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이면

결국 이재명 무죄 만들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개정안의 후폭풍이 심하다. 정치권에서는 각 당의 대선후보까지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으며 법조계서도 절차상 문제가 많다고 우려 중이다. 윤석열정부 내내 지속된 야권의 독단적인 법안 통과에 새로운 정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이 발의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재명 살리기’라는 정치권과 법조계 비판에도 강행한 것이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법사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행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찬성 표결로 통과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선거 당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통신 등의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요건이라 기소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을 꺼낸 이유는 대법원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는 “2심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차장과 관련한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공직선거법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끼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이 후보에게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박탈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후보가 관련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의로 기억과 다른 발언을 했다며 ‘김 전 처장과 골프를 한 적이 없다’ ‘국토부 압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의 이 후보 발언을 모두 허위 발언으로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들이 ‘인식’에 관한 것으로, 허위 사실 공표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단순 의견을 표명한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깼다.

파기환송 후 법사위까지
이전과 다른 대법원 입장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12명 중 10명의 다수 의견으로 2심 판단을 뒤집고 두 발언 모두 허위 사실 공표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두 명만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그간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처벌 범위를 점점 좁게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서 선거인의 알권리와 그를 바탕으로 한 선거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더 강조하며 그간의 판례 경향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자 즉각 개정안을 발의했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대법원은 그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같은 입장을 드러낸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역설적이게도 경기도지사 시절의 이 후보 사건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20년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의 사건을 무죄 취지 파기환송했다.

이 후보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TV 토론회서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보건소장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원심(2심)은 유죄로 판단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당시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나서 허위 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질문에 반론하는 과정서 부정확하게 답변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곧바로 허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 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
뭐길래…

그러면서 토론회서의 발언이 다소 왜곡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나 선거를 통해 단죄돼야지, 법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공직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이 후보의 과거 판결은 최근 무죄가 확정된 이학수 정읍시장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서 상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돼 1·2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후보의 2020년 판례를 인용해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파기환송했다. 이 시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지난 3월, 이 후보의 ‘김문기·백현동’ 발언 관련 선거법 위반 2심 무죄 판결에 다시 인용됐다.

대법원의 이 같은 입장은 정치인이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된 사례가 적다는 것에도 드러난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유죄가 확정된 대표적 사례는 국가혁명당 허경영씨다. 그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TV 방송 연설서 “나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관이었다”고 주장했다가 대법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됐으나,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징역살이는 면했다.

허씨는 2007년 대선 때도 “대통령이 되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주장해 그때도 피선거권 10년 박탈에 해당하는 중형이 선고됐다.

이 밖에도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받은 사례는 2023년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조국혁신당 최강욱 전 의원과, 2008년 벌금 300만원이 선고돼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이무영 전 의원이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정치권에선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다른 당 대선후보인 김문수·이준석 후보 모두 이 후보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허경영도
유죄 확정

국민의힘 김 후보는 지난 15일 “세계 역사상 이런 독재자가 있었느냐. 법을 바꿔서 살겠다고 하는, 전 세계 오직 한 사람은 이재명”이라며 “이런 사람을 응징하지 않는다면 정치가 왜 필요하고 왜 민주주의를 외치나. 이건 국기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 후보 역시 같은 날 “이재명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돼서 행정권을 장악한다면, 이제 사법부만 장악하면 본인이 실질적으로 모든 헌법적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 권력장악에 대한 욕심”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검사 출신의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선거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법안이자, 이재명 후보 한 명을 위해 선거제도를 완전히 망치겠다는 것”이라며 “(구성 요건상)‘행위’를 없애면 자신의 과거 실적을 막 떠들고 다녔어도 없던 일로 해버리면 처벌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혜지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서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해당 법 조항을 손봐서 면소로 만들겠다는 의도 아니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무죄법’을 만들라”고 꼬집었다.

김 상근부대변인은 “선거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도 처벌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고, 결국 선거판 전체를 거짓과 왜곡으로 오염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법이 더 이상 국민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위한 맞춤형 방패가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부분에 국한해서 ‘행위’의 개념을 정립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저도 선거법 재판을 많이 해봤지만, 허위사실 공표죄는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가장 대표적 독소조항”이라며 “정치적으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우려
“야권 독단…입법 과속”

법조계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법부가 형해화돼 삼권분립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와 국민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채 법안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절차상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법 전문)는 “대법원서 사회의 변화를 고려해 처벌 여부를 결정하면서 판례가 바뀌며 처벌 규정이 없어지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명분이 없는 상황서 이재명 후보를 위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도의 법 논리자들만이 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한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을 뽑을 때 어떤 것을 보고 뽑아야 하는지 기준을 잃게 될 것”이라며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선거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준범 법률사무소 번화 대표 변호사는 “법원은 존재하는 법을 해석하는 기관이기에 입법부에서 공직선거법 처리를 강행하더라도 특별히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개정안 통과 후 가장 우선 적용될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이 이재명 후보다 보니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입법이 계속 만들어지면, 사회 정의가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선 허위사실 공표죄가 정치 사법화를 이끄는 독소 조항이라고 하는데, ‘공직선거 후보자가 거짓말을 해도 되느냐’는 반론에 답하는 게 우선”이라고 부연했다.

한국부패방지법학회 상임이사인 김소연 변호사는 “허위사실 공표죄서 행위를 없애는 것은 법 자체를 없애는 것과 같다.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일반 국민들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소급 적용돼서 오래전부터 피선거권이 박탈돼 선거를 치르지 못한 사람들 입장에선 매우 억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 의견
수렴 패싱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입법 과속’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패싱’한 채 대권 시계만을 의식해 법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6일 “법이 문제였다면 진즉 (개정안을) 만들었어야지 (이 후보가) 걸리니까 법이 문제라고 한다”며 “지금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은 보편적 적용을 위한 것이지 자기들의 특수한 이익에 따라 이리 만들고, 저리 만들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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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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