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

“떨어진 군 사기 회복이 우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 이후 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댔다는 비판은 국회로 투입된 군인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겨줬다. 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동안 북한은 우크라이나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러시아와의 대내외적 협력을 통해 향상된 군사 기술까지 습득 중이다. 우리 군은 지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군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로 인해 군은 불신의 상징이 됐다. 전 전 사령관은 군의 사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부들의 처우 개선은 물론, 윤석열정부가 마련한 ‘캠프 데이비’ 조약 유지 등 차기 정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달라진 전쟁

전 전 사령관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군은 개혁보다는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서 추진된 병사 봉급 인상에 따른 간부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사들의 봉급이 인상되면 간부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간부들의 수당이나 처우 개선도 논의되지 않은 상황서 병사들의 봉급을 인상한 건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전 전 사령관의 말처럼 실제 윤정부가 추진한 병사 월급의 인상 추이를 보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1991년 ‘병장 월급 1만원 시대’를 연 지 33년 만에 적금지원금을 포함한 실질 월급이 200배 가까이 올랐다.


내일준비적금에 정부의 매칭 지원금이 도입된 2022년부터만 따져보면, 내일준비적금 월 40만원 납입 시 병장 월급은 82만7000원→130만원→165만원→205만원으로 매년 약 40만7700원씩 올랐다. 처우 개선이 더딘 초급장교와 부사관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간부들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근거해 월급이 오른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22년부터 1.4%→1.7%→ 2.5%→3.0% 수준이었다. 2023년 소위 1호봉은 189만2400원, 하사 1호봉은 187만7000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감소도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23년 회계연도 결산 자료서 밝힌 한국군 상비 병력 규모는 약 47만명이다. 정원(50만명)이 깨진 셈이다. 병무청의 20세 남성 인구 전망에 따르면 20세 남성 인구는 2040년 14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2035년 이후 급격한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비병력 50만명 유지는 불가능하다.

병사 봉급 인상,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
간부 처우 개선 시급…전문적 군인 육성 필요

전 전 사령관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군을 미룰 수 있는데 병력이 없다고 하면 그 원칙을 깨고 추첨을 통해 징집 대상자를 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병사가 줄어드는 만큼 병이 해야 할 일을 간부가 하는 상황이 터지고 있다”며 “병사들의 훈련도 문제다. ‘사고가 나면 안 된다. 병사가 다치면 안 된다’ 중심의 정책에 따라 훈련의 질이 상당히 저하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력이 감소하는 동안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전 전 사령관은 북한군 파병 관련 보도에 신중하게 접근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대부분의 논평이 ‘탄알받이거나 소모품’이라고 했지만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사기가 올라갔을 것이다. 특히 실전 경험을 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우리 군이 파병을 간다는 건 쉽지 않다. 여권법 위반을 포함해 여러 정치·외교적 걸림돌이 있다. 다만 목숨을 걸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본다. 북한군의 동태를 살피는 옵저버라도 초기부터 파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전은 과거와는 다른 기계와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군인들과 탱크 간 교전보다는 드론을 이용한 교전이 더욱 활발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2023년 손현종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운영팀장은 연구원 시절 학술지 <경찰학 연구>에 드론의 위험성 언급했다.

그의 ‘국가중요시설 드론 테러에 대한 리스크(위험성) 평가 연구’ 논문에는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중국제 민간 드론을 테러용으로 개조할 경우 30㎏의 C4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데, TNT 40.2㎏ 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TNT 40㎏은 1989년 15명이 숨지고 140여명의 부상자를 낸 레바논 베이루트 차량 폭탄 테러와 같은 수준의 폭발력이다.

북한이 중동 국가서 도입해 개조해서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산 모델은 401㎏의 C4 폭탄을 운반할 수 있어 TNT 537.3㎏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 파병한 북한, 전쟁에 눈 떴다”
그들의 실전 경험이 안보 최대 위협

전 전 사령관은 국내 드론 기술력이 ‘일반적 상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전 전 사령관은 “‘방산 비리’를 막기 위해 무기 도입을 위한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게 돼있다. 적시적 조달을 막는 시간 낭비를 초래한다.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축적해야만 우리가 개발한 무기를 수출할 때 제약 사항이 훨씬 적어진다”며 “인재에 투자하고 레이저 무기, 인공지능(AI), 드론 같은 미래 군사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대내외적 협력을 통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 전 전 사령관은 실전 경험도 우리에게 위협적이지만 북한의 업그레이드된 무기체계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전 전 사령관은 “폴란드에 우리 탱크가 꽤 많이 수출되고 있는데 그건 ‘기동성’이 좋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탱크의 외연 즉 능동 방어체계를 봤을 때 우리보다 좋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 탱크는 유도탄을 달고 있는 것 같다”며 “엔진과 포탄 장전기능까지 향상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외관만으로는 우리나라보다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윤정부의 유일한 외교·안보적 성과이자 한·미·일 3국 협력을 상징하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 유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과 영토 팽창 시도 등으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유명무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당시 합의문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 납북자·억류자·미송환 국군 포로 문제 해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 전 사령관은 “핵심은 핵협의그룹(NCG)이다. 새 정부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게 핵협의그룹이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군사력은 세계 6위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건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전 전 사령관의 지적이다.


과제 산더미

전 전 사령관은 “지금 우리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병사들과 100대 100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나. 불 보듯 뻔하다. 장기전이 될수록 보급이 중요하다. 보급도 훈련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며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우리 군에게는 최대 위기나 다름없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없다. 실전 수준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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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