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씹히는’ 한동훈·이준석 먹이사슬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07 14:07:13
  • 호수 1539호
  • 댓글 1개

다시 붙은 ‘보수 적자’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사이의 입씨름이 다시 시작됐다. 두 사람은 3년 넘게 ‘보수의 젊은 적자’ 입지를 놓고, 상호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쟁탈전은 꽤 길게 이어질지도 모른다.

지난달 21대 대선에서 낙선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최근 다시 활발한 방송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각종 방송에서 정국의 흐름을 짚는 등 평론 활동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이 의원이 특히 평론 대상으로 자주 거론하는 사람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다. 지난달 24일엔 <TV조선>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한 전 대표에 대한 평론을 제시했다.

평론 대상
자주 거론

한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그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충남 아산 ▲재산 축소 신고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식 의원의 지역구 경기 용인갑 등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선거 중 가장 어려운 게 보궐”이라며 “내년 4월이면 이재명정부 지지율이 꺾이기 전”이라며 “개인 능력 하나로 돌파하는 게 쉽겠느냐”며 “그걸 해낼 수 있다면 영웅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셋 다 어려운 지역구들이기 때문에, 돌파하면 굉장한 정치적 동력을 얻게 되니, 한 전 대표가 욕심을 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낙선하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냈던 황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 대표로서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 의원은 이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 전 대표가 황 전 대표처럼 낙선하면 ‘수도권에서 안 먹힌다’고 판명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도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대표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의원은 특유의 독설도 아끼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한 전 대표 스스로 무슨 서울시장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보궐선거가 아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8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과 당선 가능성을 크게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대표로 당선되면 좋겠지만, 한 전 대표가 승리할 확률이 100%”라고 점쳤다.

그러자 친한계(친 한동훈) 일원인 새누리당 신지호 전 의원은 이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신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을 떠난 지 한참 됐는데도, 한동훈 스토커를 하는 것 같다”며 “이 의원의 한 전 대표 논평엔 한 전 대표에 대한 미래 보수 정치의 리더 자리와 관련된 라이벌 의식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전 대표를 언급한 이 의원의 논평에 대해서도 “걱정해 주는 건지, 그렇게 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의원의 말이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도 말을 잘못해서 굉장한 타격을 입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걱정해서 전당대회 및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거론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국민의힘엔 친윤(친 윤석열)계를 형성했던 의원들이 여전히 다수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그들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좌초시켰고,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켰다.


여전히 당내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3년 전부터 ‘으르렁’…또 시작된 갈등
출마 권유 빙자해 서로 차도살인 시도

차기 총선은 약 3년 후 진행된다. 한 전 대표가 다시 대표로 당선되면 이들과의 처절한 싸움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친한계 내부서도 한 전 대표의 출마 여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평소 좋아하는 <삼국지연의> 비유대로라면, “이 의원이 한 전 대표를 화로 위에 올려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성립할 수 있다. 오나라 손권은 위나라 조조의 신하를 자처하면서 “한나라를 무너트리고 황제 자리에 오르라”고 권한 적이 있다.

이를 접한 조조는 “이 어린 놈이 나를 추켜세워 화로 위에 앉게 하려고 한다”면서 껄껄 웃었다. 당시 한나라는 오행의 화(火)를 표방했다. 따라서 한나라를 무너트린다는 것은 불 위에 앉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아울러 유비와 손권이 건재한 상황에서 황제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표적이 되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즉, 이 의원이 한 전 대표에게 전당대회 출마 및 당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당 대표가 돼 친윤계와 난투극을 하면서, 지방선거 책임을 뒤집어쓰고 죽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 전 대표와 이 의원이 딱히 갈등할 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경험이 있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였을 당시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따라서 당내에서 다툼을 했던 적도 없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함께 반대했고, 강경 보수와 사이가 좋지 않단 공통점도 있다. ▲친서방 외교관 ▲비교적 강경한 대북관 ▲공정성 강조 등 정책관도 큰 틀에선 충돌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따지고 드는 것을 매우 좋아해 적이 많다는 것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 의원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는 이 의원을 한 전 대표로 대체하려고 했다.

이 의원은 당시 <신동아>와의 인터뷰서 “윤 대통령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장관을 키워서 내 자리에 앉히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동훈과 이준석의 지지층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좋아하는 층은 주부들이 많고, 이준석은 2030 인터넷 커뮤니티 세대”라며 “보완재라면 모를까, 대체재는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체재?
보완재?

당시 이 의원의 주장은 자신을 한 전 대표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대한 거부감과 견제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기 때문에, “최소한의 견제” 차원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한동안 이어나갔다.


지난 2023년 10월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대표를 일컬어 “제 입장에서 봤을 땐 국민의힘의 다른 의원들에 비하면 천사 같은 존재”라며 “스타성·엘리트성·매너 등의 측면에서 군계일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후엔 평가가 달라졌다. 지난해 1월엔 “한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차원에서 “한 위원장이 세계 최고의 꽁치구이를 한다는 홍보를 토대로 횟집에 손님을 모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부산을 방문하면서 연고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연도인 1992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부산시민들에겐 조롱의 의미”라며 “부산은 부산의 지도자를 원하겠지만, 한 위원장이 부산 다선 의원들을 다 자를 것”이라면서 내부 투쟁을 부추겼다.

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을 제시하는 한 전 대표에 대해 “국회의원을 100명만 유지하자던 사람도 있었다”면서 한 전 대표를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 자신이 출마하는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 함께 출마해 맞붙어보자는 권유도 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집권여당의 촉망받는 차세대 리더이자 당권을 손에 넣고 있던 비상대책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이 의원의 비난에 일일이 대응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 전 대표에 대한 이 의원의 인식은 이후로도 여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이 의원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3월 명씨와 통화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김영선 의원 공천 요구를 한 대표가 받지 않으면, 한 대표의 국민의힘 내 입지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공격수
친한 4인방

한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이 의원의 개혁신당 창당을 비판한 이후 틈틈이 이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당시엔 제3지대 세력이 모여 구성됐던 개혁신당을 일컬어 “정체성이란 게 있느냐”며 “선거에서 배지를 달기 위해 모였고, 영주권을 얻기 위한 위장 결혼과 비슷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월 대선 정국 당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영부인 토론회’를 제안한 것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이 내 앞에 있었으면 혼냈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놓고, 한 전 대표는 “구태와 꼰대 짓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꼬집었다.

한 전 대표는 가급적 이 의원을 직접 언급하진 않는다. 친한계 내 이 의원 공격수는 ▲신 전 의원 ▲김 전 최고위원 ▲윤희석 전 대변인 ▲김근식 송파구 병 당협위원장을 거론할 수 있다. 이들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해 친한계의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방송에서 이 의원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은 작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 측과 이 의원이 갈등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985년생인 이 의원은 스스로 보수의 젊은 적자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1973년생인 한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고, 친윤 등 기존 보수와 결이 다른 이미지와 정치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이 의원이 한 전 대표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보수의 젊은 적자 입지를 한 전 대표에게 빼앗길 것 같은 상황에 직면하자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란 취지였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제 정치의 원칙은 저를 먼저 때리지 않으면, 그 상대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당협위원장이 ‘한 전 대표는 카카오 택시를 타고 다니니까 신선한 정치인’이란 정신 나간 얘기를 하면서, ‘이준석은 이런 걸 못한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카카오 택시를 타고 다니는 대단한 정치인인 양 띄우는 것을 보면, 바보 중에 이런 바보가 있나 싶을 정도”라며 “저는 법인 택시기사를 두 달 동안 하면서 기사용 앱도 써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을 먼저 시작한 사람은 이 의원이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 의원은 한 전 대표의 가장 취약한 점도 건드렸다.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승리한 경험이 없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당선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했고, 곧바로 진행된 지방선거도 승리로 이끌었다.

“보수의 젊은 적자는 누구?”
이기면 대표 지면 황교안?

이를 놓고, 이 의원은 한 전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중진들을 모두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장수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 경험”이라며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우세 지역구 당선 경험 외 지휘·승리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당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에서만 승리 경험이 있다”고 자부했다.

한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지난해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불과 108석만을 얻는 참패를 당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과 당내 혼란을 이겨낼 만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이조심판론’이란 이름으로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당시 대표를 총선 심판 대상으로 올렸다. 이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할 수밖에 없어서 제시했던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여당의 수장이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론을 총선 구호로 제시한단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윤 전 대통령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했던 것도 아니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견제조차 소화하지 못했고,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진행됐던 혼란으로까지 직결됐다.

친한계 내부에서 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말리는 일부 기류도 한 전 대표의 당시 총선 참패 경험으로부터 비롯됐을 개연성이 있다. 지난해 총선 이후 보수층을 제외한 유권자들이 보이는 기류는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이다.

지금은 2년 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도 대선 직전서야 형식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이후 새로 구성된 비대위도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일색이다.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윤계가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와 체질 개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새 보수
공통점

국민의힘 친윤계는 자체 대권주자를 배출하지 못할 공산이 큰데, 이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한 전 대표와 이 의원은 ‘보수의 적자’로서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지향점과 개인적 성향이 국민의힘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구성한 강성 보수층에게 비호감으로 작용한단 공통점이 있다. 하나뿐인 보수의 적자를 자처하는 두 사람의 경쟁이 과연 보수에 어떤 미래를 안겨줄까? 각각 50대 초반과 40대 초반 나이인 두 사람의 경쟁은 꽤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