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음주 운전 삼진아웃 박상민

정신 못 차린 ‘장군의 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영화 <장군의 아들>로 널리 알려진 배우 박상민이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박상민의 음주 운전 논란은 이번이 세 번째다. 또다시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최근 인기 연예인들의 잇따른 음주운전이 연예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박상민을 지난달 27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연예계는 물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호중의 음주 운전 사태에 이어 연예계는 또 한번 충격적인 음주 사건이 벌어졌다.

면허 취소
혐의 인정

박상민은 지난달 18일 과천의 한 술집서 지인들과 양주를 나눠 마신 뒤 만취 상태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민은 당일 아침 8시경 자신의 차를 혼자 몰고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골목길서 잠이 들었다. 지난달 19일 지나가던 목격자가 이를 발견 후 신고했고 이후 경찰이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민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음주 운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음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없었다.

한편 박상민의 이번 음주 운전 적발 사례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중대 음주 운전 범죄자의 차량 압수·몰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경찰은 이를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유엠아이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소속 배우 박상민 관련, 발생해서는 안 될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진심 어린 사죄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사는 소속 배우 박상민이 지난달 18일 늦은 밤 지인들과 모임을 마치고 차 안에서 잠을 청한 후 19일 아침에 자차로 음주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된 행동으로 당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끝으로 소속사는 “박상민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배우의 철저한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박상민은 지난해부터 유엠아이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있다. 그러나 소속사 이적 후 연기 활동은 하지 않았다. 박상민의 음주 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997년 8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서 음주 운전 중 접촉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박상민은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담당 경찰과 피해자, 목격자 등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민은 피해자에게 2000만원과 목격자와 경찰에게 각각 500만원을 건넸다.

이후 2011년 2월 서울 강남구 선릉로서 만취 상태로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의 차량을 300m가량 몰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57%로 면허 정지 수치였으며 “술집서 맥주 네 잔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취로 운전대 잡고 골목길서 잠들어
김호중 사건 난리인데…세 번째 적발


그가 세 번째 음주운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누리꾼은 “김호중도 논란인데 정신 못 차렸다” “김호중 대신 욕먹을 구세주냐”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도 복귀할 수 있어서 이런가 심각하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등 박상민의 행동에 분노를 표했다.

다른 구설도 많았다. 박상민은 지난 2007년 영어 전문가 A씨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 이혼 과정 중 전 부인 A씨 측에서는 박상민이 폭력을 행사했다며 고소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1심은 무죄를 받았지만 2심서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았다. 

결국 결혼 5년 만에 이혼소송이 마무리됐고 박상민 85%, 전 부인 A씨 15%로 재산분할을 하며 손해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15년 11월10일 방송된 EBS1 <리얼극장>에 나와 이혼에 이르게 된 사연에 대해서 털어놨다. 이날 박상민은 이혼을 언급하며 “어머니 때문에 이혼한 것이 아니다”라며 “어머니가 아픈 일로 이혼한 전 부인 A씨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민의 어머니는 중풍에 걸려 건강이 악화되고 후유증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박상민은 “아버지가 몇십년 동안 쌓아놓은 재산을 한 방에 탕진했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며 “언어 기능 영역 뇌손상이 매우 커서 뇌병변장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쓰러지면서 박상민과 전 부인 A씨의 갈등은 심해졌다.

박상민은 “간병인 아주머니가 상민씨 부인을 한 번도 못 봤다고 하더라”며 “세 달 동안 아내가 한 번도 안 간 것이다” “그 과정서 다툼이 일어났고 어머니 병원을 옮기면서도 또 다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어머니가 병원을 옮기는 것을 알면서도 깜빡하고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일로 전 부인 A씨와 다툰 일을 설명하던 박상민은 일주일간 각방을 쓰고 나서 “내가 왜 각방을 써야 하냐, 네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때 아내가 집을 나간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가 잘못한 걸 이제 와서 누구 탓을 하겠느냐? 분노가 자학으로 이어졌다”는 그는 “밥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의사가 이러다가 죽는다고 했지만 약으로 버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진흙탕 싸움
이혼과 재혼

그는 인터뷰 중에도 분을 참지 못하고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인터뷰 도중 손찌검 행동을 보이며 당시 자신의 폭행 사건을 다시 언급했다. 

이에 제작진은 자막에 “본 프로그램 내 출연자의 이혼 관련 발언은 당사자 일방의 주장일 수 있고 EBS 제작진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방송 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당 장면을 내보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전 부인의 뺨을 때리는 동작을 재연한 박상민의 팔은 상당히 높이 올라가 있었고 표정도 험악해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박상민이 굳이 전 부인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재연해야 했냐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로 인해 방송 게시판과 기사 댓글에는 항의성 글들이 올라왔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사 대상에 올랐다. 

그러던 박상민은 지난 2019년 4월 서울의 한 호텔서 소수의 지인들만 초대한 가운데 생애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재혼한 아내는 지인들과의 자리서 처음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내는 박상민보다 11세 연하의 여성으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으로 알려졌다. 

박상민이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사려 깊은 마음과 배려심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상민은 1970년 10월19일 생으로 만 나이 53세다. 고향은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지만 전체적으로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은 서울시다. 과거 어린 시절, 부유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3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박상민은 화려한 집안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적이 있다. 

엘리트 집안
무너진 스타


이날 방송서 박상민은 “아버지도 의사, 형님들도 의사”라며 “나는 공부 안 하는 막내아들, 70명 중에 68등 정도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직 의사인 아버지는 노상 문학상을 받은 수필가다” “테너를 맡아 성악가로도 활동했다” “형님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됐다” “수석, 차석을 나란히 차지했다”고 전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형은 안 그런데 너는 왜 그러냐는 말이었다” “그 말이 정말 싫어서 더 반항했던 것 같다” “어떤 이들은 막내가 없는 줄 알았다” “집안에서도 창피하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전국 어린이 콩쿠르대회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회상했다.

박상민은 공부에는 관심이 적었지만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사고뭉치 기질이 있는 데다 운동신경이 좋다 보니 싸움이나 사고를 많이 쳤다. 그러다 지난 1990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 신인배우 공개 오디션을 본 뒤 데뷔에 성공했다. 주인공 김두한 역으로 데뷔작부터 주연이었다.

당시 임권택 감독이 김두한 역을 “익숙한 얼굴보다 새롭고 신선한 얼굴로 가야 한다”며 신문에 배우 모집공고를 내자 800여명이나 몰려왔다. 오디션을 보러 온 대부분의 사람은 태권도, 유도, 합기도 등 무술로 단련된 이들이 태반이었으며 몸무게도 90kg 이상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임 감독이 원하는 건 우수에 찬 곱상한 얼굴이었고 그렇게 김두한 역에 적합한 연기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13년 만에 또다시 도마에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예대 교수에게 마땅한 인물이 없냐며 부탁하자 박상민을 추천하며 오디션에 참가할 것을 권유하게 된다. 그렇게 20세의 박상민은 교수 추천으로 <장군의 아들> 오디션을 보게 됐고 과거 수영과 육상을 했던 경력으로 몸이 좋았던 그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윗옷을 벗고 근육을 자랑했다. 

그러자 심사위원들은 “얼굴은 곱상한데 몸은 남자다운 배우를 마침내 찾았다”며 다들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의욕이 앞섰는지 박상민은 본인이 무술 경력이 있다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무술 시범을 하는 도중 너무 어설퍼 보이자 임 감독은 거짓말인 것을 알아채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당시 박상민은 그 망신에 매우 민망함은 물론 떨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영화 제작자까지 나와서 2차 오디션을 본 그는 마침내 김두한 역에 캐스팅됐다. 당시 대학생 1학년 때 바로 합격했고 <장군의 아들> 작품은 대박이 나서 3편까지 촬영했다.

결국 <장군의 아들>로 제11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제12회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 제29회 대종상 신인남우상 등을 수상했다. 당시 청소년들이 박상민을 영웅처럼 대하는 일도 있었다. 본인도 당시의 심경에 대해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돼있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욱하는 기질이 있어 길을 가다 행인이 그를 알아보고 시비를 걸 때면 그냥 지나치기보다 싸운 적이 더 많았다고 한다.

박상민은 <장군의 아들>이 흥행하면서 김두한이라는 배역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지만 이후 다른 영화 작품들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다 연극 무대와 뮤지컬 무대를 거쳐 브라운관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 KBS2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태양은 가득히> 등의 작품을 통해 꾸준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결혼 실패 등으로 한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SBS 드라마 <내 사랑 못난이>로 성공적인 복귀를 했고 <자이언트>서 이성모 역으로 연기 호평을 받았다. 

오랜 공백기
끝없는 추락

지난 2018년 2월에 종영한 SBS 드라마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이후 1년 만에 OCN 드라마 <빙의>로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박상민은 <내사랑 내곁에> <덕이> <태양은 가득히> <여인천하> <내 곁에 있어> <불량커플> <대왕 세종> <남자를 믿었네> <시티헌터> 등의 드라마서 꾸준히 활동하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빙의>를 끝으로 박상민은 오랜 공백기를 가지며 새 소속사인 유엠아이엔터텐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연극 <슈만>으로 관객을 만났다. 박상민이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번 음주 운전 사고로 연기 활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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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