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3번 한덕수? 윤상현발 ‘탈당 후 창당’ 노림수

“개인 아이디어 차원…당대 당 단일화”
당 지도부 등 중진들 한덕수 밀어주기?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지난 8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 2차 단일화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그러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대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상황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당내 의원 20명가량이 탈당해 정당을 만든 후 한 예비후보를 기호 3번으로 출마시키자고 제안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가에 따르면 윤 의원은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 “오늘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면 ‘11일 이전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으로 간주하자”며 “발상의 전환을 해서 (당 의원) 20명을 탈당시켜 제3지대로 보내자”고 말했다.

그는 “후보 등록일 전에 단일화가 어려워지게 되면 선거 용지 인쇄 전이 2차 단일화 시점이 될 수 있는데, 무소속이면 기호가 한참 뒤로 밀릴 수 있다”며 “의원들 20명 정도만 바깥으로 가면 기호 3번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만든 당에서)한 예비후보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 등을 모아 제3지대를 구축한 뒤,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5일 이전에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를 시키자”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와)법정 공방이 벌어지면 당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기는 단일화가 아니라 지는 단일화가 될 것”이라며 “(한 예비후보가)기호 3번을 달고 대선 레이스를 뛰면서 보수 진영 파이를 키우다가, 기호 2번을 단 김 후보와 25일 대선 투표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하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제안이 현실이 될 경우, 국민의힘은 한 예비후보에게 선거 비용은 물론, 인력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게다가 단일화 이후 다시 합당하면 되기 때문에 부가적인 문제를 고려할 필요도 없다.

다만 윤 의원은 해당 제안을 “(개인적인)아이디어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어떻게든 한 예비후보를 단일화 노선에 세우기 위해 당 지도부가 대놓고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예비후보는 “(11일까지)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는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국민의힘은 단일화 불발 시 김 후보를 출마시키면 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당 창당 등 편법을 통해 한 예비후보를 추대하려는 모습에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주장이다.

또 이날 제안이 친윤(친 윤석열)계 대표 인사로 꼽히는 윤 의원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한 예비후보가 ‘윤석열 아바타’라는 의혹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선출몫 3명의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했다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으로 내란 공범 피의자 신분인 이완규 법제처장(윤 전 대통령 동기)을 지명하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윤석열 아바타’로 불렸다.

국민의힘의 단일화 갈등에 대해 2차 경선서 고배를 마셨던 홍준표 전 대구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해 느닷없이 한덕수를 띄우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고 했을 때, 나는 설마 대선 패배가 불 보듯 뻔한 그런 짓을 자행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그러나 (의구심이) 현실화됐다”며 “(당은)왜 김문수를 비난하는가? 무상열차 노리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는 왜 비난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 김 후보, 윤석열의 아바타인 한 예비후보, 그리고 자당의 후보를 끌어내리고 강제로 후보 교체를 자행하려는 국민의힘 지도부까지, 결론적으로 보다 더 국민과 가까운 후보가 아닌, 보다 더 윤석열과 가까운 후보로 교체하는 과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강력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서 열린 직능단체 간담회서 “이런 말은 별로 안 하고 싶은데 (국민의힘 단일화 방식은) 이해가 안 된다”며 “강제 결혼은 들어봤지만 강제 단일화는 처음 들어보는데 좀 웃기다”고 비꼬기도 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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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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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