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선긋는 이재명의 나라 대해부

강력한 리더십 “싹 갈아엎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여당 속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대통령선거에 임한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여러 명 있었다. 보통 임기 말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같은 당 출신의 대통령이더라도 여권의 대선후보들은 기존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이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그는 연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자신은 문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 말한다. <일요시사>는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 어떤 점이 다를 것인지 주요 현안 별로 정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최근 ‘비문(비 문재인)’ 행보를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경선 과정과 선대위 출범식까지만 해도 친문(친 문재인)과 비문 양쪽 모두를 신경 쓰는 듯했지만, 이제는 친문을 버리고 비문을 선택한 외길 노선을 걷고 있다. 

친문 버리고 
비문으로?

이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지며 탈출 방법을 모색하던 중, 현 정부와 거리 두는 방식을 그 해법으로 찾았다. 실제로 외교·부동산·코로나·검찰개혁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문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를 새롭게 시작될 이재명정부가 문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문정부의 외교는 지난 5년간 지나치게 ‘북한 중심’의 외교 전략을 펼쳐왔다고 평가받는다. 친북 외교는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뤄냈지만, 완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도달에는 실패했다.

게다가 중국·미국·일본과의 외교에서는 뚜렷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3국 중 일본과의 관계는 그 전보다 훨씬 멀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에서는 이른바 ‘안미경중’의 자세를 취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뜻인데,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 관계는 유지해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고, 중국과는 전략적 외교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고 미중 관계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두 나라의 중간에서 이익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아졌다. 

일본과의 관계는 문정부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1월 정부가 박근혜정부 때의 위안부 협상을 파기하면서부터다.

문정부는 기존의 합의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도, 존엄을 지키지도 않았다고 평가하며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후에 사법부가 강제징용 관련 판결에서 피해자 쪽 손을 들어주며 양국 관계에 결정타를 날렸고, 일본 정부는 이 판결에 강하게 반대하며 수출 규제를 했다.

한국은 수출 규제에 대항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양국 사이는 한일 수교를 다시 시작한 이래 가장 안 좋아졌다고 평가받는다.

지방 시정 경험만 갖춘 이 후보는 국가 차원의 외교를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의 외교 전략이 아직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 평가한다.


실익 추구 외교 인사 단행 동일
부동산에선 정반대 센 정책 예고

다만 그가 단행한 인사들과 그간의 발언들을 토대로 그의 전략을 유추해보고 있다. 이 후보가 영입한 외교 관련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다.

이 후보는 위 전 대사를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약 1년에 걸쳐 그에게 끝없이 구애했고, 위 전 대사는 결국 이 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하며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3년 북미국 국장을 지냈고, 2009년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그에게 ‘북핵통’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2011년부터 주 러시아대사로 활동하며 약 6년간 러시아 생활을 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외교관을 평가할 때 ‘현실적’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국익만을 생각하는 현실적인 외교를 지향한다는 말이다.

위 전 대사가 지향하는 이런 실용주의 외교관은 이 후보의 외교관과 흡사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에 맞게 이념과 선택의 논리를 뛰어넘는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을 위해 경제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후보의 그간 행보로 봤을 때 미래의 이재명정부는 명분과 이념을 중시해온 문정부와는 달리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익을 위해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외교로 찬사받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관계를 모두 생각해야 하는 외교 특성상 지나친 자국 중심 외교는 주변국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트럼프 집권 시기 미국이 명분을 뒤로하고 이익만 추구하다 대국으로서 위엄을 잃었던 것이 좋은 예다.

이 후보가 문정부와 가장 거리를 두는 것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이다. 문정부가 지난 4년간 펼친 부동산 정책들의 성격은 ‘수요 억제’로 귀결된다.

문정부는 역대 정부 중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정부였지만, 그와 동시에 ‘집값을 가장 많이 올린’ 정부이기도 하다.


문정부는 그동안 총 25개의 부동산 정책을 실시했고, 그중 24개는 실패로 돌아갔다. 더욱이, 24개중 대부분은 실패를 넘어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누구보다 집값을 올린 대통령이 된 이유이다.

최초의 부동산 정책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6월 19일에 발표됐다.

이때 나온 문정부의 첫 번째 정책은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정부는 각종 규제를 시행했고 대출도 까다롭게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수요를 막겠다는 시도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효과를 야기했다. 

따로 
또 같이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8월2일에는 두 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다. ‘6·19대책’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담은 이른바 ‘8·2대책’이었다. 이때 발표된 두개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그대로 약 3년간 계속됐고,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발표된 공급 위주의 ‘2·4대책’이 최근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문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남발하다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후보는 이런 문정부와 정반대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정부의 마지막 정책인 ‘2·4대책’처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만을 펼칠 것이라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임기 내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라 일컬어지는 문정부의 ‘2·4대책’의 주택 공급량보다 세 배가량이나 많다.

그동안 이 후보는 문재인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집값의 가파른 상승은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진보정권의 주택정책 핵심은 투기 수요 억제였고 그 방식은 조세 세금정책이었다”며 대출 통제, 거래 제한 등 방식으로 수요를 통제하면 적정한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본 것“이라고 문정권 부동산 정책의 의표를 찔렀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장은 아무리 수요를 억제해도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수요 공급 불일치에 의한 주택 가격 상승은 막을 수 없었다”며 “층수·용적률을 일부 완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고 공공택지 공급도 지금보다 과감히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문정부의 정책이 수요 억제에 맞춰 실패한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신은 그와 반대인 공급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응책에서도 이 후보는 현 정부와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문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 ‘K-방역’이라는 수식어 아래 전 세계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모든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동선 추적과 해외 관광객의 의무적 격리, 적절했던 방역 수칙 강화 등 코로나 발발 초기 문정부의 코로나 대책은 전염병을 막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폐쇄 조치 없이 코로나를 이겨낸 유일한 사례로 세계 각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극적인 백신 확보, 변이 바이러스 창궐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위드 코로나 정책의 우유부단한 사용 등이 이어지며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어떻게 
다를까?

전 국민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80%(지난 10일 기준, 80.8%)를 넘었지만,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제한된 병동 수와 인력만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은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했는데, 위드 코로나 정책을 너무 섣부르게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당시(지난달 초) 이미 델타 변이가 한국을 뒤덮고 있던 상황이었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유입되면서 의료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방역 수칙 강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12월 둘째 주부터 사적모임 인원 가능 수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개정된 수칙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들은 최대 6명까지 모일 수 있다.

기존 10명에서 4명이 줄어든 숫자다. 수칙이 강화되자 이번엔 자영업자들이 반발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고 해서 기껏 손님 받을 준비를 해놨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문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대해 ‘조삼모사 정책’이라 조롱하기도 한다.

각종 여론을 파악하며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 후보는 시기에 따라 방역 수칙을 풀고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평가하면서도, 그럴 때마다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그가 믿고 있는 소상공인 대책은 전폭적인 금전적 보상이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대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으나, 코로나 확진자가 네 배 가까이 증가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출연하는 등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 조치 강화는 안타깝게도 이제 겨우 한숨을 돌렸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게 또다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온전한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온전한 보상이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의 금전적인 보상이다.

코로나 대책 소상공 위주로
검찰개혁 문제는 한목소리

앞서 그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주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모인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께 정말로 송구하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국가 지출이 얼마나 늘었느냐.(표를 가르키며) 정말 쥐꼬리만큼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재정 지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GDP 대비 4.5%늘었다. 미국의 5분의 1 수준, 일본의 2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가계에 직접 지원한 비율은 불과 1.3%다. 이 후보는 이런 수준의 지원책은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정말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된다”고 기획재정부를 겨냥해 일침을 날렸다.

외교·부동산·코로나 정책에서 연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 후보지만 문정부와 같은 의견을 가진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이다.

이 후보의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은 문정부와 동일하다 못해 더욱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경선에서 “검찰개혁을 뛰어넘는 ‘검찰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악성 종양은 제거하고,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새 피가 돌고 몸이 살아날 것”이라며 “잘못된 성실함이 엘리트의 것이 되면 위험성이 배가 된다. 더군다나 그 엘리트가 국민들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소·수사권의 분리와 검찰총장 직선제를 검찰개혁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깨기 위해서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엄격히 분리해야 하고, 검찰의 최고 자리인 총장은 국민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반드시 해야 할 마지막 단계”라며 “없는 죄도 있게 하고 있는 죄도 덮고, 검찰이 기소하기로 딱 목표를 정해서 나올 때까지 탈탈 털고, 허접한 것까지 다 걸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검사장 직선제, 총장 직선제 등으로 (검찰 수장을)직접 선출해서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대통령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후보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국민들에게 하나둘 소개하고 있다.

강스파이크
대대적 수술

실용 외교, 공급 위주의 부동산 대책, 코로나 19로 피해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구체적인 방안의 검찰개혁 등은 대중에게 전달됐고, 판단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그의 정부가 문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표를 줄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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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