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위해’ 이준석 찾은 안철수, 결국 빈손

안 “최종 판단 이 후보가 할 것”
이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없어”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연일 보내고 있는 가운데 21일,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이 후보의 행사에 동참했다.

이날 안 공동선대위원장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가천대 글로벌캠퍼스서 이 후보의 유세 캠페인 ‘학식먹자 이준석’ 일정에 참여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고, 행사가 끝난 후 짧은 회동 시간을 가졌다.

안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후보와 대화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서)이기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지금까지 겪어왔던 경험, 객관적 도움이 될 만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러 왔다”며 “(이번 회동은)선대위 차원이 아닌 개별적 행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단일화할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다’ 정도의 조언들을 주로 했다. 최종 판단은 이 후보가 할 것”이라며 “김문수 후보와 직접 만나는 것도 주선이 가능하니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후보는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의 선의를 당연히 의심하지 않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언제든지 또 상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지금 당장 제가 상의드릴 만한 내용은 없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김 후보와의 만남 주선에 대해선 “지금 만나면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어 만날 생각이 없다”며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기는 전략을 생각하지,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가에선 실질적 단일화 데드라인이 투표용지 인쇄일 전날인 오는 24일인 만큼, 그 이전에 논의를 매듭짓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온다.

투표용지 인쇄 전 김 후보와 이 후보 간 단일화 성사 시 사퇴 후보의 기표란에 붉은색으로 ‘사퇴’라고 표기된다. 하지만, 이 시기를 넘기면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투표용지 후보 선택란은 별도 표기 없이 인쇄돼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일 안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라는 ‘거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이준석 후보께 만남을 제안한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자”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면서 “기득권 세력이 후보께 했던 일을 저 역시 똑같이 겪었다. 그래서 저는 이 후보의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고, 진정으로 도와드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후보도 이날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와 토론하는 걸 보면 우리 둘이 전혀 다른 게 없다”며 “우리 당의 여러 문제점 때문에 밖에 나가 계시는데, 같이 (단일화)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하는 점에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범보수 진영에선 이재명 독주 구도로 가고 있는 이번 6·3 대선 판도를 흔들 최대 변수는 김 후보가 제기한 ‘반(反)이재명 빅텐트’ 성사 여부로 보고 있다. 빅텐트 형성 과정서 타 후보들의 지지율을 흡수할 경우, 김 후보에게 승산의 확률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날 <에브리뉴스> <미디어로컬>이 에브리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지하는 차기 대선 후보’ 1위는 이재명 후보 46.0%, 2위는 김 후보 41.6%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이준석 후보 8.5%,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1.1%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다. RDD를 활용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5%로 집계됐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서치통 홈페이지 참조)

다만 복수의 다른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넘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물리적 단일화가 당선을 보장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시종일관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절차나 과정 자체가 굉장히 구태처럼 보일 것이라 (단일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오고, 김 후보와 본인의 지지율을 합하면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단일화하지 않을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안 할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나름 판세 분석을 해보면 이른바 ‘동탄 대결’인 3자 대결 구도로 가는 게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 김문수 후보를 찍는 것은 사표고, 1등이 될 수 없는 표라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가능성 있는 이 후보에게 표가 상당 부분 넘어올 것으로 보이고, 실제 일부 조짐도 보인다”며 “국민의힘 내부서 이런저런 연락이 많이 오는 이유가 그런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탈당 후 무소속이던 김상욱 의원 등을 품으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9일엔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대선 예비후보직을 사퇴하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0일엔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까지 잇따라 이재명 후보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각종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후보가 6·3 대선까지 남은 14일 동안 김 후보와 단일화 할 지, 혹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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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