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좌초 위기 금촌에 무슨 일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6.05 15:08:07
  • 호수 1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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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들 쪽쪽 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파주 금촌2동 제2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 정비기반시설 업체와 독단적인 계약을 맺어 13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공공지원민간임대(옛 뉴스테이) 연계형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해당 조합은 2022년 착공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 2010년 7월 조합 설립을 인가받은 후 약 12년 만의 일이다.

수십년 만에 첫 삽을 떴음에도 주민들은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합은 현재 수익 감소와 지출 증가로 23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을 전망하고 있다. 현재 상가 73호실 중 조합원분 10실, 일반분양 2실 등 12실만 분양 완료됐다. 상가 미분양 시 200억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예정인데도 불구하고 기반시설 공사비 약 13억원을 과다 계상해 조합원에게 추가 분담을 유도하고 있다. 

영세한 조합원

일각에선 해당 지역 조합원들은 재산이 거의 없어 추가 분담금을 납부할 여력도 없다고 한다.

금촌2동 제2지구는 지하철 경의중앙선 금촌역과 인접해 있는 역세권 구역일 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금촌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초품아’ 구역의 입지를 자랑한다. 문산·금릉중학교와 금촌·문산제일고등학교 등 중·고등학교와 가깝고,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파주시청 등과도 가까워 생활 여건도 빠지지 않는다.

오랜 사업 기간이 말해주듯 금촌2동 제2지구 재개발사업의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합 설립 인가 직후 대형 건설사를 시공자로 맞이하며 탄력적인 사업 진행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로 5년여간 방치됐다.


그러던 중 금촌2동 제2지구 재개발사업이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뉴스테이’ 사업으로 전향했다. 이후 사업은 정권교체 과정서 지금의 공공지원민간임대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금촌2동 제2지구는 여전히 공공지원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장으로 남아 2018년 7월 사업시행 인가, 2020년 4월 관리처분 인가 등을 거쳐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는 공공지원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의 태생적인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로 인한 금융비용 상승 등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리츠(공공지원민간임대사업자)의 일반분양분 매입가격이 인근 시세 대비 턱없이 낮게 책정된 상태로 고정돼있어 그 피해를 조합원이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몇 년 전 정한 가격을 변경 없이 그대로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준 탓도 지적한다.

이는 금촌2동 제2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업장에 해당하는 문제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많은 사업장들이 공공지원민간임대 연계 방식을 포기하거나 착공 시점을 잡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시공사가 10억 이상 싸게 한다는데…”
조합과 기반시설 업체 수상한 계약

조합 측이 스스로 자처한 문제도 존재한다. 수익 감소와 지출 증가로 23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원인은 조합 관계자가 2013년부터 계약을 맺은 정비기반시설 공사업체 G사와의 유착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합은 2013년 11월 G사와 33억원에 사업을 계약했다.

이후 2차 변경 계약을 통해 2018년 2월 27억5000만원, 3차 변경 계약 2021년 4월 31억1000만원, 4차 변경 계약 2025년 4월 45억9000만원으로 갈수록 늘었다.


현재 시공을 맡은 A건설 측은 정비기반시설 공사업체와 약 32억원의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조합에 알렸지만, 조합은 G사와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로 인해 조합은 13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지경이다.

지난 2021년 12월 A건설과 조합은 총공사비 1269억원 규모의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A건설 측은 당시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높은 공공성과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합에 돌려받지 못한 공사비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촌2동 제2지구 조합 측은 “사업에 참여하는 전국 31개 조합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지만, 변화 없이 명목만 유지하다가 이제는 사실상 버려진 사업이 돼 마침내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며 “막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 언제까지 여건이 변하길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인 탓에 시공자인 A건설의 협조로 먼저 착공에 돌입하게 됐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반 문제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건설의 협조로 착공에 돌입했지만, 시공사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1200억 공사···밀린 공사비만 400억
지금 다 팔아도 230억 손해 계산서

조합이 기반시설 업체를 교체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2010년 7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2016년 2월 정비사업연계 뉴스테이로 지정된 이후 신동아종합건설이 최초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후 2018년 10월 경남기업으로 시공사를 교체했으나, 2021년 11월 경남기업과 계약 해지 후 A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해 12월 도급계약을 진행하고 철거까지 진행, 2022년 10월 착공에 들어갔다. A건설은 올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서 처음 재개발사업 이야기가 나온 지 약 18년 만에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1269억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400억원이 미지급된 상태고 손실은 230억원이 넘는다”며 “이런 상황서 기반시설 업체와의 알 수 없는 계약으로 추가 분담금이 요구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조합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337-15번지 일대 3만5772㎡를 대상으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금촌2동 제2지구는 건폐율 24.9261%, 용적률 297.10% 등을 적용한 지하 3층~지상 29층 규모 공동주택 1055세대 및 부대 복리시설이 지어질 예정인 정비사업지다.

공동주택은 전용면적별로 26㎡형 450세대, 46㎡형 211세대, 59㎡형 369세대, 74㎡형 25세대 등으로 계획됐다. 조합원분을 제외한 850세대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로, 53세대는 공공임대아파트로 공급된다.

금촌2동 제2지구는 그동안 조합 운영진 조합원들이 뭉쳐 단합된 모습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업장서 흔히 보이는 ‘비대위’가 한번도 활동한 적이 없는 것만 봐도 금촌2동 제2지구는 하나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조합 설립 12년 만에 착공했고, 우려되는 부분이 추가로 발생한 상황이다.


조합은 국토부와 파주시청 등 관련 기관을 찾아 조합원들의 현실을 강조하고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최근에만 해도 주민들의 바람을 담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구역의 현실을 담은 문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같은 사업 방식을 택한 조합과 함께 국토부를 찾아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조합 측 “현재 조합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무리하게 주택 매입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저 사업 추진에 긴 시간이 필요한 정비사업의 특성을 감안하고, 시세를 반영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합원들에게 가혹한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손실

그러면서 “착공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조합원들이 한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부담금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오랜 기간 조합을 믿고 신뢰를 보내준 조합원들을 위해, 또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후회 없이 활동해 온 지난 14년에 앞으로 후회가 더해지기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움직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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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의자에 대한 잇단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김건희씨의 의혹은 총 16개다. 사전 자료 제출 요구나 실무진 조사 없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5개월 부족한 시간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에게 지난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조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7월21일 오전 10시로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특검팀은 이들 1차 참고인 조사 이후 IMS에 투자한 나머지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해 2차 소환을 예고했다. IMS 투자에 참여한 기업·기관은 모두 12곳으로, 신한은행·제이비우리캐피탈·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경남스틸 등도 포함돼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2023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부실기업이었음에도 김씨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180억여원을 석연치 않게 투자받은 사건이다.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김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당시 참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경영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 후 잠적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종 목적지가 태국이 아닌 싱가포르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자녀들이 올해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김씨와 아내, 자녀 2명 모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김씨의 자녀들은 다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후 아내 정모씨는 한국에 머문 채 김씨와 자녀들은 차례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특검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과 공조해 김씨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경영상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이나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제3국으로 도피 위치 파악 안 돼…검거 가능성은 미지수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총수를 부르기 전 압수수색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기본적인 수사의 순서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 기법은 다양하다”며 “톱 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는데, 수사팀에서 편리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에, 30일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일 현판식을 갖고 수사를 개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든 게 정리돼야 한다. 사실상 6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이 부여된 셈인데,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의혹만 인지 사건 포함 16개에 달한다. 최근 관련 의혹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도 특검팀을 다소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만 보면 ‘집사 게이트’부터 정리하려는 것 같다. 금품을 준 기업과 관련자들에게서 최대한 협조적인 진술을 얻어내고 김건희씨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를 수사하기 이전에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명씨 사건 같은 경우 검찰에서 수개월간 수사해 법리 적용만 검토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씨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 먼저 특검팀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명씨 사건을 폭로한 강혜경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해당 공천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끌려가는 기업 수사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이용해 다수의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A씨 소환 조사도 병행했다. A씨는 당초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 등 5명과 전날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A씨 주거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사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용역사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전씨 법당과 서초구 양재동 주거지, 전씨가 속한 종파의 거점으로 알려진 충북 충주 일광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탁 대상으로 알려진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박현국 봉화군수, 박 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업가 B씨,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오을섭씨, 전씨 변호인 김모씨의 서초구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군수의 휴대전화, 변호인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전씨 명의 휴대전화 2대, ‘찰리’로 알려진 전씨 처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5일부터 연이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해 법당 내 CCTV 등을 확보했는데 CCTV가 최신 기종이 아니라 복제(이미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법당 내 CCTV는 앞서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차례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물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CTV 저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남부지검에서 압수수색했던 곳 중 법당 내 지하창고도 다시 살펴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고 한다. 사라진 피의자들 수사를 마친 뒤 관련자를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특검은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측면과 더불어 수사 단계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법원에 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369억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산출한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은 200억원, 이 회장 측은 17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등은 2023년 5∼6월쯤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시기 회장이 교체됐는데, 특검팀은 조 전 회장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수익을 내자 이 회장도 우크라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시기에 주식 매매로 차익을 봤다는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을 총괄한 인사로 꼽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는 지난 3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건진법사 그라프 목걸이도 행방불명 삼부토건 ‘그림자 실세’ 잇단 도주 그러나 그림자 실세인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검팀 수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현재 도주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한 이씨의 변호인 또한 이씨의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도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삼부토건의 ‘해외사업 수주 내역’을 보면, 2017년 파키스탄 도로공사 사업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이는 삼부토건의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부토건은 신용도가 낮아 해외공사 입찰 시 국내 은행으로부터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 수주 금액의 10% 수준인 이행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능력이나, 해외사업을 위해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외사업에 사실상 실패한 삼부토건은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부토건 내부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삼부토건 재건 관련 해외 사업 담당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는데, “삼부토건은 현실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당 직원이 진술한 것이다. 핵심 물증 중요 과제 이 직원은 또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하고 더 많은 연락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