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 이후 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댔다는 비판은 국회로 투입된 군인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겨줬다. 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동안 북한은 우크라이나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러시아와의 대내외적 협력을 통해 향상된 군사 기술까지 습득 중이다. 우리 군은 지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군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로 인해 군은 불신의 상징이 됐다. 전 전 사령관은 군의 사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부들의 처우 개선은 물론, 윤석열정부가 마련한 ‘캠프 데이비’ 조약 유지 등 차기 정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달라진 전쟁
전 전 사령관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군은 개혁보다는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서 추진된 병사 봉급 인상에 따른 간부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사들의 봉급이 인상되면 간부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간부들의 수당이나 처우 개선도 논의되지 않은 상황서 병사들의 봉급을 인상한 건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전 전 사령관의 말처럼 실제 윤정부가 추진한 병사 월급의 인상 추이를 보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1991년 ‘병장 월급 1만원 시대’를 연 지 33년 만에 적금지원금을 포함한 실질 월급이 200배 가까이 올랐다.
내일준비적금에 정부의 매칭 지원금이 도입된 2022년부터만 따져보면, 내일준비적금 월 40만원 납입 시 병장 월급은 82만7000원→130만원→165만원→205만원으로 매년 약 40만7700원씩 올랐다. 처우 개선이 더딘 초급장교와 부사관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간부들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근거해 월급이 오른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22년부터 1.4%→1.7%→ 2.5%→3.0% 수준이었다. 2023년 소위 1호봉은 189만2400원, 하사 1호봉은 187만7000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감소도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23년 회계연도 결산 자료서 밝힌 한국군 상비 병력 규모는 약 47만명이다. 정원(50만명)이 깨진 셈이다. 병무청의 20세 남성 인구 전망에 따르면 20세 남성 인구는 2040년 14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2035년 이후 급격한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비병력 50만명 유지는 불가능하다.
병사 봉급 인상,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
간부 처우 개선 시급…전문적 군인 육성 필요
전 전 사령관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군을 미룰 수 있는데 병력이 없다고 하면 그 원칙을 깨고 추첨을 통해 징집 대상자를 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병사가 줄어드는 만큼 병이 해야 할 일을 간부가 하는 상황이 터지고 있다”며 “병사들의 훈련도 문제다. ‘사고가 나면 안 된다. 병사가 다치면 안 된다’ 중심의 정책에 따라 훈련의 질이 상당히 저하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력이 감소하는 동안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전 전 사령관은 북한군 파병 관련 보도에 신중하게 접근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대부분의 논평이 ‘탄알받이거나 소모품’이라고 했지만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사기가 올라갔을 것이다. 특히 실전 경험을 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우리 군이 파병을 간다는 건 쉽지 않다. 여권법 위반을 포함해 여러 정치·외교적 걸림돌이 있다. 다만 목숨을 걸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본다. 북한군의 동태를 살피는 옵저버라도 초기부터 파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전은 과거와는 다른 기계와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군인들과 탱크 간 교전보다는 드론을 이용한 교전이 더욱 활발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2023년 손현종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운영팀장은 연구원 시절 학술지 <경찰학 연구>에 드론의 위험성 언급했다.
그의 ‘국가중요시설 드론 테러에 대한 리스크(위험성) 평가 연구’ 논문에는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중국제 민간 드론을 테러용으로 개조할 경우 30㎏의 C4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데, TNT 40.2㎏ 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TNT 40㎏은 1989년 15명이 숨지고 140여명의 부상자를 낸 레바논 베이루트 차량 폭탄 테러와 같은 수준의 폭발력이다.
북한이 중동 국가서 도입해 개조해서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산 모델은 401㎏의 C4 폭탄을 운반할 수 있어 TNT 537.3㎏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 파병한 북한, 전쟁에 눈 떴다”
그들의 실전 경험이 안보 최대 위협
전 전 사령관은 국내 드론 기술력이 ‘일반적 상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전 전 사령관은 “‘방산 비리’를 막기 위해 무기 도입을 위한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게 돼있다. 적시적 조달을 막는 시간 낭비를 초래한다.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축적해야만 우리가 개발한 무기를 수출할 때 제약 사항이 훨씬 적어진다”며 “인재에 투자하고 레이저 무기, 인공지능(AI), 드론 같은 미래 군사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대내외적 협력을 통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 전 전 사령관은 실전 경험도 우리에게 위협적이지만 북한의 업그레이드된 무기체계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전 전 사령관은 “폴란드에 우리 탱크가 꽤 많이 수출되고 있는데 그건 ‘기동성’이 좋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탱크의 외연 즉 능동 방어체계를 봤을 때 우리보다 좋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 탱크는 유도탄을 달고 있는 것 같다”며 “엔진과 포탄 장전기능까지 향상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외관만으로는 우리나라보다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윤정부의 유일한 외교·안보적 성과이자 한·미·일 3국 협력을 상징하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 유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과 영토 팽창 시도 등으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유명무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당시 합의문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 납북자·억류자·미송환 국군 포로 문제 해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 전 사령관은 “핵심은 핵협의그룹(NCG)이다. 새 정부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게 핵협의그룹이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군사력은 세계 6위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건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전 전 사령관의 지적이다.
과제 산더미
전 전 사령관은 “지금 우리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병사들과 100대 100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나. 불 보듯 뻔하다. 장기전이 될수록 보급이 중요하다. 보급도 훈련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며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우리 군에게는 최대 위기나 다름없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없다. 실전 수준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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