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보수 4룡 맨투맨 가상대결

이리저리 몽땅 합쳐도 발밑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4명으로 좁혀졌다. 이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겨룰 최후의 한 명만 살아남게 된다. 모두가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지지율을 몽땅 합쳐도 이 후보 한 사람 몫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다. 상황을 역전시킬 ‘대반전’을 노리며 각개전투에 나섰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 진출에 성공한 네 명의 후보가 호명됐다. 100% 일반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경선서는 예상대로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2차 경선에 진출했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나경원·안철수 후보 중에서는 안 후보가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보수표 싹쓸이
중도층 글쎄⋯

김 후보는 홍 후보와 여론조사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보수 유망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며 ‘운동권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강경 보수’로 타이틀을 갈아치우고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강경한 성향 탓에 김 후보는 장관으로 지명되기 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태극기부대 집회서 목소리를 내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부르는 등 편향된 사고를 가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김 후보는 친박(친 박근혜) 성향 보수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을 탄핵했으면 됐지 대통령 목을 창에 끼워서 들고 다니고, 상여를 메고 단두대를 끌고 다니는 잔인무도한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2019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DAS)로 구속됐다.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장 총살감”이라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던 2022년 국정감사장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해 파행을 겪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번 조기 대선 출마 기자회견서도 자신의 이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민중민주주의 깃발 아래 친북·반미·친중 그리고 반기업 정책만을 고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다”며 “체제 전쟁을 벌이며 국가 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반대해 온 만큼 “(탄핵은)헌정질서 안에서 내려진 최종 결정이므로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시 싸워서 승리하자. 무기력한 당과 위기의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찬탄 VS 반탄’ 둘로 쪼개진 경선 구도
보수 전사 ‘훈장’서 외연 확장 ‘족쇄’로

김 후보의 강경 보수 타이틀은 양날의 검이다. 탄핵 반대 집회 표심을 끌어올 수 있지만, 중도 확장에는 걸림돌이 된다.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지난 4일 한 라디오를 통해 이번 비상 계엄을 ‘불법 계엄’이라고 강조하며 “포고령 1호가 잘못됐다”는 과거 발언을 재조명했다. 그러면서 “유신 시대부터 5공화국까지 계엄을 한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 만약 계엄 당일 (내가) 국무회의에 출석했다면 드러누워서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입장은 여전했다. 김 후보는 “군중심리나 그 당시 분위기에 떠밀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과연 대한민국 헌정사에 도움이 되겠나? 대통령 권한 중 하나인 비상계엄이 도를 넘어섰을 때는 내란이 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냉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굳어버린 강경 이미지로 인해 최종 대선후보로 뽑히더라도 외연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수 주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가상대결을 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54.2%인 반면, 김문수 후보는 23.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며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홍 후보는 세 번째 대권 도전인 점과 대구시장이었던 점을 들어 ‘준비된 후보’라는 강점을 내세웠다. “과거 단체장이 꿈도 못 꿀 사업을 다 세팅해놨다”며 “대구·경북 핵심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 가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홍 후보는 꾸준히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며 반이재명 성향을 띤 보수 지지층을 꽉 잡았다. 홍 후보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이번 대선은 홍준표정부냐, 이재명정부냐의 양자택일 선거”라고 주장했다.

3수 홍
이번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전과 4범에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자 화려한 전과자”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낡은 6공화국 운동권 세력이 펼치는 광란의 국회 폭거를 중단시켜야 한다” 등 촛불 세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대권주자 1위인 이재명 후보를 꺾을만한 인물은 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층에 호소했다.

김 후보를 견제하는 동시에 이재명 후보를 공격해야 하는 홍 후보는 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과 차별점을 두는 전략을 택했다.

가장 비슷한 이미지인 김 후보에 대해서는 “문수형은 탈레반이다. 나는 문수형하고는 다르다.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나는 유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언뜻 보면 비슷한 강성 우파지만 대화나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는 유연함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와는 초반부터 각을 세웠다. 비상 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 이슈에 입장 차를 보이면서 상대방의 ‘배신자 프레임’을 굳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홍 후보는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서 기반을 다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의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른 보수 후보들처럼 외연 확장이라는 어려움에 부딪힌 셈이다.

보수 진영서 이재명 후보가 비호감의 아이콘이라면 진보 진영에서는 홍 후보가 그 타이틀을 꿰차고 있다.


지난 20일 치러진 국민의힘 1차 경선 B조 토론회서 홍 후보는 느닷없이 한 후보를 향해 “내가 정치 대선배다. 어떤 말씀을 묻더라도 고깝게 듣지 마시고, 앞으로 정치 계속해야 하니까 편하게 답변 달라”며 “키도 큰데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다음에 ‘생머리냐’ ‘보정 속옷 입었느냐’는 이런 질문도 (있는데)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말했다. 질문을 들은 한 후보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유치하시네요”라고 답했다.

토론 이후 친한(친 한동훈)계서 반발이 나오자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이미지 정치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돌려서 한 것인데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 선배로서의 조언이라지만 난데없는 외모 난타전에 일부 유권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는 20.5%로 집계됐다. 김 후보와 보수 주자 1, 2위를 놓고 다투면서도 나란히 20%대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관건은 홍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다. 2030 보수 남성이 주요 지지층인 이준석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기존 TK표와 합리적 보수표를 흡수해 지금보다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게)어제(22일) 전화가 왔다. ‘빨리 경선을 끝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텐트를 치려면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준석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도 “이준석 후보는 이미 (개혁신당) 후보가 돼 뛰고 있기에 더 이야기하는 건 그렇다”고 일축했다.


‘탄핵 찬성’
유일한 차별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누르고 4강에 오른 안 후보의 행보도 주목된다.

4강 진출에 실패한 나 의원은 윤심(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업고 출마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탄핵 정국서 활약한 인물이다. 당시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국민의힘 중진으로서 힘을 보탰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지난 5일에는 용산 관저를 찾아 독대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에 안타까워하는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 등 격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나 의원을 탄핵 찬성파인 안 후보가 꺾은 것을 두고 여의도가 술렁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은근히 윤심을 어필하던 나 의원이 떨어졌다. 무당층 여론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는가”라며 “극우 세력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나니 이제야 현실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 찬성파와 민주당이 겨루게 되면 진영 논리서 벗어나 공약이나 국가 비전 등을 논할 수 있겠다”면서도 “미묘한 차이로 인해 (진영 논리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그 사소한 차이로 꼬투리를 잡고 옥신각신하는 모양새가 선거 기간 내내 연출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와 겨뤘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는 2012년, 2022년에 치러진 대선에 출마했지만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으며 2017년 대선서는 최종 3위에 그쳤다. 매 선거마다 비슷한 레퍼토리를 보여준 탓에 나 의원을 제치고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뿐더러 ‘이재명 대항마’로서 어떤 비장의 무기를 보여줄지도 불분명하다.

마찬가지로 탄핵 찬성·계엄 반대파인 한 후보는 ‘시대 교체’ ‘신선한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보수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2023년 12월 법무부 장관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투입된 한 후보는 김건희씨와 각을 세우며 서서히 ‘황태자’ 이미지를 탈피했다. 총선 패배로 직을 내려놨지만 곧바로 당 대표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당 대표를 사퇴한 뒤에는 세 달 만에 대선 출사표를 던지는 등 빠른 주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4인4색 이 대항마 자처
민주 “누가 와도 자신”

한 후보의 짧은 정치 경력은 유권자에게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준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여론 하나로 대선후보가 된 지난날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전 당시 당 대표로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검사-피의자 이미지만 부각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한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 대결서 16.2%를 얻었는데, 이는 위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최종 경선만 뚫으면 이재명 후보와 가장 비등비등하게 겨뤄볼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시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하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면서도 이재명 후보를 거칠게 비판하는 이른바 ‘동시 청산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2차 경선 진출 여부다. 100% 국민여론이었던 1차 경선과 달리 2차 경선부터는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로 이루어진다. 배신자 프레임이 짙게 드리워진 한 후보에게 있어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 한 후보는 라디오를 통해 “우리 당이 계엄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마음이 많은 국민의 의지로서 모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선 전략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지금 당원의 수가 굉장히 많아졌고 당원의 수준도 높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64%로 당 대표에 당선될 때도 정확하게 당심과 여론조사 민심은 같았다”고 자신했다.

이어 “4명의 후보가 경쟁한 후 과반이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가 도입되지 않느냐”며 “결선투표서 (후보끼리) 상처를 주고 갈등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들 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명 선거서 반드시 과반 이상 득표해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오는 29일부터 우리 당이 곧바로 본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이재명 후보를 상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 합쳐도
겨우 이거?

이번 6·3 조기 대선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유리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이와 별개로 과거부터 차분히 대권을 준비해 온 이재명 후보가 기회를 쉽게 놓칠 리가 없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누가 덤벼도 자신만만할 것이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았나?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 뿐, 이전부터 정권을 잡으면 바로잡고 싶어하는 것들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건 국민의 심판이다. 어떤 후보와 겨루든, 잘 준비해서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쩌면 가장 유력한 후보?

국민의힘서 4파전으로 후보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시선은 자꾸만 여의도 밖을 향하고 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침묵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관심이 쏠린 탓이다.

호불호가 적은,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한 국무총리를 선두로 빅텐트가 쳐진다면 보수-중도보수-반이재명까지 품을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한 국무총리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선례를 언급하며 “그것보다 더 추하게 끝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다”고 혹평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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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