 유명 ‘청담동 그 집’

김 회장이 업소를 찾아가자, 불만있으면 와보라는 식으로 종업원이 명함을 던지고 갔다고 한다. 이에 격노한 김 회장은 아들을 폭행한 인물에게 보복을 가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G 가라오케를 통해 S 클럽 종업원들을 불렀다.


S 클럽 종업원들은 자신들 5명에 노래방 종업원 3명을 끼워서 대신 내보냈는데 그들은 김 회장의 경호원들에게 청계산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이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 폭행을 저지른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호소하자 김 회장은 경호원들을 이끌고 가게로 쳐들어갔다.

북창동 S 클럽에 도착한 김 회장은 “내 아들 폭행한 놈들을 끌고 오라”는 말에 가게 측이 폭행 가담자를 데려오자, 김 회장의 아들이 자신을 폭행한 사람에게 직접 주먹으로 보복을 가했다고 한다. 이때 종업원들도 경호원에게 폭행당했으며 쇠파이프와 전기 충격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나씨에게 B 식당에 온 사람이 김 비서실장과 오씨가 맞는지, 이들 두 명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는지, 오씨의 지시로 폭행 현장에 인력을 동원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또 주 피의자인 김 회장이 “청계산에도 가지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이날 김 비서실장, 사택 경비 용역업체 직원 등 5명, D 토건 김모 사장 등을 모두 재소환했다. 경찰은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씨와 D 토건 김모 사장, G 가라오케 장모 사장 등이 각각 조직폭력배 등 외부인력을 동원했다고 봤다.

경찰은 이날 오씨가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김 회장 측으로부터 조폭 동원의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씨에 대한 계좌 추적을 실시했으며, D 토건 김 사장을 상대로 인력 동원 부분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전날 자진출두한 G 가라오케 장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북창동 S 클럽에 갔지만 룸에 들어가지는 않고 주변에 있었다. 같이 간 사람들은 있는데 조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입산
한우로 

경찰은 장씨가 A사 측 누구의 부탁을 받고 현장에 갔는지, 직접 폭행을 하지는 않았는지 추후 더 조사했다. 수사관계자는 “쇠파이프와 전기봉으로 폭행했다는 피해자 진술은 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의자·참고인 조사가 중요하다”며 “가능하면 주중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나씨는 조직폭력배 범서방파 출신이며, 2007년 A 그룹 회장 폭행 사건 당시 A 그룹 간부와 범서방파가 B 식당서 회합을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씨가 운영하던 B 식당은 평소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소문난 한우 고깃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씨가 마냥 연예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나씨의 가게를 방문했던 배우 최모씨는 나씨와 언쟁을 벌이다가 결국 쌍방폭행으로 이어져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나씨의 한 측근은 “최씨가 날린 주먹에 눈을 다친 나씨는 처음엔 보복하려고 했으나, 이를 기회 삼아 최씨와 친분을 맺었다”고 전했다. 

폭행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실제로 친해졌고 언제 가더라도 식사 중인 연예인 한두 명은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씨 말에 의하면 B 식당을 찾는 이들 중 연예인을 포함한 방송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손님 중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24시간 종일 영업에 연중무휴로 3년째 계속 문을 열어놔 야간촬영이나 휴일 활동이 많은 연예인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잘나가던 나씨는 B 식당을 운영하면서 30여t에 이르는 수입 소고기를 한우 고기인 것처럼 허위 표시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2007년 9월7일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수입 갈비살과 안창살 등을 판매하면서 한우로 허위표시 해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나씨에게 식품위생법 위반죄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태촌
자금줄

재판부는 판결문서 “피고인들이 인터넷과 방송 매체를 통해 최상급 한우만 엄선해 판매한다고 홍보하고, 식당 내부에 한우 사육 사진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국산 수입 갈비살·안창살 30여t이 마치 한우 고기인 것처럼 허위표시한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인정한 원심 판결은 옳다”고 밝혔다.

앞서 2004년 수입소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았다는 혐의로 대구지검에 구속됐을 때 나씨의 가게를 드나들던 단골 연예인 12명 정도가 그를 구명하기 위한 확인서를 써줘 화제가 됐다. 당시 연예인들이 구명활동에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나씨의 가게를 드나들면서 선물을 받는 등 융숭하게 대접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유력하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를 두고 일각에선 김태촌의 ‘자금줄’로 부르기도 했다.


나씨는 음식점 경영보다 ‘사채놀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고 알려졌다. 그 증거로 지난 2003년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윤모 회장에게 20억원을 빌려주고, 40억원을 받으려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이 과정서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과시하듯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등을 변호사로 선임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나씨의 암흑가 진출은 총알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일반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승객을 태우는 일명 ‘나라시 택시’를 운영하고 관리한 나씨는 심야에 터미널이나 기차역 등의 장소서 손님을 모아 제법 돈을 벌었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당국에는 불법으로 규정돼있으며, 150km/h 이상을 우습게 찍는 총알택시로 유명하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량 성능에 따라 250km/h까지 올려 어둠을 가르고 질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인천 ‘뉴송도호텔’서 일어난 칼부림 난동 때 낫을 들고 활개 친 것을 계기로 김태촌의 신임을 얻어 오른팔의 자리에 올랐다.

다사다단했던 암흑가 2인자
MZ조폭으로 이어진 범서방파

도박 사건에 연루돼 반대파 조직에 납치·폭행된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를 납치 폭행한 폭력조직은 국제PJ파로, 조직 두목이 나씨에게 전화해 “큰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으니 2억을 준비해서 나오라”고 유인했다.

그후 먼저 기다리고 있던 상대 조직원이 탄 차가 나씨를 납치해 경기 기흥휴게소까지 끌고 갔으며, 나씨는 차 안에서 당한 무차별 폭행으로 갈비뼈 등을 다쳤다. 그는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차에서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고, 납치했던 국제PJ파 조직원 6명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범서방파의 조직원 수는 총 100여명 정도로 추산되나, 김태촌 사후 세력 확장을 꾀하는 신진 무리는 20~30대 젊은 세대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한 투자사 대표 C씨가 범서방파·이천연합파 등 기존 조폭 구성원들 중 1983년생이 모여 결성된 조직폭력배 ‘불사파’를 동원해 구속 기소됐다. 불사파 조직원은 서울 강남구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피해자를 협박·폭행해 미술작품 등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특수강도미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투자사 대표 C씨 등 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해 9월27일 밝혔다. 불사파 조직원들은 ‘1997년작 영화 <넘버 3>에 등장하는 조폭 이름서 영감을 얻어 작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미술작품 투자금 28억원에 대한 이자 등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미술작품 ‘○○○ 100호’를 빼앗기 위해 지난 8월1일 피해자를 감금했다. C씨가 동원한 조폭들은 피해자에게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가 해당 작품이 없다고 호소하자, 이들은 87억원의 채무상환을 요구하고 피해자 남편의 연대보증을 강요했다. C씨 일당은 피해자에게 ‘87억원의 빚이 있다’는 진술을 강제로 녹음하게 하고, 스마트폰에 위치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행적을 추적하기도 했다.

C씨 등은 피해자에게 ‘조폭 등을 시켜 묻지마 살인 방식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피해자 양손을 탁자 위에 올리게 한 뒤 샤프펜슬로 손등을 내리친 혐의도 받는다.

사건·사고
잇달아 연루

C씨가 1983년생 조폭들이 모인 MZ 조폭 ‘불사파’를 동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불사파는 정기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하면서 결속을 다져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음에도 월세 1300만원짜리 강남 고급 아파트 등에 살면서 고가의 외제차를 몰았다. 감금·폭행·협박에는 C씨가 동원한 귀화 조선족 폭력배도 가담했다. 경찰은 아직 신원을 확보하지 못한 피의자 3명을 조속히 검거하겠다고 전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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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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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