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불안’ 대선 테마주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13 13:58:06
  • 호수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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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장사’ 과열된 단타 베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추려진 가운데, 양 후보와 관련한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금융 당국은 과열된 투자심리를 주목하며 조심스럽게 경고하는 상황이다. 대선후보 테마주 기업들의 리스크 유무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이재명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번 급등은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첫 공판기일을 기존 오는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한 영향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지 리스크

지난 7일 오후 1시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리엔트바이오는 전 거래일 대비 21.93% 오른 1679원에 거래됐다. 오리엔트정공(18.76%)과 형지I&C(11.61%), 형지글로벌(7.19%)도 강세다.

다음 날에는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나아이, 웹케시, 상지건설, 오리엔트바이오, 포바이포 등 5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오리엔트정공(24.44%), 동신건설(18.03%), 이스타코(20.00%), 형지I&C(13.98%), 형지글로벌(11.60%) 등 다른 관련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 코나아이는 지역화폐 플랫폼 ‘코나카드’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 후보의 지역화폐 공약과의 연관성이 부각됐다. 웹케시 역시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자금융 설루션을 공급한 이력이 있어 관련주로 편입됐다.


상지건설은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이력이 부각되며 테마주로 분류됐다. 지난달 초 3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며 4만3400원까지 급등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서 이 후보가 청소년 시절 일한 경력이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포바이포는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솔루션 기업으로,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와 협력 중이다. 이 후보가 최근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주로 묶였다. 형지그룹주는 이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무상 교복 정책과 맞물려 테마주로 분류됐다.

다만, 상지건설 임원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금융 당국의 지적도 나왔다. 상지건설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뒤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투자사 중 한 곳에서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및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임원 위모씨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씨는 과거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M&A 한 뒤 회삿돈을 횡령해 상장폐지와 파산으로 이끈 기업사냥꾼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지난달 4일 투자사 4곳에 240만주에 해당하는 CB를 135억원에 매도했다. 이는 현재 발행 주식 수 398만1814주의 60.3%에 달하는 규모로, 주가를 3만4100원(5월 7일 종가)으로 계산하면 818억원 수준이다.

투자사들은 CB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 이달 22일 신규 주식이 시장에 풀린다. 상지건설이 CB 매도 당시 공시한 ‘자기전환사채 매도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CB를 매수한 투자사 4곳 중 한 곳인 A사는 최대주주 2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기환송 연기로 치솟는 ‘이 관련주’
기대 속 등락 반복…당국 예의주시


그런데 A사의 법인 등기에는 이 두 최대주주와 별개로 사내이사로 등록된 위씨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또 위씨 일당은 사채업자를 동원해 과거 코스닥 상장사였던 디지텍시스템스를 무자본 M&A한 뒤 회삿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일부는 횡령한 혐의로 2014년 구속됐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한때 삼성전자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며 연매출 2000억원, 당기순이익만 100억원을 넘겼던 건실한 회사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상장폐지와 함께 파산 절차를 밟았다. 당시 사건에는 위씨 일당과 함께 주가조작에 참여한 펀드매니저, 회계 감리를 무마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금감원 부국장 등이 연루됐다.

위씨가 이번에는 상지건설 CB 인수자로 등장한 것이다. 상지건설이 아무리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해도 굳이 위씨가 포함된 투자사에 CB를 매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어떤 사유로 CB 매매 계약을 맺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7일 기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테마주로 묶이는 평화홀딩스는 24.61% 올라 5620원을 기록했다. 평화산업(14.89%)과 대영포장(13.60%)도 급등세다. 평화홀딩스는 김종석 회장이 김 후보와 같은 경주 김씨인 데다 계열사 피엔디티 공장이 김 장관 고향인 경북 영천에 공장을 두고 있어 테마주로 묶인다.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 대영포장은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사업 부지와 가까워 테마주로 묶였다. 김 후보의 관련주가 급등하는 반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관련주, 테마주는 급락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9시25분 기준 한 전 총리의 테마주인 아이스크림에듀 주가는 5.72% 하락한 5110원에, 시공테크는 7.05% 하락한 7380원에 거래 중이다. 일정실업 0.19%, 태영건설 1.82%, 포메탈 4.18%, 삼륭물산 0.89% 등으로 각각 하락하고 있다. 

숨은 리스크 ‘기업 사냥꾼’ 연루설
단숨에 200억원 번 슈퍼개미 실체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관련 주식인 대상홀딩스(-12.39%)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시공테크 주식을 전부 매각해 200억원을 손에 쥔 ‘슈퍼개미’가 주목받기도 했다. 박기석 시공테크 대표가 과거 한 후보와 국민경제자문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해당됐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임기석씨는 한 전 총리 테마주인 시공테크 주식을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나눠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9200원에서 1만원대 초반 사이로 총 130만여주를 처분하면서 약 125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도로 임씨는 6.49%의 지분을 전량 정리했다.

임씨의 부인인 한경숙씨도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해 거액을 손에 쥐었다. 한씨는 지난달 17일 주당 1만59원에 시공테크 주식 4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남아있던 44만 7209주를 전량 팔아치웠다. 매각액은 총 79억6619만원이다. 이들 부부가 지난달 확보한 현금은 204억원에 달한다.

임원들도 주식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통상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의 주식 매도 행렬은 시장서 악재로 인식된다. 실제로 시공테크는 10% 넘게 급락했다. 4월 초만 해도 3700원대에 머물던 시공테크 주가는 한 후보 테마주로 묶이면서 보름 만에 1만원에 육박할 만큼 급등했다.


이 과정서 임씨는 사실상 ‘고점 탈출’에 성공했고 뒤따라 진입한 일반 투자자들만 하락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

지난달 21일 김승태 시공테크 대표는 보유 중인 자사주 1만1657주를 주당 9843원에 장내서 매도해 1억1474만원을 확보했다. 남경우 부사장도 같은 날 보유 주식 1만107주를 주당 9905원에 팔아 1억여원을 거머쥐었다.

정치 테마주가 널뛰자 금융감독원은 특별 단속에 나섰다. 7월 말까지를 테마주 불공정 거래 집중 제보 기간으로 잡고 현재 가동 중인 특별 단속반을 확대 운영한다. 이상 급등 종목, 민원·제보가 많은 종목, 대주주 대량 매도 종목, 최근 대규모 전환사채(CB) 전환 종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고점 탈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정치 테마주 60종목의 주가 등락률은 코스피의 세 배에 달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선거일 전후 원래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처럼 대선 시기에는 주가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도 높아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 등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단순히 정치인의 학연과 지연 등 인적관계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투자자를 현혹할 수 있으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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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접수 정청래 ‘절대 권력’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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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두려워하던 개혁의 시간이 밝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키를 쥐면서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 대표의 목소리가 거칠어질수록 당원들의 환호는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수장인 그를 막아낼 사람이 없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당선됐다. 득표율은 61.74%로 38.26%를 얻은 박찬대 의원을 약 30%p 차이로 누르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국힘 향해 칼질 예고 정 대표의 당선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검찰·언론·사법 3대개혁 완수’ ‘내란세력 척결’이 제대로 들어맞은 게 컸다는 분석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고, 아스팔트 보수 인사들이 국민의힘을 쥐락펴락하면서 내란을 현재 진행형으로 본 것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강경 노선을 유지했다. 날카롭고 선명한 목소리로 국민의힘을 비판했고 당원들은 내란에 종지부를 찍을 정 대표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당대회 기간 내내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초지일관 말씀드렸다. 약속드린 대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지금 바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 언론개혁TF, 사법개혁TF를 가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정 대표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 땅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듯이 대한민국도 내란 범죄자들을 철저히 처벌함으로써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한다.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법사위원장 때처럼 속 시원하게, 헌법재판소 국회 탄핵소추위원 때처럼 진중하게 당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당권을 쥔 정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협치 가능성을 조금도 열어 놓지 않았다. 지난 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4개 야당 대표를 예방했지만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대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당’일 뿐, 제1야당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 “악수는 사람이랑 하는 것” 초반부터 강수⋯목표는 야 해산 앞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고 말한 바 있다. 정 대표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연대책임이 있지 않느냐”며 “‘윤 어게인(Again)’을 주장하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과 악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기본적인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 이런 것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며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당 해산 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진짜로 정당 해산을 추진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근혜정부 때 내란 예비 음모 혐의로 해산됐던 통합진보당 사례에 비춰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 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에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의힘과 윤석열뿐만 아니라 내란에 대해서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는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나. 저 정당을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권 초반인 이재명정부가 곧바로 제1야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을 법무부에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대표는 “그래서 제가 국회에서 의결을 한 경우에는 정당 해산 심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국무회의 심의를 하라는 법을 낸 것”이라며 “국회에서 의결해 온 것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큰 그림? 내란 척결을 앞세운 정 대표가 야당의 기강을 잡으며 진두지휘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과 아주 긴밀하게 소통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잘 조정해서 우리 국민과 당원께서 만족할 만한 개혁 방안을 내올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권력이 최정점을 찍었을 때 당원들의 숙원인 검찰 개혁을 빠르게 해결해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3대 개혁 특위와 당원주권정당 특위 설치를 의결했다. 그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3대 개혁 모두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이미 구성돼 있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개혁 특위위원장 민형배 의원 ▲언론개혁 특위위원장 최민희 의원 ▲사법개혁 특위위원장 백혜련 의원 등이 임명됐다. 당원주권정당 특위위원장에는 장경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임기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벌써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을 주목했다. 관건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8월 임기를 마치는 정 대표가 훈풍을 타고 당대표직 재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노무현의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경기도 지사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그동안 당원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이 대통령의 ‘사이다 화법’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이제 정 대표에게 두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혁가 적인 면모와 이 대통령의 선명함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당원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줄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열됐던 전당대회 열기가 사그라지면 이른바 ‘정청래 라인’도 새로 생기지 않겠나. 그럼 그때부터는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강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박찬대 후보”라는 확신이 여의도 전역에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이 대통령은 통합을 외치지만 정 대표는 협치에 선을 그었다. 정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튀는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탓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미래 권력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라디오서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해산 추진을 하지 말라고 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자 정 대표가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그때는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용산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벌써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정당 해산 과정서 야당과의 소통 대신 대통령의 의중을 묻겠다는 것인데, 어떤 선택이 떨어져도 본인에게는 득이 되는 만큼 미리 포석을 깔아뒀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정 대표의 ‘자기 정치설’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자기 정치를 하면 당원들이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이 될 것이고 그러면 아마 내년에 다시 당 대표를 뽑아야 할 때 그만한 후폭풍이 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협치를, 정 대표는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는 등 당정 간의 시각차가 있어 야당이 주장하는 자기 정치 논란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이 앞장서겠다. 대통령은 일을, 싸움과 궂은일은 제가 하겠다”며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비록 지금은 국민의힘이 ‘윤어게인’으로 회귀하는 길목에 서 있어 정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엇박자’가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흠집조차도… 의미 없는 싸움 정 대표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여당 때리기’를 전략으로 내세워 정 대표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에 “정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힘에 대해 내란 혐의로 위헌 정당 해산을 추진하겠다고 선전포고하더니 국민의힘 방문도 패싱했다”며 “이쯤 되면 전쟁이다. 진짜 해산해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직격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해산돼야 할 정당은 어느 정당인지 이 대통령에게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며 대응에 나섰다. 김 후보는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야당 해산을 위한 보복의 굿판을 거두어들여야 한다”며 “제1야당 없는 대한민국이 어디를 향하게 될지, 우리는 어떤 체제에서 살게 될지 현명한 국민은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란 특검은 계엄을 빌미로 야당 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저 김문수는 내란 특검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밀어붙인 내란 특검에 제1야당이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양당 체제로 운영돼 온 대한민국 정치의 틀을 해체하려는 ‘정치적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 대표가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을 꼬집었다. 안 후보는 “강선우는 정청래 사람, 이춘석은 이재명 사람으로 가려서 보느냐”며 “민주당에 명심, 어심(방송인 김어준씨의 의중)이 따로 있다고 하더니 이렇게도 빨리 노골적으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내란에 대해 현재 법정에서 판결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다”며 “내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하는 선동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협치는 없다? 용산과 엇박자 우려 “벌써 대권 노리고 자기정치” 비판도 너도나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거대 여당 대표의 벽은 견고하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 대표 체제로 뭉친 민주당은 8월 임시회서 남은 법안을 몽땅 처리하겠다며 벌써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 대표의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의 차이점을 보았을 때 국민의힘은 당이 먼저 나서야 당원이 움직이지만 민주당은 당원이 먼저 움직이고 다음이 정치인”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이 미래 권력을 점지하지 않는다. 당원이 선택한 인물을 밑에서부터 끌어 올리고 탄탄하게 받쳐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주당은 더욱 당원 중심으로 움직이고, 당원이 앞서 나가는 당원 주권 정당이 될 것이다. 당원이 이 대통령을 만들고 명심을 받는 박 후보 대신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된 것이 그 증거”라고 봤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 대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직 처벌받지 않고 기소조차 되지 않은 내란 동조 세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을 제대로 털고 가는 것이 이번 민주 정권의 숙명”이라며 “그 중요한 시작을 정 대표가 끊었다. 차기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고민은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러면서 “지금 정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에 있어 최고점을 찍었다. 여기서 더 올라 대권주자가 될지, 악재가 겹쳐 하락장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는 굉장히 똑똑한 정치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요건만 주어진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발 청-명 갈라치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자 국민의힘에서는 곧바로 ‘정청래 vs 이재명’ 프레임을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정청래 대표를 ‘수박’이라고 비난하며 당권을 잡은 그가 정부와 상의 없이 개혁안을 비롯한 인사권을 휘두를 것이란 주장이다. 국민의힘 장성민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화 투쟁 경험이 전무한 이재명 대통령은 생리적으로 민주당 정서에 맞지 않는 캐릭터이고, 그만큼 호남 지역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며 “청-명 권력 구도에서 친명(친이재명) 쪽은 친청(친정청래) 쪽에 계속 밀리는 프레임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춘석 법사위원장의 긴급 제명·축출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김어준의 울타리가 새로운 친청계의 세력화를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