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선긋는 이재명의 나라 대해부

강력한 리더십 “싹 갈아엎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여당 속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대통령선거에 임한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여러 명 있었다. 보통 임기 말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같은 당 출신의 대통령이더라도 여권의 대선후보들은 기존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이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그는 연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자신은 문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 말한다. <일요시사>는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 어떤 점이 다를 것인지 주요 현안 별로 정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최근 ‘비문(비 문재인)’ 행보를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경선 과정과 선대위 출범식까지만 해도 친문(친 문재인)과 비문 양쪽 모두를 신경 쓰는 듯했지만, 이제는 친문을 버리고 비문을 선택한 외길 노선을 걷고 있다. 

친문 버리고 
비문으로?

이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지며 탈출 방법을 모색하던 중, 현 정부와 거리 두는 방식을 그 해법으로 찾았다. 실제로 외교·부동산·코로나·검찰개혁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문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를 새롭게 시작될 이재명정부가 문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문정부의 외교는 지난 5년간 지나치게 ‘북한 중심’의 외교 전략을 펼쳐왔다고 평가받는다. 친북 외교는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뤄냈지만, 완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도달에는 실패했다.

게다가 중국·미국·일본과의 외교에서는 뚜렷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3국 중 일본과의 관계는 그 전보다 훨씬 멀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에서는 이른바 ‘안미경중’의 자세를 취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뜻인데,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 관계는 유지해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고, 중국과는 전략적 외교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고 미중 관계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두 나라의 중간에서 이익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아졌다. 

일본과의 관계는 문정부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1월 정부가 박근혜정부 때의 위안부 협상을 파기하면서부터다.

문정부는 기존의 합의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도, 존엄을 지키지도 않았다고 평가하며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후에 사법부가 강제징용 관련 판결에서 피해자 쪽 손을 들어주며 양국 관계에 결정타를 날렸고, 일본 정부는 이 판결에 강하게 반대하며 수출 규제를 했다.

한국은 수출 규제에 대항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양국 사이는 한일 수교를 다시 시작한 이래 가장 안 좋아졌다고 평가받는다.

지방 시정 경험만 갖춘 이 후보는 국가 차원의 외교를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의 외교 전략이 아직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 평가한다.


실익 추구 외교 인사 단행 동일
부동산에선 정반대 센 정책 예고

다만 그가 단행한 인사들과 그간의 발언들을 토대로 그의 전략을 유추해보고 있다. 이 후보가 영입한 외교 관련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다.

이 후보는 위 전 대사를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약 1년에 걸쳐 그에게 끝없이 구애했고, 위 전 대사는 결국 이 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하며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3년 북미국 국장을 지냈고, 2009년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그에게 ‘북핵통’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2011년부터 주 러시아대사로 활동하며 약 6년간 러시아 생활을 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외교관을 평가할 때 ‘현실적’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국익만을 생각하는 현실적인 외교를 지향한다는 말이다.

위 전 대사가 지향하는 이런 실용주의 외교관은 이 후보의 외교관과 흡사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에 맞게 이념과 선택의 논리를 뛰어넘는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을 위해 경제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후보의 그간 행보로 봤을 때 미래의 이재명정부는 명분과 이념을 중시해온 문정부와는 달리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익을 위해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외교로 찬사받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관계를 모두 생각해야 하는 외교 특성상 지나친 자국 중심 외교는 주변국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트럼프 집권 시기 미국이 명분을 뒤로하고 이익만 추구하다 대국으로서 위엄을 잃었던 것이 좋은 예다.

이 후보가 문정부와 가장 거리를 두는 것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이다. 문정부가 지난 4년간 펼친 부동산 정책들의 성격은 ‘수요 억제’로 귀결된다.

문정부는 역대 정부 중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정부였지만, 그와 동시에 ‘집값을 가장 많이 올린’ 정부이기도 하다.


문정부는 그동안 총 25개의 부동산 정책을 실시했고, 그중 24개는 실패로 돌아갔다. 더욱이, 24개중 대부분은 실패를 넘어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누구보다 집값을 올린 대통령이 된 이유이다.

최초의 부동산 정책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6월 19일에 발표됐다.

이때 나온 문정부의 첫 번째 정책은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정부는 각종 규제를 시행했고 대출도 까다롭게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수요를 막겠다는 시도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효과를 야기했다. 

따로 
또 같이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8월2일에는 두 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다. ‘6·19대책’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담은 이른바 ‘8·2대책’이었다. 이때 발표된 두개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그대로 약 3년간 계속됐고,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발표된 공급 위주의 ‘2·4대책’이 최근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문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남발하다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후보는 이런 문정부와 정반대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정부의 마지막 정책인 ‘2·4대책’처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만을 펼칠 것이라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임기 내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라 일컬어지는 문정부의 ‘2·4대책’의 주택 공급량보다 세 배가량이나 많다.

그동안 이 후보는 문재인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집값의 가파른 상승은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진보정권의 주택정책 핵심은 투기 수요 억제였고 그 방식은 조세 세금정책이었다”며 대출 통제, 거래 제한 등 방식으로 수요를 통제하면 적정한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본 것“이라고 문정권 부동산 정책의 의표를 찔렀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장은 아무리 수요를 억제해도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수요 공급 불일치에 의한 주택 가격 상승은 막을 수 없었다”며 “층수·용적률을 일부 완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고 공공택지 공급도 지금보다 과감히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문정부의 정책이 수요 억제에 맞춰 실패한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신은 그와 반대인 공급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응책에서도 이 후보는 현 정부와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문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 ‘K-방역’이라는 수식어 아래 전 세계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모든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동선 추적과 해외 관광객의 의무적 격리, 적절했던 방역 수칙 강화 등 코로나 발발 초기 문정부의 코로나 대책은 전염병을 막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폐쇄 조치 없이 코로나를 이겨낸 유일한 사례로 세계 각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극적인 백신 확보, 변이 바이러스 창궐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위드 코로나 정책의 우유부단한 사용 등이 이어지며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어떻게 
다를까?

전 국민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80%(지난 10일 기준, 80.8%)를 넘었지만,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제한된 병동 수와 인력만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은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했는데, 위드 코로나 정책을 너무 섣부르게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당시(지난달 초) 이미 델타 변이가 한국을 뒤덮고 있던 상황이었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유입되면서 의료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방역 수칙 강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12월 둘째 주부터 사적모임 인원 가능 수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개정된 수칙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들은 최대 6명까지 모일 수 있다.

기존 10명에서 4명이 줄어든 숫자다. 수칙이 강화되자 이번엔 자영업자들이 반발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고 해서 기껏 손님 받을 준비를 해놨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문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대해 ‘조삼모사 정책’이라 조롱하기도 한다.

각종 여론을 파악하며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 후보는 시기에 따라 방역 수칙을 풀고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평가하면서도, 그럴 때마다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그가 믿고 있는 소상공인 대책은 전폭적인 금전적 보상이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대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으나, 코로나 확진자가 네 배 가까이 증가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출연하는 등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 조치 강화는 안타깝게도 이제 겨우 한숨을 돌렸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게 또다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온전한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온전한 보상이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의 금전적인 보상이다.

코로나 대책 소상공 위주로
검찰개혁 문제는 한목소리

앞서 그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주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모인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께 정말로 송구하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국가 지출이 얼마나 늘었느냐.(표를 가르키며) 정말 쥐꼬리만큼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재정 지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GDP 대비 4.5%늘었다. 미국의 5분의 1 수준, 일본의 2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가계에 직접 지원한 비율은 불과 1.3%다. 이 후보는 이런 수준의 지원책은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정말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된다”고 기획재정부를 겨냥해 일침을 날렸다.

외교·부동산·코로나 정책에서 연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 후보지만 문정부와 같은 의견을 가진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이다.

이 후보의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은 문정부와 동일하다 못해 더욱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경선에서 “검찰개혁을 뛰어넘는 ‘검찰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악성 종양은 제거하고,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새 피가 돌고 몸이 살아날 것”이라며 “잘못된 성실함이 엘리트의 것이 되면 위험성이 배가 된다. 더군다나 그 엘리트가 국민들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소·수사권의 분리와 검찰총장 직선제를 검찰개혁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깨기 위해서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엄격히 분리해야 하고, 검찰의 최고 자리인 총장은 국민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반드시 해야 할 마지막 단계”라며 “없는 죄도 있게 하고 있는 죄도 덮고, 검찰이 기소하기로 딱 목표를 정해서 나올 때까지 탈탈 털고, 허접한 것까지 다 걸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검사장 직선제, 총장 직선제 등으로 (검찰 수장을)직접 선출해서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대통령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후보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국민들에게 하나둘 소개하고 있다.

강스파이크
대대적 수술

실용 외교, 공급 위주의 부동산 대책, 코로나 19로 피해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구체적인 방안의 검찰개혁 등은 대중에게 전달됐고, 판단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그의 정부가 문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표를 줄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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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