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난장판’ 후보자 토론회 무용론

5년ㅉ리 백지수표 날리다

‘입으로 망한 사람은 있어도 귀 때문에 망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누구든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사람과는 또 만나고 싶어진다. 내 곁에 오래도록 남는 이들 역시 결국 그런 사람들임을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게 된다.

무릇 인간은 말하면서 배우기보다 들으면서 성장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 함께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진솔한 대화
전혀 없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이성적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이라고 배웠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정책과 자질을 비교한 후, 합리적 판단으로 투표한다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실은 얼마나 다른가? 쓸데없이 큰 비용만 들이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보자.

가장 불편한 진실부터 인정하자. 유권자 대다수는 후보자 토론회를 보지 않는다. 2022년 대선 당시 TV 토론회 시청률은 고작 5-7%에 불과했다(전 방송국 시청률 합계가 33%인 것만 봐도). 이는 같은 시간대 인기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토론회 시청률은 더욱 참담하다.


토론회를 본다는 사람들조차 대부분 확증 편향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지하는 후보의 발언은 옳게 들리고, 반대하는 후보의 발언은 틀리게 들린다.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듯이, 사람들은 이미 마음에 둔 후보의 실수는 관대하게 용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의 장점은 애써 무시한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토론회를 통해 마음을 바꾸는 유권자는 극소수라는 점이다. 정치학 연구에 따르면, 후보자 토론의 영향으로 지지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결국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진행하는 토론회가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표심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현대 후보자 토론회의 실체는 무엇인가? 후보들은 철저히 준비된 멘트와 논리를 펼친다. 싱크탱크와 보좌진이 만들어준 답변을 외워서 토론장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즉흥적이고 진솔한 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토론의 부재’다. 진정한 토론이라면 상대의 주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반박,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방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토론 형식은 시간 제약 속에서 각자의 입장만 짧게 진술하는 ‘병렬식 발언’에 가깝다.

토론 없고 상호 비방만 가득
“하겠습니다” 공허한 울림

후보들은 상대방의 질문에 직접 답하기보다 미리 준비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그것은 중요한 지적입니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이라는 식의 화법으로 질문을 회피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것이 과연 토론인가?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토론이 갈수록 정책 경쟁이 아닌 ‘상호비방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을 명확히 설명하는 대신,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스캔들을 공격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후보들은 건설적인 정책 토론보다 상대방 흠집내기에 집중한다.


더 교묘한 것은 진지한 비판을 ‘극단적 발언’으로 프레이밍하는 전략이다.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씀하십니까?”라는 멘트는 상대방의 정당한 비판을 회피하는 상투적 수법이 됐다. 사실관계나 논리에 반박하지 못할 때, 형식과 태도를 문제 삼아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다 보니, 후보자 토론회는 점점 더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닌 ‘시끄러운 싸움판’처럼 변해가고 있다. 고함과 비난, 회피와 궤변이 오가는 무질서한 공간에서, 유권자들이 필요로 하는 진정한 정보와 통찰은 사라져버렸다.

토론회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명확히 설명하고, 그것이 왜 실현 가능한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대부분의 후보들은 “~하겠습니다”라는 약속만 남발할 뿐,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는다.

가령 “일자리를 늘리겠습니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같은 추상적 목표는 누구나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수단,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 예상되는 부작용과 그 대응책 등이다.

그러나 이런 핵심적 내용은 토론회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고함과 비난
회피와 궤변

특히 심각한 것은 ‘공짜 점심’을 약속하는 공약들이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규제 완화와 환경 보호 동시 실현” 같은 모순된 공약들이 아무런 설득력 있는 설명도 없이 제시된다. 그리고 이런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후보들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라는 식의 공허한 레토릭으로 대응한다.

진정한 토론이라면 “왜 당신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치열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토론 방식에서는 이런 깊이 있는 검증보다, 상대방 공약의 비현실성만 공격하는 상호 비방이 주를 이룬다. 결국 유권자들은 누구의 공약이 더 실현 가능한지, 누구의 계획이 더 구체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선거일을 맞이하게 된다.

토론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현대 선거의 본질 때문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정책과 능력보다 ‘느낌’과 ‘이미지’로 투표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정치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보의 정책이 아니라 ‘인상’이다. 카리스마, 말투, 외모, 심지어 목소리의 높낮이까지 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유명한 연구에서는 TV서 본 후보와 라디오로 들은 후보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랐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환경서 토론회는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닌, ‘인상 관리’의 무대가 된다. 후보들은 깊이 있는 정책 대결보다 ‘좋아 보이는 것’에 집중한다.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 관리, 상대방을 향한 적절한 공격과 방어, 유권자 감성을 자극하는 감탄사 한마디가 정작 토론의 내용보다 더 중요해진다.

현대 선거전서 가장 위험한 현상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체념이다. 토론회를 접한 상당수 유권자들의 반응은 “토론회 보니까 싸가지가 없다” “그냥 서로 욕하기만 하네”라는 실망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실망은 곧 “정책은 저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안일한 체념으로 변질된다.


더 심각한 것은 “어차피 잘 안 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원래 그렇다”는 식의 체념적 태도다. 이런 무관심과 체념은 결국 정치적 참여를 포기하게 만든다. 토론회가 제 역할을 못하자 유권자들은 정치 전반에 대한 관심을 접고, 선거는 그저 인기 투표나 지역 투표로 전락한다.

형식적인
의례 행사

이런 상황에서 토론회는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닌, 그저 형식적으로 치러야 할 의례적 행사로 여겨진다. 유권자들은 토론회의 내용보다는 어떤 후보가 더 ‘튀는’ 발언을 했는지, 누가 더 ‘망신’을 당했는지에만 관심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토론회가 정책 경쟁이 아닌 ‘연예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변질된 근본적 이유다.

정치에 대한 이런 무관심과 체념은 결국 민주주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정책 대결을 요구하지 않으면, 후보자들도 그저 ‘보여주기식’ 토론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악순환을 형성해 토론의 질을 더욱 저하시키고, 결국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더욱 깊게 만든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희망이다.” 어느 정치인의 냉소적 발언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대다수 유권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진실’보다 ‘듣기 좋은 거짓’을 선호한다.

“세금 올리지 않고 복지 확대하겠다” “규제 완화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겠다”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불평등 해소하겠다” - 이런 모순된 약속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표를 얻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유권자들이 이런 약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외면한다는 점이다. ‘아마 다 지키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지’라는 자기 위안 속에서, 비현실적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다.

이런 환경에서 토론회는 솔직한 문제 진단과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더 그럴듯한 희망을 팔 수 있는가’를 겨루는 장으로 변질된다. 가장 솔직한 후보가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환상을 제시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구조다.

민주주의의 또 다른 허점은 ‘사후 책임’ 메커니즘의 부재다. 후보들은 당선만을 위해 온갖 달콤한 약속을 하지만, 당선 후 이를 지키지 않아도 즉각적인 제재는 없다.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사실상 ‘백지수표’를 부여받는다. 선거공약 불이행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으며, 다음 선거서 심판받는다는 원칙도 본인의 불출마로 무력화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4년 임기 동안 공약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도, 다음 선거 때 “이번에는 다르다”는 약속만으로 재도전할 수 있다.

정책보단 쇼로 얼룩진 ‘기만극’
“그럴 줄 알았다” 무관심·체념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후보자 토론회서 아무리 좋은 약속을 한들 그것이 실제 이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유권자들도 이를 본능적으로 알기에, 토론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후보자 토론회가 이대로 지속돼야 하는가? 현재의 형식과 내용으로는 그 효용성이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지금 진행되는 토론회의 실체는 ‘토론’이 아닌 ‘연출된 기만극’에 가깝다.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이 허울뿐인 의식이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정치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토론회는 정치인들에게는 면책을 위한 의례적 절차이자, 방송사에는 시청률을 위한 쇼 프로그램이며, 유권자들에게는 정치 냉소주의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후보자들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달콤한 약속을 남발하고, 정작 당선 후에는 “여건이 달라졌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5년 후 다시 새로운 후보가 나와 같은 약속을 반복한다. 이런 순환적 기만에 우리는 언제까지 속아넘어갈 것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할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현재의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니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심층적 정책 검증보다 자극적인 ‘말 실수’와 ‘충돌’ 장면에 더 관심이 있다. 유권자들은 이미 체념하고 무관심해졌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책임을 회피한다면, 민주주의라는 이 값진 제도는 점점 더 형해화될 것이다. 토론회를 진정한 정책 검증의 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토론 형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형화된 형식보다 훨씬 심층적인 장시간의 토론이 필요하다. 미리 질문을 알려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실시간 팩트체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둘째, 공약 이행에 대한 법적, 제도적 책임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주요 공약을 명문화하고,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공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심각한 공약 불이행에 대해서는 소환이나 불신임 등의 제도적 장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셋째, 유권자 교육이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해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적 공약과 현실적 정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유권자도
변해야

결국 토론회의 질은 민주주의의 질을 반영한다. 우리가 어떤 토론회를 갖느냐는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원하느냐의 문제다. 현재와 같이 ‘좋은 소리’만 들으며 5년의 백지수표를 건네는 형식적 절차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없다. 이제는 실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점점 더 ‘이름뿐인 형식’으로 전락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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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