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드린 이재명 득실

긁어 부스럼? 전 세계가 놀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SNS는 개인 계정일까, 국가 계정일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SNS로 작은 폭탄을 투하했다. ‘경솔했다’는 의견과 ‘외교 행위’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대통령의 ‘X’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폭탄을 터트리면서 이른 시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 공습 초기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하면서 지도부가 와해한 부분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대에 영향을 미쳤다.

중동 전쟁
종전? 휴전?

하지만 중동의 맹주로 불리는 이란의 저항은 거셌다. 무엇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무기를 가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효과는 세계 경제에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폭등했고 그 영향으로 덩달아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이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삼아 미국·이스라엘과 맞선 것이다.

우리나라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기름이 나지 않는 나라여서 유가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고 동시에 다른 에너지 수급도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공공 부문 자동차 5부제, 2부제 등의 정책으로 대응에 나섰고 전 국민 70%에 지급하기 위한 ‘고유가 피해지원금’도 추경을 통해 편성했다.

외교 문제도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을 상대로 자신들을 도우라고 윽박질렀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했고 동맹국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종전 등을 언급하며 이란과 ‘밀당’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와 경제 지원을 한 테이블에 놓고 일괄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종전을 언급하자 S&P500, 나스닥 지수 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낙관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전 영상으로
홀로코스트 언급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이스라엘과 외교 논란에 휩싸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 16일 기준 이 대통령의 팔로워(계정을 팔로우해 내용을 보고 있는 사람) 수는 108만명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부동산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X에 ‘Jvnior’ 계정이 올린 영상을 공유하며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적었다. 계정주인 Jvnior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추정된다.

Jvnior는 “이스라엘 방위군(IDF)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지붕에서 떨어뜨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부른다”며 촬영한 영상을 공유했다. 해당 영상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언론을 통해 해당 영상이 2024년 9월 여러 외신을 통해 보도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NBC 뉴스는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어진 급습 작전 도중 이스라엘 군인들이 한 건물 지붕 위에서 시신들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재차 X에 글을 올렸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돼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 역시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영상은 (20)24년 9월 발생한 실제 상황으로 미국 백악관이 매우 충격적(deeply disturbing)이라고 평가했고 존 커비 등 미 당국자가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까지 언급했던 일”이라며 “이스라엘의 관련 조사와 조치도 이뤄졌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협상 위해
우방국을?

그러면서 “조금 다행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다는 점이지만,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비극은 인권의 소중함이 무엇보다 최고이자 최선의 가치임을 가르쳐 주었다”며 “뼈아픈 상처 위에 남겨진 교훈을 반복된 참혹극으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인류 모두가 상생하는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어디에서든 인권은 최후의 보루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이 대통령의 글에 반응하면서 외교 논쟁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공식 X에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을 포함한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의 언급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어떤 이상한 이유에서인지 2024년의 일을 다시 끄집어 내어 이를 현재 벌어진 사건인 것처럼 허위로 게시한 계정을 인용했다”며 “해당 사건은 이미 2년 전에 철저한 조사와 후속 조치를 완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으로부터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님, 게시글을 올리기 전에는 항상 사실 여부를 확인하시는 것이 언제나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공개 규탄에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며 “내가 아프면 타인도 그만큼 아프다. 나의 필요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으면 미안한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훈수했다.

정치·언론
갑론을박

그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아무 잘못 없는 우리 국민께서 뜬금없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통과 국가적 어려움을 지켜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며 “보편적 인권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고 썼다.

외교부도 가세했다. 외교부는 공식 X에 “우리는 이스라엘 외교부가 대통령께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이 지적한 테러를 포함, 모든 형태의 폭력과 반인권적 형태를 단호히 반대하며, 국제인도법과 인권은 예외 없이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며 “아울러 홀로코스트로 인해 이스라엘이 겪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늘 마음을 함께 하고 있으며 다시 한번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표명한다”고 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논쟁은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과 14일 거듭 X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이어졌다.

그는 지난 12일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 매국 행위를 하면서도 사욕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것이 나쁜 짓임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아니 알면서 감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심지어 국익을 포함한 공익 추구가 사명인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 행위는 버젓이 벌어진다. 결국 이 역시 우리가 힘을 모아 가르치고 극복해야 할 국가적 과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라고 적었다.

비판에 재반박…여론은?
외교 전략 VS 외교 참사

이 대통령이 올린 이스라엘 관련 글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관련 언급이 늘어나자 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글을 두고 ‘무책임한 SNS로 외교 참사를 초래했다’는 내용으로 논평을 낸 바 있다.

또 이 대통령이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 그게 우리 헌법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다. 역지사지는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 관계에도 적용된다. 내 생명과 재산만큼 남의 생명과 재산도 귀하다. 존중해야 존중받는다”라고 한 부분은 이스라엘을 재차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4일에 올린 글도 맥락은 비슷했다. 이 대통령은 글 첫머리에 ‘오목 좀 둔다고 명인전 훈수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명인전은 한국기원이 주관하는 바둑대회다. 그러면서 “훈수까지는 좋은데 판에 엎어지시면 안 된다. 집안싸움 집착하다가 지구 침공 화성인 편들 태세인데, 일단 지구부터 구하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글에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논쟁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이 대통령을 ‘외교 천재’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다’ ‘누구도 하지 못한 말을 했다’며 치켜세웠고, 다른 한쪽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했다’ ‘신중했어야 한다’ ‘국익에 반한다’고 깎아내렸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고도의 계산된 행위’라는 주장이다. 중동 전쟁 이후 처음으로 외교부 장관의 특사가 이란에 파견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원유 확보를 위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는 등 중동 외교 도중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다.

이란과의 원활한 협상을 위한 외교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이 대통령이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영상을 공유해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외교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란과의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한 외교적 전략이라 해도 비판 수위 등이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후 상황
어떤 영향?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조 장관은 “이스라엘 측과 긴밀히 소통했고 이스라엘도 이해하고 더 이상 후속 입장이 나온 것도 없다. 그걸로 잘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연계돼있고 보편적 인권과 국제인도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본다”고 답했다.

외교적으로 실리가 있는지를 묻자 “당장 어떤 실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씀드리기 굉장히 어렵다”며 “분명히 있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다시 한번 우리 정부는 우리의 정체성, 즉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 그리고 보편적 인권과 국제인도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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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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