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보수 4룡 맨투맨 가상대결

이리저리 몽땅 합쳐도 발밑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4명으로 좁혀졌다. 이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겨룰 최후의 한 명만 살아남게 된다. 모두가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지지율을 몽땅 합쳐도 이 후보 한 사람 몫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다. 상황을 역전시킬 ‘대반전’을 노리며 각개전투에 나섰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 진출에 성공한 네 명의 후보가 호명됐다. 100% 일반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경선서는 예상대로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2차 경선에 진출했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나경원·안철수 후보 중에서는 안 후보가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보수표 싹쓸이
중도층 글쎄⋯

김 후보는 홍 후보와 여론조사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보수 유망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며 ‘운동권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강경 보수’로 타이틀을 갈아치우고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강경한 성향 탓에 김 후보는 장관으로 지명되기 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태극기부대 집회서 목소리를 내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부르는 등 편향된 사고를 가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김 후보는 친박(친 박근혜) 성향 보수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을 탄핵했으면 됐지 대통령 목을 창에 끼워서 들고 다니고, 상여를 메고 단두대를 끌고 다니는 잔인무도한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2019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DAS)로 구속됐다.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장 총살감”이라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던 2022년 국정감사장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해 파행을 겪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번 조기 대선 출마 기자회견서도 자신의 이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민중민주주의 깃발 아래 친북·반미·친중 그리고 반기업 정책만을 고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다”며 “체제 전쟁을 벌이며 국가 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반대해 온 만큼 “(탄핵은)헌정질서 안에서 내려진 최종 결정이므로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시 싸워서 승리하자. 무기력한 당과 위기의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찬탄 VS 반탄’ 둘로 쪼개진 경선 구도
보수 전사 ‘훈장’서 외연 확장 ‘족쇄’로

김 후보의 강경 보수 타이틀은 양날의 검이다. 탄핵 반대 집회 표심을 끌어올 수 있지만, 중도 확장에는 걸림돌이 된다.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지난 4일 한 라디오를 통해 이번 비상 계엄을 ‘불법 계엄’이라고 강조하며 “포고령 1호가 잘못됐다”는 과거 발언을 재조명했다. 그러면서 “유신 시대부터 5공화국까지 계엄을 한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 만약 계엄 당일 (내가) 국무회의에 출석했다면 드러누워서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입장은 여전했다. 김 후보는 “군중심리나 그 당시 분위기에 떠밀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과연 대한민국 헌정사에 도움이 되겠나? 대통령 권한 중 하나인 비상계엄이 도를 넘어섰을 때는 내란이 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냉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굳어버린 강경 이미지로 인해 최종 대선후보로 뽑히더라도 외연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수 주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가상대결을 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54.2%인 반면, 김문수 후보는 23.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며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홍 후보는 세 번째 대권 도전인 점과 대구시장이었던 점을 들어 ‘준비된 후보’라는 강점을 내세웠다. “과거 단체장이 꿈도 못 꿀 사업을 다 세팅해놨다”며 “대구·경북 핵심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 가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홍 후보는 꾸준히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며 반이재명 성향을 띤 보수 지지층을 꽉 잡았다. 홍 후보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이번 대선은 홍준표정부냐, 이재명정부냐의 양자택일 선거”라고 주장했다.

3수 홍
이번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전과 4범에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자 화려한 전과자”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낡은 6공화국 운동권 세력이 펼치는 광란의 국회 폭거를 중단시켜야 한다” 등 촛불 세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대권주자 1위인 이재명 후보를 꺾을만한 인물은 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층에 호소했다.

김 후보를 견제하는 동시에 이재명 후보를 공격해야 하는 홍 후보는 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과 차별점을 두는 전략을 택했다.

가장 비슷한 이미지인 김 후보에 대해서는 “문수형은 탈레반이다. 나는 문수형하고는 다르다.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나는 유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언뜻 보면 비슷한 강성 우파지만 대화나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는 유연함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와는 초반부터 각을 세웠다. 비상 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 이슈에 입장 차를 보이면서 상대방의 ‘배신자 프레임’을 굳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홍 후보는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서 기반을 다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의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른 보수 후보들처럼 외연 확장이라는 어려움에 부딪힌 셈이다.

보수 진영서 이재명 후보가 비호감의 아이콘이라면 진보 진영에서는 홍 후보가 그 타이틀을 꿰차고 있다.

지난 20일 치러진 국민의힘 1차 경선 B조 토론회서 홍 후보는 느닷없이 한 후보를 향해 “내가 정치 대선배다. 어떤 말씀을 묻더라도 고깝게 듣지 마시고, 앞으로 정치 계속해야 하니까 편하게 답변 달라”며 “키도 큰데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다음에 ‘생머리냐’ ‘보정 속옷 입었느냐’는 이런 질문도 (있는데)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말했다. 질문을 들은 한 후보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유치하시네요”라고 답했다.

토론 이후 친한(친 한동훈)계서 반발이 나오자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이미지 정치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돌려서 한 것인데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 선배로서의 조언이라지만 난데없는 외모 난타전에 일부 유권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는 20.5%로 집계됐다. 김 후보와 보수 주자 1, 2위를 놓고 다투면서도 나란히 20%대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관건은 홍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다. 2030 보수 남성이 주요 지지층인 이준석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기존 TK표와 합리적 보수표를 흡수해 지금보다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게)어제(22일) 전화가 왔다. ‘빨리 경선을 끝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텐트를 치려면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준석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도 “이준석 후보는 이미 (개혁신당) 후보가 돼 뛰고 있기에 더 이야기하는 건 그렇다”고 일축했다.

‘탄핵 찬성’
유일한 차별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누르고 4강에 오른 안 후보의 행보도 주목된다.

4강 진출에 실패한 나 의원은 윤심(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업고 출마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탄핵 정국서 활약한 인물이다. 당시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국민의힘 중진으로서 힘을 보탰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지난 5일에는 용산 관저를 찾아 독대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에 안타까워하는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 등 격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나 의원을 탄핵 찬성파인 안 후보가 꺾은 것을 두고 여의도가 술렁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은근히 윤심을 어필하던 나 의원이 떨어졌다. 무당층 여론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는가”라며 “극우 세력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나니 이제야 현실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 찬성파와 민주당이 겨루게 되면 진영 논리서 벗어나 공약이나 국가 비전 등을 논할 수 있겠다”면서도 “미묘한 차이로 인해 (진영 논리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그 사소한 차이로 꼬투리를 잡고 옥신각신하는 모양새가 선거 기간 내내 연출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와 겨뤘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는 2012년, 2022년에 치러진 대선에 출마했지만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으며 2017년 대선서는 최종 3위에 그쳤다. 매 선거마다 비슷한 레퍼토리를 보여준 탓에 나 의원을 제치고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뿐더러 ‘이재명 대항마’로서 어떤 비장의 무기를 보여줄지도 불분명하다.

마찬가지로 탄핵 찬성·계엄 반대파인 한 후보는 ‘시대 교체’ ‘신선한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보수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2023년 12월 법무부 장관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투입된 한 후보는 김건희씨와 각을 세우며 서서히 ‘황태자’ 이미지를 탈피했다. 총선 패배로 직을 내려놨지만 곧바로 당 대표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당 대표를 사퇴한 뒤에는 세 달 만에 대선 출사표를 던지는 등 빠른 주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4인4색 이 대항마 자처
민주 “누가 와도 자신”

한 후보의 짧은 정치 경력은 유권자에게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준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여론 하나로 대선후보가 된 지난날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전 당시 당 대표로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검사-피의자 이미지만 부각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한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 대결서 16.2%를 얻었는데, 이는 위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최종 경선만 뚫으면 이재명 후보와 가장 비등비등하게 겨뤄볼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시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하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면서도 이재명 후보를 거칠게 비판하는 이른바 ‘동시 청산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2차 경선 진출 여부다. 100% 국민여론이었던 1차 경선과 달리 2차 경선부터는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로 이루어진다. 배신자 프레임이 짙게 드리워진 한 후보에게 있어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 한 후보는 라디오를 통해 “우리 당이 계엄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마음이 많은 국민의 의지로서 모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선 전략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지금 당원의 수가 굉장히 많아졌고 당원의 수준도 높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64%로 당 대표에 당선될 때도 정확하게 당심과 여론조사 민심은 같았다”고 자신했다.

이어 “4명의 후보가 경쟁한 후 과반이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가 도입되지 않느냐”며 “결선투표서 (후보끼리) 상처를 주고 갈등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들 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명 선거서 반드시 과반 이상 득표해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오는 29일부터 우리 당이 곧바로 본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이재명 후보를 상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 합쳐도
겨우 이거?

이번 6·3 조기 대선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유리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이와 별개로 과거부터 차분히 대권을 준비해 온 이재명 후보가 기회를 쉽게 놓칠 리가 없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누가 덤벼도 자신만만할 것이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았나?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 뿐, 이전부터 정권을 잡으면 바로잡고 싶어하는 것들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건 국민의 심판이다. 어떤 후보와 겨루든, 잘 준비해서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쩌면 가장 유력한 후보?

국민의힘서 4파전으로 후보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시선은 자꾸만 여의도 밖을 향하고 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침묵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관심이 쏠린 탓이다.

호불호가 적은,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한 국무총리를 선두로 빅텐트가 쳐진다면 보수-중도보수-반이재명까지 품을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한 국무총리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선례를 언급하며 “그것보다 더 추하게 끝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다”고 혹평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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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