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은 지금…

1967년부터 버려진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 정겹던 마을 풍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주민들의 십수년 숙원인 재개발사업에 시동이 걸리면서다. 하지만 지금 허물어지고 있는 건 낡은 집들이 아니다. 주민들의 기대와 희망이다. <일요시사>는 백사마을의 마지막 모습을 살피고, 주민들의 하소연을 들으러 백사마을로 향했다.

백사마을이라는 이름은 ‘중계동 산 104번지’라는 옛 주소에서 따왔다. 그동안 서울시 성북구·도봉구·노원구로 속한 행정구역은 여러번 바뀌어왔지만, 매번 끝 주소는 같아 이름이 그대로 굳어졌다.

강제 이주
개발 제한

백사마을은 서울 동북쪽 끝에 있다.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마을 입구가 나온다. 여느 달동네가 그렇듯, 마을 중심으로 들어가려면 오르막길을 1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서울 도심에서 찾아오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하지만 백사마을에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 끊이지 않았다. ‘사진 명소’라는 입소문을 꾸준히 타면서다.

백사마을에는 서울에서 이제 찾아보기 힘든 정겨움이 남아 있다. 좁은 골목과 아기자기한 집들, 연탄과 빨랫줄까지. 지난 2017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에 젊은 사람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나이 든 사람은 향수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5년이 지나 마을을 다시 찾았다. 예전의 그 어떤 풍경도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주민 10명 중 9명이 마을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1200가구 중 100가구가 채 남지 않았다.

인적이 드물어진 마을에는 폐허로 변한 건물들만 아슬아슬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집집마다 둘러진 테이프와 빨간 스프레이로 그려진 동그라미가 눈에 띄었다. 이주가 끝나 철거 예정이라는 의미였다.

곳곳에는 일부가 무너진 채 뼈대만 남은 건물들도 보였다. 안쪽이 모두 타버린 채 남겨진 집도 있었다. 2010년대 들어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들도 곳곳이 벗겨지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을 다시 드러낸 담장을 보면서, 이 마을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다시 떠올렸다.

백사마을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도, 지금까지 모습을 간직해온 것도 어느 하나 주민들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간 봐왔던 백사마을의 정겨운 풍경은 한국 도시 개발사의 어두운 단면, 그 자체다.

백사마을은 1967년 만들어진 마을이다. 개발을 이유로 정부가 용산, 청계천, 안암동 등 서울 각지의 판자촌 사람들을 백사마을로 강제 이주시켰다. 판자촌을 나온 사람들 앞에는 천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는 30평짜리 천막을 치고 분필로 네 등분했다. 8평도 안 되는 공간에 한 가구씩 구겨 넣었다.

세월이 흐른 뒤 주민들은 이사 간 집을 합치고, 남는 땅에 집을 지으며 20평 남짓의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개발은 허락되지 않았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민들이 ‘재개발’과 ‘아파트’를 꿈꾸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안전 문제로 주민 90% 조기 이주
폐허 된 마을…누전에 불탄 집도 


그간 주민들이 겪은 애환은 비로소 이들의 애정 어린 손길이 끊긴 후에야 바로 보이게 됐다.

마을을 두 바퀴나 돌고서야 아직 마을에 남은 주민 한 분과 마주칠 수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언덕을 오르시던 할머니와 잠시 함께 걸었다. 가방을 들어드리겠다고 하니 한사코 거절하셨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사신 지 올해로 53년째라고 했다. 

‘다들 어디로 갔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개발한다고 해서 다들 나가서 전세 살면서 기다리지. 나간 지 2~3년은 됐어”라고 답했다.

이어 “개발은 4번인가 한다 만다 하더니, 아직도 잘 안됐어. 그래도 이렇게 마을이 텅 빈 걸 보니 이제 뭐가 되긴 하나 봐”라고 덧붙였다.

‘오래 산 동네가 사라지는 게 아쉽지 않으냐’고 묻자 “아쉬워도 50년이 넘은 동네가 없어져야지.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살 수가 없어”라며 “진작 없어졌을 동네인데, 이제까지 질질 끌린 거야”라고 말했다.

마을 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이하 주민대표회의)와 연락이 닿았다. 마을 입구 상가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백사마을 재개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주민대표회의 측 설명에 따르면 백사마을은 1990년대 말부터 서울시와 여러 논의를 주고받았다. ‘개발제한구역 내 집단취락지’로 분류된 백사마을에게 서울시와의 논의는 필수였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2008년 백사마을 구역 면적 80%가량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다. 대신 재개발사업으로 하되, 공공사업시행자로 건립 세대수의 50%를 건설하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대책 없는 
조치만 남발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2009년 구역을 반으로 나눠 각각 분양아파트 1461세대와 임대아파트 1297세대를 건설하는 정비계획이 수립됐고, 구역 지정도 고시됐다.

주민들은 “그때만 해도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줄 알았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 들어 사업이 돌연 보류됐다. 서울시가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달동네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선회한 탓이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장은 오세훈 시장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으로 바뀌었고, 서울시는 2012년 6월 들어 새로운 정비계획을 내놨다. 직접 임대주택 부지를 매입해 주거지 보전사업을 자체 시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정비계획에 임대주택 세부계획은 들어가지 않았다. 

바뀐 법에 따라 충족해야 하는 17%의 임대주택 비율은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 확보하고, 나머지 세부계획은 서울시가 알아서 수립‧시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서울시는 임대주택부지에 임대 아파트 대신 저층 주거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 세부계획을 수년 동안 완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업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다시 사업 방향을 논의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멈췄던 개발 시계가 다시 움직인 때는 2017년 7월. 서울시 중재로 시행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로 바뀐 게 신호탄이 됐다. 주민들은 비로소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 역시 잠시뿐이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부지에서 사업을 직접 시행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으면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주민대표회의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주거지 보전사업의 임대주택도 재개발구역이므로, 우리가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며 “(기존에 빼놨던)임대주택 세부계획을 정비계획에 반영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당초 약속받았던 ‘서울시 직접 시행’은 2011년 사업계획 변경 때 주민들이 부담 가중을 우려하자, 이를 달래기 위해 서울시가 내건 ‘협상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거센 반발이 뒤따른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서울시는 “사업 시행은 SH가 해도 당초 약속한 대로 주민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시 설득에 나섰다. 주민들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7년 12월, 다시 변경 방침을 수립했다. 주민 부담을 없애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한다는 내용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 방침은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2019년 10월 고시됐다. 변경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주거지 보전사업 부지에는 총 698세대가 들어서게 됐다.

같은 시각 백사마을은 주민들의 거주가 어려울 정도로 주거환경이 악화됐다. 서울시는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조기 이주를 권고했다. 주민들은 몇 년 안에 재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서울 도처로 전셋집을 구해 나갔다.

주민들의 바람대로, 최근까지도 사업은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지난해 3월 사업시행인가가 나왔고, 12월에는 GS건설로 시공자 선정을 마쳤다.

주민들은 분양신청·관리처분 등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서울시에 “임대주택 매입비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2017년 12월 방침이 잘못됐다”며 “주거지 보전사업의 임대주택 매입비를 추가로 줄 수 없다”고 또다시 말을 뒤집었다.

주민대표회의 측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들에게 “공사비가 너무 비싸다”며 “매입비를 결정하는 대신 주거지 보전사업을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원래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땅에 주거지 보전사업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 서울시”라며 “본인들이 제안한 것이고,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갈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주민들 설득할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또다시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립하고 결정하면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게 뻔한데, 그때까지 폐허가 된 마을을 그냥 두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용을 이유로 주거지 보전사업 부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만약 해당 부지에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면, 이는 2009년에 추진하던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의 ‘10년 공염불’에 시간만 날린 셈이다.

10년 표류 사업 본궤도 올랐지만… 
시 ‘공염불’에 또다시 지연 위기

실제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딴지’만 걸지 않았어도 이미 그 자리에 임대 아파트가 들어서고 남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주장 일부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서울시의 매입비 전액 부담 약속’을 두고 “2012년 관련 조례가 변경된 건 맞다”면서도 “다만 서면에는 ‘협의해서 한다’고 표현돼있을 뿐, ‘전부 부담한다’는 내용은 없다. 우리는 조례를 근거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구두상으로 어떤 합의가 오고 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그동안 ‘가급적 계획에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시가 공사비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에는 “그와 관련해 최종 입장을 결정한 바 없고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며 “며칠 전에 SH가 자료를 넘겨줘서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공염불 논란’에 대해 묻자 “임대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했을 뿐, 그렇게 하기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에 연관된 지적들에는 아직 답변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사가 늦어질수록 곤경에 처하는 것은 주민들이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이미 사업 진행을 위해 돈을 미리 당겨 쓴 게 있다”며 사업이 지체될수록 주민들이 져야 할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을 밖으로 나가 있는 주민들의 전세 재계약 날짜가 돌아오고 있다”면서 “집값이 오르면서 전세금 부담도 점점 커져가는데, 사업이 지지부진해서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행사 SH는 내년에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6년 10월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대로 사업 진행이 늦춰지면 정해진 시간 안에 사업을 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주민들은 “서울시 결정만 떨어지면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민 대다수가 빠른 재개발을 원하고 있고, 이주도 마무리 단계라 기존 건물 철거도 금방 끝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초 GS건설과 시공 계약도 끝냈다.

55년 흘러도
발만 ‘동동’

이들은 답답한 마음에 단체 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로 인해 개발이 계속 늦어지면 서울시를 상대로 집회나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5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주민들은 먼 옛날 좁은 천막으로 내몰렸던 그때처럼, 대책 없는 조치만 남발하는 공권력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 달동네 재개발 현주소

백사마을과 함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성북구 정릉골·강남구 구룡마을·서초구 성뒤마을 역시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다만 진행 상황은 제각각이다. 정릉골 사업은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으며 순항하고 있는 반면, 구룡마을과 성뒤마을 사업은 토지보상에 얽힌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정릉골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지난달 11일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GS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 8곳이 참여했다. 조합은 오는 26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구룡마을은 2020년 실시계획을 인가받고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토지보상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무허가 주택 원주민과 토지주 등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충돌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착공, 2025년 완공’이라는 기존 사업계획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모양새다.

성뒤마을도 토지보상 절차가 걸림돌이다. 2019년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짓겠다던 계획이 3년째 미뤄지고 있다. 마을이 백사마을만큼 오래돼 매년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철거‧착공 일정도 토지보상 절차와 맞물려 계속 미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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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