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다양한 모순이 이어지면서 힘겨운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 주변엔 온갖 불협화음과 비협조가 넘치고 있다. 김 후보도 강경보수 행보를 거듭하면서 중도 확장을 노리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모순투성이 행보와 좌충우돌을 거듭하고 있다. 그 모순은 국민의힘과 김문수 대선후보 등을 가리지 않고 사방서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끊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전까지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 출당·탈당 여부를 놓고 입씨름이 이어졌다.
선수 치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결정과 관계없이 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서 절차대로 진행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출당 가능성을 암시했다. 지난 16일에도 기자들에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전격 탈당했고,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출당 논의가 진행되자, 윤 전 대통령이 선수를 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탈당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친구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를 선대위 내 시민사회특별위원장으로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지난 18일엔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중 1명이자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덕분에 나도 계몽됐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김계리 변호사가 국민의힘 입당을 신청했다.
세간의 비난이 이어지자, 석 변호사는 같은 날 선대위 직책서 사퇴했다. 국민의힘도 김 변호사의 입당을 보류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김 변호사의 입당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며 “당이 김 변호사가 가진 정치적 상징성에 부담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영부인의 존재는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명분으로 대선후보 배우자 토론을 제안했다가 각계의 비난을 들었다. 김 비대위원장의 제안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지난 12일 법인카드 유용 혐의 항소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을 공격하려는 취지였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독신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로부터 “내 앞에 있었다면 혼났을 것”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김건희씨가 대통령 행세하면서 위세 부리는 것을 방치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막았던 과거부터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오월의 희생자” 자처하고
학살 주역 영입
김 후보도 직접 모순을 만들었다. 김 후보는 지난 17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나도 오월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취소했다.
정 전 장관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 작전을 지휘한 특전사령관이었다. 이 때문에 5·18 민주항쟁 행사위원회는 김 후보에게 “전야제에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한민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윤 어게인도 모자라 전 어게인을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의 관계를 끊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여전히 눈에 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당원들은 지난 16일 김 후보의 경기도 수원·화성 유세에 참여해 김 후보 지원에 나섰다. 지난 20일엔 서울 강서구 유세에 나서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국민의힘의 김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경선 후보였던 지난 4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고, 전씨와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의 한 극장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할 당시 홀로 사과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꼿꼿문수’란 별명이 붙어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만장일치 파면에 대해선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행보를 거듭하면서도 중도 확장을 고민하는 것도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반명(반 이재명) 빅텐트 구축을 위해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줄곧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를 위해 과거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내려졌던 것에 대한 공식 사과·징계 취소·복권 등을 제안했다. 그러자 중앙윤리위는 지난 15일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징계 처분 취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도 “이준석 후보는 당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쫓겨났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지지…
김은 당내서도 비협조
이준석 후보로선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면서 극우 세력과 연결고리가 강한 김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과 다를 게 없다. 역으로 이준석 후보 측은 “김 후보가 보수 진영 선택지서 사라지고, 이준석 후보가 보수 단일후보가 돼야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일엔 SBS <김태현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서 “단일화 절차나 과정 자체가 굉장히 구태스러워 보일 것”이라며 “제가 단일화서 이길 수 있더라도 안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이동훈 공보단장도 지난 22일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이 ‘차기 당권을 주겠다’면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모순이 거듭되면서, 국민의힘은 내부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에 이어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와 김용남 전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연이어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을 영입해 선대위원장직을 맡겼다. 심지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의 연대도 시도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민주당과 달리 경선주자들의 선대위 참여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탈당 후 하와이로 출국했다. 국민의힘은 홍 전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특사단까지 보냈지만, 홍 전 시장은 특사단을 빈손으로 귀국시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지난 3일 밤, 김 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교체하려고 했을 당시 자택서 기타를 치면서 개인 방송을 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결국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저를 막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냐”고 주장했다.
지난 21일에야 뒤늦게 부산 유세에 참여했지만, ‘김문수’란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고, ‘우리 국민의힘 후보’란 표현을 사용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한 한 전 총리도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했다.
반전 카드?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은 이렇듯 하나하나 막히고 있다. 김 후보가 그동안 유지했던 강경보수 성향과 국민의힘의 업보가 겹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업보와 모순된 언행이 뒤엉킨 좌충우돌은 김 후보의 선거운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 후보에게 과연 이런 좌충우돌을 뒤집을 반전 카드가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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