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전역 쪽방촌 재개발 막전막후

쭉쭉 갈라진 살얼음판 동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토지주들의 반발로 대전역 주변 쪽방촌 재개발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 가격을 요구하는 토지주들과 법적 테두리에서 보상할 수밖에 없다는 사업 시행사 측의 입장 차 때문이다.

대전역 쪽방촌 재개발사업은 쪽방촌을 정비해 공공주택사업과 주변 상업지역을 활성화하는 중심시가지형 뉴딜사업이다. 사업지는 1만5000㎡의 쪽방촌과 1만2000㎡의 철도 부지로 사업이 완료되면 2만7000㎡ 부지에 주상복합 2개동과 업무복합 2개동이 조성된다. 

사업 난항
지주들 반발

주상복합지구엔 영구임대주택 250세대와 행복주택 450세대, 공동주택 700세대 등을 비롯해 사회복지관과 지역편의시설이, 업무복합지구엔 업무·상업시설과 오피스텔 등이 들어선다. 서측으로 향했던 개발축이 다시 동측으로 회귀할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될 정도로 관심이 많은 사업이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보상을 거쳐 올해 착공이 예정됐으나 착공 준비는 아직 제대로 진행된 게 없다.

원용철 벧엘의집 담임목사는 “현재 쪽방촌 재개발사업이 여러 변수들로 인해 추진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명한 건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착한 개발이고 주거가 불안정한 이들에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인 주거권을 국가가 보장하는 사업이다. 부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길 빈다”고 말했다.


사업이 난항을 겪는 건 토지주의 반발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용산구 동자동 등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들이 임대주택 비율과 적정이익 보장 등의 문제로 서울시와 토지 소유주들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공공주택 지구가 지정될 경우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다. 토지 소유주들이 즉각 반발하면서 민간개발을 요구하게 되면 이에 따른 갈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상 가격 두고 토지주 강력 반발
“지구지정 취소소송 불사” 목소리도

반면 쪽방촌 주민들은 민간개발이 진행될 경우 별다른 보상 없이 현 거주지에서 쫓겨나다시피 해야 하는 등 주거권이 박탈될 수 있어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공공개발은 토지·건물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의 토지를 적절한 보상액으로 강제수용할 수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시행사는 최대한 협의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간극이 커 협의가 더뎌지고 이 사이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지난 25일 대전역 마을 현장지원센터에서 열린 ‘7차 공공주택지구 주민통합간담회’에 참여한 주민들은 사업 시행자인 LH 등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사업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상당수는 자신의 토지·건물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들로 공공개발에 따른 토지보상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을 강조했다.


“취소 불사”
발등에 불

이들의 요구사항은 실거래가가 반영된 토지보상, 토지 소유주 입주권 부여, 양도소득세 감면, 보상가 공개 등이다.

토지주 A씨는 “세입자 60여명과 일부 원주민들을 위해 토지주 160여명의 사유재산을 갈취하려 하고 있다”며 “사업시행자라면서 정당한 보상협의를 제시하지 않고 지장물 조사를 진행하려는 것은 강제수용을 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토지주의 경우 사업시행사가 협의매수에 나선 뒤 합의를 보지 못하더라도 얼마의 보상을 해주고 토지 등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공시지의 1.3~1.8배 보상액 밖에 받을 수 없다고 추측하는 한편 지장물 조사를 하는 감정평가사 역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토지주 B씨는 “공공개발 지구지정을 취소소송을 진행하자”고 다른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현재 LH는 토지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모든 토지주에게 주택 분양권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하며 보상가 역시 토지·물건조사를 시행해 토지 및 물건조서를 작성 후 감정평가사 3인을 선정, 보상액을 산정하는 방식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는 게 LH 측의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께서 보상가 등과 관련해 오해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 1.3~1.8배 보상액의 경우 근거가 부족하고 감정평가사를 통해서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 끼어
불안 증폭

원 목사는 “서울 동자동처럼 사업 기간이 한정 없이 늦춰질 수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갖고 지방정부와 사업주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LH 역시 흔들림 없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바람은 쪽방촌 주민들의 목소리에서도 나온다. 주민 C씨는 “지난해 이곳을 재개발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대전역 주변 쪽방촌 재개발사업으로 이를 통해 주민들은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꿨다”며 “그런데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 빨리 사업에 협조해야 한다고 하고 토지주들은 보상이 너무 적어 협조하면 안 된다는 식”이라고 동네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토지주는 이대로 재개발이 진행되면 자신들은 5억원을 손해 본다고 한다. 지장물 조사를 받으면 세입자들 역시 손해 본다며 조사를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회유하고 있다”며 “시행사인 LH 말을 들으면 이곳에 50~60년 산 사람과 3년 산 사람들이랑 보상이 같다는 식이다. 그 말에 억울하다며 혹 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게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상권도 죽고 오는 사람도 없는 동네에서 무슨 자기들이 5억원을 손해를 본다는 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쫓겨날라” 주민들 불안감 증폭
시행사 “어떻게든 설득하겠다”

또 다른 주민 D씨는 “하루빨리 이사해 발이나 제대로 뻗고 살아보고 싶은데 공영개발이 아닌 민영개발이 된다면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고 LH의 지장물 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맞는 말인지 헷갈린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쪽방촌 주민은 공공개발 사업이 진척돼 하루 빨리 빈곤으로 점철된 쪽방과 가난의 소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D씨는 “동네 대부분의 집은 폐가나 다름없는데 주인들이 지나친 보상액을 요구한다고 들었다.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가난한 이웃이 안정적인 거주지로 옮겨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갈등이 더 길어질 경우 토지와 건물을 강제수용하는 절차를 밟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을 취소해야 하는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대전시는 2008년 이후 3차례 대전 역세권 민간개발사업의 실패 사례를 볼 때 사업 좌초 시 공공과 민간, 어느 쪽도 더는 쪽방촌을 개선할 수 없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LH와 대전시는 토지주들을 설득해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측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주민분들께서 이점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 입장은?
“진행한다”

시민사회에서는 안정적인 주거 인프라 확대를 위해선 이번 사업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부활 쪽방상담소장은 “대전역 쪽방촌 개발은 비주거인 주거 상향, 도시 환경개선, 기본적인 주택 수요 공급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좋은 개발사업”이라며 “부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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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