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민주당 전대 관전 포인트

‘찐명’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 달 2일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는 1년 동안 거대 여당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과 더불어 ‘정권 초기 버프’를 톡톡히 받게 된다. 권리당원 득표 반영 비율이 55%로 높아진 만큼 당원들의 표심 확보가 필수다. ‘찐명’을 가려내기보다는 당원의 마음을 더 많이 사로잡는 쪽의 승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일정이 빽빽하다. 오는 10일 후보자 등록 이후 ▲19일 충청권 ▲20일 영남권 ▲26일 호남권 ▲27일 수도권 경기·인천 순으로 순회 경선이 이어진다. 이후 당 강령에 따라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로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결정된다.

한 달 앞으로
당심 어디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 시대에 맞는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당을 위해서라면 힘들고 고달픈 길을 피하지 않고 항상 선당후사하며 희생과 봉사의 새로운 정당 문화를 열었다”며 “제21대 국회에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이 대표의 곁을 지켰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판단력, 정치적 결단력, 정책 추진력으로 유능한 민주 정당을 만들겠다”며 “항상 당 지도부와 ‘원팀 플레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공천 혁명 덕분에 정치에 입문한 노무현 정신의 후예”라며 “최전방 공격수로 별명이 ‘당 대포’인데 이제 당 대표가 돼 최전방 공격수뿐 아니라 최후방 수비수까지 담당하는 전방위적 선수가 되겠다. 혼자 하지 않고 당원, 국회의원, 국민과 한 호흡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전당원투표제 상설화를 비롯한 ▲당원주권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당원주권정당 ▲ 12·3 불법 계엄 및 내란 행위 조사·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당내 검찰·사법·언론개혁 TF가동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민주적 공천제도 마련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뒤이어 지난 23일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먼저 출사표를 던졌거나 앞으로 던지게 될 분들과 더없이 멋진 경쟁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재명정부의 성공에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당·정·대 관계를 원팀 수준으로 강화하고, 정치 공세 차단부터 입법·정책 시행 전반에 걸친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VS 박찬대 외나무 승부
똑같이 개혁 외치지만…차이는?

내란 종식은 이정부가 지향하는 통합의 대전제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검을 최대한 지원하고 특검 흔들기에 총력전으로 맞서겠다”며 “이를 통해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우리 공동체로부터 시급히 격리하겠다. 특검조차 정치 보복이라고 호도하는 세력과의 통합은 야합일 뿐, 윤석열정부에 빌붙어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의 이전에 상식이다. 통합은 정의의 결과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개혁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정부 출범 후 꾸려지는 첫 번째 민주당 지도부는 ‘유능한 개혁 정치’를 철저하게 견지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약속한 ‘정의로운 통합’과 ‘유연한 실용’을 떠받칠 수 있는 집권여당의 효과적인 전략 방향이다. 정부는 통합과 실용에 방점을 찍고 여당은 개혁에 비중을 두는 역할 분담, 나아가 당정이 유기적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율할 수 있는 진짜 원팀. 이것이야말로 이재명정부,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열쇠”라고 거듭 설명했다.

정부와 하나가 되겠다는 포부는 모두 같지만 정 의원은 개혁, 박 의원은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지만 도달하기까지의 방식과 결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정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호통치거나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등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의원은 이 같은 면모를 부각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꽉 막혀 있던 개혁안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은 추석 전 검찰개혁을 마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민주혁신회의)’에서 “3개월 안에 이 문제를 해치우고 추석 귀경길 뉴스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이정부의 성공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며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없다. 당에서는 개혁 작업을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고 그 성과물은 이 대통령에게 돌려드리겠다”고도 강조했다.

‘당 대포’와
‘중고 신입’

언론개혁도 꼬집었다. 지난 1일 KBS 라디오 인터뷰 중 진행자가 ‘추석 고향 갈 때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듣게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건 좀 허언 아닌가’라고 묻자 “앵커는 왜 그렇게 얘기하나. 허언이길 바라냐”고 따졌다. 당황한 진행자가 부인했지만 정 의원은 “그래서 제가 KBS라디오는 잘 안 나오려고 했다. 이런 불편한 질문, 불공정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인터뷰 후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 클립을 올리며 “제가 진행자에게 강력하게 항의성 멘트를 날렸다. 화 안 난 척 인터뷰를 마쳤지만 하마터면 방송 사고 날 뻔했다. 공정한 방송개혁, 언론개혁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게시물에는 과거 자신이 <TV조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방송 장면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화합에 무게를 실었다. 원내대표로서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만큼 경험을 살려 이정부와 발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박 의원 역시 민주혁신회의를 찾아 “이 대통령과 확실한 협력, 자기를 앞세우지 않을 사람, 원팀 당정대 구축의 적임자, 당을 통합하고 중도보수까지 확장해 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 역시 9월 내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신속한 검찰개혁을 위한 광주시민 토크콘서트’에서 “검찰 스스로 개혁할 기회는 넘칠 만큼 주어졌지만 개혁은커녕 3년간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전락했다”며 “이제 시민의 힘으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헌법재판소 또는 대법원을 광주로 이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오는 9월까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내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 꽃의 6월4주 차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정 의원이 37.6%, 박 의원이 27.1%를 기록했다. 정 의원이 박 의원보다 10.5%p 앞선 것이다.

개혁이냐
화합이냐

아울러 당심이 반영된 민주당 지지층의 결과를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정 의원이 55.4%, 박 의원이 36.8%로 집계되면서 정 의원이 박 의원을 크게 따돌린 수치가 나왔다.

각종 개혁에서 속도를 내는 정 의원의 성향이 지지율을 탄탄히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 당을 찍어 누르듯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이 당원들의 가산점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게다가 지진부진한 태도보다는 ‘정권을 잡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을 완수하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정 의원의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실시했으며 조사 방법은 무선 100% RDD 활용 ARS 자동응답 조사였다. 응답률은 2.4%에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3.1%p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두 사람은 각종 행사에 얼굴 도장을 찍으며 당원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기획한 콘서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콘서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리한 만큼 유세차 방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4일에는 헌법재판소 탄학심판정에 출석해 17명의 법률대리인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국민의 나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이 당심을 흡수했다면 박 의원은 원내대표로 지내며 국회에서 쌓은 ‘여의도 민심’을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경기도의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 기반의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찐명’ 쟁탈전으로 흘러갈 것 같던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심에 구애하는 모습이 되면서 양 지지층 간의 아우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그 속에는 저마다 풀지 못한 앙금이 남은 것이다.

‘일단은’ 정에 몰리는 지지층
온라인 곳곳서 충돌 전전긍긍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정청래 수박설’이다. 정 의원은 강력하게 선을 그었지만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말한 영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정청래 보고 수박이라고 하면 도대체 수박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의원은 “한편으로는 속으로 감사했다”며 “저더러 수박이라고 욕을 한다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느냐. 정청래가 ‘부당하게, 억울하게 작전 세력들로부터 공격받고 있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더 뭉치게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양쪽 지지자 역시 각종 온라인상에서 저마다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좋아 고르지 못하겠다’ ‘행복한 고민이다’ 등의 게시글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을 놓고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다.

지지층 간의 불화를 인식한 듯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은 “정 의원과 화끈하게 경쟁하고 멋지게 단결하겠다”고 밝혔으며 정 의원 역시 “그 누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지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마음이 1g이라도 더 기우는 쪽이 있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방문한 날 정 의원과 박 의원 둘 중 누구와 먼저 인사하는지를 놓고 당원들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와 거리는 두는 모양새다. 만에 하나 명심을 차지하기 위한 네거티브 싸움으로 번질 경우 당의 분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해 7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6·3 조기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있다. 특히 대선후보 선출 과정은 이미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그야말로 혈흔이 낭자한 패싸움이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알려지자 취소한 바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 현직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엎치락
뒤치락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모두의 신경이 이쪽(전당대회)으로 쏠려 있다. 50대 50, 49대 51 싸움 같은데 아직은 과열되지 않고 선의의 경쟁, 건강한 경쟁인 것 같다”며 “걱정이라면 지지자끼리 갈등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남은 한쪽이 응원하며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그래도 거친 네거티브로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권 접은 김경수, 어디 갔나 봤더니…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고배를 마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돌아왔다.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에 복귀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임명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균형 발전의 꿈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과 초광역 협력을 통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을 국토 공간의 대전환으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김 전 지사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지방 균형 발전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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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