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수사 ‘증거인멸’ 정황들

첫 단추 끼웠는데…아직 갈 길이 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V0’가 구속되면서 김건희 특검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일부 혐의에 관해 재판부 설득에도 성공했다. 일단 수사의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다. 김건희씨의 최측근들이 핸드폰을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확인되면서 특검팀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신병 확보에 성공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 관계자의 말이다. 김건희씨 구속에 성공한 건 특검팀의 첫 성과다. 김씨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이 결정타였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통일교·명태균씨 등 여러 의혹에 거미줄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우려 왜?

서울중앙지법 정재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후 11시58분경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팀은 7일 김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정치자금법 위반(명씨 공천 개입),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10분경 시작된 심문은 점심시간 없이 오후 3시까지 4시간 넘게 동안 진행됐다.

특검팀에선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나와 김씨의 범죄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오후 1시경까지 설명했다. 이날 특검팀은 “김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하면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씨가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서희건설 측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한 자수서와 실물 진품 목걸이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목걸이 모조품이 증거인멸을 위해 갖다 놓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였다.

김씨는 처음 목걸이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에서 물품이 발견되자 “김씨(오빠)가 가져갔다”고 말을 바꿨다.

이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판단하고 이를 이날 법원 심사 때 언급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또 김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초기화했고 탄핵 이후에는 휴대폰을 교체한 뒤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제시했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 역시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폰을 초기화한 점까지 종합해 구속 사유를 뒷받침했다고 한다.

‘집사’ 김예성 신병 확보…판도라 열리나
최측근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잇단 소환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근거로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김씨는 약 1분간의 최후 진술에서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김씨는 호송차를 타고 오후 4시경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도착한 뒤 결과를 기다리다가 이곳에 수감됐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목걸이 진품을 확보한 경위를 법원에 설명하고, 김씨 오빠 인척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가품과 진품 목걸이 실물 2점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 순방 때 착용한 것이 명백히 진품임에도 특검 수사 당시 김씨는 이를 20년 전 홍콩에서 구입한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며 “김씨와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정황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김씨의 구속 기한을 연장할 방법은 많다. 그만큼 수사해야 할 건이 산더미다. 우선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8억1144만원 시세차익 ▲블랙펄인베스트먼트(블랙펄) 40% 수익 배분 약속 ▲1차 주포 이정필씨에게 지급된 손실보전금 4700만원 등을 특정했다.

최근에는 김씨가 2011년 8월 당시 코바나컨텐츠 이사였던 김범수 전 아나운서의 주식 계좌에 3억원을 입금한 뒤 같은 날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거기로 3억원 넣었다. 내가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면 된다”고 말한 녹취 파일도 확보했다.

휴대폰
초기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키맨은 최근 구속된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컨트롤 타워였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김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에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상당 부분 정리했다. 이 외에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 이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고 그가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말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이씨에게 “김 여사나 VIP(윤석열)에게 얘기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 등을 받고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석열정부 초기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김씨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2000만원 상당의 샤넬 백 2개 ▲2022년 6∼8월 6000만원대의 영국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2022년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다가 김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과 전씨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연루됐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씨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통일교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켜, 통일교 현안 해결과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 등을 목적으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특검팀 출범 직후 가장 먼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측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부당 이득을 봤다고 보고 있다.


시세조종 과정에 김씨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게 특검팀의 목표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등장한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멋쟁 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지인들에게 “내일 삼부 체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삼부토건 주가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구속 연장
혐의 충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다. 원 전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할 당시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원 전 장관이 행사에 참석하기 전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삼부토건 임원들과 따로 면담하기도 했다.

다만 특검팀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김씨나 원 전 장관의 이름은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수사 전략상 공범 피의 사실을 고의로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지난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 재건 MOU를 체결했다며 거짓 보도자료를 냈다가 유라시아경제인협회로부터 항의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회장 등의 승낙을 얻어 협회에 3000만원씩 후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항의를 무마했던 걸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176억여원, 조성옥 전 회장이 193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의심 중이다.


특검팀은 위 사건들과 김씨의 문고리 3인방이 연관돼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각종 민원 창구이자 김씨에게 닿는 통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유 전 행정관은 지난 4월 샤넬백 청탁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받던 도중 핸드폰을 초기화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그는 전씨가 통일교 측에서 받은 샤넬백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당사자다.

당시 검찰은 유 전 행정관을 범죄수익은닉 혐의 피의자로도 입건한 이후 ‘샤넬백 등은 김씨 범죄수익’으로 규정한 수사보고서를 특검팀에 이첩했다. 유 전 행정관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제외 진술거부권·부인
“측근들 협조 못 얻으면 꽝”

유 전 행정관은 샤넬백을 교환할 당시 매장에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부인 조모씨와 동행했다. 조씨는 2022년 7월 샤넬백을 다른 가방 2개로 교환할 당시 차액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는데 특검팀은 이를 대통령 집무실·관저 공사 수주 특혜를 위한 뇌물성 자금으로 의심한 것이다.

조씨가 당시 결제한 차액은 추가 조사 결과 200여만원이 아닌 300여만원에 달한다.

유 전 행정관이 김씨 보좌를 총괄했다면 정 전 행정관은 심부름을 주로 해 왔다. 전씨의 휴대전화에 ‘건희2’로 저장된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가 정 전 행정관이다. 정 전 행정관은 전씨 처남 김모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과 전씨 처남이 김씨와 전씨 간 소통을 대리해 왔다고 의심한다.

조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안팎에서 ‘조 과장’으로 불리며 김씨에 대한 민원 등과 관련해 민간 부문과 정부 기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옛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 출신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 전 행정관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 청탁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의 문고리 3인방 중 특검팀에 가장 많이 협조한 인물은 조 전 행정관이다. 타 행정관들처럼 핸드폰을 교체하긴 했으나 2022년 6월 김씨가 윤 전 대통령과 NATO 순방에 동행했을 당시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재산 신고 내역에 누락된 점에 관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행정관은 2022년 9월 재미 동포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을 건넸을 때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최 목사가 명품 가방 사진과 함께 김씨 면담을 요청하자 유 전 행정관이 일정을 조율했고, 조 전 행정관은 최 목사 민원을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고리
열어야…

김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이들 문고리는 빠지지 않았다. 이들의 핸드폰이 핵심 물적 증거였던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남은 수사가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핸드폰을 확보해도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하면 더 큰 문제다.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들에 항상 등장했던 게 최측근 문고리들인데 이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다시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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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