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선긋는 이재명의 나라 대해부

강력한 리더십 “싹 갈아엎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여당 속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대통령선거에 임한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여러 명 있었다. 보통 임기 말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같은 당 출신의 대통령이더라도 여권의 대선후보들은 기존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이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그는 연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자신은 문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 말한다. <일요시사>는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 어떤 점이 다를 것인지 주요 현안 별로 정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최근 ‘비문(비 문재인)’ 행보를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경선 과정과 선대위 출범식까지만 해도 친문(친 문재인)과 비문 양쪽 모두를 신경 쓰는 듯했지만, 이제는 친문을 버리고 비문을 선택한 외길 노선을 걷고 있다. 

친문 버리고 
비문으로?

이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지며 탈출 방법을 모색하던 중, 현 정부와 거리 두는 방식을 그 해법으로 찾았다. 실제로 외교·부동산·코로나·검찰개혁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문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를 새롭게 시작될 이재명정부가 문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문정부의 외교는 지난 5년간 지나치게 ‘북한 중심’의 외교 전략을 펼쳐왔다고 평가받는다. 친북 외교는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뤄냈지만, 완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도달에는 실패했다.

게다가 중국·미국·일본과의 외교에서는 뚜렷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3국 중 일본과의 관계는 그 전보다 훨씬 멀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에서는 이른바 ‘안미경중’의 자세를 취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뜻인데,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 관계는 유지해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고, 중국과는 전략적 외교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고 미중 관계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두 나라의 중간에서 이익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아졌다. 

일본과의 관계는 문정부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1월 정부가 박근혜정부 때의 위안부 협상을 파기하면서부터다.

문정부는 기존의 합의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도, 존엄을 지키지도 않았다고 평가하며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후에 사법부가 강제징용 관련 판결에서 피해자 쪽 손을 들어주며 양국 관계에 결정타를 날렸고, 일본 정부는 이 판결에 강하게 반대하며 수출 규제를 했다.

한국은 수출 규제에 대항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양국 사이는 한일 수교를 다시 시작한 이래 가장 안 좋아졌다고 평가받는다.

지방 시정 경험만 갖춘 이 후보는 국가 차원의 외교를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의 외교 전략이 아직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 평가한다.


실익 추구 외교 인사 단행 동일
부동산에선 정반대 센 정책 예고

다만 그가 단행한 인사들과 그간의 발언들을 토대로 그의 전략을 유추해보고 있다. 이 후보가 영입한 외교 관련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다.

이 후보는 위 전 대사를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약 1년에 걸쳐 그에게 끝없이 구애했고, 위 전 대사는 결국 이 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하며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3년 북미국 국장을 지냈고, 2009년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그에게 ‘북핵통’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2011년부터 주 러시아대사로 활동하며 약 6년간 러시아 생활을 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외교관을 평가할 때 ‘현실적’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국익만을 생각하는 현실적인 외교를 지향한다는 말이다.

위 전 대사가 지향하는 이런 실용주의 외교관은 이 후보의 외교관과 흡사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에 맞게 이념과 선택의 논리를 뛰어넘는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을 위해 경제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후보의 그간 행보로 봤을 때 미래의 이재명정부는 명분과 이념을 중시해온 문정부와는 달리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익을 위해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외교로 찬사받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관계를 모두 생각해야 하는 외교 특성상 지나친 자국 중심 외교는 주변국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트럼프 집권 시기 미국이 명분을 뒤로하고 이익만 추구하다 대국으로서 위엄을 잃었던 것이 좋은 예다.

이 후보가 문정부와 가장 거리를 두는 것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이다. 문정부가 지난 4년간 펼친 부동산 정책들의 성격은 ‘수요 억제’로 귀결된다.

문정부는 역대 정부 중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정부였지만, 그와 동시에 ‘집값을 가장 많이 올린’ 정부이기도 하다.


문정부는 그동안 총 25개의 부동산 정책을 실시했고, 그중 24개는 실패로 돌아갔다. 더욱이, 24개중 대부분은 실패를 넘어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누구보다 집값을 올린 대통령이 된 이유이다.

최초의 부동산 정책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6월 19일에 발표됐다.

이때 나온 문정부의 첫 번째 정책은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정부는 각종 규제를 시행했고 대출도 까다롭게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수요를 막겠다는 시도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효과를 야기했다. 

따로 
또 같이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8월2일에는 두 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다. ‘6·19대책’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담은 이른바 ‘8·2대책’이었다. 이때 발표된 두개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그대로 약 3년간 계속됐고,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발표된 공급 위주의 ‘2·4대책’이 최근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문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남발하다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후보는 이런 문정부와 정반대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정부의 마지막 정책인 ‘2·4대책’처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만을 펼칠 것이라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임기 내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라 일컬어지는 문정부의 ‘2·4대책’의 주택 공급량보다 세 배가량이나 많다.

그동안 이 후보는 문재인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집값의 가파른 상승은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진보정권의 주택정책 핵심은 투기 수요 억제였고 그 방식은 조세 세금정책이었다”며 대출 통제, 거래 제한 등 방식으로 수요를 통제하면 적정한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본 것“이라고 문정권 부동산 정책의 의표를 찔렀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장은 아무리 수요를 억제해도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수요 공급 불일치에 의한 주택 가격 상승은 막을 수 없었다”며 “층수·용적률을 일부 완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고 공공택지 공급도 지금보다 과감히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문정부의 정책이 수요 억제에 맞춰 실패한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신은 그와 반대인 공급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응책에서도 이 후보는 현 정부와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문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 ‘K-방역’이라는 수식어 아래 전 세계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모든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동선 추적과 해외 관광객의 의무적 격리, 적절했던 방역 수칙 강화 등 코로나 발발 초기 문정부의 코로나 대책은 전염병을 막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폐쇄 조치 없이 코로나를 이겨낸 유일한 사례로 세계 각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극적인 백신 확보, 변이 바이러스 창궐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위드 코로나 정책의 우유부단한 사용 등이 이어지며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어떻게 
다를까?

전 국민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80%(지난 10일 기준, 80.8%)를 넘었지만,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제한된 병동 수와 인력만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은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했는데, 위드 코로나 정책을 너무 섣부르게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당시(지난달 초) 이미 델타 변이가 한국을 뒤덮고 있던 상황이었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유입되면서 의료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방역 수칙 강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12월 둘째 주부터 사적모임 인원 가능 수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개정된 수칙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들은 최대 6명까지 모일 수 있다.

기존 10명에서 4명이 줄어든 숫자다. 수칙이 강화되자 이번엔 자영업자들이 반발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고 해서 기껏 손님 받을 준비를 해놨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문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대해 ‘조삼모사 정책’이라 조롱하기도 한다.

각종 여론을 파악하며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 후보는 시기에 따라 방역 수칙을 풀고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평가하면서도, 그럴 때마다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그가 믿고 있는 소상공인 대책은 전폭적인 금전적 보상이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대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으나, 코로나 확진자가 네 배 가까이 증가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출연하는 등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 조치 강화는 안타깝게도 이제 겨우 한숨을 돌렸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게 또다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온전한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온전한 보상이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의 금전적인 보상이다.

코로나 대책 소상공 위주로
검찰개혁 문제는 한목소리

앞서 그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주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모인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께 정말로 송구하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국가 지출이 얼마나 늘었느냐.(표를 가르키며) 정말 쥐꼬리만큼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재정 지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GDP 대비 4.5%늘었다. 미국의 5분의 1 수준, 일본의 2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가계에 직접 지원한 비율은 불과 1.3%다. 이 후보는 이런 수준의 지원책은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정말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된다”고 기획재정부를 겨냥해 일침을 날렸다.

외교·부동산·코로나 정책에서 연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 후보지만 문정부와 같은 의견을 가진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이다.

이 후보의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은 문정부와 동일하다 못해 더욱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경선에서 “검찰개혁을 뛰어넘는 ‘검찰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악성 종양은 제거하고,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새 피가 돌고 몸이 살아날 것”이라며 “잘못된 성실함이 엘리트의 것이 되면 위험성이 배가 된다. 더군다나 그 엘리트가 국민들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소·수사권의 분리와 검찰총장 직선제를 검찰개혁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깨기 위해서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엄격히 분리해야 하고, 검찰의 최고 자리인 총장은 국민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반드시 해야 할 마지막 단계”라며 “없는 죄도 있게 하고 있는 죄도 덮고, 검찰이 기소하기로 딱 목표를 정해서 나올 때까지 탈탈 털고, 허접한 것까지 다 걸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검사장 직선제, 총장 직선제 등으로 (검찰 수장을)직접 선출해서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대통령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후보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국민들에게 하나둘 소개하고 있다.

강스파이크
대대적 수술

실용 외교, 공급 위주의 부동산 대책, 코로나 19로 피해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구체적인 방안의 검찰개혁 등은 대중에게 전달됐고, 판단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그의 정부가 문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표를 줄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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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