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수사 ‘증거인멸’ 정황들

첫 단추 끼웠는데…아직 갈 길이 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V0’가 구속되면서 김건희 특검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일부 혐의에 관해 재판부 설득에도 성공했다. 일단 수사의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다. 김건희씨의 최측근들이 핸드폰을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확인되면서 특검팀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신병 확보에 성공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 관계자의 말이다. 김건희씨 구속에 성공한 건 특검팀의 첫 성과다. 김씨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이 결정타였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통일교·명태균씨 등 여러 의혹에 거미줄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우려 왜?

서울중앙지법 정재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후 11시58분경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팀은 7일 김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정치자금법 위반(명씨 공천 개입),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10분경 시작된 심문은 점심시간 없이 오후 3시까지 4시간 넘게 동안 진행됐다.

특검팀에선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나와 김씨의 범죄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오후 1시경까지 설명했다. 이날 특검팀은 “김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하면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씨가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서희건설 측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한 자수서와 실물 진품 목걸이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목걸이 모조품이 증거인멸을 위해 갖다 놓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였다.

김씨는 처음 목걸이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에서 물품이 발견되자 “김씨(오빠)가 가져갔다”고 말을 바꿨다.

이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판단하고 이를 이날 법원 심사 때 언급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또 김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초기화했고 탄핵 이후에는 휴대폰을 교체한 뒤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제시했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 역시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폰을 초기화한 점까지 종합해 구속 사유를 뒷받침했다고 한다.

‘집사’ 김예성 신병 확보…판도라 열리나
최측근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잇단 소환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근거로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김씨는 약 1분간의 최후 진술에서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김씨는 호송차를 타고 오후 4시경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도착한 뒤 결과를 기다리다가 이곳에 수감됐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목걸이 진품을 확보한 경위를 법원에 설명하고, 김씨 오빠 인척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가품과 진품 목걸이 실물 2점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 순방 때 착용한 것이 명백히 진품임에도 특검 수사 당시 김씨는 이를 20년 전 홍콩에서 구입한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며 “김씨와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정황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김씨의 구속 기한을 연장할 방법은 많다. 그만큼 수사해야 할 건이 산더미다. 우선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8억1144만원 시세차익 ▲블랙펄인베스트먼트(블랙펄) 40% 수익 배분 약속 ▲1차 주포 이정필씨에게 지급된 손실보전금 4700만원 등을 특정했다.

최근에는 김씨가 2011년 8월 당시 코바나컨텐츠 이사였던 김범수 전 아나운서의 주식 계좌에 3억원을 입금한 뒤 같은 날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거기로 3억원 넣었다. 내가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면 된다”고 말한 녹취 파일도 확보했다.

휴대폰
초기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키맨은 최근 구속된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컨트롤 타워였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김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에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상당 부분 정리했다. 이 외에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 이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고 그가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말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이씨에게 “김 여사나 VIP(윤석열)에게 얘기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 등을 받고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석열정부 초기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김씨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2000만원 상당의 샤넬 백 2개 ▲2022년 6∼8월 6000만원대의 영국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2022년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다가 김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과 전씨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연루됐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씨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통일교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켜, 통일교 현안 해결과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 등을 목적으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특검팀 출범 직후 가장 먼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측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부당 이득을 봤다고 보고 있다.


시세조종 과정에 김씨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게 특검팀의 목표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등장한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멋쟁 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지인들에게 “내일 삼부 체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삼부토건 주가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구속 연장
혐의 충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다. 원 전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할 당시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원 전 장관이 행사에 참석하기 전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삼부토건 임원들과 따로 면담하기도 했다.

다만 특검팀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김씨나 원 전 장관의 이름은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수사 전략상 공범 피의 사실을 고의로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지난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 재건 MOU를 체결했다며 거짓 보도자료를 냈다가 유라시아경제인협회로부터 항의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회장 등의 승낙을 얻어 협회에 3000만원씩 후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항의를 무마했던 걸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176억여원, 조성옥 전 회장이 193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의심 중이다.


특검팀은 위 사건들과 김씨의 문고리 3인방이 연관돼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각종 민원 창구이자 김씨에게 닿는 통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유 전 행정관은 지난 4월 샤넬백 청탁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받던 도중 핸드폰을 초기화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그는 전씨가 통일교 측에서 받은 샤넬백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당사자다.

당시 검찰은 유 전 행정관을 범죄수익은닉 혐의 피의자로도 입건한 이후 ‘샤넬백 등은 김씨 범죄수익’으로 규정한 수사보고서를 특검팀에 이첩했다. 유 전 행정관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제외 진술거부권·부인
“측근들 협조 못 얻으면 꽝”

유 전 행정관은 샤넬백을 교환할 당시 매장에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부인 조모씨와 동행했다. 조씨는 2022년 7월 샤넬백을 다른 가방 2개로 교환할 당시 차액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는데 특검팀은 이를 대통령 집무실·관저 공사 수주 특혜를 위한 뇌물성 자금으로 의심한 것이다.

조씨가 당시 결제한 차액은 추가 조사 결과 200여만원이 아닌 300여만원에 달한다.

유 전 행정관이 김씨 보좌를 총괄했다면 정 전 행정관은 심부름을 주로 해 왔다. 전씨의 휴대전화에 ‘건희2’로 저장된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가 정 전 행정관이다. 정 전 행정관은 전씨 처남 김모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과 전씨 처남이 김씨와 전씨 간 소통을 대리해 왔다고 의심한다.

조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안팎에서 ‘조 과장’으로 불리며 김씨에 대한 민원 등과 관련해 민간 부문과 정부 기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옛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 출신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 전 행정관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 청탁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의 문고리 3인방 중 특검팀에 가장 많이 협조한 인물은 조 전 행정관이다. 타 행정관들처럼 핸드폰을 교체하긴 했으나 2022년 6월 김씨가 윤 전 대통령과 NATO 순방에 동행했을 당시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재산 신고 내역에 누락된 점에 관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행정관은 2022년 9월 재미 동포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을 건넸을 때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최 목사가 명품 가방 사진과 함께 김씨 면담을 요청하자 유 전 행정관이 일정을 조율했고, 조 전 행정관은 최 목사 민원을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고리
열어야…

김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이들 문고리는 빠지지 않았다. 이들의 핸드폰이 핵심 물적 증거였던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남은 수사가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핸드폰을 확보해도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하면 더 큰 문제다.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들에 항상 등장했던 게 최측근 문고리들인데 이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다시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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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