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구조견 입양으로 다시 찾은 행복

뜬장 개가 가족이 되기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와 동물구조단체 사단법인 위액트가 구조견 입양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10월 <일요시사> 지면에 구조견 홍보 캠페인을 처음 선보인 이후 현재 60회에 이르렀다. 구조견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 그들의 ‘식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조명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자기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시인 정현종의 작품 ‘방문객’의 한 구절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한 인간의 인생에 있어 굉장히 거대한 사건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1년2개월
협업 프로젝트

동물은 어떨까?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있던 동물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구원받고 동시에 인간의 기쁨이 된다. 동물은 인간에게, 인간은 동물에게 서로의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동물을 들인다는 건 사람을 들이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삶에 있어 실로 대단한 일이다. 특히 인간에게 상처 입은 동물을 끌어안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위액트는 <일요시사>에 게재하는 구조견 입양 캠페인 문구에 ‘상처를 갖고 있는 구조견을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란 걸 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의 힘을 믿습니다. 아이들에게 기적을 만들어주세요. 폭력 속에도 멍들지 않은 애정,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삶이 되어주세요’라고 적었다.

지난해 10월28일 <일요시사> 1503호에 실린 ‘스칼렛’을 시작으로 1564호 ‘바라’까지 60마리의 구조견이 지면에 실렸다. 위액트 측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80%가 국내외로 입양됐다. <일요시사>는 연말을 맞아 위액트 입양팀과 함께 구조견 입양 캠페인을 복기했다.


그리고 제2의 견생을 살고 있는 표고(구조 당시 이름은 빈츠)와 그 가족을 만났다.

지난해 3월 위액트는 한 건의 제보를 받았다. 강원도 동해에서 누군가가 유기견을 포획해 개 농장으로 유통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구조에 참여한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구조를 자주 하다 보면 개와 주변 환경만 봐도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개들의 크기가 다양했고 목줄의 종류도 천차만별이었다. 각기 다른 곳에서 데려온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들의 상태가 외관상으로는 멀끔해 보였지만 심장사상충처럼 특정 개월 수 이상일 때만 감염되는 질병에 걸려 있었다. 빈츠는 그곳에서 구조했던 다섯 마리 중 한 마리였다.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빈츠의 모색이 과자 ‘빈츠’와 비슷해 활동가들이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동해시서 극적 구조
지난 9월 입양 파티서 만나

빈츠는 좁고 배설물로 가득한 뜬장, 상한 음식, 더러운 물 등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견생의 끈을 붙잡고 있었다. 당시 동행한 <일요시사> 영상팀이 포착한 영상에서도 빈츠는 구조자가 손을 내밀자 한껏 몸을 웅크리고 뒷걸음질 쳤다. 구조 당시 몸무게는 6㎏으로 털은 짧았고 바싹 마른 상태였다.

그로부터 9개월 뒤 빈츠를 다시 만났다. 집으로 들이닥친 취재진을 보고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곧 주인 정유희씨의 곁에서 안정을 찾았다. 빈츠는 새로운 이름인 ‘표고’로 불리고 있었다. 정씨와 그의 아들이 오랜 시간 고민해 지은 이름이었다.

그 사이 표고는 몸무게가 12㎏까지 불었고 털도 ‘퐁실퐁실’하게 자란 상태였다. 정씨가 떠준 옷을 입고 있는 표고의 표정에서 구조 당시의 공포와 불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9일 표고의 새로운 집이 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정씨와 표고를 만났다. 정씨가 인터뷰하는 내내 표고는 자신의 방석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정씨는 “표고가 집에 온 이후로도 한동안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산책하거나 산에 가면서 아들과 나무나 풀, 식물 이름을 따서 지으면 어떨까 얘기했는데 마음에 드는 이름이 잘 안 떠오르다가, 어느 날 아들이 ‘표고 어때?’라고 물었다.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그 이름으로 했다”고 말했다.

‘표고’라고 하면 대부분 표고버섯을 떠올리는데, 정씨는 그 뜻 외에도 ‘바다의 면이나 어떤 지점을 정해 수직으로 잰 일정한 지대의 높이’ 등의 의미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정한 이후 빨리 익숙해지도록 자주 불러줬다. 3~4일이 지나니 표고라는 이름에 반응하더라. 영특하다”고 웃었다.

3년 전 정씨가 15년 동안 키운 고양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씨는 이후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봤다. 구조자가 입양 신청서를 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까다롭게 구는 등 힘든 일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씨는 개를 입양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까다로운
입양 절차

그러다 친구가 임시보호(임보)하던 개를 며칠 맡아준 뒤 관심이 생겼다.

정씨는 “고양이를 기를 때는 특성상 집에서 거의 활동했는데 개는 아이와 공놀이도 하고 몸으로 노는 게 된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포인핸드(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어플에서 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1년가량 정말 많은 유기견을 살펴봤지만 여름이 다 지나갈 때까지도 마음에 닿는 개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게 바로 표고(당시 빈츠)였다. SNS 알고리즘으로 위액트 사이트에 게재된 표고의 공고 이미지가 뜬 것이다.

정씨는 “8~9개월 동안 사진을 한 번 본 뒤에 다시 찾아서 본 경우가 없었는데 표고는 계속 생각났다. 나중에는 내가 보지 못한 사진이나 영상이 있을까 싶어서 열심히 찾아서 봤다. 실물을 보러 갈 때쯤엔 웹에 올라온 영상이나 사진은 전부 본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정씨와 그의 아들, 표고의 만남은 위액트에서 주최한 ‘입양파티’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 9월에 진행된 입양 파티에서 정씨와 그의 아들은 표고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위액트 관계자는 당시 두 모자의 모습을 보고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강아지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그분들은 오로지 표고였다. 그래서 우리끼리도 ‘빈츠는 저 집에 가면 되겠다. 저 집에 가면 평생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들이 입양 파티 장소에 들어가자마자 ‘어? 빈츠다!’ 하고 먼저 알아봤다. 표고는 그때도 소심하고 (사람이) 무서워서 익숙한 사람 다리 사이에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그때부터 표고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걸음걸이가 어떤지, 눈빛이 어떤지, 어디를 많이 보는지 유심히 봤다. 표고는 내내 수줍어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가족·이웃
살가워져

정씨는 입양 파티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집에 와서도 여러 번 봤다. 이후 표고의 입양 신청서를 작성했다. 위액트의 입양 신청서는 ▲주거 환경 ▲가족 구성원 ▲반려 경험 ▲입양 동물 케어 등 질문만 수십 개에 이를 정도로 ‘악명(?)’ 높다.

입양 신청서가 통과된 이후에도 화상 인터뷰, 트라이얼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트라이얼은 입양을 원하는 강아지를 2주간 집에서 임시 보호하면서 위액트가 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절차다. 웬만한 마음이 아니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입양 신청서 문항 하나하나를 아들과 논의해 적었다”는 정씨는 “보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인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입양 신청서를 작성한 이후에 용기 같은 게 막 생겼다고 할까,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다. 표고가 우리 가족이 될 수 있게, 위액트에서 표고를 우리에게 허락해 주실 수 있게, 되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긴 절차를 거쳐 표고는 정씨의 가족이 됐다. 입양 확정 이후 6개월 뒤에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는 위액트 정책상 아직 정식 견주는 아니지만 정씨는 그때부터 ‘내 강아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표고는 정씨에게는 ‘둘째’, 정씨의 아들에게는 ‘여동생’으로 이들의 품에 안겼다.

정씨는 “표고가 온 이후로 내가 아들에 대해 놓치고 있던 부분을 알게 됐다. 아들이 표고를 보면서 때때로 질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들에게도 똑같이 스킨십을 해주고 표현해준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생겼던 아들과의 거리감을 인식하고 좁혀나가고 있다”며 “또 이웃하고의 대화도 많이 늘었다. 표고는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다른 개들한테 관심을 보이곤 하는데 그때마다 개 주인들과 날씨 얘기라도 하게 된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재택근무 중인 정씨는 표고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오전 8~9시에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와 밥을 먹고 잠시 놀아준다. 이후 나는 일하고 표고는 잠을 잔다. 분리불안이 조금 있어서 낑낑대긴 하는데 그것도 나아지는 중이다. 오후 6시경에 아들과 같이 저녁 산책을 간다”고 설명했다.

마르고 볼품없던 모습 사라져
“누구나 할 수 있는 결정·행동”

일주일에 1번 정도는 산에 올라가는데 그때는 6시간가량 산책을 한다고 했다.

정씨는 “개에게 반복된 루틴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해서 아침, 저녁 산책길은 완전히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표고의 상태는 처음보다 엄청나게 좋아졌다.

그는 “처음에 표고는 다리를 약간 저는 식으로 걸었다. 신체적으로 다치거나 불편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눈치를 보느라 몸을 웅크리면서 생긴 버릇이다. 집에 온 뒤 산책을 하면서 그 부분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뿌듯해했다. 실외 배변을 하면서 배변 실수도 사라졌고 분리불안도 좋아지고 있다.

정씨는 “동물이 인간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하는 시기엔 우는 걸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나. 그때 그게 뭘 뜻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개는 다르다. 뭘 더 먹고 싶고, 산책을 더 했으면 좋겠고 같이 좋고 싫음이 명확하다. 훈련만 되면 똥오줌도 가리고 루틴을 만들어주면 손 가는 부분도 줄어든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아주 조심스럽게 “저와 제 아들이 좋은 일을 했다거나 거창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하게 된 계기를 묻자 나온 답이었다. 그는 “표고를 만나기 전 포인핸드를 보면서 관심이 가는 개에 표시를 해뒀다. 그 사이트에 최근 들어가 봤는데 그 아이들이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입양된 개는 2~3마리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개 입양이 잘되지 않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개 입양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개를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 위액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하게 됐다.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개의 상처
회복으로

정씨는 “누구든지 자기 생활 루틴이 있지 않나. 밥 먹고, 잠자고, 일하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 시간에 몇 퍼센트를 강아지에게 떼어줄 수 있는지, 여가나 문화생활 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개에게 쓸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이 확실하게 들면 개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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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