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바삐 돌아가는 이재명의 시간

21대 대선이 남긴 것

2025년 6월4일,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역사적인 선택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이번 대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격변의 여파 속에서 치러진 두 번째 조기 대선이었다.

국민은 계엄 사태로 실추된 정권에 등을 돌리고,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현직 정치인으로서도 강한 카리스마와 현실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미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국정의 중심에 서기까지 수많은 논쟁과 검증을 지나왔다.

수많은 논쟁
검증 지나와

그런 그가 이번 선거서 다시 한번 국민의 신임을 얻은 것은 단순한 정치적 전략을 넘어서, 민생과 개혁에 대한 강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번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당선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종 49.42%의 득표율, 1728만여표를 얻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는 약 8%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이 대통령의 승리는 단순한 선거 결과 그 이상이다. 지난 6개월간의 정치적 혼란, 대통령의 군사통치 시도와 탄핵 등 전대미문의 사건들 속에서 국민이 어떤 방향을 원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정치 혐오, 무관심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수많은 국민의 표심. 그 속에는 지금의 삶이 너무 버거워서, 내일은 조금 달라지길 바라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특히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투표 참여 비중’이 높았다는 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이 바라는 건 거창한 공약보다, 현실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민의 목소리, 그 한마디 한마디를 국정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단순한 정치인의 수사가 아닌, 진짜 변화를 향한 선언이 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민주주의 복원 등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다. 특히 경제 침체, 양극화, 외교·안보 위기 등 복합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새 정부가 실질적인 성과를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그럼에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그만큼의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는 얘기다.

쉽지 않은 정국이겠지만 다시 일어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계엄 정권에 등 돌린 국민
‘역시나’ 역대 최고 투표율

모든 일의 시작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돌발적인 ‘계엄령 시도’였다. 이 사건은 국민의 거센 저항을 불러왔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자리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현재 내란과 권력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정치 인생은 사실상 끝났다.

윤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홍에 시달렸고, 차기 후보 선출마저 지연되는 등 완전히 방향을 잃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로 향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3년 전 대선서 윤석열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었다. 정치 인생 내내 크고 작은 논란이 많았던 그는, 여러 차례의 검찰 수사와 가족 관련 논쟁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을 굳건히 지켜왔다.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인권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된 인물이다. 초기에는 진보적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중도적인 견해를 밝히며 더 넓은 층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히며, 국민 통합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당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마주하고 있는 과제들은 간단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들을 짚어봤다.

대한민국은 지난 문재인정부-윤석열정부를 거치며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경험했다. 좌우 진영 대립은 더욱 심화됐고, 이번 선거 역시 그런 분열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었던 국민의힘과도 협력해야 하고, 이 외 서로 다른 목소리를 품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적으로는 현직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닌 이상 형사 처벌을 받지 않지만, 유죄 판결 시 정치적 정당성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를
어찌할꼬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무역 동반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시작해야 하며, 한미동맹 유지와 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그의 지지층은 여전히 건재하다. 주로 젊은 남성(이대남, 20대 남성)과 노년층으로 구성된 이들은 여전히 계엄령 시도를 ‘필요한 조치’로 받아들이며 음모론도 퍼뜨리고 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무려 79.4%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남성들의 투표율이 매우 높았으며, 4050세대(남녀 막론) 70% 이상이 이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단순히 누가 이겼는지를 넘어, 다수 국민이 ‘정치 그 자체’에 목소리를 낸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살펴봤다.

이 대통령은 “회복, 성장, 행복”이라는 3대 비전 아래 10대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공약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정책들로 구성돼있다.

AI 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 5년간 100조 원을 투자해 대한민국을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아래는 세부 내용이다.


모두의 AI 프로젝트: AI 기술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복지 국가 정책을 제안,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국가적 AI 생태계 구축, GPU 5만 개 도입, 한국형 AI 서비스 개발 추진.

​반도체 특별법 제정, K-콘텐츠 수출 50조 원 달성, 방산 수출 사령탑 신설 등 첨단 기술·문화·방위 산업까지 포괄하는 K-AI 구상 전략 추진.

숨 돌릴 시간도 없다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코로나19 이후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

​이 밖에 검찰개혁(수사·기소 분리, 검사 파면 제도 도입), 대법관 증원, 기후에너지부 신설, 기획재정부 예산 기능 분리, 여성가족부를 성평등 가족부로 확대 등 정부 조직 개편도 약속했다.

외신을 통한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미국 언론은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는 “한미동맹과 방위 공약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밝혔으며, 국무부는 “공식 선거 결과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EU(유럽연합)는 “이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에 정치적 안정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의 실용주의적 접근에 기대를 표명했다. 특히 집권여당이 국회 2/3 의석을 확보한 만큼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대북 정책서 신중하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중국·대만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평화롭게 유지하자”는 방향을 강조했다. 대북정책은 비교적 신중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북·미 수교 등 국제 정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AI·첨단산업 육성, 민생경제 회복, 검찰개혁, 정부 조직 혁신 등 구조적 개혁과 미래 성장에 중점을 둔 공약을 내세웠으며, ‘흙수저’ 출신의 서민 친화적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미국과 EU 등 주요국은 이 대통령이 가진 실용주의와 강력한 정치적 기반에 주목하며, 한미동맹 등 기존 협력관계의 지속을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첫째로 고물가·고금리 상황서 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직접적 대책을 마련하는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이고, 둘째는 청년층의 사회 진입 장벽 해소와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청년 일자리·주거 문제, 셋째는 지역, 세대, 이념 간 갈등을 치유하는 정치를 실천하는 사회통합과 갈등 해소, 넷째는 한반도 안정, 미·중 간 전략적 균형, 국제적 신뢰 회복으로 대두되는 외교 안보 정책의 실행이다.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이렇듯 오늘 우리가 마주한 이 대통령 당선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국민이 내란과 정치적 혼란에 심판을 내린 역사적인 선택이자,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앞으로의 5년, 이 선택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우리가 함께 지켜보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hntn1188@naver.com>

 



배너

관련기사

6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