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김건희 라인’ 음주 운전 봐주기 논란

“예비 살인” 대선공약 잊었나?

잠재적 살인 행위로 불리는 음주 운전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심각한 문제다. 음주 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위협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요즘이다. 음주 운전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가족들의 삶을 파괴하는 상황을 우리 사회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음주 운전은 예비 살인이며,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런데 이른바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강기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벌금형까지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버젓이 업무에 복귀했다.

강 행정관은 음주 운전으로 지난 9월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직무에서 배제됐다가 징계 후 다시 대통령실로 출근했다. 대통령실은 강 행정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사실이 알려진 다음에야 직무 배제라는 미지근한 조치를 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신뢰하는 실세 행정관이기 때문에 감싸기식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 건의했던 것은 강 행정관을 포함한 인적 쇄신 문제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비서관·행정관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호가호위하는 이들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미묘한 차이가 있겠지만 “수용은 없다. 한 대표에게 등 떠밀리듯 쇄신하는 게 아니라 용산이 결단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음주 운전 근절이라는 명제가 '내로남불'로 그치는지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런 지적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에 근무한다고 해서 다른 공무원보다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도 높은 공직자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음주 운전으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사건이다. 이는 우리가 공직자들에게 기대하는 책임감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음주 운전 ‘엄벌’을 강조해 온 윤석열정부의 기조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음주 운전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공직 기강의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특히 그가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라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흐지부지 정직 2개월 징계로 그럴싸하게 처리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시키는데 누가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에 따른 조치라고 수긍할 수 있겠나? 윤정부의 인사 철학이 ‘책임’보다는 ‘독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김종천 당시 대통령의 전 비서관이 적발 당일 직권 면직된 것과도 대조적이다. 역대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사들이 이 정도 사안이면 즉각 업무 배제됐다. 부처 출신이면 원래 부처로 복귀시키고 민간 출신이면 사표를 내도록 하는 것이 통례였다.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의 미래는 어디로 갔나?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은 행정관을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이 진정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상식이라는 말인가?

흔히들 얘기하는 인사가 만사라고 함은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의미다. 이를 따르지 못한 실패한 인사는 망사가 됨은 물론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음주 운전은 예비 살인"이라고 밝힌 것과 같이 국민은 상식적인 인사와 쇄신을 바란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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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