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청산’ 닻 올린 이재명정부, 향후 과제는?

‘민생 경제 회복’ 등 최우선 현안
‘관세 협상’ 등 대외 과제도 산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헌정사의 오점을 극복하고,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함께, 이 대통령에게 ‘내란’으로 얼룩진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승리 배경에는 ‘내란 청산’을 핵심 슬로건으로 삼은 통합 전략과 헌정 질서 수호와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한 그의 메시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파괴하겠다는 시도였고,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했다”며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청년층, 수도권, 중도층의 공감을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대선 과정서 이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주의’도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경제 성장 구호와 민생 안정 약속이 중도층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또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규정하며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층 일부를 흡수한 점도 이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주요 대목으로 꼽힌다. 앞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비롯, 권오을·박창달·이인기 전 의원 등 보수 정권서 몸담았던 인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외교 정책에서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 한중 관계 발전 등 균형 잡힌 외교전략을 제시한 점이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혐의 등의 ‘사법 리스크’였다. 이에 민주당은 대법원장 탄핵과 대법관 증원 법안 제정 등을 추진하며 오히려 강경 대응 전략을 고수했다.

이를 두고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 안팎서 제기됐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선 대통령 당선이 사법 리스크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되면서, 이 같은 인식이 선거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다양한 승리 요인과 국민적 기대 속에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지만, 이재명정부 앞에는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과 비상계엄 사태로 악화된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내수 침체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이 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는 바로 ‘권력기관 개혁’이다. 잇따른 사법 리스크를 겪으며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 온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검찰개혁 완성’과 ‘사법개혁 완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 대법관 수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며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정치적 반대 세력을 설득하고 개혁의 ‘타이밍’을 잡는 것은 이재명정부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진영 갈등과 사회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도 시급하다. 윤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여당이 된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 등의 통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보수 진영의 반발과 법적 절차의 복잡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정치 보복은 없겠지만, 헌법 위협 세력에는 단호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긴요한 현안이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던 협상이 졸속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재명정부는 보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실용 외교를 펼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트럼프정부의 공세적 통상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새 정부와 북한과의 관계 또한 중요 난제다. 대북정책은 국제 정세와 맞물려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주한미군 문제 등이 북한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당선 소식에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오는 8월에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대응책 마련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새 정부는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면서도 대화 채널 유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대야소’ 정국의 이재명정부는 국회 170석 이상의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점을 가졌다. 경제 회복과 사회 통합이라는 내부 과제와 미·중 관계, 북한 변수라는 외교적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만큼, 실용적 전략과 유연한 대처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6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