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 드라마?’ 한동훈 히든카드 넷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8 13:57:25
  • 호수 1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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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이냐 반탄이냐
민심이냐 당심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해 찬탄 진영 대선주자가 2명이 됐다. 이로써 셈법이 복잡해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4개의 히든카드를 토대로 역전 가능성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2일, 대선 경선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했다. 안 의원과 경합 중인 것으로 거론됐던 나경원 의원은 끝내 탈락했다.

김과 홍과 한
삼강 구도

1차 경선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100% 일반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5개 여론조사 기관은 각 800명씩 총 4000명의 표본조사를 진행했고, 평균치를 집계했다. 역선택 방지를 적용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이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전 장관·홍 전 지사·한 전 대표의 3강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안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함으로써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찬탄) 후보 2명과 반대(반탄) 후보 2명이 대결하는 구도가 성립됐다.

이로써 2차 경선을 까다롭게 치러야 할 후보는 한 전 대표가 됐다. 나 의원이 진출했다면, 유일한 찬탄 경선 후보로서 입지를 다지고, 반탄 후보 간 분산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차 경선은 27일부터 이틀간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진행돼 오는 29일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포인트)를 진행해 지난 2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 전 장관 12.2% ▲한 전 대표 8.5% ▲홍 전 시장 7.5% ▲안 의원 3.7%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견고하게 당내 1위를 지키고 있고, 홍 전 시장도 한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따라서 한 전 대표로선 반탄 진영의 압박을 이겨내고 역전 히든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 한 주를 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표 캠프 측에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신지호 캠프 특보단장은 지난 2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이 선거는 굉장히 역동적”이라며, “온건 중도보수 몫이 점점 커지고 있고, 반대편 몫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단장은 “안 의원이 4자 경선에 올라왔기 때문에 관심도가 제고됐다”며 “흥행성도 높아져서 중도·무당층이 시선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낙관적 전망대로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위해서 준비할 수 있는 역전 히든카드로는 크게 4가지를 거론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에겐 5060 여성 중심의 지지세와 활동력 강한 팬클럽 ‘위드후니’가 있다. 한 전 대표 후원회는 지난 21일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 후 10시간55분 만에 법정 한도액 29억4000만원을 채웠다. 캠프 측이 밝힌 후원금 현황은 ▲총 후원인 수 3만5038명 ▲후원 평균 단가 8만3984원 ▲10만원 이하 소액 후원자 비율은 93.9%(3만2893명)로 알려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23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서 “반드시 투표할 위드후니가 만만치 않다”며 “결선 구도는 ‘김 대 홍’ ‘김 대 한’이 될 가능성이 비교적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캠프가 입주해 있는 여의도 대하빌딩 입구와 9층 선거사무실 앞엔 위드후니 회원들이 보낸 화환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때도 있었다.

탄핵 반대파 압박 이겨낼 승부수 보니…
국힘 유일 강성 팬클럽으로 화력 집중

위드후니는 한 전 대표가 문재인정부와 갈등하다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지난 2020년 7월 개설됐고,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무렵 회원 수가 크게 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가 검사 시절 좌천됐을 때 개설돼, 비상대책위원장직서 사퇴했던 위기를 겪은 이후 규모를 키웠단 특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여성 지지층 못지않은 강성으로 유명하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는 신데렐라가 아닌 황태자”라며 “윤 대통령 덕분에 젊은 나이에 법무부 장관이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란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위드후니 회원들은 김 의원에 대한 욕설을 쏟아냈다.

지지층 일각에선 김 의원의 연락처로 추정되는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해 7월엔 국민의힘 정점식 당시 정책위의장의 페이스북서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쏟아냈다. ▲홍 전 시장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 ▲(당원 게시판 의혹을 제기한)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비난도 카페에 자주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당원 가입은 ‘후니님’에게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운동을 진행했다. 당원 표심 50%가 반영되는 2차 경선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카드는 과연 안 의원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나 의원을 2차 경선의 마지막 진출자로 예상했다.

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나 의원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보수 여론과 탄핵 찬성 여론이 각각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나 의원이 양쪽 모두로부터 주목받지 못했고, 보수 여론은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으로 굳어져 뺏어올 표심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라리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수도권 당심을 설득해 안 의원과 차별화했다면 나았을 것”이라며 “오 시장 지지자들이 안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 전 의원의 분석엔 ‘안 의원이 독자적인 지지보단 흐름을 타고 다른 정치인의 표심을 얻은 것’이란 의미가 숨어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태풍을 일으켰던 안 의원은 지금에 이르러 4선 의원이 됐다.

안철수
뭉칠까

하지만 안 의원은 이후로도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20대 대선 등 주요 선거마다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후보직서 사퇴했다. 활동 영역도 갈수록 좁아져 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힘을 거치면서 세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 중 홀로 국회에 남아 표결을 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현재 안 의원의 캠프엔 현역 의원이 단 1명도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나 의원의 캠프는 친윤계 현역 의원 5명 등이 참여해 매머드급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안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할 것이란 예상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안 의원이 총 3회에 걸쳐 후보 단일화에 응해 사퇴했던 전력은 안 의원의 정치적 입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안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서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단일화에 응해 사퇴했던 전력이 4회가 되면, 안 의원에 대한 조롱 섞인 부정적 여론이 뿌리 깊게 굳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로선 안 의원과 단일화해 국민의힘 내 찬탄 진영 수장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반탄 진영의 표심이 둘로 나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주시할 세 번째 카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세가 탄핵 심판 진행 중이던 상황과 비교하면, 많이 누그러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파면돼 사저로 복귀한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파면 직후부터 “YOON AGAIN”이라는 구호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중임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서도 파면된 공무원은 5년 동안 공직에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제1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으로선 ▲명태균 게이트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혹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가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임기 단축
정면 돌파

그래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이 대신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후보가 선출되고, 당 외부서 한 권한대행이 대선후보로 자리 잡아 두 후보 간 윤심 얻기 경쟁이 진행되는 것이 윤 전 대통령에겐 가장 흐뭇한 그림이다. 윤 전 대통령을 열렬히 추종하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건재한 것도 윤 전 대통령이 아직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서 윤 전 대통령의 흐뭇한 그림에 가장 반대할 사람은 한 전 대표다.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힘서 가장 크게 반발했고, 그 자신도 체포될 뻔한 피해자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서 한 전 대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도 한 전 대표의 당시 행적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현재 국민의힘의 상황서 민주당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감은 한 전 대표”라며 “그 사람만이 유일하게 계엄 선포한 날 저녁에 계엄을 반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계엄을 반대했다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생명의 위협도 느낄 수 있을 상황서 계엄 반대를 공식적으로 얘기하고 반대 견해를 취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존재감이 옅어지자, 이전엔 생각하기 어려웠던 그림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원이었던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배의철 변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변호사와 배 변호사는 최근 ‘윤 어게인’ 신당까지 창당하려다가 중지했던 적이 있다.

이 사진은 김 변호사의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해석을 양산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윤 전 대통령이 얼마나 외롭고 비참한지 볼 수 있다”며 “얼마나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고 얼마나 같이 정치하자는 사람이 없으면, 정치를 한번도 해보지도 않은 별로 능력도 없어 보이는 변호사들과 창당을 논의하느냐”고 비판했다.

윤, 몰릴수록 한에겐 기회
안, 생환 ‘득일까 실일까’

이런 상황서 불거지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대선 출마 선언도 윤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어둡게 할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지난 19일 광화문 국민대회 무대서 “자유통일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전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을 통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의 대선 출마 선언은 천 권한대행의 주장대로 윤 전 대통령을 외롭고 비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움직임이 있을수록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은 친윤계를 열심히 흡수하려고 할 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시도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반탄 진영 내의 자중지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한 전 대표에게 유리한 그림이 된다. 이 자중지란이 확대되면,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도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지난 2월부터 진정성 있는 개헌 의지를 대외적으로 홍보한다는 취지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에 23대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임기 단축을 공개 약속한단 것은 개헌에 배수진 이미지를 연결해 특화한다는 인상을 준다.

한 전 대표는 <일요시사>와 만났을 때도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었다”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통한 개헌은 정치 복원과 협치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제가 당선되면, 민주당도 5년 후 대선보단 3년 후 기회를 얻기를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개헌을 언급하지 않는 이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전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서 이 전 대표를 일컬어 “개헌을 반대하는 호헌 세력”이라면서 이 전 대표를 직선제 개헌을 반대했던 전두환씨에 은근히 비유하는 글을 남겼다.

한 전 대표는 게시글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시작과 끝을 맞춰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저의 권력구조 개헌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한 전 대표는 반탄 진영 내부서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의 대결이 격화되길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진영의 여론은 김 전 장관에게 유리하지만, 친윤계 의원 중 상당수는 홍 전 시장의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각자 유리한 패를 하나씩 쥐고 있어서 쉽게 물러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대방의 대결이 격화돼 파국에 가까워지면, 한 전 대표는 그 이익을 쥐는 어부가 된다.

설령 대선서 이 전 대표에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정치활동을 위해선 당권을 단단하게 쥐어야 한다.

시간은
누구 편?

반탄 진영의 두 후보는 70대 고령이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곽에 있는 한 권한대행도 70대 중반의 고령이다. 1973년생으로서 만 52세에 불과한 한 전 대표가 이들보다 유리하게 확보한 입지 중 하나는 시간이다. 주어진 요건을 잘 활용하는 것도 정치인의 재능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한 전 대표가 장기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승부수는 바로 시간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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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