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민주당 전대 관전 포인트

‘찐명’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 달 2일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는 1년 동안 거대 여당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과 더불어 ‘정권 초기 버프’를 톡톡히 받게 된다. 권리당원 득표 반영 비율이 55%로 높아진 만큼 당원들의 표심 확보가 필수다. ‘찐명’을 가려내기보다는 당원의 마음을 더 많이 사로잡는 쪽의 승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일정이 빽빽하다. 오는 10일 후보자 등록 이후 ▲19일 충청권 ▲20일 영남권 ▲26일 호남권 ▲27일 수도권 경기·인천 순으로 순회 경선이 이어진다. 이후 당 강령에 따라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로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결정된다.

한 달 앞으로
당심 어디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 시대에 맞는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당을 위해서라면 힘들고 고달픈 길을 피하지 않고 항상 선당후사하며 희생과 봉사의 새로운 정당 문화를 열었다”며 “제21대 국회에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이 대표의 곁을 지켰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판단력, 정치적 결단력, 정책 추진력으로 유능한 민주 정당을 만들겠다”며 “항상 당 지도부와 ‘원팀 플레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공천 혁명 덕분에 정치에 입문한 노무현 정신의 후예”라며 “최전방 공격수로 별명이 ‘당 대포’인데 이제 당 대표가 돼 최전방 공격수뿐 아니라 최후방 수비수까지 담당하는 전방위적 선수가 되겠다. 혼자 하지 않고 당원, 국회의원, 국민과 한 호흡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전당원투표제 상설화를 비롯한 ▲당원주권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당원주권정당 ▲ 12·3 불법 계엄 및 내란 행위 조사·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당내 검찰·사법·언론개혁 TF가동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민주적 공천제도 마련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뒤이어 지난 23일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먼저 출사표를 던졌거나 앞으로 던지게 될 분들과 더없이 멋진 경쟁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재명정부의 성공에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당·정·대 관계를 원팀 수준으로 강화하고, 정치 공세 차단부터 입법·정책 시행 전반에 걸친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VS 박찬대 외나무 승부
똑같이 개혁 외치지만…차이는?

내란 종식은 이정부가 지향하는 통합의 대전제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검을 최대한 지원하고 특검 흔들기에 총력전으로 맞서겠다”며 “이를 통해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우리 공동체로부터 시급히 격리하겠다. 특검조차 정치 보복이라고 호도하는 세력과의 통합은 야합일 뿐, 윤석열정부에 빌붙어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의 이전에 상식이다. 통합은 정의의 결과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개혁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정부 출범 후 꾸려지는 첫 번째 민주당 지도부는 ‘유능한 개혁 정치’를 철저하게 견지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약속한 ‘정의로운 통합’과 ‘유연한 실용’을 떠받칠 수 있는 집권여당의 효과적인 전략 방향이다. 정부는 통합과 실용에 방점을 찍고 여당은 개혁에 비중을 두는 역할 분담, 나아가 당정이 유기적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율할 수 있는 진짜 원팀. 이것이야말로 이재명정부,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열쇠”라고 거듭 설명했다.

정부와 하나가 되겠다는 포부는 모두 같지만 정 의원은 개혁, 박 의원은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지만 도달하기까지의 방식과 결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정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호통치거나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등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의원은 이 같은 면모를 부각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꽉 막혀 있던 개혁안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은 추석 전 검찰개혁을 마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민주혁신회의)’에서 “3개월 안에 이 문제를 해치우고 추석 귀경길 뉴스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이정부의 성공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며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없다. 당에서는 개혁 작업을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고 그 성과물은 이 대통령에게 돌려드리겠다”고도 강조했다.

‘당 대포’와
‘중고 신입’

언론개혁도 꼬집었다. 지난 1일 KBS 라디오 인터뷰 중 진행자가 ‘추석 고향 갈 때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듣게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건 좀 허언 아닌가’라고 묻자 “앵커는 왜 그렇게 얘기하나. 허언이길 바라냐”고 따졌다. 당황한 진행자가 부인했지만 정 의원은 “그래서 제가 KBS라디오는 잘 안 나오려고 했다. 이런 불편한 질문, 불공정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인터뷰 후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 클립을 올리며 “제가 진행자에게 강력하게 항의성 멘트를 날렸다. 화 안 난 척 인터뷰를 마쳤지만 하마터면 방송 사고 날 뻔했다. 공정한 방송개혁, 언론개혁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게시물에는 과거 자신이 <TV조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방송 장면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화합에 무게를 실었다. 원내대표로서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만큼 경험을 살려 이정부와 발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박 의원 역시 민주혁신회의를 찾아 “이 대통령과 확실한 협력, 자기를 앞세우지 않을 사람, 원팀 당정대 구축의 적임자, 당을 통합하고 중도보수까지 확장해 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 역시 9월 내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신속한 검찰개혁을 위한 광주시민 토크콘서트’에서 “검찰 스스로 개혁할 기회는 넘칠 만큼 주어졌지만 개혁은커녕 3년간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전락했다”며 “이제 시민의 힘으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헌법재판소 또는 대법원을 광주로 이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오는 9월까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내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 꽃의 6월4주 차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정 의원이 37.6%, 박 의원이 27.1%를 기록했다. 정 의원이 박 의원보다 10.5%p 앞선 것이다.

개혁이냐
화합이냐

아울러 당심이 반영된 민주당 지지층의 결과를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정 의원이 55.4%, 박 의원이 36.8%로 집계되면서 정 의원이 박 의원을 크게 따돌린 수치가 나왔다.

각종 개혁에서 속도를 내는 정 의원의 성향이 지지율을 탄탄히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 당을 찍어 누르듯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이 당원들의 가산점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게다가 지진부진한 태도보다는 ‘정권을 잡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을 완수하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정 의원의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실시했으며 조사 방법은 무선 100% RDD 활용 ARS 자동응답 조사였다. 응답률은 2.4%에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3.1%p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두 사람은 각종 행사에 얼굴 도장을 찍으며 당원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기획한 콘서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콘서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리한 만큼 유세차 방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4일에는 헌법재판소 탄학심판정에 출석해 17명의 법률대리인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국민의 나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이 당심을 흡수했다면 박 의원은 원내대표로 지내며 국회에서 쌓은 ‘여의도 민심’을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경기도의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 기반의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찐명’ 쟁탈전으로 흘러갈 것 같던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심에 구애하는 모습이 되면서 양 지지층 간의 아우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그 속에는 저마다 풀지 못한 앙금이 남은 것이다.

‘일단은’ 정에 몰리는 지지층
온라인 곳곳서 충돌 전전긍긍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정청래 수박설’이다. 정 의원은 강력하게 선을 그었지만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말한 영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정청래 보고 수박이라고 하면 도대체 수박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의원은 “한편으로는 속으로 감사했다”며 “저더러 수박이라고 욕을 한다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느냐. 정청래가 ‘부당하게, 억울하게 작전 세력들로부터 공격받고 있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더 뭉치게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양쪽 지지자 역시 각종 온라인상에서 저마다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좋아 고르지 못하겠다’ ‘행복한 고민이다’ 등의 게시글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을 놓고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다.

지지층 간의 불화를 인식한 듯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은 “정 의원과 화끈하게 경쟁하고 멋지게 단결하겠다”고 밝혔으며 정 의원 역시 “그 누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지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마음이 1g이라도 더 기우는 쪽이 있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방문한 날 정 의원과 박 의원 둘 중 누구와 먼저 인사하는지를 놓고 당원들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와 거리는 두는 모양새다. 만에 하나 명심을 차지하기 위한 네거티브 싸움으로 번질 경우 당의 분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해 7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6·3 조기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있다. 특히 대선후보 선출 과정은 이미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그야말로 혈흔이 낭자한 패싸움이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알려지자 취소한 바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 현직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엎치락
뒤치락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모두의 신경이 이쪽(전당대회)으로 쏠려 있다. 50대 50, 49대 51 싸움 같은데 아직은 과열되지 않고 선의의 경쟁, 건강한 경쟁인 것 같다”며 “걱정이라면 지지자끼리 갈등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남은 한쪽이 응원하며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그래도 거친 네거티브로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권 접은 김경수, 어디 갔나 봤더니…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고배를 마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돌아왔다.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에 복귀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임명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균형 발전의 꿈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과 초광역 협력을 통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을 국토 공간의 대전환으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김 전 지사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지방 균형 발전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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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