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5.26 15:30:56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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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터 복원시켜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치권은 윤석열정부 3년 내내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윤정부를 일컬어 “정치를 통한 갈등 해소에 큰 한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 대통령에겐 “기득권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유권자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내란 종식·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새 정부의 필수과제’를 발표했다.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시민의회 설치·지역정당 도입 등 과제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이어 새 정부에 ‘정치 복원’을 요구했다. 다음은 유 소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정부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다양한 사회 현안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를 통한 갈등 해소엔 큰 한계를 보였다. 독단과 전횡이 이어진 3년이었다. 국민이 기대했던 바는 전혀 성취되지 못했고, 사회 혼란만 가져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멸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제도 차원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유권자 대다수는 비상계엄을 경험하지 못했다. 가능하리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해선 안 되는 일이 뭔지 자각하지 못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낮았다.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는 마법 같은 제도는 없다. 모든 제도는 그 안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동의에 근거한다. 그게 깨지면, 어떤 제도로든 막을 방법은 없다.


-정치권은 한동안 정치인의 정신 건강 문제가 공적 영역에 있는지 논쟁했다.

▲개인 성향 문제로 보는 것은 일부 타당하지만 핵심은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정치하려는 사람은 그에 걸맞은 경험과 경륜을 쌓아야 한다. 그게 부족하면, 참모들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한다.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바로잡아줄 수 있는 참모진도 부족했고, 부족한 참모들의 이야기도 잘 듣지 않았다. 3박자가 모두 갖춰져 안 좋은 상황이었다.

-개헌 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있다면?

▲우리 헌법은 문제가 많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 새 제도는 사회 변화를 반영할 때만 헌법에 포함된다. 그 자체가 사회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긴 어렵다.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다. 그래서 행위자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사회와 직면하는 문제들의 성격은 많이 바뀌었다. 정치 양극화도 극심하다. 대화·타협을 통해 중간 지점을 찾아낼 방법이 헌법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권력 독점 방지 제도와 국민의 기본권 관련 조항이 훨씬 강화돼야 한다.

“기득권 포기하고
유권자 존중해야”

-대통령 권한대행(이하 권한대행)의 각종 권한 행사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어떻게 정리해야 하겠는가?


▲권한대행은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지 않은 만큼 민주적 정통성이 없다. 또 권한대행 체제는 국가적 위기 상황 시 성립되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한 절차라서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해야 한다. 최소한의 권한 행사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거부하면 안 된다.

정부조직법은 권한대행의 순서를 규정하고 있다. 권한대행이 자질과 경륜을 갖춘 적합한 인재라면, 권한대행 스스로 의사결정 범위를 잘 알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권한대행을 맡을 때 발생한다. 인사 임명 가능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미국에선 대통령·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묶인다. 부통령 선출은 권한대행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미리 받아놓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무총리·장관을 직접 선출하진 않는다. 대통령제에선 러닝메이트 제도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내란 종식·민주주의 회복 필수과제’ 중엔 시민의회 도입이 있었다. 시민의회는 어떤 제도인가?

▲시민의회는 일반 시민의 사회 주요 현안 의사결정 참여를 보장한다. 영·미권 국가의 배심원 제도를 의회의 의사결정에 도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북유럽에선 많이 시행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대표성을 가진 일부 국민을 무작위로 추출해 일정 기간 숙의하게 한 후 결론을 내리는 수단이다.

정당·정치인이 선거 종료 후엔 유권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현상을 바로잡는 직접 민주주의의 일환이다. 우리 정당·정치인은 스스로 유권자들을 대표한다거나, 유권자들의 선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다. 참여연대는 우리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가 가진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시민의회를 생각한다.

“미국식 러닝메이트 제도 생각해보자”
“위성정당 그만…국민 목소리 투영돼야”

-참여연대는 지역정당 도입을 주장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지역정당 금지가 명시된 정당법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정당법은 전국 중앙정당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안은 아주 복잡하다. 지역마다 중요한 현안들과 특수성이 있다. 우리는 미국·일본 정치를 주로 바라보지만, 미국·일본엔 지역정당이 별로 없다. 반면 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엔 지역정당이 아주 많다.

이들은 유권자들과의 밀접한 연계를 토대로 한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직접 찾아 정책을 만들어 정치로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는 지역의 특수성에 맞춘 정당의 등장을 제도적으로 막아놨다. 그래서 지역의 현안이 주목받을 수 없다.

-우리 유권자들은 지역별로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특성이 있다. 지역정당으로 이를 견제할 수 있겠는가?

▲그 구도는 정당이 2개밖에 없어서 발생했다. 우리처럼 전국 단위 중앙정당만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나라는 없다. 최근 영남지역에선 많이 흔들리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지역의 사안에 많은 관심을 모아 정책을 만드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면, 그 정당을 지지할 것이다. 정당의 수가 늘어나 경쟁을 한다면, 다양한 사회 현안들이 논의될 수 있다.


지방자치제가 잘 안 되는 이유도 지방자치단체가 일할 수 있는 여지를 별로 주지 않은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공천 때문에라도 중앙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역 차원의 정치가 활성화되면, 유권자들도 그에 걸맞은 인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지방자치를 이끌면 달라질 것이다.

-그 외 정치 분야와 관련해 새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현재 대선후보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정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이번 조기 대선의 배경엔 정치의 실종·법치의 지나친 강조 등이 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안을 관리하고, 갈등을 억제해야 한다. 국민도 이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의 복원이 절실하다. 정치를 복원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반영하는 정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다양한 정당과 그들의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새 정부는 2개의 기득 정당 중 하나가 이끌어 갈 것이다. 기득권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다당제서 유권자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그 노력을 적어도 반복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위성정당 같은 것은 만들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가 그대로 정당·정치·민주주의에 투영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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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